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백중기도 입재일 맞아 정토회관 앞마당에는 영가등이 수를 놓았습니다. Show 새벽 2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5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종교인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스님이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정성껏 밥상을 차렸습니다.
좌장인 김명혁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이지만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원수 진 사람까지 우리의 사랑을 바치며 나눔의 삶을 사는 종교인들이 되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배경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지만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살아가는 나눔의 삶을 살다가 죽을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스님은 힘차게 ‘아멘’을 외친 후 목사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대화 주제에 대해 스님이 이야기했습니다.
“물가가 5%까지 올랐다고는 들었습니다.”
김명혁 목사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앞으로 우리 종교인들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스님이 좀 얘기를 해 주시죠. 북한과 교류할 수도 없고, 국내외적으로도 모두 어려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종교인들이 마음을 합해서 어떤 일을 좀 하면 좋을지 한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먼저 스님이 종교인 모임이 할 수 있는 일로 네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가난을 소중하게 여기는 운동
박경조 주교님이 스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며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을 무척 귀중하게 여기셨어요. 성경 말씀을 보면 ‘부자는 지옥 가고. 가난한 자는 천국 간다’라고 하셨거든요. 우리 종교인들도 가난을 좀 귀중하게 여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러자 스님이 웃으며 반문했습니다. 가난과 기후 위기를 주제로 대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건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에요.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우리 종교인들도 그런 입장을 취하면 좋겠어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 상한제
“소비 상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스님이 자본주의의 적이라고 비난할 거예요.” (웃음)
각자 더 깊이 고민을 좀 해본 후 다음 모임 때 몇 가지 실천 방향을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떠나는 종교인 분들을 배웅하며 시골에서 만들어 온 꿀단지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스님한테 맨날 받기만 해서 미안하네요.”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스님은 법회를 하기 위해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백중기도 입재 법문을 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백중 날을 49일 앞두고 백중 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정토회 회원들 4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백중 기도를 하는 의미에 대해 한 시간 동안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우는 방법
이어서 스님은 우란분절(백중)의 유래가 된 목련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백중이 생긴 유래
좋은 일을 했으면 그 인연으로 구제할 수 있다
이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법
입재 법문이 끝나고 곧바로 백중 기도 1재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49일 동안 7재를 지낼 예정입니다. 서울 정토회관에서 백중 기도를 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송되는 동시에 대중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생방송을 보며 차 한 잔씩 간단하게 올려놓고 다 함께 백중 기도를 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장엄염불을 하고 온라인 백중 기도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오후 1시부터 연구위원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민주주의의 타락과 진보의 역할’을 주제로 한지원 작가의 발표를 듣고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지원 님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후 15년간 사회단체에서 일하며 경제 및 노동 문제를 연구해왔습니다. 책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대통령의 숙제>를 저술했습니다. 작가님은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한 단계에 처했다며,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 여겼던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통령제가 가진 위험,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위기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며 GDP 3만 달러에 도달한 시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정체되거나 후퇴했던 일본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한때 희망고문이란 말이 유행했듯이 이제 희망으로 선도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시기는 좀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희망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대신에 비관적 현실 자체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직시하되 가능한 일들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어떤 특정한 계기로 재생되기도 하니까요.” 스님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은 한지원 작가님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방안이 무엇인지, 경제 분배와 정치 분권 중 무엇이 더 우선한 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 평화연구 세미나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고, 밤 9시에도 손님이 찾아와서 차담을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붓다 제8강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