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가는 이유 - hokangseu ganeun iyu

300만명 다녀간 고창 상하농원 가봤더니
하늘길 막히자 자연 속 테마파크 인기
직접 키운 식재료로 요리·제조·서비스
송아지 우유 주고 당나귀와 교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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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농원의 자연 속 다목적 호텔 파머스빌리지 전경. 상하농원 제공

최근 농촌에서 여가를 즐기는 ‘팜캉스(farm+바캉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자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장비와 먹거리 등을 모두 챙겨야 하는 등산이나 캠핑 대신 ‘논밭뷰’를 만끽하면서도 손은 가볍게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들이 몰리고 있다.

26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야영장 수(자동차 야영장 포함)는 2,804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말 2,357개보다 총 447개(19.0%)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여행사 수는 2만1,231개로 1,378개(6.1%) 줄었다.

특별한 준비 없이 한적한 농어촌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전국 체험형 테마파크도 인기다. 그중 전북 고창군 상하면 소재 상하농원은 코로나19 이후 30, 40대의 입소문을 타고 방문자가 늘고 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속 상하농원 포스팅 중 35~44세의 비율은 지난해 54%에서 올해 11월 현재 기준 60%를 넘어섰다. 지난 23일 이곳에서 만난 송모(35)씨는 "이제는 굳이 체험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농업과 축산업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어 좋다"며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롭다"고 말했다.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의 경우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9만9173㎡(약 3만 평) 규모의 대지엔 다목적 호텔과 동물 농장, 공방, 먹거리 체험 교실이 있다. 아이들은 송아지 우유 주기,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다양한 동물 교감 낙농 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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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에서 한 아이가 직접 뽑은 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상하농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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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열린 김장 체험 참가자들이 강사의 설명에 따라 김장을 담그고 있다. 상하농원 제공

콘셉트 있는 휴가에 제격, 다양한 ‘체험 요소’

"어릴 적 김장철이면 수육을 삶고 동네 축제처럼 함께 모여 김장을 했는데, 요즘엔 김장문화가 많이 사라졌어요. 김장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고창까지 왔습니다."

주말이면 양평의 농장을 찾는 이지영(58)씨 부부는 서울 잠실에서 4시간을 달려 이 곳에 왔다.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직접 골라 손수 김장을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여럿이 모여 김장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김장 체험 행사를 찾아다닌다"며 "절인배추와 김장양념을 준비해줘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김장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이런 김장문화가 젊은이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하농원 김장 체험 교실엔 이씨 부부처럼 김장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온 소규모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김장을 배우기 위해, 자녀에게 김장 담그는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좋은 재료로 김치를 담그기 위해 서울과 제주 등에서 모였다.

김장 체험에 쓰이는 식재료는 모두 유기농이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베타배추와 알타리, 갓, 당근 등은 모두 이곳에서 재배된다. 양념재료도 모두 고창산이다. 고창 황토에서 자란 햇양파를 사용해 청을 담그고, 구시포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인다. 그 덕분에 지난 10일 진행한 상하농원 김장김치 라이브방송에선 상하농원 당초 예상(120세트)보다 3배가량 많은 300세트가 팔려 72시간 동안 판매 톱5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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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소재 상하농원의 배추밭에서 베타배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상하농원 김치는 이곳에서 기른 베타배추를 절여 담근다. 무와 당근도 직접 수확할 수 있다. 박지연 기자

이 밖에 딸기 모종 심기나 소시지 만들기, 서리태 타작하기, 과일 잼·청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아이를 둔 부모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 이곳에서 기르고 재배한 식재료는 농원 내 식당에서 고객에게 제공된다.

김은지 매일유업 상하농원 총괄이사는 "텃밭 식재료를 식탁으로 가져오는 '팜투테이블'을 비롯해 자연에서 키우고 수확한 재료로 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함으로써 6차산업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차산업은 농·축·수산업(1차산업), 제조업(2차산업), 서비스업(3차산업)이 복합된 산업구조다.

고창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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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30 15:42:39수정 : 2019-05-30 16:10:08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트렌드리포트 2 혼족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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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제공 =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혼자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고객들은 숙면을 위해 간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는 30일 '글래드 트렌드리포트 2 혼족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혼자 어디까지 해봤니'란 주제로 조사한 결과 혼자 호텔 가기를 해본 고객은 숙면의 목적이 35.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수영장·스파·사우나 등 부대시설 이용 목적이 29.1%로 2위를 기록했고, 객실 내 스파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10.4%로 뒤를 이었다.

혼자 호텔 가기를 할 때 꼭 필요한 서비스로는 룸서비스, 스파, 레이트 체크아웃, 조식, 피트니스 센터, 바, 침구류 등과 함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혼술을 위한 룸서비스 등이 꼽혔다.

혼자 있을 때 가장 필요한 제품이나 상품에는 스마트폰, 이어폰이나 에어팟, 노트북, 음악, 책, 와이파이, 호텔 숙박권, 자신감, 셀카봉 또는 삼각대, 카메라 등과 함께 넷플릭스, 호신기기란 응답이 많았다.

혼자 놀 때 적당한 비용으로는 3~5만원이 42.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6~10만원 28.1% ▲10~15만원 13.7% ▲1~2만원이 6.4% ▲20만원 이상 5.3%로 조사됐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9일까지 약 3주 동안 진행한 서베이 이벤트에는 총 1617명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고객은 여성이 72%, 남성이 28%의 비율로 나타났다.

글래드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글래드 호텔에서도 혼족을 위한 1인 패키지, 뷔페 레스토랑에서 1인 테이블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혼족 관련 이번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며 "호캉스, 혼족에 이어 앞으로도 숙면, 제주 호캉스, 레스토랑&바 등 사회 전반의 다양한 트렌드를 주제로 한 설문 조사 및 분석 발표를 분기별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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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가는 이유 - hokangseu ganeun iyu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인의 '호캉스' 문화를 재미있게 담은 인터넷 글귀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호캉스는 호텔에서 쉬는 게 아니라 바쁘게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타듯이 호텔의 시설을 부지런히 체험하는 것이고, 휴식은 호텔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취하는 거란 내용입니다.

이 콘텐츠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호캉스도 한국화하는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아주 열정적으로 체험 하는 거죠. 콘텐츠 제작자가 잘 담았듯이, 예전 테마파크를 체험하듯 우리는 호텔을 신기한 눈으로 보며 체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드는 다른 하나는 우리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특급호텔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겁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특급호텔 1박이 30만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루 자는 데 30만원을 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두도 못낼 돈이었죠.

그때보다 호텔 1박 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았고, 우리 소득수준은 '큰 맘 먹으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과거 테마파크는 어쩌다 한 번 밤잠 설치며 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 인기가 시들해졌고, 이제는 특급호텔이 그런 대상이 된 것이죠.

국내 특급호텔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단연 코로나19인듯 합니다. 소비자와 호텔 양쪽 다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은 과거 해외여행에 들 비행기 값으로 호캉스의 급을 높였고, 해외 비즈니스 수요를 잃어버린 호텔들은 그 자리를 내국인 호캉스족들로 채웠습니다. 덕분에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특급호텔이 크게 대중화됐습니다. 특급호텔들도 코로나19 때문에 내국인들을 위한 패키지를 많이 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차 방한하는 외국인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부족하나마 내국인들이 해주는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은 호텔 직원들도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하네요. 우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관광보다는 비즈니스차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바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호텔의 손이 덜 가는 것은 장점입니다. 조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반면 내국인들은 호캉스차 놀러온 것이니 180도 다릅니다. 조식 뷔페가 오전 10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면, 아침 일찍 찾아 문을 닫을 때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본 호텔들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호캉스족이죠.

현재의 테마파크가 그리 특별한 곳이 아니게 된 것처럼, 특급호텔도 지금의 과정을 거쳐 언젠간 그저 일상화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흔히 말하는 '경제 성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박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