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비전 예시 - gieob-ui bijeon yesi

국내 76개 대기업 중 59%만 홈페이지에 비전 명시

미션, 비전, 핵심가치조차 혼용되거나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우 많아…

미션, 비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글로벌’, 핵심가치는 ‘도전’

76개의 기업 중 41개(53.95%) 기업이 미션, 경영이념 등을 명시해 두고 있었으며(그림1), 비전의 경우 전체 기업 중 45개(59.21%)의 기업만이 명시해 두고 있었다.(그림2) 미션, 비전, 핵심가치의 체계를 모두 갖추고 있는 기업은 전체 중 26개(34.21%)에 그쳤다. (그림3)

물론 가치관, 가치체계라는 이름이 붙지 않더라도 기업마다 고유의 경영철학이나 사훈, 경영이념, 경영목표 등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도 모두 가치관의 일종이다. 경영이념은 사명, 경영철학은 핵심가치, 경영목표는 비전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 미션과 비전, 때로는 핵심가치조차 혼용되거나 모호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아래의 사례들처럼 비전이 미션(사명)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여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다.

-      OO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시킨다.

-      OO 그 이상의 가치로 공동의 미래를 창조하는 OOO 파트너

-      풍요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글로벌 OOO

그럼 미션과 비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언급된 키워드는 총 32개로 그 중 ‘글로벌’, ‘세계화’와 같은 키워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행복, 인류사회, 가치, 미래, 최고, 선도 등의 키워드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의 가치관도 유행을 탄다. 정부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 ‘창의, 창조’라는 키워드가 많이 언급될 때는 기업도 같이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치관이 잡히곤 한다. 

사명(미션)은 기업의 가장 큰 가치와 이를 통한 사회공헌을 뜻한다. 빈도수가 높은 키워드들을 비춰봤을 때 현재 기업들이 대체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고객과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글로벌’, ‘인류사회’등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기업의 의지 및 책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미션과 비전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단어의 나열이라는 것은 아쉽다. 좋아 보이는 단어가 구성원들의 가슴 뛰는 꿈을 안겨줄 수 있을까? 여전히 모호하다. ‘글로벌’의 기준이 누군가는 매출일수도 누군가는 고객만족도 일 수도 있을 것인데 과연 ‘구성원들의 일관된 행동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핵심가치 부분을 살펴보자. 각 기업은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가치 부분에 대해 명시해 두고 있었다. 특히 인재상은 따로 정리해 두어 신입 구성원을 뽑을 때 기준으로 활용하고, 또 신입 구성원이 기업의 가치를 확인하여 기업 선택에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기도 했다. 

기업들이 핵심가치에서 좀더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키워드의 언급 빈도 수를 통해 살펴보자.

핵심가치에서 언급된 키워드의 수는 113개였다. 각 기업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키워드가 언급된 경우를 제외하고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를 보면 도전이 25개로 가장 많은 빈도수를 보였다. 열정(17), 고객/사용자(16), 혁신(14), 정직(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고객을 중심에 두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정직’이 많이 언급된 부분도 인상적이다. 구성원 간 뿐 아니라 고객에게 정직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상호신뢰를 굉장히 중요 시 여기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강조되는 키워드(협력, 실행, 성과, 자율, 팀웍, 프로페셔널 등)도 못지 않게 언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히 키워드만 제시한 기업도 있고, 각 가치들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가이드북 형태로 핵심가치에 담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상세한 의미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가치관 표현을 보면서 단순히 키워드로 나열해 둔 미션, 비전, 핵심가치 보다 그 가치관들을 생생한 표현과 구체적인 용어로 정의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한 기업이 훨씬 더 내재화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가장 생동감 넘치는 핵심가치를 정의한 것으로 손꼽히는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고객만족’ ‘최고의 품질’ ‘협업’ ‘존중’과 같은 무채색의 키워드로 나열하지 않고, 읽기만 해도 명확하게 뜻이 전달되며 행동에 옮기는 조직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 살아있는 핵심가치들이다.

A사 

• 고객을 중심으로 행동한다. Customers first

• 최초, 최고를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Be the first and the best

• 열린 마음으로 협업한다. Collaborate with an open mind

•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Respect differences

• 스스로 당당하게 일한다. Act with integrity

O사 

• 너와 내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우리의 가치다

• 나는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야만 한다

• 나는 프로페셔널이다

•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 리더다

• 너의 오너십의 크기가 무대의 크기를 결정한다

• 의사결정 과정은 치열하게, 실행은 일사불란하게

• 나는 절실하다, 처음 그랬던 것처럼 - 나는 더 나은 방식, 더 새로운 기술을 위해 늘 깨어있다

• 이런 우리는 원팀이다

K사 

• Willing to Venture :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Back to Basic : 무슨 일이든 본질만 남기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 Trust to Trust : 나보다 동료의 생각이 더 옳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 Act for Yourself : 스스로 몰입하고 주도적으로 일한다

• Tech for Good : 세상을 선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결국 좋은 가치관은 조직의 정체성과 현황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이 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로 구성된 비전체계는 그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션을 재정립할지, 비전을 새롭게 쓸지, 핵심가치를 리뉴얼할지 결정할 수 있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며 기업의 메인 사업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 미션을, 조직의 미래 방향에 대해 불안감이 팽배하다면 비전을, 조직문화의 구심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면 비전을 중심으로 비전체계를 수립하거나 리뉴얼 해야한다. 그리고, 비전체계를 수립하는 과정에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소통함으로써, 비전 내재화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