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직원 퇴사 - il jalhaneun jig-won toesa

이 아티클은 <요즘 일잘러와 HR> 시리즈의 2화입니다.

“팀장님, 제가 퇴사한다고 하면 잡으실 거예요?”
“안 잡겠다면 그 이유가 뭔지, 또 잡고 싶다면 왜 인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3년 차 팀원. 면접 볼 때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이제 팀장을 테스트하며 자신의 존재감이 어떤지 오히려 면접 때 받았던 것보다 더 강력한 질문으로 팀장을 압박한다. 요즘 MZ세대가 점심을 먹으며 팀장과 나누는 대화이다.

ⓒ 셔터스톡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직원 중에 퇴사를 한다고 하면 꼭 잡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 걸음 더 나가보자.

'만약 내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때 꼭 같이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먼저 직원이 사직서를 내밀 때 꼭 잡아야 하는 사람은 내부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이직할 때 같이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은 내부 경쟁력뿐만 아니라 외부 경쟁력까지 갖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나의 동료이다. 그런데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은 커리어 개발과 성장을 위해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 신문이나 포털에 자주 나오는 기업, 심지어 점심이 맛있는 기업으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처럼 이동을 한다.

별다방에서 라떼만 좋아하는 리더가 젊었을 때, 회사에서 요구하는 최고의 경쟁력은 인내와 성실이었다.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오고 과장만 되어도 결재 권한이 있어 헛기침을 할 수 있는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대가 변했다. 메타버스로 회의를 하는 MZ세대가 중심이 됐으며, 점심 때 과감히 질문을 던지며 답변이 시원치 않으면 사직을 예고하는 시대가 됐다. 이 직원들을 꼭 잡아야 하는가?

연봉 20% 올려서 가는 팀원을 붙잡을 수 있을까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이를 잃은 산모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이다.

이 말은 좋은 팀원을 다른 회사에 뺏긴 리더에게 위로의 말이 되기도 하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한 직원이 떠나가며 “죄송합니다. 갑자기 좋은 조건을 제안 받아서요....”라는 말을 들은 리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조건에는 보상이 빠질 수 없으며 지금 받는 연봉의 최소 20%를 올려서 간다는 팀원을 리더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또한, 젊은 직원의 이직 사유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성장이다. 매년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제는 더이상 못 참겠다고 한다. 성장은 배움이 전제가 된다. ‘70:20:10’ 학습 모델 법칙에서 배움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데 70%는 도전적인 과제를 통해서(Challenging Assignment), 20%는 상호작용을 통해서(Developmental Relationship) 나머지 10%는 교육과 훈련(Coursework and Training)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 배움이 이뤄지는 방법의 70%가 도전적인 과제이다. 회사에서는 정해진 일이 있고 리더가 그 일을 마음대로 조정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특히, 지원 조직은 운영 업무가 대부분이고 과제화 할 수 없는 정형화된 업무가 다수다.

또한, 20%인 상호작용을 하며 배우고 싶은 동료가 회사에 없다. 재택근무를 하며 화상으로 인사하는 정도다.
회사는 나머지 10%에 집중하여 성장과 유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셔터스톡 

우리 팀 에이스가 갑자기 떠날 것을 대비해 리더가 할 일

첫째, 무엇보다 리더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공석이 발생하면 리더가 그 업무를 대신하거나 해결해야 할 전략과 방법이 준비되어야 한다. 인사 직무를 예를 들면, 보상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서 급여 담당자가 한 명이며 그 사람이 없으면 직원의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채용도 담당자 퇴사 시 합격자를 발표 못 하는 웃픈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리더가 급여와 채용 시스템을 운영할 줄 알면 다행이다. 다만, 방법을 모른다면 매뉴얼이라도 미리 준비해서 순서대로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급여가 지급되고 합격자 발표를 할 수 있다.

둘째, 백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저 직원이 나가면 저 일은 누가 하지?”라는 가정 하에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인력의 여유가 있는 큰 조직은 사수와 부사수 개념을 두고 일을 진행한다. 물론 이런 개념 뒤에는 부작용이 있다. 사수의 그림자로만 있어야 하는 부사수의 아픔이 그것이며 그 부사수가 MZ세대일 때는 더욱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성공 요소 중 ‘싱글 스레드(Single-threaded) 리더십'이라는 개념을 보면 이런 사수/부사수 개념에 더욱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란 한 사람에게 여러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주요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업무가 부여되면 소통이 안 되고 오히려 업무 처리 속도 측면에서 느려져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런 제도를 회사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온전히 한 사람에게만 핵심 업무를 맡겼는데 퇴사를 해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작은 조직일수록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난처해진다. 그래서 하나의 업무에 대해 두 명 이상의 인원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장이 수행하는 업무에 신입사원을 부사수로 매칭하면 일단 10년 차는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가르치면서 배울 수 있는 면과 역 멘토링을 통해 신입사원의 사고와 업무 처리 방식을 배울 수도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내 뒤를 봐주는 사람을 키우는 것, 리더가 우선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다.

셋째, 업무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일을 통한 과정과 결과가 개인이 아니라 회사 내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쌓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 공유 툴인 트렐로(Trello)나 스윗(Swit)을 사용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른 사람과 협업하며 나눈 대화까지 저장과 확인이 가능하며 내부 시스템 내에서 의사결정까지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사용성이 좋다. 또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협력사와의 소통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톡이나 이메일, 구두로 주고받은 대화는 직원의 퇴사와 동시에 사라진다. 영업직무의 경우 담당자가 퇴사하면 고객사 연락처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에 대비하기 위해 사소하지만 매뉴얼을 만들고 누가 보더라도 이 일이 돌아갈 수 있게 업무 인계 파일을 만들어 놔야 한다. 이런 시스템화가 되기 위해서는 업무의 세분화와 규격화가 필요하다. 또한, 직원이 하는 일에 대한 자유와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스템화가 이뤄질 수 있다. 회의를 마치고 나갔을 때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면 나가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내가 하는 일의 시작과 끝, 결과를 알고 일을 해야 한다.

넷째, 업무 순환이다. 
업무 순환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업무 백업 체계도 구축되며 업무를 통한 개인의 성장에도 기여해 이직을 막을 수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3~5년 정도 같은 일을 했으면 업무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모가 큰 회사는 주요 포지션 승계 계획이 마련되어 있으며 업무 역할이 잘게 쪼개져 직무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고 있어 업무 순환이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업무 순환의 기회는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다양한 성장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 직원들은 고성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인력의 자연스러운 순환도 이뤄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셔터스톡 

지금 우리가 시작할 것과 멈춰야 할 것

이제 회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비대면이 일상이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인력 유지 프로그램은 더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최근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주목을 받고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연주자를 수시로 구해 파트타임을 공연했던 긱(gig)에서 유래한 말로 일시적인 일을 뜻한다. 즉, 프리랜서처럼 일정한 소속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비정규 근로형태가 확산하는 경제 현상을 가르키는 말이다. 회사는 직접고용을 하면 생기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프리랜서 직원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트렌드가 됐다. 이때 회사는 핵심 업무가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아웃소싱이나 프리랜서로 대체하여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긱 경제를 등에 업은 몸짓이 가벼운 공룡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회사는 핵심 업무에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역량이 부족한 직원을 선발하여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사 제도를 고민하고 실행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끊임 없이 소모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시작해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이 명확하다.

ⓒ 셔터스톡 

사람은 떠나도 일은 남는다

끝으로 리더는 조직을 스포츠팀처럼 운영해야 한다. 축구를 보면 각자의 포지션이 있고 역할과 성과에 따라 연봉을 지급 받는다.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벤치에서 대기하기도 해야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 고액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계약 기간이 끝난 선수는 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하던가 더 좋은 구단에 스카웃 된다. 철저히 성과와 보상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다. 선수가 빠질 것을 예상하고 후보 선수와 대체 선수를 양성하며 다양한 전술로 포지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보상에 따라 사람은 떠나지만 포지션은 남기 때문이다. 그 포지션을 어떻게 채울까를 고민하고 다시 운영 전략을 짜는 것은 온전히 리더의 몫이다.

"지금 우리 조직은 준비되어 있는가?"

▶ <요즘 일잘러와 HR>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손성길 슈피겐코리아
이 글을 쓰신 손성길 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회사 성장 단계에 따라 인사전략과 운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현재 필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에 대해서 꾸준한 관심을 갖고 감독보다는 코치가 되기 위해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