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과 반작용 어떻게 하면 더 멀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 jag-yong-gwa banjag-yong eotteohge hamyeon deo meol-eojiji anh-eul su iss-eulkka

2020 도쿄 올림픽이 8월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 19 팬데믹 여파로 개최시기가 미뤄지고 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참가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투혼은 여느 올림픽과 다름이 없었다. 올림픽을 통해 걸출한 스타들이 배출되면서 새로운 기록들도 많이 쓰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은퇴한 남자 육상 단거리에서는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빈자리를 채웠다. 이탈리아 마르셀 라몬트 제이콥스는 지난 1일 열린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0으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6일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도 37초50의 기록으로 이탈리아팀이 우승하는 데 일조해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육상 단거리에서는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프슨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100m와 200m를 동시 석권하는 ‘더블더블’에 성공했다. 톰프슨은 31일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미국의 그리피스 조이너가 88 서울 올림픽에서 세운 기록을 33년 만에 단축한 10초61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후, 3일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는 21초5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6일 육상 여자 400m 계주에서도 41초02 기록으로 자메이카팀 우승을 이끌어 3관왕에 올랐다.

가장 짧지만 가장 격렬한 스포츠

육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이다. 다양한 육상 종목 가운데 단거리 달리기는 가장 빠른 스프린터를 가리는 경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육상 100m 달리기’는 육상의 꽃이라 불리며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가해 폭발적으로 질주하며 100분의 1초 차이로 가려지는 숨 막히는 승부가 단연 압권이다.

현재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은 남자의 경우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세운 9초58이다. 볼트 은퇴 이후에는 9초7의 벽도 허물지 못하고 있어서 당분간 볼트의 세계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100m 달리기 여자 세계기록은 남자보다 더 난공불락의 벽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미국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1988년 세운 10초49이다. 조이너 이후 지난 33년간 10초5대 기록도 나오지 않고 있다.

100m 달리기에서는 단 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경기 중 행하는 모든 동작은 스피드 단 하나를 목표로 한다. 질주할 때 팔 동작에 방해가 되고 공기저항을 불러올 수 있어서 선수들은 호흡조차 포기한다. 경기시간은 불과 10초 내외로 스포츠 중에서 가장 짧지만, 몸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가장 격렬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이 선수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가히 폭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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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단거리 최초로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100m와 200m를 동시 석권한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프슨(오른쪽). ⓒ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https://olympics.com/tokyo-2020)

100m 달리기는 빠른 운동신경, 파워 있는 근력, 경쾌한 리듬감과 탄력 있는 근육 소유자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100m 달리기 선수는 400m나 중장거리 선수와 겉모습부터 차이가 나는데, 몸통이 훨씬 두껍고 어깨너비가 넓으며 근육이 잘 발달해 있다. 빠른 속도로 좌우 다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신장은 175cm에서 185cm 사이가 적당하고 다리길이가 길지 않은 선수가 유리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196cm의 장신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 등장 이후 육상 단거리 선수의 신체조건은 좀더 유연해지는 상황이다.

100m 달리기 경기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과 폭발적인 ‘가속질주’ 구간, 최고 속도로 ‘전력질주’ 후 마지막 ‘피니쉬’까지 크게 4개의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국면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러닝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출발 후 폭발적인 가속의 비결

100m 달리기에서 ‘출발’은 경기의 승패와 기록을 결정짓는 단초가 된다. 출발은 온몸을 잔뜩 웅크린 후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출발신호와 함께 마치 캥거루처럼 발을 쭉 뻗으며 출발하는 ‘크라우칭 스타트(Crouching Start)’를 사용한다. 서서 출발하면 아무리 발을 세게 뒤로 밀어내어도 힘의 일부가 수직 방향으로 흩어져 효율이 떨어진다.

육상 단거리 경기에서는 출발을 돕기 위해 ‘스타팅 블록(Starting Block)’을 사용한다. 스타팅 블록은 출발할 때 강하게 디딜 수 있는 발받침 2개가 달려있는 장치다. 뉴턴 운동 제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선수가 스타팅 블록을 미는 순간, 반작용으로 스타팅 블록도 선수를 밀어 폭발적인 출발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스타팅 블록에서 양발 사이의 간격을 줄인 번치 스타트(Bunch Start)를 사용한다. 번치 스타트는 두 발이 모여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만 신호에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출발법이다. 반면 키가 큰 선수들은 두 발 사이의 간격을 멀게 한 일롱게이트 스타트(Elongated Start)를 사용한다. 반응 측면에서 불리하지만 양발이 누르는 시간이 길어 블록에 강한 킥으로 파워를 낼 수 있다. 이 둘의 중간인 미디엄 스타트(Medium Start)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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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과 동시에 팔을 크게 흔들면서 다리로 강하게 지면을 차 가속을 한다. ⓒ University of Bath

출발 후에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가속질주’가 필요하다. 선수들은 출발선으로부터 15m에서 20m 이내 거리에서 급가속하는데,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지면을 강하게 찬만큼의 추진력을 얻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100m 달리기 기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가 가속 국면이기 때문에, 출발 후 최단 시간 내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속할 때 땅을 차는 힘을 크게 하려면 팔, 다리, 상체의 효율적인 동작이 중요하다. 상체가 세워지면 더 강력한 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기울어진 전경 자세를 유지한다. 팔은 어깨를 축으로 큰 동작을 취함으로써 다리가 강한 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대 가속을 위해서는 하지의 균형적 발달이 필요한데, 연구에 따르면 굴근(구부리는 근육)보다 신전근(펼치는 근육)의 발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거침없는 질주와 화룡정점의 피니쉬

가속질주를 통해 최고 속도에 다다르면 서서히 상체를 세우고 보폭이 일정해지면서 ‘전력질주’ 자세로 변한다. 가속질주 이후 약 70m 정도의 구간을 전력질주 하는데, 최고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달리는 게 관건이다. 선수들은 달릴 때 발뒤꿈치는 거의 쓰지 않고 발가락 부분이 땅에 닿는 순간의 추진력으로 전진하며, 최고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마치 바퀴가 굴러가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전력질주할 때 선수들의 스피드는 보폭(Step Length)과 보폭횟수(Step Frequency)에 의해 결정된다. 인체의 근신경계 기능적 한계상 보폭횟수가 최대 상태에 근접하면 더 빠르게 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결국 보폭을 넓히는 게 더 중요하게 된다. 실제 경기에서도 상대선수를 추월할 때 핏치보다는 보폭을 넓혀서 추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우 보통 100m를 주파할 때 2m20cm 내외의 보폭으로 43번에서 44번의 걸음으로 뛴다. 우사인 볼트가 세계기록을 세울 때는 100m를 41걸음, 2m43cm의 보폭으로 9초58만에 달렸다. 일반적인 선수보다 보폭이 무려 20cm 정도 크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인데, 보폭횟수를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보폭을 크게 하는 것이 100m 기록 단축에 중요한 성공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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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이탈리아팀이 영국팀에 0.01초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 BBC

결승선을 통과하는 ‘피니쉬’ 단계에서는 골인 직전 상체를 순간적으로 앞으로 굽히는 딥 피니쉬(Dip Finish) 방법을 사용한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방법은 0.01초 단위로 기록을 겨룰 때 매우 유용한데, 실제 올림픽 결선에서 다리 위치는 다른 선수들보다 약간 뒤에 있었으나 상체를 숙여 몸통이 먼저 통과해 금메달을 차지한 경우도 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육안으로 순위의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1초에 1만 장씩 촬영하여 최대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판독해 순위를 결정한다.

육상 100m 기록이 향후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을지는 과학자는 물론 대중의 관심사이다. 2012년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연구진은 1991년 이후 정상급 남자 단거리 선수 1,034명의 최고 기록을 수학적·통계적 모델로 분석해 조합한 결과 현재 수준에서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100m 기록은 9초36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ESPN에서는 향후 50년 후 세계인구가 100억으로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특별한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가 탄생하고, 특수신발 등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초속 2m의 뒷바람과 해발 1,000m 고도(두 조건을 상회하면 비공인 기록이 된다) 등 환경적으로도 최대 도움을 받을 때 100m 레이스의 인간한계는 8초99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록 시간은 더딜지라도 세계기록을 넘어서기 위한 인간 탄환들의 흥미로운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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