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판기 발달 이유 - ilbon japangi baldal iyu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거리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자동판매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판매기에 이끌려서 나도 모르게 음료수를 뽑아버린 경험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일일 것입니다. 2018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일본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판매기 개수는 293만 7,800대에 이르러, 세계에서도 톱클래스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총인구수가 1억 2,600만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 국민 43명당 1대 비율로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연간 총매출 금액도 4조 7,360억 엔에 달할 정도로 그 시장 규모는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 회사들의 연간 매출액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이토록 일본인의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자동판매기는 애초에 왜 이렇게까지 많이 보급되었을까요? 그것에는 일본인들도 좀처럼 알지 못하는 다섯 가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이 비밀들을 자세히 파헤쳐 보면 일본의 경제 활동 특유의 역사와 문화가 자동판매기 보급에 커다랗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Keisuke Tsunekawa

May 01 2020 (May 07 2020)

1. 일본의 '뛰어난 치안'이 자동판매기 보급률과 관계있을까?

상품의 구입・결제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자동판매기 내부에는 이용자가 지불한 현금이 일정 기간 보관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의 현금이 쌓이는 구조의 자동판매기가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면 당연히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울 것입니다. 사실 전세계에서 자동판매기와 관련된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어느 나라에서건 절도 범죄가 끊이질 않으며, 설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철창으로 자동판매기를 둘러싸는 등, 범죄 대책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즉, 자동판매기가 안정적으로 설치・운영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치안 상태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여성이 밤길을 혼자서 걷는다거나 전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무릎 위에 놓고 잠든다거나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안정된 치안을 가진 나라'로 알려진 일본은, 자동판매기가 설치되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일본의 자동판매기 보급률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동판매기가 파괴되는 등의 범죄 행위는 일본에도 존재하지만 그 숫자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2. 매일 바쁘게 일하는 일본인들은 음료를 구입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동판매기를 이용한다?

일본에 자동판매기가 많이 보급된 이유 중 하나로, 바쁘게 일하는 일본인들의 급한 소비 패턴을 상품 구입에 걸리는 시간이 짧은 자동판매기가 충족시키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판매기의 설치 대수가 특히 많은 도쿄도와 아이치현 등의 지역에서는 공통된 특징을 볼 수 있는데요, 두 곳 다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제 도시임과 동시에, 도쿄・나고야(아이치현) 모두 회사원의 잔업 시간 하루 평균치가 일본 전국에서 두드러지게 긴 지역이기도 합니다. 즉, 바쁘게 일하는 회사원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동판매기 보급률도 함께 늘어난다는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회사원의 노동 시간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세계의 각종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 'GLOBAL NOTE'의 국가별 노동 시간 순위를 참조하면 일본의 경우 22위로 나타납니다. 숫자만 보자면 일본보다 훨씬 길게 일하는 나라는 적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서도 노동 생산성의 저조함이 지적되는 일본에서는 잔업이 있더라도 '고정 잔업 수당 제도'에 의해 일정 시간을 넘기기 전까지는 잔업 수당이 지급되지 않거나, 오랜 시간 잔업을 했더라도 일정 시간을 넘긴 만큼의 잔업 시간은 인정되지 않거나, 또 애초에 노동 시간에 합산되지 않는 '시간 외 노동'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등, 실제 수치에 반영되지 않는 초과 노동에 의해 생산성의 저조를 보충하려고 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존재합니다. 이것을 감안한다면 일본 회사원들의 실질적인 노동 시간은 숫자로 나타난 세계 22위라는 수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 분명하며,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톱클래스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듯 많은 노동량을 부담하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고 있는 일본의 회사원들은 음료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들르거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줄을 서는 것을 피해 '상품 구입에 시간이 그다지 들지 않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는 케이스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자동판매기가 많이 보급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자동판매기는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 부수입 수단으로 설치하는 사람들도 존재

자동판매기의 보급에는 자동판매기를 통해 판로의 확대를 꾀하는 자동판매기 제조사 각사의 전략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자동판매기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는 자동판매기의 설치를 희망하는 점포 측이 한대에 수백만 엔이나 하는 자동판매기를 통째로 구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설치 점포 측의 부담이 너무가 컸기에 과거의 일본은 지금만큼 자동판매기가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판매기 제조사들은 무상으로 자동판매기를 임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자동판매기의 설치 대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국 각지에 설치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자동판매기를 설치・도입하고 싶은 경우에는 자동판매기 제조사에 연락하여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설치 후에도 상품의 보충이나 대금 회수 등 보수・점검 작업 등을 자동판매기 제조사가 대행해주며, 매출의 수십%의 수수료가 설치자의 수입으로 돌아갑니다. 특별한 자격도 필요 없고 누구나 손쉽게 자동판매기를 설치하여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는 까닭에 샐러리맨의 부업 수단으로써 자동판매기의 보급이 늘어난 측면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자동판매기의 설치・도입에 필요한 허들이 현저하게 낮아진 점', '부업의 수단으로 자동판매기가 주목받은 점' 등의 배경이 맞닿아 자동판매기 설치 대수는 어느 일정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본의 전국 구석구석까지 설치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자동판매기 관리를 책임지는 숨은 일꾼들

자동판매기가 널리 보급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동판매기의 관리・운영체제를 들 수 있습니다. 자동판매기 보급률 증가와 더불어 빈 캔 등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경우가 늘어나 거리 경관을 해칠 우려 또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 방법으로 관리를 실시하여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모든 것은 사실 자동판매기 설치 회사의 관리 체제에 달려 있습니다. 예로써, 자동판매기 설치 회사는 자동판매기 옆에 쓰레기통을 함께 비치하고, 정기적으로 쓰레기 수거 및 자동판매기 내부의 상품 보충을 하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과 보수를 실시하는 등 언제나 안정적이고 위생적으로 자동판매기가 운영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동판매기를 관리하는 회사의 보이지 않는 수고에 의해 일본에 자동판매기가 성공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5. 100엔짜리 동전 하나면 대부분의 자판기에서 음료를 구입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자동판매기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저렴함도 자동판매기 보급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특히 일본에 소비세가 도입되기 전인 1989년 이전에는 캔음료 1캔을 100엔으로 구입 가능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100엔이라는 딱 떨어지는 가격 설정과 동전 하나로 구입 가능한 간편함 덕택에 자동판매기 보급이 활성화되었던 것이겠지요.

*2020년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숫자는 결코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진처럼 여전히 100엔 이하로 음료를 구입 가능한 자동판매기가 존재합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 자동판매기의 이용자 수는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거듭되는 소비세 증세에 의해 취급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여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간편함이 무색해졌기 때문인 것이 거론됩니다. 소비세 10% 시대인 현재, 자동판매기의 주 취급 상품 가격은 185ml 사이즈의 캔음료가 1캔에 130엔, 490ml~600ml 사이즈 페트병이 한 병에 160엔 정도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최근 점차 일본인들의 결제 방식이 현금으로부터 전자 결제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으며 자동판매기에서도 전자 지불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서서히 이용자 수가 회복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역시 자동판매기의 인기 비결이 자동판매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계산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수고가 줄어드는 이른바 비대면 결제'라는 간편함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록> 자동판매기 이용법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는 순서는 결제 수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에는 먼저 투입구에 현금을 투입합니다. 사용 가능한 권종은 1,000엔 지폐를 포함해 500엔, 100엔, 50엔, 10엔짜리 주화입니다. 1엔짜리나 5엔짜리는 사용할 수 없으며, 1,000엔 이외의 지폐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금을 투입했으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합니다. 상품 구입에 필요한 금액 이상이 투입되어 있다면 상품 선택 버튼을 누르는 시점에 결제가 완료됩니다. 상품 수취구에서 선택한 상품을 꺼내면 되고, 거스름돈이 있는 경우에는 반환구에서 잔돈이 배출됩니다. 한편 전자 화폐에 의한 결제의 경우, 먼저 상품 선택 버튼을 누릅니다. 선택한 상품 버튼이 빛나면 자동판매기의 동전 투입구 옆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 결제 단말에 교통 IC카드 등의 전자 화폐를 갖다 댑니다. 자동판매기에서 '삐빗'하는 소리가 들리면 결제 완료. 상품 수취구에서 선택한 상품이 나오므로 꺼내시면 됩니다.

또한, 자동판매기 취급 상품에는 파란색 표시 또는 파란 글자로 'つめたい(차가운)'이라는 문자나 빨간색 표시 또는 빨간 글자로 'あたたかい(따뜻한)'이라는 문자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취급 상품의 온도를 나타내는 기호와 색 구분으로, 파란색이 차가운 음료, 빨간색이 따뜻한 음료라는 뜻입니다.

일본을 방문하셨다면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를 구입해 보세요

일본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동판매기이지만, 그 취급 상품은 제각각 다양합니다. 자동판매기가 취급하는 상품 중에는 음료수나 커피, 유산균음료, 물, 차, 술, 담배, 아이스크림, 과자, 컵라면, 과자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자동판매기 한정 상품이나 한정 사이즈도 존재합니다.
일본을 방문하셔서 자동판매기를 발견하셨다면,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구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국에서도 판매되는 종류의 음료를 구입해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고,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종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관광시 남은 잔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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