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가후쿠와 배우들이 <바냐 아저씨>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필름 메이킹의 메타포로서도 기능한다. 감독과 배우, 배우와 연기, 예술가와 텍스트의 관계가 연극을 준비하는 모습에 반영된다. 가후쿠와 미사키의 관계는 <바냐 아저씨> 속 바냐와 소냐의 그것과 겹치고, 절망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뿐만 아니라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도 함께 원작으로 삼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연극배우 겸 연출가 카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는 각본가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 분)의 부정을 목격하지만 묵인합니다. 오토가 카후쿠에 할 말이 있다고 한 저녁 카후쿠는 망설이다 뒤늦게 귀가하지만 오토는 지주막하출혈로 급사한 뒤입니다. 2년 뒤 히로시마에서 극 연출을 맡게 된 카후쿠는 오토와 부정을 저질렀던 타카츠키(오카다 마사키 분)의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애차를 미사키에 맡기게 된 카후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4년 단편집 ‘여자가 없는 남자들’에 첫 번째로 수록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불륜을 저질렀던 아내의 죽음 이후 새로운 도시에서 두 달간 일하게 된 중년 남성 카후쿠의 갈등과 치유 과정을 묘사합니다.

제목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카후쿠가 죽은 오토와의 추억이 어린 애차 사브 900 터보를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에 맡기는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카후쿠는 본인이 직접 운전하며 오토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로 대사 암송 및 각본 분석을 하기에 타인에게 운전을 맡기는 것을 더욱 꺼립니다. 하지만 극단의 방침으로 인해 카후쿠는 젊은 여성 미사키에 운전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하루키적 요소로 가득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요소로 충만합니다. 카후쿠의 카세트테이프 고집 및 LP 취향,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생산된 승용차 붉은색 사브 900 터보에 대한 애정은 옛것을 아끼며 아날로그 취향이 강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차량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나 사브 900 터보는 반대로 왼쪽에 있어 운전이 불편합니다.

등장인물의 갑작스러운 죽음 역시 하루키적입니다. 카후쿠와 오토 부부는 어린 딸을 폐병으로 잃었고 오토도 급사합니다. 극 중에서 대사로 언급되듯 카후쿠(家福)는 이름과는 정반대로 가족을 모두 잃고 불행합니다. 미사키도 홀어머니를 산사태로 잃었습니다.

가까운 이의, 전조조차 없었던 죽음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고독한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인 등장인물입니다. 과묵하고 신중하다는 점에서 카후쿠와 미사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짧은 머리의 무표정한 카후쿠를 연기하는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분장 및 의상은 젊은 시절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연상시킵니다.

오토가 카후쿠에 구술했던, 짝사랑한 소년의 집에 몰래 들어간 여중생의 이야기는 역시 ‘여자가 없는 남자들’에 포함된 단편 소설 ‘세헤라자데’를 가져온 것입니다.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

사랑했던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로서 평생을 추구해온 문제의식인 ‘소통의 어려움’에 충실합니다. 카후쿠는 아내의 반복된 부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토가 사망한 날 저녁 카후쿠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오토는 대화가 두려워 귀가를 미루다 싸늘하게 식은 오토를 발견합니다.

그렇다고 카후쿠가 오토를 이해하고 있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진실로부터, 상처로부터 도망쳤던 카후쿠는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며 깊이 후회합니다.

미사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홀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어머니가 지닌 순수한 면으로 인해 깊은 애증을 품고 있었습니다. 집이 산사태에 휘말린 날 미사키는 어머니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나서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는 사망했습니다. 미사키는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습니다.

카후쿠와 미사키는, 사랑했으나 갑자기 죽은 가족의 본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카후쿠는 죽은 딸과 미사키를 겹쳐 보고, 비밀을 털어놓은 두 사람은 부녀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치유됩니다. 죽은 자는 멈춰 서 있지만 산 자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떠밀려 전진합니다. 죽은 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웅변과 같은 주제의식이 스크린을 넘어 직접 관객에 전달됩니다. 사실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 해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과 상통합니다.

카후쿠가 도쿄를 떠나 히로시마에 머물러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기에 기본적으로 로드 무비의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후쿠의 제안으로 미사키가 운전해 미사키의 고향 홋카이도로 여행하는 클라이맥스로 인해 ‘드라이브 마이 카’는 로드 무비로 완성됩니다.

체호프 연극을 다국적어로

‘드라이브 마이 카’는 3시간에 1분이 모자라는 179분의 러닝 타임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물론 체호프로 채웁니다. 카후쿠가 히로시마에서 하려는 연극은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입니다. 사브 900 터보 승용차 내에서 카후쿠가 녹음된 오토의 목소리와 연극 대사를 주고받는 행위도 카후쿠의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카후쿠는 국적이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해 다양한 언어의 대사를 활용하는 실험적인 연극을 추구합니다. 배우 중 한 명은 한국어 수화를 하는 유나(박유림 분)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다국적 배우들로 소통을 추구하는 카후쿠의 연극이야말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제의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당초 카후쿠는 자신이 지나치게 연기에 몰입해 인간적인 본심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타카츠키에 주인공 바냐 역을 맡기려 합니다. 그러나 타카츠키가 사고를 저질러 중도 탈락해 카후쿠가 바냐를 맡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카후쿠가 피하려 했던 바냐 역을 맡는 전개는 곧 오토의 죽음 및 자신의 상처와 직면하는 귀결과 직결됩니다.

한국어 대사 많고 결말도 한국이 배경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한국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유나는 ‘바냐 아저씨’에서 카후쿠의 상처를 보듬는, 주제의식이 직접 표출되는 대사를 한국어 수화로 합니다. 유나의 남편이자 카후쿠의 연출을 돕는 윤수 역시 한국인 캐릭터로 진대연이 맡았습니다. ‘바냐 아저씨’에 배우로 참가한 류종의는 안휘태가 연기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한국어 대사가 많습니다.

결말에서는 미사키가 카후쿠로부터 사브 900 터보 승용차를 물려받아 한국에 안착했음이 암시됩니다. 미사키가 애견까지 키우게 되어 단순히 한국에 여행 온 수준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어느 정도 한국어 대화에도 익숙한 것으로 암시됩니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사브 900 터브가 드디어 운전하기 편안한 나라에 온 것입니다. 카후쿠가 미사키에 애차를 넘겨준 것은 미사키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오토에 대한 애증에서 벗어나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 ① - 치유, 그리고 어긋난 커플
여자 없는 남자들 ② - 하루키의 여성 혐오?
여자 없는 남자들 ③ [完] - 상징적으로 죽은 옛 연인을 회상하며

http://twitter.com/tominodijeh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해요. 그래요. 우린 살아야 해요. 우리 앞에는 길고 긴 밤과 낮으로 이어지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는 운명이 우리에게 떠안긴 짐을 견뎌야 하죠. 쉼없이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만 할 거예요. 그렇게 우린 늙어갈 거예요. 마침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왔을 때. 비로소 무덤 너머의 것과 겸손하게 마주할 테지요. 우리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충분히 고통스러웠고 눈물을 흘렸으며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럼 신은 우리를 가여워 하시겠지요. 바냐 삼촌, 우리는 결국 아름답게 빛나는 삶을 만나요. 우리의 슬픔이 있던 이 자리를 기쁨으로 돌아보면서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쉬게 되겠지요. 바냐 삼촌, 저는 그런 열렬한 소망을 가지고 있답니다.

절대로 스킵되지 않는 우리 삶의 감정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의 작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일절 관람했던 경험이 없는지라 그가 가진 연출의 톤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대사와 공백으로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명감독이라는 걸, 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작품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에서는 대강의 얼개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영화다. 3시간에 가까운 긴 런닝타임(179분)을 지닌 영화지만 1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이 아주 훌륭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 줄거리 결말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TV연기를 하다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간 인물로 매사에 진지하고 함께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내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끄집어낼 줄 아는 인물이다. 그의 아름다운 부인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각본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로 성향이나 성격이 전혀 다른 남편 가후쿠와 공생관계에 가까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의 기나긴 오프닝은 가후쿠와 오토의 섹스씬으로 시작한다. 오토는 남편과 잠자리를 가질 때 마다 '심야 드라마'에 쓰일법한 각본이라며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등학생인 한 소녀가 짝사랑하는 남학생의 집에 몰래 들어가, 탐폰을 두고 온다던지 연필을 집어온다던지 하며 자신만 알 수 있는 흔적을 그 남학생의 집에 남기고 온다는 이야기. 이윽고 자신이 입고있던 속옷마저 벗어 남학생의 방, 그의 옷장 깊숙한 곳에 숨기게 된다. 오토는 섹스를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이런 기묘한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는 나직한 탄성을 지르며 이야기의 결말을 중얼거린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가후쿠는 자신이 연기하고 연출을 맡을 예정인 '바냐 아저씨' 대본을 아내가 나지막하게 녹음한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베이스 삼아, 대사를 연습하고 연극의 대사들을 통째로 외우며 운전을 한다. 두 부부에게 아이는 없다. 딸 하나가 있었는데 4살 즈음 되었을 때 병으로 죽었고 오토는 가후쿠에게 또 다른 아이는 갖지 말자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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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평소와 똑같이 빨간색의 오래된 사브 안에서 아내의 대사에 맞대사를 치다 교통사고가 난 가후쿠는 정밀검사를 통해 왼쪽 눈에 녹내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 다시 얼마 뒤, 해외로 연극 심사위원 출장을 가던 날 일정이 바뀌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 안에서는 아내의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른 남성에게 안겨 자신의 품에서는 보여주지 않던 오토의 헐떡이는 모습을 보게된 것. 상대 불륜남은 얼마전에 아내가 자신의 연극에 데려온 젊은 남자 배우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후쿠는 아내에게 불륜을 질책하지도 않고 조용히 다시 공항 근처의 호텔로 돌아가 해외 일정을 마친다.

일주일 뒤 가후쿠가 집으로 돌아오고 오토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에게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저녁에 대화를 하자고 말하는데 가후쿠는 직감적으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몰라, 그 날은 유독 늦게 귀가한다. 하지만 거실에 쓰러져 있는 아내는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병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 오토의 장례식장에 태연하게 나타나 슬퍼하는 다카츠키를 가후쿠는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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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오프닝이고 2막이 시작된다. 2년뒤, 연출자 자격으로 히로시마에 '바냐 아저씨' 연극을 올리기 위해 도착한 가후쿠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전문 드라이버인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소개받는다. 그저 주인이 나올 때 까지 밖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개처럼 가후쿠를 기다리는 미사키. 그녀는 불필요한 말도. 어떤 표정도 없이 그저 가후쿠의 빨간색 사브를 몰 뿐이다. 이윽고 아시아 전역에서 배우들을 소집한 가후쿠는 수많은 여성 편력으로 소속사에서 퇴출당한 다카츠키를 오디션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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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아저씨'라는 연극의 틀 안에서 중국어와 영어밖에 쓸 줄 모르는 '재니스 창(소냐 위엔)', 연극단의 기획부인 '공윤수(진대연)'의 아내이자 한국어로 된 수어밖에 쓸 줄 모르는 '이유나(박유림)', 한국어로 대사를 읊는 '류종의(안휘태)' 등의 배우들을 모아 자막을 띄우는 스타일의 연극을 준비한다. 전혀 소통되지 않는 것 같은 주요 등장인물들임에도 마치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가 말하는 것 처럼 가후쿠는 다국적 배우들에게 '언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오토라는 매개체로 가후쿠와 엮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인 다카츠키는 의도적으로 가후쿠와 대화할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자신은 오토를 진심으로 동경하고 그녀의 남편인 가후쿠를 질투했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이윽고 미사키가 모는 차 안에서 오토가 들려준 '남학생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오는 여고생' 이야기의 결말도 있다고 가후쿠에게 이야기하는 다카츠키. 여고생이 남학생의 집에 몰래들어갔을 때 빈집을 터는 도둑이 마침 들어왔고 연필로 그의 목을 찔러 죽인 뒤 남학생 집에 있던 CCTV에 대고 '내가 죽였다' 라고 밝히면서 오토의 이야기가 끝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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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부인의 외도를 알고 있다고 여겼던 가후쿠인데 불륜 상대 본인이 직접 등판해, 아내의 오르가슴 때에만 나오던 이야기의 엔딩을 듣게되는 아이러니. 연극의 리허설까지 잘 마치나 싶었지만 다카츠키가 몰래 자신을 찍은 도촬남을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던 혐의로 끌려가자 가후쿠는 결국 다시 본인이 바냐 아저씨 역할을 맡게된다. 그가 자신 대신 다카츠키를 바냐 역할로 골랐던 건 감정의 고조 때문에 더이상 바냐를 연기할 수 없었던 것. 연극에서 중도 하차하게 된 다카츠키 대신 어쩔 수 없이 가후쿠가 바냐를 다시 연기하기 이전에 가쿠후는 자신의 운전기사인 미사키와 머리도 식힐겸 드라이브를 떠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히로시마에서 미사키가 좋아한다는 곳인 폐기물처리장을 다녀오며 미사키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되는 가후쿠. 그녀의 생모는 평생 술에 절어 살며 그녀를 폭행하던 술집 여자였는데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학생 때 부터 운전을 배워 차를 몰아 엄마를 픽업하는 일을 했었다 밝힌다. 어느날 뒷 산이 무너져 엄마와 함께 토사물에 깔렸지만 자신만 살아나와 아직 숨이 붙어있는 엄마를 일부러 구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엄마를 죽인 거라고 읊조리는 미사키. 그 말을 들은 가후쿠 역시 미사키와 함께 그녀의 고향에 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을 미사키에게 털어놓는다. 아내가 사망한 그 날 원래대로 제시간에 집에 귀가 했으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아내의 입에서 불륜 사실이 나올 것만 같아 외면하고 싶었다고.

드라이브 마이 카 해석 - deulaibeu mai ka haeseog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한채 살아왔던 가후쿠와 미사키는 미사키의 고향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어준다. 가후쿠와 오토의 죽은 딸과 나이가 같은 미사키. 미사키 덕분에 짐을 덜 수 있었던 가후쿠는 바냐 연기를 하며 과거처럼 힘들어 하지 않게 되면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또 얼마 뒤, 한국에 가후쿠의 빨간색 사브와 윤수네 레브라도 리트리버를 데리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미사키의 모습이 나온다. 가후쿠가 그녀에게 차를 양도한건지 미사키는 왜 윤수네 개와 함께 한국에 있는지 제대로 묘사되진 않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 등장 내내 무표정했던 미사키의 얼굴에 밝은 미소만 보인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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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함축된 언어로 밖에 쓰여지는 영화적 대사를 한 번쯤 곱씹게 되는 섬세한 작품이다. 아내의 외도로 상처를 받은 남자와 엄마에게 학대당하며 자라, 모든 일에 무신경하게 된 어린 여자.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대충 눈에 보이는 전개와 짤막하게 요약된 주요 플롯들로 대충 퉁치면서 끝날법 했지만 하마쿠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본작은 마치 현실에서도 있을법한 긴 런닝타임으로 인간의 내면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결말을 맞을 때 까지 가후쿠의 감정은 일절 표현되지 않는다. 관객이 '왜 저렇게 무신경하지?'라고 느낄 정도로 일관된 모습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치닫을 때, 사실 가후쿠는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질까 아내의 불륜사실을 회피해 버렸고 남자와의 섹스와 오르가슴으로 인해 시나리오가 떠오른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독려하는 감정으로 외도를 외면한 것이었다고, 자신 스스로 상처를 받기 싫었던 거라며 오열한다. 그의 마음을 열게 만들었던 미사키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 가후쿠는 끝내 바냐 아저씨 연극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연극에서 수어로 이야기하는 바냐의 누나의 딸을 연기한 '이유나'와 비슷하게 자신의 차를 운전하던 어린 미사키로부터 구원을 얻는 가후쿠이다.

우리네 인생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에선 오직 함축적인 시간과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특정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영화 안에서 생략된 배우들의 모든 뒷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경험했거나 영화 등을 통해 간접체험한 것들 덕분에 예측이나 예상을 할 뿐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그 점을 완벽하게 배반하면서 일상을 그리는 것 처럼 드라이브 마이 카를 만들었다. 상당히 긴 런닝타임을 지닌 영화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흡입력과 이율배반적인 관계인 가후쿠-오토-다카츠키 라는 캐릭터들 덕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년 제 74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일군다.

드라이브 마이 카 원작과의 차이

드라이브 마이 카 원작은 앞서 말했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 동명의 작품(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나오는 첫 소설이다)을 베이스로 두고 있다. 거기에 책에 함께 실렸던 '셰에라자드'라는 작품도 믹스하여 오토의 정사씬에 집어넣었다. 원작 소설에서 오토는 이미 네 명의 남자와 불륜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여배우이며 '그 덕에' 자궁암에 걸려 세상을 뜨는 여자이다. 주인공 가후쿠는 원작에서 다카츠키를 일부러 찾아, '어떤 놈인지 얼굴 좀 보자'라는 심정으로 그를 마주한다. '알고보니 그리 대단한 놈은 아니었어' 라고 미사키에게 말하고 미사키는 문득 가후쿠의 나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같다고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결국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의 뉘앙스만 옮긴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나름대로 새로운 서사를 쌓아올린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