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과 현실 - jeongchioegyohaggwa hyeonsil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외과에서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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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바이든이 이길 거 예상함?
이번 대선 누가 될 것 같음?
야당은 뭐고 여당은 뭐야?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실제 정외과에서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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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엥겔스를 비롯한 온갖 정치철학
온갖 혁명을 곁들인 세계사
온갖 종류의 민주주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외학부생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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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정치이슈와 사회문제에 대해 줏대있고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음

실제 정외학부생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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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언으로 인해 그 어떠한 정치적 논쟁도 발화되지 않도록 가장 완벽하게 중립적이고 애매하게 답변할 수 있음

정치외교학과는 외교부, 국정원, 청와대, 국제기구 등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학생들이 지망하는 학과이다. 정치외교학은 경제학과 같은 실용학문은 아니다. 하지만 방대한 학문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여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치외교학과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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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pixabay.com/ko/

1. 정치외교학이란?

정치외교학은 정치학과 외교학 두 가지의 학문을 통합한 형태이다. 정치학은 국가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국민들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학문이다. 그리고 외교학은 국제 관계와 국가 간의 정치를 통해 국제 평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정치외교학은 1. 정치이론 2. 정치제도 3. 정치과정 4. 국제정치 로 총 네 개의 분야로 나뉜다. 첫 번째 정치이론 분야는 정치사상과 정치현상에 대해 연구한다. 두 번째 정치제도 분야는 헌법과 정부의 제도에 대해 분석하는 분야이다. 세 번째 정치과정 분야는 정당, 여론 등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정치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마지막 국제정치 분야는 국제정치 외 외교문제 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2. 정치외교학과의 교육 목표?

학과의 교육 목표는 정치사회의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학과는 학생들에게 정치현상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학생들이 정치현상의 전개 과정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생들이 실제 생활과 학문을 접목하여 사회과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한다.

3. 정치외교학과의 커리큘럼?

정치외교학과는 국제정치, 비교정치 및 지역연구, 그리고 정치사상 및 정치이론 등을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비교정치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다양한 나라들의 제도와 과정을 비교하는 학문이다. 정치사상은 동서양 정치사상과 정치사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분야이며, 국제정치영역은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를 연구한다. 그 외에도 정치학 연구방법론이나 한국정치 등을 배울 수 있다.

4.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진로?

문과 졸업 후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치외교학과에서는 학생들을 언론인, 외교관, 정치인, 주요 공직자, 시민단체활동가, 국제기구 활동가 등으로 배출한다.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통상부로 진출하는 학생들도 많고 로스쿨에 입학하여 법조인이 되는 학생들도 많다. 그 외에도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여러 대학의 정치외교학·국제관계학·행정학 등의 교편을 잡는 졸업생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외교안보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통일연구원 등 각 연구기관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언론고시를 통해 방송 언론사로 진출하여 언론인이 되는 학생들도 있으며, 정치인이 되어 한국 정치학계를 주도하거나 시민단체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국가 기구 작동 원리에 관심이 있거나, 민주주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그리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가 국제와 인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학생들이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하고 있다. 개중에 대부분은 정치외교학과라는 과 이름이 주는 포스(...물론 학생시절의 나를 포함하여)뿐 아니라, 많이 배워 세상을 바꿔보고자 정치라는 가장 이상적인 길을 꿈꾸는 경우가 많지않나 싶다. 이러한 순수한 생각들에 낚여 절반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이후에 만족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외과 전공의 특수성에 부딪혀 후회한다. 솔직히 말하지만, 정치외교학은 취향과 적성을 많이 타는 전공 중 하나이며, 그닥 취업에 유리한 전공은 아니다(그렇다고 불리하지도 않다). 사회과학 중에서도 경제학, 행정학 등은 실용학문으로 탄생했기에 현실업무들과 괴리감이 많이 없어보이지만, 정치외교학은 순수학문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업무와는 괴리감이 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쓸 이 글은 정치외교학 뿐만이 아니라, 취업의 블랙홀이라 불리우는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을 비롯한 모든 인문계열 순수학문계에 해당되는 말일런지도 모른다.

정치외교학과의 수업

정치학은 권력투쟁, 가치분배의 관점에서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학을 배우는 학문이다. 정치외교학과의 수업은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뉜다. 국제정치, 비교정치, 정치사상이 그것이다. 굳이 넣자면 국내정치도 있지만, 대개 국내정치는 위 세 분야와 함께 어울러 배우는 것이 통상적이다. 국제정치 분야에서는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를 비롯한 국제정치관계를 분석하는 거시적인 틀을 국제정치개론에서 배우고, 이후에 심화된 과정으로서 국제안보론, 외교사(냉전사), 핵전략 등을 배우게 된다. 비교정치에서는 선거제도, 복지제도, 정당론 등을 배우게되는데, 정치학 중에서도 가장 테크니컬한 부분이 비교정치이다. 국제정치학이 넓게 보는 안목을 가진 대신 학부 수준에서는 원론적인 내용에서 그친다면, 비교정치는 소위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정치학의 기술적인 측면들을 가르친다. 정치사상의 경우, 우리학교 기준으로 서양고대중세정치사상과 서양근대정치사상, 한국정치사상을 가르치는데, 거진 이름은 한번씩 들어봤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키아벨리, 홉스/루소/로크까지의 텍스트를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적으로 정치사상은 2학년 학수번호의 기본과정까지만 개설되며, 운이 좋으면 3~4학년 학수번호로 헌법에 대해 고찰하는 헌정주의와 같은 과목이 개설될 때도 있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 국제정치 분야는 말그대로 국제관계학을 다루는 분야다. 근대유럽외교사나 미소냉전사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힘의 균형이란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을 것이며, 어떻게 전쟁이 일어나고 어떻게 평화가 이루어지며 어떻게 국가간 외교관계가 형성되는지를 배운다. 한스 모겐소, 케네스 월츠 등의 전통적 현실주의와 신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를 기초 골격으로 한다. 제일 영강이 많고, 영어텍스트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현대국제안보론에서는 국가안보 뿐 아니라 비전통안보분야(가령 대테러리즘, 식량안보 등)까지도 아우른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정치사상이 그다지 많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이다.

ⓑ 비교정치는 말 그대로 국가끼리의 비교를 방법론으로 한다. 국가 별 정치체제의 특수성을 연구하는 과목이며, 한국외교정책론, 북한외교정책론, 미국외교정책론, 유럽정치론 등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기초개념으로는 의회 및 선거제도, 정부구성(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정당론 등이 포함되며, 복지제도 또한 여기에 소속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인의 정치성향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정치학 분야이기도 하고, 학부 과정 정치학 분야에서는 가장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 정치사상 분야는 서양고대중세정치사상, 서양근대정치사상, 한국정치사상을 포괄한다. 철학이긴 철학인데, 정치에 관련된 정치철학은 배우는 시간으로 보면 된다. 실상 정치사상의 큰 뿌리만 짚고 넘어가자면,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정치사상, 로마제국에 대한 정치사상(마키아벨리, 마르실리우스 등), 토머스 아퀴나스 등의 중세정치사상,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 정치사상, 홉스/로크/루소로 대변되는 사회계약설, 마르크스주의까지로 확장된다. 아마 정치학이 적성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정치사상 분야에서 많이들 갈리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사실상 정치외교학에서 다루는 과목들은 어떤 과목이 국제정치론이고 어떤 과목이 비교정치이고 어떤 과목이 정치사상이라고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가령 북한외교정책론에서는 명목상으로는 비교정치 분야이지만, 북한이 왜 저 지랄을 하는지 국제정치적인 환경을 배울뿐 아니라, 선군정치나 주체사상을 배우기 위한 정치사상 분야도 포괄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체제연구의 경우에도 마르크스주의라는 정치사상 분야와 소련의 혁명사라는 비교정치 분야를 모두 포괄한다.

정치외교학과의 시험

정외과의 모든 시험은 서술형이다. 문제 또한 매우 간단하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가 두어개 나오는 것이 중간고사 혹은 기말고사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플러스알파 문제를 더해봐야 5문제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답은 절대 간단하지가 않다. 문제를 적게 내는 것은, 그만큼 한 문제를 답하는 데에도 무지막지한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른 과의 사정은 내가 잘 모르지만, 최소한 내 제2전공인 금융공학에서 듣는 경제학과/경영학과/통계학과/수학과 등의 전공과 비교해본다면 답안지의 분량과 밀도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통상 1시간 15분이라는 시험시간 동안, B4 규격 답안지 앞뒷면을 꽉꽉 채워 2장이 최소분량이다. 이조차도 가끔은 모자라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3장 내외로 보아도 무관하다. 또한 다른 전공들이 답을 모르면 아예 포기해야하는 것과는 달리, 정외과의 경우 아예 모르는 주제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배경지식을 한껏 끌어모아 헛소리라도 지껄여 부분점수를 노려볼 수 있으므로(...), 시험마감시간 이전에 답안지를 먼저 쓰고 나가는 학생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정외과 수업을 한 학기 정도 듣고난다면 무엇인가를 끄적이며 "많이" 써야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은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게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또다른 문제지 정외과의 답안 채점 기준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수업해주신 내용은 물론이요, 그에 대한 자신의 논리적인 논평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둘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잘해봐야 B+이 최고학점이다. 일례로, 내가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배운 내용을 하나도 빠뜨림없이 썼던 냉전사(원래 과목이름은 아님) 시험은 B+을 받았고, 그닥 신경쓴 과목은 아닌데 요행히도 시험문제로 내가 평소에 관심있던 주제가 나와 내 생각을 주로 쓴 시험은 A+을 받았다. 그만큼 모든 이슈에 대한 자신의 논리가 있지 않으면 양비론 따위로 대충 떼우기가 불가능한 것이 정외과 시험이다.

cf) 대개 시험이라는 것이, 보고나면 자신이 잘봤는지 못봤는지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외과 시험은 다르다. 분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두서없는 3장의 답안보다 정리가 잘된 깔끔한 1장의 답안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는다. 따라서 자기가 시험 때에 많이 썼다고해서 잘봤다는게 아니다. 잘봤다고 생각한 시험이 B+ 정도밖에 안나오고, 어영부영 반은 포기했던 시험이 A+이 나오는 경우는 정외과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수업과 시험방식을 보면 알수있듯, 정외과 전공자가 필히 가져야할 덕목은 바로 ⓐ글쓰기(!), ⓑ사회이슈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 ⓒ적당한 이라 쓰고 네이티브 수준의 라고 읽는 영어실력이다.

ⓐ 글쓰기 : 사실 문장 자체를 굉장히 유려하게 잘 쓸 필요는 없다. 국어국문학과가 아니기에. 그렇지만 도대체 얘가 무슨 소리를 하고싶은건지 감조차도 오지않게 주술관계를 엉망으로 쓰는 경우에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문장 수준에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되고, 문단 수준에서는 서론-본론-결론 분량의 적당한 안배와 답안내용의 체계화(목차화) 능력이 필요하다. 나도 2학년 때는 두서없이 답안을 서술하던 습관을 3학년 때는 목차화를 시키기 시작했는데 이걸로 시험성적이 상당히 오른 바 있다. 똑같은 분량을 공부해도 얼마나 체계적으로 글을 잘쓰냐가 성적의 관건이다. 과의 특성상 고시를 준비하는 학우들이 많은데, 이런 학우들의 답안을 한번 읽어보면 그 체계화에 있어서 감탄사가 나온다.

ⓑ 사회이슈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 : 혹자는 정외과인만큼 교수님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써야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예 교수님들이 완전히 중립적으로 채점하신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이 교수님과 정반대 성향의 논리를 펼치더라도 그 근거가 충분하고 논리가 좋으면 좋은 학점을 주신다. 그러나 당신이 정외과 교수님이라고 생각해봐라. 똑같이 못쓴 답안이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답안에 점수를 더 줄것인가, 자신과 생각이 다른 답안에 점수를 더 줄것인가? 그런 차이는 분명 있을거라 본다. 하지만 이것도 무조건 맞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수강했던 서양근대정치사상 교수님의 경우 진보적인 분이셨고, 나는 나대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말고사 답안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쓴 적이 있었는데, 나름 의견개진이 마음에 드셨는지 A+를 주셨었다. 정외과 교수님들은 대개 성인(聖人)이시다

ⓒ 영어실력 : 매학기 개설되는 정외과 수업의 3분의 2정도는 국어강의, 3분의 1정도는 영어강의이다. 그러나 국어강의라 해도 교재는 영어교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어설픈 번역본보다는 원서가 읽기가 수월하긴한데, 한과목당 최소 한권의 두꺼운 전공원서를 읽는 것은 물론 정외과만의 고충은 아닐거다. 하지만 다른 과들이 대충 수식같은 것만 체크하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정외과는 한줄한줄 읽으며 전체적인 맥락도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영어독해능력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정외과 영어강의라고 해서 객관식 시험일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내가 들었던 사회주의체제연구 기말고사에서는 북한 주체사상과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답안지 3장에 "영어로" 써야했다. 영어공부를 안해도 토익성적이 오르는 기적같은 체험이 가능하다

위에 서술한 세 가지 덕목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도저히 향후에도 가질 생각조차 없다면(...) 정외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의 경우, 쓸데없는 것이라도 자꾸자꾸 자신만의 글을 써보려는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향상된다. 그러나 이게 정말 천성에 안맞는 경우가 있다. 정외과에서 고생하는 경우도 아마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회이슈마다 자신의 논리를 갖는 것도 사실 힘들다. 말이 좋아 사회이슈이지, 그놈의 사회이슈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데 그마다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한다는게 참 어렵다. 영어실력이야 뭐 말할것도 없겠지...

정치외교학과 전공 이후 개인적으로 느낀거라면...

사회에 나와서 정외과 다닌다고 하면 인식은 어떠느냐... 내 전공이 정치외교학과라고 하면 100명 중 90명은 "너 정치할거니?"하고 묻는다. 그런데 이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린게, 물론 정치가 중에서는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많긴하지만 실제로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우는 것은 실제정치와는 거리가 좀 있다. 정외과 수업을 몇개 수강했다고해서 정치이야기하는 동네 아저씨들을 술자리에서 아닥하게 할 수 있느냐? 하면 실은 그것도 어렵다. 사실 정치관이라는 것도 관점의 차이일뿐, 어느것이 맞고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정치외교학을 전공함으로써 일정한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면 정외과 전공자들은 모두 같은 정치성향을 갖게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치학을 전공하게 되면 이런 사상도 접해보고, 저런 사상도 접해보는 데다가, 그 사상들이 전부 나름 일리가 있는 사상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개인적으로 극단적인 사상이 아닌 담백한 중도성향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든 전공이 그렇겠지만 학부과정에서는 상당히 원론적인 내용을 주로 다룬다. 나같은 경우에는 정외과 전공이 다른 점에선 모두 좋았고 적성에도 맞았지만 이 부분에서 약간 회의감을 느꼈는데, 내가 듣는 지금 이 수업이 나같은 전공자가 아닌, 정치라고는 쌩판 모르는 사람이 와도 수업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즉, 학부과정에서는 배제성이나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이게 결코 정외과 수업들이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치란 인간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어지간히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서 아예 이해못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물론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게 그렇다는거고, 정외과 시험답안을 쓰라고한다면 아마 줄줄이 나가떨어지겠지만... 깊이 배우고자 한다면 석박사 과정까지 가는게 좋다. 정외과를 졸업해서 자기가 이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보고 싶다면, 그만큼 책을 더 읽든가 글을 더 쓰든가 자기 자신이 노력하고, 교수님과 매우 친해지는 수밖에는 없다. 다른 과목이야 교수님들이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철저히 관점의 학문이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학생에게 주입시킬 수 있는 정도도 한정되어 있다. 결국 자기의 논리는 자기가 세워야하는 것이다. 이 말은 상당히 주의해서 들어야할 것이, 자신이 관심이 갖고 전공에 대한 애착을 가지면 정외과는 분명 얻는 것이 많은 전공이고, 4년 수료 후에는 엄청난 방면에서 엄청난 지식을 얻게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그도 그럴것이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해 자신만의 논리를 구축해놓아야 하므로). 그러나 대충 4년 떼운다는 식으로 들어온다면, 차라리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 전공을 하는 것이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제1전공이 정치외교학, 제2전공이 금융공학이다. 정치외교학이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는(...) 현실영합적 생각 때문에 금융공학을 택했다기보다는, 실상 정치학 학부 과정의 전문성에 대해 조금 회의감을 가졌었고 금융공학에서 그러한 전문성을 충족해보고자 했다고 말해두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로 정치외교학을 제1전공에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해 본적은 없다. 정치학의 관점은 단순히 신문이나 뉴스볼 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도 매우 유용하다. 실상 인간세상은 거진 권력투쟁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권력투쟁이라는 것은 결국 가치분배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이고, 이는 국가에만 한정된 문제가 절대 아니다. 정부와 기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하다못해 가정과 팀플(...)에서도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학은 미시/거시적으로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게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까지도 제시해준다. 다만 사람 뽑는 기업체들이 그걸 몰라줘서 그렇지 철학이나 윤리학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지나치게 도덕만을 강조하고, 경제학이나 경영학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지나치게 금전적 이익만을 강조한다면, 정치학은 도덕과 실리 모두를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한다. 정치학이야말로 어떤 단체인지를 막론하고, 사회적 가치분배의 책임을 진 지도자가 반드시 익혀야할 학문임이 틀림없다.

정치외교학과의 진로

사실 인터넷에서 정치외교학과 진로를 검색하면 국제기구 입사, 외교관 등등 수많은 핑크빛(?) 미래들만 늘어놓는다. 문제는 이러한 전공들은 정치외교학과 전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순전히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에서 외무고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행정고시 합격자도 인원대비 상당수를 배출하며, 로스쿨 진학자도 많이 배출하는 편이지만, 실상 국제정치학이 들어가는 외무고시를 제외하고 행정고시나 로스쿨 진학에 정외과 전공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외무고시는 제2외국어를 상당비율 반영하기 때문에, 국제어문학부 계열에서도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다. 행정고시 또한 재경직렬의 경우, 경제학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된다. 다만, 정외과 전공 자체가 상당히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데다가, 위에서도 말했듯 글쓰기(!) 덕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시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 그러니 꼭 고시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정외과에 올 필요는 없다. 당장 이 글을 쓰는 필자만 해도 고시를 준비하고 있지않다! 정확한 비율은 아니지만 체감상, 한 학년의 30% 가량은 외무고시/행정고시/로스쿨을 준비하고, 나머지 40% 정도는 국제기구/언론사/정당 등 전공을 살리는 직종, 그 나머지 30%는 공기업/사기업 입사를 준비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고자하는 사람도 많지만, 크게 위 세 분류로 나누어 보았다.

cf) 외무고시는 2013년부로 국립외교원으로 전환됐다. 여기서는 편의상 외무고시라 부르겠음.

정치외교학과가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이 있는데 글쎄다. 만약 정외과 전공을 살리는 길(외무/행정고시, 언론사, 국제기구)을 택한다면 확실히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시의 경우, 붙고나서나 유리하다는 말이지, 정치외교학과라 해서 가산점을 주거나하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평생 정치외교의 전공을 여실히 살려갈 직종을 택한다면 아마 타과보다 만족스러운 진로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정외과 전공자가 전공을 비교적 덜 살리는 길을 택한다해도 그다지 손해볼 것은 없다. 상경계열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정외과 자체도 사회과학계열(정법계열)이기 때문에 전공이 정외과라 해서 취업에서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기업들의 문사철 순수학문 기피현상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거다). 어차피 비전공계열 진로를 가고자 마음먹는다면, 거기에 맞는 진로준비를 하면서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준비하면 그만이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진로를 준비하든, 그게 정외과의 전공을 살리는 길이든 아니든, 이 전공에서 배웠던 모든 지식과 덕목들은 결코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인간세상 자체가 권력투쟁의 장이기에, 실상 사람이 두명 이상 있는 곳이라면 정치외교학의 전공을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부분은 자신이 이 전공을 수료하면서 느끼는 바가 각자 다를거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전공을 잘 살리면 좋지만, 못 살려도 별 손해볼 것은 없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외과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어디에 가도 전공을 못 살릴 분야는 없다.

정치외교학과는 제2전공으로서 인기가 많은 전공이기도 하다. 일단 정외과 전공 하나로만 집중해도 재미있는 학문이지만, 다른 학문과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전공이 바로 정치학과 법학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외과의 제2전공 경쟁률은 거진 톱을 달리는 수준이다. 정외과를 제1전공으로 택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 분야에 대해 매니악한 친구들이 많다. 단순히 수능점수나 학점을 맞춰서 오는 경우는 정외과의 경우 드물고, 자신이 이 바닥에서 이름을 남겨보겠다는 야망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개중에는 대부분 말 깨나 잘하고 글 깨나 잘쓰는 친구들이 많다. 때문에 비교적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여타 전공들과는 달리, 아무런 준비나 애착없이 선택한다면 초기에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외교학을 제1전공으로 선택한다면, 이 분야로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대학원을 노려보는 것도 좋고, 제2전공으로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좋다. 정외과를 제1전공으로 하면, 사학을 제2전공으로 하여 외교사를 파볼 수도 있고, 철학을 제2전공으로 하여 정치사상 쪽을 파볼 수도 있으며, 사회학을 제2전공으로 하여 비교정치 쪽을 파볼 수도 있다. 또한 정외과 제1전공에 경제학을 제2전공으로 하면 가히 사회과학계의 깡패(...)로 등극할 수 있고, 로스쿨을 간다면 국제법 분야를 노려볼 수 있으며, 경영학을 제2전공으로 하면 국가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통달하게 될 것이다. 정외과 제1전공에 기계공학과 제2전공은 아직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느 측면에서나 이 전공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애

여담이지만, 정외과라고 하면 어른들은 대부분 알아들으시는데 일부 정외과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도저히 무슨 과인지 감조차도 못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형외과로 알아듣고 의대에 다니냐는 경우도 봤다. 정외과 전공 이전에 정경대 소속일 때에는 정경대라고 하면 "전경"인데 머리가 왜이렇게 기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사회의 인식 자체가, 뭔가 어려운 말만 할 것 같은 애들, 책에 미친 애들, 운동권 이런 이미지가 강한데, 아마 정치외교학과 전공생 2명만 만나봐도 그런 인식은 없어질 것이다.

결론

정외과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전공이다. 만만하게 생각했다가는 꽤나 고생할 것이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다. 결국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답안지 2장 꽉꽉 채우는 것, 원서 한 권 정독하는것 정도는 한학기만 지나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공대생들 봐라 걔네들은 뭐 태어날때부터 공학용계산기 두드리며 태어났나? 그렇지만 애초에 자기가 글쓰기와 담을 쌓고사는 스타일이라면 생각을 좀 깊게 해봐야 할 것이다. 정외과에서 적성을 찾는다면 최고의 전공이 될 것이요, 적성을 찾지 못한다면 최악의 전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