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폐기물 처리비용 - hwangyeongbu pyegimul cheolibiyong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여덟 번째 순서는 사용한 폐기물을 재사용 또는 재생이용 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입니다. [편집자 주]

환경부 폐기물 처리비용 - hwangyeongbu pyegimul cheolibiyong

사람들은 자원을 활용해 여러 제품을 만들고 그걸 전 세계로 유통한다. 품질을 잘 유지하고 구매욕을 자극하도록 예쁘게 포장도 한다. 소비자들은 그걸 사서 포장을 뜯고 저마다의 용도에 따라 사용한 다음 수명을 다하면 버린다. 쓸모가 남았는데 버려지는 것들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의도하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인류는 지구의 자연을 훼손하고 자원을 낭비한다. 그렇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으나 인류 전체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자원을 활용해 여러 제품을 만들고 그걸 전 세계로 유통한다. 품질을 잘 유지하고 구매욕을 자극하도록 예쁘게 포장도 한다. 소비자들은 그걸 사서 포장을 뜯고 저마다의 용도에 따라 사용한 다음 수명을 다하면 버린다. 쓸모가 남았는데 버려지는 것들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재료와 물, 그리고 에너지 등 여러 자원이 필요하다. 그 자원을 공장으로 끌어오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많은 것을 사용하고 또 버린다. 그렇게 만들고 팔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또 버리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함께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갈까.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거나, 아니면 재활용한다. 무작정 태우거나 땅에 묻으려면 환경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그걸 잘 처리해 재활용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 왔다. 그 재활용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자원순환’이다. 그러면 자원순환은 왜 해야 하고, 어떻게 이뤄지며, 어느 정도의 경제효과가 있을까? 환경부 등의 자료를 중심으로 따져보자.

◇ 발생부터 줄여라...폐기물을 보는 새로운 시선

환경부는 공식 사이트 ‘환경용어사전’ 메뉴를 통해 ‘자원순환 사회’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reduce)하고,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사용(reuse) 또는 재생이용(recovery)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폐기물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처리하는 등 자원의 순환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이용·관리하는 사회”를 말한다. 자원순환의 개념을 함께 설명하는 단어다.

환경부는 “기존 사회가 발생한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자원순환사회는 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만들고 사용하고 버려지는 제품의 생애주기와 그 이후의 과정까지를 하나의 큰 구조로 보고 전체적인 순환 시스템을 다룬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

환경용어사전에서는 ‘자원순환형 폐기물 처리’라는 용어로도 이 개념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단순 매립 위주에서 재활용되고 단순 재활용되던 폐기물이 에너지화되어 자원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폐기물처리”를 말한다. 쓰레기 종량제, 재활용정책, 폐자원에너지화 정책에 따라 폐기물처리구조 이뤄지는데, 단순한 매립과 처리뿐만 아니라 에너지화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자원순환기본법’도 있다. 2016년 5월 제정 공포됐고 2018년 1월 발효됐다. 이 법은 자원을 폐기해버리는 매립이나 단순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주요 내용은 '자원순환성과관리제', '폐기물처분부담금제', '순환자원 인정제', '자원순환기반 구축' 등이다.

환경부 폐기물 처리비용 - hwangyeongbu pyegimul cheolibiyong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15조원 필요하며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100개를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자원순환 실천 플랫폼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련 동영상. (자원순환 실천 플랫폼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폐기물 처리하는데 연간 15조원

환경부는 ‘자원순환 실천 플랫폼’ 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더욱 자세히 설명한다. 이 플랫폼에 따르면 자원순환은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사용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사용 또는 재생이용 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폐기물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바른 분리배출울 통해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양을 줄이고 순환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취지다.

자원순환 실천은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Reduce, 다시 사용하는 Reuse, 올바르게 재활용하는 Recycle,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너지로 만드는 Recovery다.

환경부는 이 사이트를 통해 “자원순환을 위한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라고 밝혔다. 제품 디자인과 생산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인 폐기물 감소를 고민하고, 친환경 소비로 폐기물 발생을 줄이며 수집과 선별 과정에서는 정부·지자체가 함께 최적의 처리 방법으로 관리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자원의 끊임없는 재생을 위해 재활용 산업을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원순환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다. 환경부는 해당 홈페이지 첫 화면 영상에서 국내 폐기물 규모를 63빌딩 1,400개 높이와 비교했다. 그러면서 “하루 약 45만톤, 연간 1억 6,283만톤의 폐기물이 쌓인다”고 안내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15조원 필요하며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100개를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도 설명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에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재활용 폐기물이 급증했고 플라스틱 폐기물과 폐비닐 등이 늘었다. 환경부는 “(재활용품인줄 알고) 무심코 버린 것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다시 쓰레기로 버려진다”라고 언급하면서 “자원순환이 지구를 위한 실천이지만 사실은 우리를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 남긴 음식 처리하는데만 연간 2조원

쌓여가는 폐기물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쓰레기산이 235곳이고 불법 폐기물은 120만 톤에 달한다. 이는 25톤 화물트럭 4만 8000대 분량이다. 그러나 폐기물은 갈 곳이 없다. 앞으로 4년 내 만료되는 폐기물 매립장이 전체 매립장의 30%에 달하며 국내 산업단지 80%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74개소 중 59개소)

일회용품도 문제다. 국내 일회용품 사용량은 2018년 기준 294억개로 2009년(191억개)에 비해 100억개 이상 늘었다.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8년 기준 255억개로 2009년(176억개)보다 약 80억개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더 늘었다. 환경부는 2022년까지 종이컵과 일회용컵 사용량은 29억개 줄이고 비닐봉투 사용량 200억개를 줄이는게 목표다. 이중포장재가 없는 상품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은 80% 수준이다. 하지만 고품질 재활용은 10%에 불과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사용된 플라스틱은 선별·가공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분리배출 및 수거 단계에서 오염 등으로 대부분 저급으로 재활용하거나 또는 재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재활용시장이 주로 저급으로 구성되면서 장섬유(의류) 등 생산을 위해서는 고품질 재생원료(폐페트병)가 필요해 연간 2만톤의 폐페트병을 수입해왔다.

1인가구 증가와 외식문화 확산 등으로 음식물쓰레기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2015년 기준 1만 4,220톤이던 음식물쓰레기는 이후 2018년까지 매년(14,389→14,400→14,477)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 수거·처리를 위해 연간 2조원이 소요된다.

환경부는 자원순환 실천 플랫폼이 정부와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 일반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실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자원순환 문제를 제시하고 모두가 자원순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 정확히 구분해 버리고, 재활용 고려한 생산 필요

자원순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뭘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해야 할 일은 ‘버릴 것과 재활용할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홍수열 소장은 “생산되는 제품 종류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는데 분리배출에 대한 관리는 느슨해진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재활용품과 섞여 배출되는 양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인터뷰 당시 홍 소장은 “우리는 ‘얼마나 많이 분리 배출하느냐’에 몰두하면서 양에만 집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은 높은데, 반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분리배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눈을 감거나 잘 모르고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흐려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그는 소비자들에게 실천을 촉구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기업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쓰레기가 되는 이후 과정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소장은 “기업이 물건을 잘못 만들면 그 이후에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가 되는 과정까지를 고려한 제품 설계를 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실천 구호만 외치면 안 되고 시스템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그 속에서 소비자 실천이 강조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자원이 순환한다는 건, 버려진 이후 재활용해 다시 쓰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유통한 다음, 소비하고 모두 사용해 버리는 과정, 그리고 버려진 것들을 다시 모아 선별하고 처리해서 자원화하고 재사용하는 과정까지가 모두 ‘자원순환’의 범위 안에 있다. 사용하고 버려지는 과정 모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환경·경제 효과를 함께 누리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