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캘리그라피 사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2012년 봄 서울 광화문 한 건물에 걸렸던 플래카드 이미지다. 기사 참조
그 이후 이 그림이 사용되어 제작된 카톡 테마도 봤었다. 간결하고 정갈해서 사용했던 기억도 난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
나태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하고싶은 말을 다 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말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만, 그 짧은 몇 마디로 이미 충분히 완성된 것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짧아서 잘 외워지는 것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머릿속에 잘 박히는 감성이 자리잡고 있고, 또 내게는 가슴 속에 피어나는 문장이 되었다.
이 시 이후로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를 찾아보기까지 했으니 어찌 한 손에 꼽는 그들 중 한 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찾아보지 않았더라도 지나치며 읽은 글귀에 그 이름 석자가 걸려있으면 원문을 찾아보려 마음 먹곤 했다.
물론 저 유명한 시가 풀꽃 1 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후의 일이다. 풀꽃 2, 풀꽃 3도 시선집에 실려있다.
그
나태주 시선집 - 풀꽃 은 이 링크로.
'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풀꽃2
'
'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나태주, 풀꽃 3
'
물론 나는 위 3편 중에서는 원래 알던 풀꽃이 가장 좋다. 직접 만년필을 꺼내 손캘리를 할만큼.
여전히 너무 시원해보이는 필체. 만년필이 너무 무거운 탓을 한 번 해야지.
또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 내가 너를.
손 캘리그라피 버전과
직접 찍은 사진에 텍스트 입힌 한 장. 한동안 폰 잠금화면이었다.
'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
시의 마지막 구절,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그 부분이 너무도 공감이 되어 한동안 먹먹해서.
이별 후에 너가 없는 상황일까, 혹은 너를 좋아한다 말하기도 전에 너와 멀어진 상황일까, 혹은 영영 간 너 때문에 너 없이도 여전히 좋아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좋은 시는 또 다음번에 나태주 시 2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할 계획.
저번처럼 이미지는 구글링, 폰트는 무료 폰트를 써서 하였다. 저번과는 다른 효과를 적용했지만, 크게 차이는 안 나는 것 같다.
나태주님의 풀꽃 2, 3은 알게 된 지 정말 며칠도 안 되었지만, 간결하면서도 그 전하는 메시지가 참 좋기에 읽을 때마다 '나도 이런 글을 꼭 한 번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학생 시절을 지나고 나서 '시'를 접하면, 이리저리 분석할 필요는 없어서 그거 하나는 참 편한 것 같다. 포스팅을 하면서도 다시 한 번 읊조려본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껴 맞추기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름을 안다는 것은 즉,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서로 인사하는 단계일 것이다. 그러니 이웃이 된다는 뜻인 것 같다. '색깔'을 안다는 것은 즉, 그 사람의 겉(외양)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사하는 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그렇기에 이웃에서 친구로 발전이 된 것이 아닐까? 모양까지 안 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번 '풀꽃'에서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풀꽃'의 '첫 행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인데, 모양을 알려면 대충 훑어만 봐선 알 수 없다. 꽃을 볼 때를 생각하면, 색깔은 눈에 잘 들어오지만, 모양은 '관찰'을 해야 들어온다. 이때는 겉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도 알아간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행 '아, 이것은 비밀.'이라는 것이 난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ㅋㅋ
그리고 이 이미지 속 꽃은 '톱풀꽃'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톱풀꽃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어긋나고 톱 모양이다. 잎과 줄기는 식용 혹은 약용으로 쓰고 산야나 길가에 자라는데,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동시베리아,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자란다고 한다. 꽃말은 충실, 숨은 공적이라고 한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배경으로 잘 선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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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짧은 시 풀꽃 2. 나태주 시인을 유명하게 만든 풀꽃의 첫번째 연작시다.
풀꽃2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출처: 나태주, 풀꽃 2, 멀리서 빈다, 시인생각, 2013.
🍎 해설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풀꽃’의 연작시다. 이 연작시 또한 좋다.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고 구조도 단순하고 길이까지 역시 짧다. 원작 풀꽃이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면 풀꽃 2는 관심의 단계에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노래하고 있다. 결구 ‘아, 이것은 비밀’이 시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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