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방문 크기 - jutaeg bangmun keugi

필자가 품고 있는 로망 중 하나가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여생을 사는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10년 넘게 귀향을 꿈꿔왔더니 친구 꿈에도 제 꿈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고향에 들어와 집 짓고 살라며 400여 평의 땅을 선뜻 내줬습니다. 등기이전까지 마쳤으니 적당한 절차만 밟아 집만 지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 '적당한 절차'라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도로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전기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물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지목이 임야로 돼 있는 땅이다 보니 무엇보다 농가주택을 짓기 위한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스무 고개 같은 문제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어 천천히 절차를 밟아 준비하면 될 일들이니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갈 때마다 집 지을 땅을 찾아가 머릿속으로 집들을 지어봅니다. 이런 집도 지어보고 저런 집도 지어보고…,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채의 집을 지었다 허물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 <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지은이 이현욱, 펴낸곳 (주)이집소)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한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는 걸 자각하게 됐습니다. 내 집을 짓겠다는 헛꿈만 꾸었지, 내 집을 짓기 위해 놓아야 할 진짜 주춧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독특한 외향과 구조에 만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대형 공공 건축물이나 고가의 호화 주택을 짓는 게 아니라면 행복한 생활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 164쪽

그동안 실체 없이 멋진 집만 생각해 왔지, 어떤 집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집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

 <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 (지은이 이현욱 / 펴낸곳 (주)이집소 / 2016년 6월 1일 / 값 12,000원
ⓒ (주)이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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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지은이 이현욱, 펴낸곳 (주)이집소)은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지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내 집 짓기 길라잡이입니다.

집 지을 땅 마련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집 짓기 전 과정을 두루 둘러보며 함께 경험하게 하는 디딤돌 같은 내용입니다. 행정절차는 이렇게 밟고, 건축 설계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내용이 아닙니다.

저자가 자신의 집을 지으며 맞닥뜨린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마음으로 읽게 하니 마치 동업자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내 집을 짓는데 얼마의 돈이 들어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는 부자라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정도의 부자라면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면 되니까요. 이 책은 소박한 서민들, 얼마의 돈을 빌려야 하고, 자투리 공간까지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려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집을 지어야 하는 대개의 중년들 눈높이에 맞춘 꼼꼼한 안내서입니다.

내 집 짓기는 땅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땅이라고 다 같은 땅이 아닙니다. 용적률과 건폐율도 알아야 하고 땅값 대비 적당한 건축비도 어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집을 짓기 위해 사전에 꼭 준비하거나 알아야 할 것들, 설계에 반영하거나 고려하여야 할 것들,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것들 하나하나 체크해 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입니다. 내 집 짓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리거나 점검해 볼 수 있는 입체 가이드북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는 것 같은 것'과 '아는 것'과는 달라

화장실 문은 왜 방문보다 작게 만들까? 화장실 문을 방문과 같은 크기로 만들면 변기에 걸리니까 화장실을 그만큼 키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문을 줄이는 방법으로 크게 문제를 해결했다. - 195쪽

'아는 것 같은 것'과 '아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 집을 짓기 시작해 끝내기까지 수없이 맞닥뜨려야 여러 현안에서 '아는 것 같은 것'과 '아는 것'과의 차이는 집짓기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창이 큰 집을 그리던 꿈이 작은 창이 많은 집으로 바뀌고, 다른 문에 비해 화장실 문이 작은 이유를 '아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아는 것'으로 된다면, 자칫 소홀히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꼭꼭 챙겨야 할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이웃과의 관계라는 것까지를 이해하게 되면 내 집짓기를 위한 주춧돌은 이미 반쯤 이상이 마련된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국민 건축가 이현욱 소장이 자신의 경험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는 집 짓기와 동행하다보면 시나브로 내 집짓기에 필요한 알짜지식과 정보는 물론 지혜까지도 두루 챙기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 (지은이 이현욱 / 펴낸곳 (주)이집소 / 2016년 6월 1일 / 값 12,000원

설계 도면은 주택 계획에 있어서 가장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자료다. 평면도란 건물이나 물건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의 그림을 말한다. 건축에서는 평면도를 통해 창문과 문의 위치, 각 공간의 크기와 구성을 알 수 있다. 어떤 건축물이나 주택에 대해 알아보고 싶을 때, 평면도가 있으면 가장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오늘 기사에서는 국내 주택의 평면도 7개를 준비했다. 단순한 선과 면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을 하나씩 살펴보며 설계 단계에서 들어간 건축가의 의도들을 파악해보고 실제 주택을 지을 때 적용할만한 아이디어를 참고해보자. 

1. 어디서나 자연을 마주하는 집

먼저 살펴볼 평면도는 178.85m² 크기의 2층 주택 중, 1층의 평면도다. 가로로 긴 구조의 넓은 1층 공간은 주방, 거실, 다이닝룸과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크기는 평면도의 바닥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동 공간으로 설정한 만큼 넉넉한 공간감을 살려 안정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각 공간에 마당을 향하는 큰 창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현관부터 이어지는 넓은 데크 쪽으로 설치된 개구부는 밝은 자연채광과 아름다운 바깥의 전망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안방에는 프라이빗한 드레스룸과 욕실을 안쪽으로 설치해 편리성을 높였다. 보통 주택의 안쪽에 설치되는 욕실은 습기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욕실의 곰팡이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2. 중정이 있는 집

이번에 살펴볼 평면도는 태안 원북면 방갈리의 단독 주택이다. 먼저 거실과 주방 사이에 깊게 들어온 중정 공간이 눈에 띈다. 데크 위, 화단으로 표시된 중정은 침실과 거실이 있는 휴식공간과 주방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낸다. 또한, 중정을 기준으로 삼면에 모두 유리창을 설치해서 밝은 자연채광을 확보하고 아름다운 전망을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3. 독특한 구조의 제주 돌담집

이번에 알아볼 주택은 제주도에 위치한 돌담 집이다. 평면도는 2층을 보여주는데, 긴 구조를 효율적으로 분할하고 알차게 채워 넣은 아이디어가 주목할 만하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왔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거실과 주방 등의 공동 공간이다. 거실 옆으로는 L자형 싱크대의 프레임과 다이닝테이블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 안방 쪽으로 향하는 길을 복도식으로 길게 연출한다. 아이들이 지내는 방은 일자형의 공부방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어, 아이들이 언제나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계획했다.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거실은 공동공간인 동시에, 아이 방과 안방을 가장 적절한 간격으로 분리해내는 공간이다.

4. 심플한 32평 아파트

이번엔 아파트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깔끔한 모던 인테리어와 더불어 군더더기 없는 공간 구성이 매력적인 아파트다. 현관을 통해 들어오면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이 길게 이어지는 오픈 플랜 공간을 만난다. 거실과 주방은 약간 어긋나게 배치되어 있으며, 그 어긋난 간격에 방을 만들었다. 주방에는 L자형 구조의 싱크대를 설치한 후 다이닝 테이블을 함께 배치해 ㄷ자 구조의 깔끔한 공간을 완성했다. 깔끔한 동선을 위해서는 바닥과 벽의 형태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연결된 공간은 바닥재를 통일하는 것이 더 넓은 공간감을 연출하기에 좋은데, 이 땐 바닥 시공 전문가와 상의하여 가장 완벽한 솔루션을 찾아보도록 하자.

5. 양평 문호리의 단독 주택

이 사진은 양평 문호리에 있는 단독주택의 1층 평면도다. 28.77평 규모의 1층엔 거실과 주방이 있어 가족들이 주로 함께 지내는 공동공간으로 연출했다. 주방과 거실은 일자로 배치되어 있으며 욕실 옆에 계단을 깔끔하게 설치해서 복도형의 긴 동선을 만들어 냈다. 건축가는 현관 옆에 전원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창고를 두어 더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6. 빈틈 없이 꽉 찬 미니멀 주택

이 사진은 국내 건축업체, 한글주택(주)에서 작업한 미니멀 스타일 단독 주택의 평면도다. 건축면적이 약 21평,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는 크기의 주택이지만 빈틈없이 알찬 구성과 특별한 공간 이해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사진 속엔 69.21㎡ 크기의 1층이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욕실과 창고의 독특한 구조! 사선으로 잘린 듯한 애매한 공간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건축가의 센스는 공간에 심미성과 편의성을 함께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익산의 전원주택이다. 3D로 그려진 평면도는 일반적인 평면도 보다 더 구체적으로 공간을 파악할 수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먼저 갤러리형의 긴 복도가 있다. 보통 복도는 어둡고 답답한 반면, 이곳의 복도는 긴 테라스와 접해있어 밝고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의 방을 지나 넓은 거실로 이어진다. 박공지붕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거실의 높은 천장고는 공간을 더 개방적으로 연출한다.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다정한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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