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여자 더쿠 - dan-ahan yeoja deoku

글 올라온 순서대로 정리 :)

제 친구 중 끊이지 않고 남친있는 애가 있어요.

대학 친구인데 제가 아는 것만으로도20살때1년, 21살때 7~8개월, 22살때또 1년, 23살에 1년 반정도 해서 4명 사귄걸로 알아요.

그런데 사귀는 남친들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애정이 무한 상승 곡선이에요...

처음부터 친구를 졸졸 쫓아다니던 남친은 나중에 가서는 친구한테 죽고 못살게 되고,처음에 친구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냥 사귄 남친은 나중 가서는 친구를 공주님 대접해줘요.

최근 헤어진 남친은 처음에 진짜 쿨.남.
제가 처음에 친구한테 '야 딱 너같은 남자 만나서 어떡하냐. 둘이 사귀는 거 볼 만 하겠다.' 이랬는데...

친구가 헤어지자니까 남친이 울고불고... 스카이 학생인데 학교 풀로 째고 저희 학교까지 찾아와서 붙잡더라구요.

한 두번일 땐 그러려니 하다가도 계속 그러니 어떤 비결이 있나 싶어서 친구 성격을 좀 추려봤어요.

1.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에요.귀엽고 여성스러운 타입이고, 맨날 헤헤 웃고 있어서 처음엔 진짜 티없이 해맑은 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친해지고 나니 멘탈이 엄청 강해요.
주위에서는 너 어떻게하냐고 난리인 문제도 정작 본인은 태연...
내가 노력해서 해결될 일 아니고 내 손 떠난 문제 걱정하면 나만 손해지 이러고 자기 할 일 함....

2. 감정 기복이 없어요. 보통 사람들 감정이 1에서 10을 왔다갔다한다면 친구는 늘 4에서 6을 유지해요.

엄청 좋은 일이 생겨도 헤헤 웃고 말고, 또 엄청 나쁜 일이 생겨도 금방 극복!

3. 독립적임. 혼자서 좋은데 잘 돌아다니고 혼자 맛집도 잘 다니고... 남한테 의존하지 않는 것 같아요.(자기 말로는 위로 언니, 아래로 여동생한테 치여 살아서 성격이 이런 거 같다함. 어릴 때뷰터 혼자 뭐하는게 좋았대요)

대학 내내 붙어지내면서 어떤 일로 삐지거나 서운해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대신 개인적인 시간이 중요하다면서 폰을 빨리 안봐요. 카톡 재깍재깍 답장 안해서 약간 짜증날 때 있음.

4. 어리버리 백치미있는데 반전으로 책임감 강하고 독서 많이 해요.

똑 부러지고 총기있어보이는 타입은 아니에요. 백치미있고 허술하다~ 싶은데 의외의 순간에 정곡을 찌르는 말을 가끔 하고, 책임감이 되게 강해요.

개인 과제는 마감 시건 맞춰서 대강 하는데 조과제는 끝장나게 잘 해요.
방학 내내 같이 사무직 알바한 적이 있는데 지각, 조퇴, 결근, 외출 단 하루도 안하더라구요.

친구 다이어리 보다가 알았는데 과외할 때도 진도 나간 현황, 과외 학생 태도같은 거 엄청 꼼꼼하게 써놨어요.
(매 달 마지막 날에 표로 정리해서 학부모님께 드린대요. 대학생이 과외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 전 이 친구 처음 봤어요.)

이야기 해보면 책을 많이 읽은 게 은연 중에 드러나요. 쓰는 어휘들이 같은 뜻도 고급스럽게 말해요.

쟤 찌질해를 쟤 옹졸해 라고 해욬ㅋㅋㅋ 그리고 조카 정도의 비속어도 안 쓰는 듯...

5. 자존감이 높아요. 얘가 질투심이 너무 없어서 넌 태어나서 질투해 본 적 없어? 이랬더니 엄청 곰곰히 생각하더니 없는 거 같대욬ㅋㅋㅋㅋ 그냥 너는 너고 나는 나. 아예 다른데 누가 누굴 왜 질투하냐고..

아, 그리고 사람을 정말 긍정적으로 바라봐요.
과 애들 얘기할 때 있잖아요? 그 때 진짜 별로인 애를 보고도 생각지도 못한 장점을 찾아내요..ㅋㅋㅋㅋㅋ 예를 들어 진짜 찌질하고 못생긴 남자애 말이 나와서 다 욕하고 있으면 근데 걘 눈빛이 맑던데, 눈이 되게 반짝거려 이런 식?

완전 감정적이고 남들 의견에 태클 잘 걸고 열라 떽떽거리는 과 여자애보고는 뭐라더랔ㅋㅋㅋ 진짜 영악한 애들은 그런 거 다 숨기고 이중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는데 걘 다 드러내잖아 어떻게 보면 진짜 순수한 애인거야 이런 식........?ㅋㅋㅋㅋㅋㅋ

6. 이건 이 친구의 단점이자 장점인 거 같은데, 사람한테 정이 별로 없는 거 같다해야하나...

인생 혼자 사는거다 라는 마인드예요.
남친이랑 오래 사겼다 헤어져도 혼자 있을 땐 어쩔지 몰라도 옆에서 보기엔 딱히 후유증 없어보여요.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게 당연하다가 입에 달고사는 말.

그래서인지 사람을 엄청 좋아한다거나 싫어하지 않고 적당히 친절하게 대해요.

전 이 친구한테 가정사라던가 개인적인 얘길 많이 하지만 정작 이 친구는 그런 얘길 한 적이 없어요.

(가정사가 안좋은지 어쩐지는 몰라요. 형제 관계빼고 들은 게 없으니ㅋㅋㅋㅋ 근데 가정사를 떠나서 지 얘길 원체 잘 안해요. 주로 듣는 편이고 다른 사람 말에 리액션하면서 대화하는 편.

이건 딴 친구가 한 얘긴데 애는 꼭 남자같다고ㅋㅋㅋ 썸타거나 남친 생기면 보통 애들은 안물어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상세히 밝히는데 얘는 묻는 거에 웃으면서 답맠 해요...

그래서 하나 던지면 하나 나온다고 남자같대요.)

뭐 대강 이정도 특징적인 게 생각나네요.

갑자기 톡 돼서 친구보여줘야할 거 같아서 좀 수정했어요...ㅋㅋㅋㅋㅋ부끄럽균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물론 크지만 배울만한 건 배워서 현명하게 연애하려고요 전... 제가 기억할라고 글 쓴거예욬ㅋㅋㅋㅋ

댓글 많이 달려서 깜놀...

추가하자면 친구는 물론... 당연히도...예쁘고 날씬합니다ㅠㅠ근데 아주 예쁜 건 아니에요...
친구보다 훨씬 이뻐도 맨날 차이는 여자들도 널렸잖아요..?

애가 매사에 무정한 타입은 아니라 실제로 남친 만나면 애교도 부리고 챙겨주고 가끔은 찡찡대기도 한대요.

단, 실제로 만났을때만...
헤어지면 연락에 쿨해지고 다시 자기 일 집중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쇼크였던건 100일 단위나 자잘한 기념일 전.혀. 안챙기던 거랑 (1주년 이런 때도 바쁘면 안 만나고 통화로만 축하하고 넘어간대요ㄷㄷ)

또 한 번은 남친이 만나기 직전에 일이 생겨서 데이트 파토를 냈는데 아무렇지 않게 도서관에서 소설 책 한 권 빌리더라구요. 바빠서 책 읽은지 오래 됐는데, 좋다며 책 한 권 들고 혼자 카페가던 모습......이 제겐 큰 충격이었죠.ㅋㅋㅋ전 책 담쌓고 살아서 이건 못 따라하겠음

제가 친구를 너무 인간 관계에 문제있는 사람처럼 썼는데

교우 관계 좋은 제가 부러워하는 친굽니다ㅋㅋㅋ(친구한테 이 글 보여줄거라 좀 미안하네요ㅠㅠ)

★글쓴이 친구분, 그러니까 본문에 언급된 분이 쓰신 댓글 ★

글 속에서 '친구'라고 언급된 주인공입니다.

글 쓴 친구에게서 링크는 낮에 받았는데 이제서야 친구가 쓴 글도 댓글도 정독했네요.

사이버 상이고 익명의 사람들이니 3인칭 시점 소설읽는 기분으로 재밌게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댓글을 다 읽고나니 곡해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도 있고해서 해명을 하고싶네요.

제 댓글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ㅠㅠ

친구가 저를 무척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신여성마냥 묘사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십대 여대생이에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독립적인 성향이 조금 더 강한 것 뿐이죠.

자매가 많아서인지 아주 어릴 때부터 간혹 가질 수 있던 혼자만의 시간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내향적인 성격이라 혼자 책보고 영화보고 산책하면서 저와의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에요.

남들과 함께할 때는 비축해 두었던 에너지를 열심히 나눠주고 발산하구요.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해요.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오롯히 저에게만 집중하고 싶어서 핸드폰을 잘 안봐요.

대신에 친구든 애인이든 사람을 만나면 그 땐 또 온전히 상대에게만 집중합니다.

입은 하나고 귀는 둘이라고,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 얘기보단 상대 얘기를 많이 듣고 유도하고 반응해주는 편인데

그게 친구들 입장에서는 사람에게 벽을 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었겠네요. 하나 배웠어요.

음 그리고 연애사에 대한 변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이제까지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내 외로움 달래겠다고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앞서도 말했듯 전 외로움을 밖으로부터가 아니라 안으로부터 충족시키는 성격인데,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굳이 에너지 소모해가며 돈, 시간 써가며 만나진 않겠죠.

그런데 댓글들 읽으면서 저의 이런 성향이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무력감 내지는 상처를 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겼던 분들이 늘 하던 말이 힘들면 기대도 된다, 의지해라-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에게 기댈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어요.

사랑이 꼭 어느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기대고 의존하는 역학 관계에서 발현되는 건 아니잖아요.ㅠㅠ

전 서로 한 발짝 떨어져서 손잡고 나란히 걷다가, 손에 땀차면 잠깐 놓았다가, 땀이 마르면 다시 가볍게 손잡고 걸어가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몸이 으스러질 듯이 격렬한 포옹을 하고, 남자 허리가 나갈지언정 여자를 업고 냅다 걷는 것만이 사랑의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형태의 사랑이 있으면 저런 형태의 사랑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한다고 입 밖으로 백 번, 천 번 내뱉는 것도 사랑이지만, 머릿 속으로만 되뇌이고 눈으로 말하는 것도 사랑이구요.

제 방식이 무심하고 정내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저는 나름대로 노력하는 거랍니다. 존중받고 싶어요.ㅠㅠ

그리고 어릴 때 상처가 많을 것이다, 가정 환경이 힘들 것이다 등의 댓글을 많이 봤는데 저는 정말로 상처라던가 사람한테 데인 경험이 없어요.

타고나길 단순명료하게 태어나서 뒤돌면 다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전전긍긍하는 고민 자체를 애초에 못 할 뿐인데 '아니, 너도 고민이 있을 거야. 있어. 내가 들어줄테니 당장 말해' 라고 단정짓고 털어놓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저에게는 폭력이에요ㅠㅠ

매사에 고민 많고 그걸 꼭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고민을 털어 놓는 것 자체에서 치유받는 사람들한테 듣기 싫으니 말하지 말라고, 입막고 귀막는 게 폭력이듯이요.

친구가 쓴 글을 통해서 제 성격이 범상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통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치만 저는 제 나름대로 이런 성격이 형성된 역사가 있고, 저와 성격이 정반대이신 분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겠죠.

글 제목이 차인 적 없는 여자 특징 이어서 반발감을 많이 불러일으킨 것 같은데 '차였다, 안차였다'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연인 관계라는 게 얼마나 심오하고 미묘한데 과정은 싸그리 무시하고서 결과만 놓고 찼으니 넌 승자, 차였으니 넌 패자 식으로 이분하는 건 너무 서글프잖아요.

이 글은 그냥 세상엔 이런 성격의 여자도 있구나-하고 하나의 인간 군상으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성격이 공개적인 장소에 조금은 민망하리만치 상세히 적혀있고 또 그 글에 200여명의 댓글이 달려서 당황스럽네요.

그렇다고 글을 홀랑 삭제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자기 방어라도 열심히 해보자싶어 댓글이 많이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