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어플 비교 - beullaegbagseu eopeul bigyo

"CES는 10년 전에도 혁신의 '금광'이었다. 그러나 2023년 행사를 더 기대하는 이유는 오늘날의 CES는 여전히 세계의 주요 과제들을 해결하는 혁신의 배후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테마연구 책임자는 CES 2023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 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약자인 CTA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술 행사로 손꼽히는 CES의 주관사다. 매년 초 CES를 통해 글로벌 기술업계를 관통할 핵심 주제들을 연구해 발표하고, 기술 진화의 의미를 대중에게 전달한다. CES가 유명한 이유는 이 같은 주제에 걸맞은 전세계 유명 기업들과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 데 모이는 자리라는 점도 한몫한다. 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진행된 코미스키와의 짧은 인터뷰, CTA가 전세계 공식 초청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이번 행사 '예고편' 격의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코미스키는 CES 2023에서 특히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을 주목하는 분야로 꼽았다. 그가 언급한 사례들은 이번 CES의 대주제 중 하나인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와도 관계가 있는 것이었다. 인간 안보는 군비 감축과 같은 전통의 국가 안보 개념에서 나아가 개인의 안전, 풍요, 행복 추구까지 안보로 발전시킨 개념이다. CTA는 CES 2023을 앞두고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신 기술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후각 가상현실(VR)'이다. 말 그대로 시각 중심이었던 기존 VR에 후각이 더해진 기술을 의미한다. 사실 이미 후각과 촉각 등을 자극하는 4D 영화관에도 있다. 따라서 후각 VR 기술 자체는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재미 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 안보의 관점에서 보고 응용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코미스키는 "후각 VR은 수술 훈련과도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VR을 이용한 가상의 수술 교육, 연습은 지금도 의료 현장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후각과 촉각 없이 시각만 자극되는 VR 수술 훈련은 한계가 분명하다. 후각 VR은 점차 현실처럼 고도화되고 있는 VR 환경과 메타버스와 어우러져 실제 수술 현장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예를 들면 '내장의 냄새')까지 훈련의 한 요소로 더해줄 수 있다. 코미스키에 따르면 이번 CES 2023에서 이와 관련된 전시들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또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탈리아의 '니모의 정원(Nemo's Garden)'은 지구 자원과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을 육상에서 해상으로 확장시킨 스타트업이다. 수중 농작물 재배를 전문으로 한다. 실제 2022년 이탈리아 북부 해양도시에서 진행된 니모의 정원 실험에선 허브, 과일, 채소 등의 수중 재배 가능성이 증명됐다. 바다 속은 육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온, 풍부한 산소, 해충으로부터의 보호 같은 식물 생장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이 스타트업은 바다 속에 작은 온실을 만듦으로써 바다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한 육지의 식물들을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생산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렇게 재배된 식물의 영양분도 육지에서보다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미스키는 "수중 농업은 인류의 식량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사람과 농업 기술, 지속 가능성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이것이 성공할 수 있는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꼽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상공간에 있는 현실과 동일한 데이터를 원격에서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인간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수중농업의 단점을 해결할 열쇠로 꼽힌 이유다. 기존의 디지털 트윈은 주로 산업화, 인건비의 절감이나 생산성의 강화 측면에서 연구된 기술이다. 그 일부가 이제는 지구 환경을 활용하고 식량난 해결과 같은 문제로 확장되는 것 또한 HS4A의 한 영역이 된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과 존 켈리 CTA 부사장 등이 진행한 CES 미디어 사전 간담회에서도 HS4A는 중요하게 언급됐다. 샤피로 회장은 "CES 2023에서 식량 안보, 정치적 안보, 환경 안보 등의 다양한 주제가 이번 CES 전반에서 보여지는 많은 전시물에 녹아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밖에도 '웹3(쉬운 의미로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개념)', '자동차', '디지털 헬스', '메타버스' 등을 주목할 만한 키워드로 꼽았다. 특히 웹3의 경우 올해 CES 메인 전시관 중앙 홀에 전용 전시 구역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기업이 해당 주제로 참여하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주제다.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했던 CES 2019 이후 늘어난 자동차 업체들의 CES 참가가 올해는 300개 업체를 넘어섰다는 점도 자동차가 이번에도 CES의 주요 키워드로 선정된 이유다. 한편 CTA에 따르면 CES 2023에는 총 3200개 이상의 참관사가 참여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행사지만 이 중 1400개 이상은 미국 이외 50개 국가에서 참가하는 기업이다. 개성 넘치는 스타트업의 수도 1000개 이상이다. 전세계 기술 트렌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미국을 비롯한 12개 이상 국가에서 온 고위 정부 대표자들도 CES 2023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건한2023-01-04 18:19:20

테크

안전상비약 자판기 도입, 보류된 이유는?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안전상비약)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사업 아이템이 나왔다. 다만 정부는 관리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 도입을 보류해 향후 관련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최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서 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위원회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자판기 안건을 심의, 본 위원회 상정을 보류했다. 산업부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안건을 제외한 채 12월 2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무역공사에서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안전상비약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기존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약국 뿐 아니라 24시간 연중 무휴 운영하는 점포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안전상비약은 편의점에서 판매된다.이번에 전문위원회에서 심의된 사업 아이템은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편의점 앞에 설치하고 이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신분확인 등을 거쳐야 안전상비약을 살 수 있어 환자의 매점매석 등을 막을 수 있게 설계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 점포 입장에서는 무인화 점포를 실현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복약지도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전상비약은 점포 종사자가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이 설정돼있다. 편의점 자판기는 복약지도에 준하는 점포 종사자의 안내가 없다. 이는 2023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원격화상투약기와 다른 점 중 하나다. 원격화상투약기는 약국과 약사가 운영하는 투약기다. 약사가 화상으로 복약지도를 진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위원회 위원들이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복약지도가 어렵다는 부분을 지적했으며, 이러한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안전상비약 자판기가 점포의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법령상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려면 점포가 연중 무휴여야 한다. 안전상비약 자판기를 설치해놓고 점포 문을 닫는 불법을 저지를 수 있고, 자판기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밖에도 전문위원회에서는 약물 오남용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약품 유통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며, 전문위원회에 참여한 대한약사회 측도 강력히 사업 도입을 반대했다.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규제 샌드박스에서 사업으로 참여하려면 이러한 지적 사항들을 개선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체가 보건복지부와 위원들이 요구한 보완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자료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검토한 이후 나름의 답을 줘야 하기 때문에 다시 재상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대한약사회에서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도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안전상비약도 약인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판기 도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안치영2022-12-23 16:38:13

테크

라인 日 개발자가 본 초거대 AI의 양면…"성대모사랑 비교하면요"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꺾은 '알파고 쇼크' 이후 전세계 AI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 지금은 디지털화의 첨단을 논할 때 AI가 빠지면 이상할 정도다. 그리고 6년 전 인류를 놀라게 한 AI는 이제 한 걸음 더 진화 중이다.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고 똑똑하게, 인간처럼 수행해낼 수 있는 '초거대 AI'로 말이다. 알파고에 이어 초거대 AI로 나아가는 자극제는 2020년 미국 오픈AI가 공개한 'GPT-3'라는 자연어 처리 AI 모델이었다. GPT-3를 만능이라 부를 순 없지만, 적어도 인간 수준의 문장을 생성하고 때론 인간의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 코딩까지 가능한 수준임이 증명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다만 GPT-3를 구성하는 언어 학습 데이터의 93%는 영어다. 따라서 영어 외 언어에서는 최고의 성능이나 활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일본의 라인과 한국의 네이버 합작으로 탄생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각각 모국어인 일본어와 한국어에 특화된 모델로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성능도 GPT-3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영어 외 언어에서도 기업과 소비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초거대 AI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초기 단계인 초거대 AI 연구에는 아직 여러 기대와 우려, 도전이 공존한다. 예컨대 상용화의 걸림돌인 높은 운영 비용, 윤리적 기준의 확립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하이퍼클로바도 예외는 아니다. <블로터>는 최근 일본 라인의 AI 컴퍼니·자연어처리 개발실 리더인 토시노리 사토(Toshinori Sato)와 화상으로 만나 하이퍼클로바의 개발 상황과 초거대AI의 장점 및 아쉬운점에 대해 들었다. 사토는 지난달 라인과 야후재팬이 공동주최한 '테크버스(Tech-Verse) 2022'에서도 일본어 기반 하이퍼클로바가 거둔 성과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일본어 데이터 820억개 학습한 초거대 AI, 문장력은 '인간 수준' 하이퍼클로바 일본어 모델의 문장력은 이미 인간과 다르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개발 2년만에 820억개에 이르는 일본어 학습 데이터(파라미터·매개변수)가 학습에 사용됐으며, 인간이 입력한 명령의 의미와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인간과의 일대일 대화 상황에서 강점을 보인다.사토는 "지난해 일본에서 대화 시스템 연구자·개발자들이 한데 모인 대회에서 하이퍼클로바가 '무슨 말을 해도 되는 부문'과 '회사 선배를 회식 자리로 권하는 시나리오 부문'에서 다른 모든 시스템보다 우월하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iROS 라는 국제 로봇 콘퍼런스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관광 안내 부문에서 로봇에 하이퍼클로바 대화 시스템을 접목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하이퍼클로바는 한·일 모델 공통으로 문장 이해, 처리, 요약, 생성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도 이런 능력을 이용해 초거대 AI가 인간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테스트해보고 있다.사토는 "지금처럼 광고의 캐치프레이즈를 카피라이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시대는 끝날 수 있다"며 "카피라이터가 자신의 영감을 입력하면 하이퍼클로바가 즉각 그에 기반해 다양한 느낌과 형태의 카피를 제안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그 중 하나를 고르거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카피를 더 쉽게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인간의 특정 업무에서 '프로가 만들었다'고 생각되기 직전의 단계까지 AI가 도울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이는 하이퍼클로바 한국어 모델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서 클로즈베타 서비스 중인 한국어 기반 '클로바 스튜디오' 서비스도 △아무 말 요약기 △감성 카피라이터 △보고서 작성기 △감정 분석기 등 글자 기반 작업에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거나 더해줄 수 있는 기능이 강점으로 홍보되고 있다.이밖에 네이버 선물숍에서는 선물하는 상품의 종류, 보내는 의도, 받는 대상 등에 맞는 적절한 메시지를 추천하는 'AI 추천메시지' 기능이 하이퍼클로바 기반으로 서비스 중이다. 또 음성 회의록을 문자로 자동 변환해주는 클로바 노트에도 하이퍼클로바를 이용한 'AI 요약' 기능이 추가돼 널리 쓰이고 있다. 다재다능한 초거대 AI, 여전히 인간보다 못한 이유 이처럼 하이퍼클로바 같은 초거대 AI는 기존 AI보다 큰 규모의 학습 데이터,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하드웨어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보다 인간 능력에 근접한 결과물들을 구현해 내고 있다. 아직은 주로 대화나 문장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추후 이미지, 영상, 게임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초거대 AI가 인간을 도와 활약할 여지는 크다.다만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초거대 AI는 충분히 똑똑해도 아직 영화 속 AI 비서들처럼 스스로 무엇을 선택해 행동하거나 결정을 내릴 수준이 아니다. 사토는 이를 성대모사에 비유했다.그는 "성대모사를 잘 하는 연예인이 있다고 하자. 그런 연예인은 보통 몇몇 인물에 대한 성대모사에 뛰어난 편이고, 요청을 받으면 자신이 잘하는 성대모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모든 사람의 성대모사를 잘 한다면? 성대모사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어떤 성대모사를 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초거대 AI 언어 모델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비유는 지금의 초거대 AI가 가령 인터넷에 흘러 넘치는 모든 일본어나 한국어 문장을 학습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인간이 구체적으로 명령하지 않으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순 없다는 얘기다. 아는 것이 많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도 그에 따른 작업의 가치를 AI가 능동적으로 판단하진 못한다. 따라서 초거대 AI가 더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려면, 우선 인간이 초거대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서비스 인프라 등의 운용 환경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아울러 초거대 AI가 인간의 윤리와 감정을 다루는 문제도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사토는 "언어 모델을 만들 땐 존재하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려 하게 되고, 아주 다양한 사람이 만든 데이터가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것을 두고 '상처받을 만한 상황'이라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대해선 판단 기준이 모두 다를 수 있다"며 "글자가 그림보다 어려운 점도 지칭이 명확한 그림과 달리 글자는 읽은 사람의 마음에서 어떤 반응이 만들어질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 대목에서 "회사가 자체적 기준을 만들어 대처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평가,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본 라인은 독자적인 일본어 윤리와 관련된 데이터셋을 먼저 구축하고 이를 타사의 윤리 검증 데이터셋과 비교 실험하는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이미 약간의 비교우위를 확인했지만 라인은 이 평가 세트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다양한 연구기관과 연계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따른 윤리 기준을 정립하겠단 계획이다.비용의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초거대 AI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기반 모델 구축, 최적화만 하더라도 기존 AI보다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를 가동하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AI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연산력이 좋아질수록 성능도 높아지지만 이를 일반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는 단계의 비용도 그만큼 증가한다면 상용화가 쉽지 않다. 사토에 따르면 GPT-3의 차세대 버전으로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GPT-4는 '잡담 한마디 오가는 데 비용'이 한화로 약 2000원~3000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만약 로봇과 메신저로 한마디 대화 하는데 1회 서비스 비용이 수천원에 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무료 서비스가 쉽지 않다. 고성능 초거대 AI의 대중화까지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 같은 운영비 절감은 현재 관련 분야의 모든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과제다. 지금은 AI 역사에 이정표가 만들어지는 시기 이처럼 차세대 기술혁신의 키(Key)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 초거대 AI도 아직은 일장일단이 뚜렷하다. AI 분야에 20년 이상 종사했다는 사토도 "AI도 따지고 보면 단순 프로그램이며, 초거대 AI도 생각만큼 어렵거나 기술적으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회가 2016년의 알파고 쇼크를 기억하듯 지금의 시기는 후일 AI 발전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시기란 점에서 관심을 가져보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사토는 "개인적으로 지금 초거대 AI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건 거의 10년, 20년에 한번 있을 만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20년쯤 검색엔진이 확 보급되던 시절,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 검색 데이터가 뒷단에 쌓였고 2010년에는 하둡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를 빅데이터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금 초거대 AI 개발에 대한 경험 역시 10~20년 후 새로운 기술의 파도가 몰아쳐 올 때 활용될 중요한 지식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한2022-12-12 09:42:41

테크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AI 반도체는 사치품 아냐"...규모의 경제 '필수품'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만약 서비스 효용이 플러스(+) 50인데, 비용이 100이라면 그 서비스는 절대 상용화될 수 없는데요. AI를 부르짖던 대기업들도 막상 서비스해보면 적자임을 깨닫고 서비스 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널리 쓰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로는 비용을 결코 낮추지 못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AI 반도체를 쓰는 겁니다." "물류를 비싼 스포츠카로 할 수는 없지 않나?" AI 반도체는 인공신경망 알고리즘 구동에 특화된 전용 반도체다. 2021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약 711조원 규모, 가트너 통계)에서 AI 반도체의 비중은 6.2%에 그쳤지만, 기존의 범용 GPU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첨단 AI 산업의 한계들이 감지되면서 주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분당 리벨리온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현 대표는 AI 반도체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2009년 카이스트 전자과 수석 졸업 후 미국 MIT 석박사 과정을 거쳐 인텔,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기업에서 반도체와 금융 분야 경험을 쌓았다. 그는 2020년 9월 리벨리온을 창업했다. 회사는 이후 2년이란 짧은 기간 내에 누적 투자금 1000억원을 유치했고, 삼성전자·TSMC와 AI 반도체 생산(각 5nm, 7nm)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금융 AI 반도체 개발 등 성과를 쏟아내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박 대표는 현시점의 리벨리온을 'AI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로 정의했다. 원래 AI 반도체는 금융이나 자율주행 등 특수 분야에서 GPU보다 빠른 서비스 속도 구현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대규모 서비스 인프라에도 적용해야 할 이유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올해 국내외 여러 빅테크 기업이 상용화 경쟁을 펼친 초거대 AI 분야가 있다. 초거대 AI는 이름 그대로 방대한 컴퓨팅 자원과 학습 데이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고도의 AI 알고리즘이 만난 고성능 AI의 결정체다. 앞서 AI 융합을 통해 한차례 생산성 혁신을 이룬 기존 디지털 서비스들이 미래엔 초거대 AI와 만나 한층 '인간다운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문제는 고성능 AI 구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운영 비용이다. 초거대 AI는 복잡한 데이터 추론을 빠른 속도로 수행하기 위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사람의 뇌도 충분한 산소와 양분이 공급되었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AI의 '산소와 양분'은 구조적으로 궁합이 좋은 GPU의 몫이었다. GPU는 원래 게이밍과 그래픽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다. 뛰어난 범용성으로 현세대 AI 산업의 '핵'이 됐지만, 대규모 서비스에 GPU를 투입할수록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기존 AI와 규모의 궤를 달리하는 초거대 AI나 대규모 데이터센터쯤 되면 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앞서 박 대표가 "서비스 효용이 50인데 비용이 100이라면 상용화가 어렵다"고 말한 이유다. 이때 태생부터 범용성보다 AI 알고리즘 연산에 특화된 AI 반도체는 확실한 대안이 된다. 박 대표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의 경우 AI 반도체를 도입해 자사 서비스의 TCO(총소유비용)를 3분의 1까지 낮췄다"며 "AI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져 AI 연산량도 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이를 받아줄 효율 좋은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AI 기반 규모의 경제 구현을 위해 AI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를 '물류'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만약 상품이 1~2개라면 스포츠카로도 배송할 수 있다. 그런데 대규모 물류라면 값비싼 스포츠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입증한 리벨리온, 한국 풀스택 AI의 일각 이뤘다 이처럼 AI 반도체의 효용이 뚜렷해질수록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GPU의 대명사인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 테슬라, 아마존, SK 등 각 분야별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이미 이 분야에서 경쟁 중이다. 국내에선 최근 삼성전자가 네이버와 손잡고 초거대 AI에 특화된 AI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그 중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처리 지연시간(Latency) 최소화, 빠른 속도에 강점이 있다. 애초에 GPU보다 적은 전력으로 보다 빠른 연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 AI 반도체의 특징이므로 이 두 가지는 필수다. 그러나 리벨리온이 고평가를 받은 건 2021년 창업 1년여만에 내놓은 금융거래 전용 AI 반도체 '아이온(ION)'부터다. 아이온은 당시 동종 분야 세계 1위였던 인텔 제품 대비 30% 이상 빠른 속도와 2배 이상 높은 전력효율을 구현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찰나의 거래가 대규모 이익 실현 여부와 이어지는 금융거래 부문에서 이는 더 매력적인 요소다. 모건스탠리에서 퀀트(계량 분석) 트레이더로 일한 박 대표와 IBM 왓슨연구소에서 AI 반도체 수석설계자로 근무한 오진욱 CTO(최고기술운영자)의 합작품이었다. 또 아이온은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7나노 공정에서 생산을 맡기로 하면서 한차례 더 유명세를 탔다. 신생 기업이 TSMC의 정밀공정을 따내는 사례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버용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AI 반도체 '아톰'은 삼성전자의 선제안으로 5나노 공정 생산이 예정돼 있다. 리벨리온의 잠재력을 알아본 두 파운드리 거물의 투자다. 더불어 리벨리온과 생태계 측면에서 유의미한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은 KT다. 통신기업 KT는 2020년 이래 AI를 중심으로 회사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AI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연합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리벨리온이 유치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중 300억원은 KT 지분이다. KT는 자체 AI 서비스 역량에 리벨리온의 AI 하드웨어 역량, 또 다른 투자기업 모레의 소프트웨어 최적화 역량을 결합한 'AI 풀스택' 기반으로 국내외 초거대 AI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KT를 선택한 건 리벨리온이다. 박 대표는 "앞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을 모두 만나봤지만 AI에 '진심'인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 등 충분한 기반을 갖춘 회사는 KT뿐이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고압적이거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보통의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의 특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데 적극적인 KT의 문화도 높게 평가했다. AI 풀스택 생태계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박 대표는 "풀스택 AI가 강력한 이유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이어지는 최적화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애플이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이유도 하드웨어(칩, 아이폰)부터 소프트웨어(운영체제)까지 전적으로 설계 가능한 능력과 그에 따른 최적화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자율주행차나 데이터센터 영역에서만큼은 AI 풀스택이 갖춰진 생태계와 아닌 곳의 차이가 극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영광, AI 반도체에서도 재현해야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는 개척지다. 그러나 박 대표는 향후 5~10년 이내엔 '게임 체인저'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게 리벨리온이 된다면 좋겠지만, 적어도 한국이 AI 반도체 산업에서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패권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는 "지금까지 CPU(중앙처리장치)나 GPU는 전량 미국에서 사다 썼다.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미국의 규제로 GPU 수입에 문제를 겪었고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됐다. 그처럼 앞으로 AI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건 냉전에 핵무기가 없는 것과 같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잘한다. 20~30년 전 디램(D-RAM)에서 삼상전자가 일본을 추월했을 때 국가적 역량이 집중됐던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이 같은 역사의 반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다만 이 같은 노력은 '먼 미래'를 내다본 장기전이 되어야 한다. 박 대표는 2023년에도 AI 반도체가 GPU를 압도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시대는 AI 반도체 중심으로 분명 변화할 거란 확신을 보였다. 적지만 매년 엔비디아의 GPU가 AI 반도체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것, 전기차가 느리지만 점점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박 대표는 "단기적 변화는 천천히 와도 장기적 변화는 급속도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