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 냄새 - beteunam salam naemsae

[베트남 원정대] 사람 사는 냄새 나는 도시, 하롱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5.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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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 Ha Long City
드디어 맛있는 커피집을 찾았는데

베트남 원정대 여행의 마지막 아침은 하롱베이를 품은 도시, 하롱에서 맞이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긴 다리, 카우 바이 차이(Cau Bai Chay)(Bay Chay Bridge)가 보이지 않을 만큼 날이 흐렸다. 결국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고 눅눅한 아침이었다. 발길 따라 걷다 보니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나왔다. 투박하고 지저분한 잿빛 공터 안쪽으로 파라솔이 모여 있다.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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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하롱의 어느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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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에 촉촉하게 젖은 하롱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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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노점에서 주문한 연유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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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뒤편에서 마주친 멋쟁이 이발사 아저씨

빛바랜 파라솔 대여섯 개 아래로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었다. 현지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 꽃과 라우무엉(공심채)이 보였다. 한쪽에는 원뿔 모양의 모자를 쓴 아줌마가 시크한 손놀림으로 죽은 닭의 털을 뽑고 있었다. 식재료를 파는 모닝 마켓의 끝 무렵인 듯했다. 장날이 되면 이 잿빛 공터는 사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시장은 또 다른 골목과 연결되어 있었다. 마티즈 한 대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집들이 모여 있다. 동네는 조용했다. 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동네 입구에 노점과 허름한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 시장에서 공수한 싱싱한 재료로 만드는 요리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아침에는 쌀국수와 반미를, 저녁에는 오징어를 갈아서 튀긴 짜믁(Cha Muc)과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반미를 파는 노점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역시나 목욕탕 의자에 앉았다. 양주를 마셔야 할 것만 같은 유리잔에 커피가 반만 채워져 나왔다. 밑에는 연유가 깔려 있다. 손님의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인아줌마의 커피다. 한 입 들이키는 순간 강렬한 커피 향이 느껴졌고 연유의 부드러움이 입 안을 감쌌다. 할렐루야! 이토록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라니. 드디어 맛있는 커피 집을 찾았는데 하필 마지막 날이다. 공항에서 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오갔다. 하롱시티 뒷골목, 다섯 개의 커피 잔에 달콤쌉싸름한 아쉬움이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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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 to Visit in Ha Long

꽝닌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꽝닌 박물관(Bao Tang Quang Ninh)(Quang Ninh Museum)

꽝닌 박물관은 하롱이 속한 꽝닌주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다. 베트남 북동부 끝에 있는 꽝닌주는 다양한 지형적 특성이 있어 자연 생태계와 역사 또한 다채로운데, 꽝닌 박물관에서 이러한 꽝닌주의 매력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다. 꽝닌주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부터 석탄 채굴장의 재현, 그리고 프랑스 식민 지배 당시의 슬픈 역사 현장까지 꽝닌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주소: Duong Tran Quoc Nghien, phuong Hong Hai, Tp. Ha Long, Vietnam
오픈: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08:00~11:00, 13:30~17:00
요금: 성인 3만VND, 어린이 1만VND
홈페이지: baotangquangninh.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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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넓은 방, 최고의 전망을 누린다
윈담 레전드 하롱(Wyndham Legend Halong)

하롱에서 유일한 5성급 체인 호텔. 2016년 오픈한 새 호텔이다. 널찍한 객실과 욕실, 푹신한 침대가 고급스러운 하룻밤을 완성시켜 준다. 180개 객실 전부에 욕조와 샤워부스를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전망이다. 바이차이 해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테라스에서 바다와 바이차이 브릿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밤이 되면 형형색색 조명이 들어오는 다리에 건너편 하롱파크의 관람차와 케이블카의 조명까지 더해 화려한 뷰가 펼쳐진다. 5성급 호텔답게 조식 뷔페는 화려하고 푸짐하다. 특히 이곳의 조식 쌀국수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한 그릇 더’를 외치게 하는 중독성을 가졌다.  

주소: No.12 Halong Street, Bai Chay Ward, Ha Long City, Quang Ninh Province, Vietnam  
전화: +84 33 3636 555  

홈페이지: wyndhamhalong.com

글 박애진

취재 트래비아카데미 베트남 원정대  

사진 Photographer 유운상  진행·에디터 고서령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벽 시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발을 디뎠다. 입국 수속을 막 끝내고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음악을 틀었다. 헤드폰에서 콜드플레이의 ‘Fix you’가 흘러나왔다. 일주일간 바람처럼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호찌민으로 흘러가는 내내 그 멜로디가 머릿속을 따라다녔다. 베트남은 ‘Fix you’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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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문묘에 남은 유교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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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메운 오토바이와 인력거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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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장의 내부는 어둑해도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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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입구는 물건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로 매우 혼잡하다

Ha Noi
사람냄새 진득한 천년 고도 하노이 

베트남어로 하노이는 ‘강의 안쪽’이다. 가이드가 베트남어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려줄 때마다 여섯 개의 성조가 만들어 내는 베트남어의 문장이 독특한 멜로디로 귓가에 꽂힌다. 뜻을 알고 나면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홍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서 곧장 북적이는 도심이 복잡하게 얽혀 들었다. 차의 흐름이 느려지고 눈으로 보는 것이 많아진다. 차창 밖으로는 오토바이 부대가 강물이 협곡을 빠져나가듯 차 사이로 흘러 다녔다. ‘강의 안쪽에 세워진 도시’는 그랬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답게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를 키워 가는 중이다. 진화의 단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만큼 베트남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수도인 하노이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중이다. 15년 전 중국 동부의 도시들이 하노이에 겹쳐 보였다. 그때 그 도시들은 수시로 헌 껍데기를 벗어던졌다. 새로운 고치를 잉태하길 반복했다. 다행히 하노이에는 사람냄새가 진득했다. 미소가 사라진 도시는 퍽퍽하다. 다행히도 아직 하노이의 사람들은 미소를 머금을 줄 알았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오토바이에 앉은 사람들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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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문묘는 중국의 것들과 다르게 베트남 특유의 색채가 덧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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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도 붉은색은 길한 기운을 상징하는지 문묘의 내부는 온통 붉은 색이다

하노이의 중심은 호안 끼엠 호수다. 경계의 안과 밖에 물이 있다는 건 사람이 살기 참 좋은 조건이 된다. 1010년 리(李) 왕조는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그 후로 천년 가까이 하노이 지역은 이름만 바뀌어 왔을 뿐 베트남이라는 이 길쭉한 땅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천년 고도의 흔적은 곳곳에 남았다. 하노이의 문묘는 그 흔적 중 하나다.

본디 문묘는 유교의 이념을 교육하는 학문의 현장이자 공자의 사당이다. 지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에도 공자의 흔적이 이렇게 남아 있다. 물론 베트남에 들어온 공자의 사당은 오롯이 그들만의 미감으로 채색됐다. 우리의 과거제도와 같은 시험이 수시로 이 자리에서 열렸다는 건 오래전 베트남을 움직이는 중심 이념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로질러 이곳은 수많은 학자와 정치가들을 양성해 내는 전당이었다. 

프랑스가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식민지 확보에 혈안이 됐던 시절, 하노이는 프랑스에 점령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문묘의 역사는 그 시점에서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 어떤 정치적 폭압도 민중들의 관습을 철저히 끊어 내지는 못했다. 그 뒤로 문묘는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공부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기도하는 기도처로 변모했다. 지금도 이곳은 대학 입학을 앞둔 학부모며 학생들이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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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롱 황궁의 계단에 조성된 용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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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복궁에 비견되는 탕롱 왕궁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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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자이를 입은 여인은 하노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탕롱 왕궁은 이 자리에서 찬란했던 천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유적이다. 왕궁의 이름인 ‘탕롱(昇龍)’은 ‘승천하는 용’을 의미한다. 베트남은 한자 문화권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게 베트남어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건 그만한 시간의 흐름을 견뎌 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리라.

‘베트남의 경복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과거 빛나던 궁전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탕롱 왕궁은 옛날 규모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크기로 복원되어 있다. 공개된 지역의 외곽에서는 아직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대신 왕궁은 호찌민 시절 외세에 대항했던 투쟁의 기록들까지 끌어안고 있다.

프랑스, 일본, 미국으로 이어지는 지독히도 잦았던 침략들. 지긋지긋한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은 포기를 몰랐다. 그들이 견뎌야만 했던 시간만 백년이 넘는다. 한국인들이 그 배경을 바탕에 두고 이 기록들을 맞이한다면, 분명 남의 일 같지 않은 복잡한 감정을 맞닥뜨리게 될 테다. 하물며 우리 역시 얼마나 잔혹하게 그들을 대했던가.  

글·사진 정태겸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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