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분석 - naui haebang-ilji bunseog

  • Credit 최재욱 기자
  • 입력 2022.05.25 11:21
  • 수정 2022.05.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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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모두의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

나의 해방일지 분석 - naui haebang-ilji bunseog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나의 해방일지’가 뜨거운 호평과 사랑 속에 종영을 앞두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가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14회 시청률은 수도권 6.5%, 전국 6.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또 한 번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화제성 역시 ‘올킬’이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지켰고, 손석구와 김지원은 4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13, 14회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삼 남매 어머니의 죽음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이었다. 가족들의 구심점이었던 곽혜숙(이경성)이 떠나자, 빈자리는 여실히 드러났다. 누구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삼 남매와 염제호(천호진)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러나 상실의 아픔은 가족들에게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네 식구는 이전과 달리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냈다.

‘나의 해방일지’는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모습을 그리며 인생에 관한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가족과 집의 의미, 살아나간다는 것의 의미, 인생에서의 해방까지, 다양한 화두를 끄집어내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쳤다. 여기에 산포를 다시 찾은 구씨(손석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포획틀에 들어가 잡혔던 들개들처럼, 서울에 돌아간 구씨의 인생도 다시 어딘가에 갇힌 것과 같았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느끼던 그는 집에 가고 싶다는 삼식이의 말에 자신에게도 ‘집’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염씨네를 찾아갔다. 그러나 늘 그곳에 있을 것 같았던 가족의 모습은 이미 흩어진 뒤였다. 달라진 풍경에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던 구씨는 용기를 내 염미정(김지원)에게 전화했고, 서로를 그리워하던 두 사람은 마침내 환한 미소와 함께 재회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가슴 먹먹한 여운과 따스함을 안겼던 13, 14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얘기들을 하던 염창희(이민기)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이민기는 염창희가 느끼는 슬픔과 막막한 심정을 현실적인 연기로 풀어내며 호평을 얻었다. 염제호와 삼 남매의 가족여행 역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염씨 가족의 변화와 애정을 담아낸 바닷가 신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따스함을 안겼다. 공개된 사진 속 이민기, 김지원, 이엘, 천호진의 ‘찐’ 가족 모먼트는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린다. 친자매처럼 닮은 미소를 보여주는 김지원과 이엘의 모습도 훈훈함을 배가시킨다.

염미정과 구씨의 재회 엔딩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특별한 러브라인을 그려갔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염미정과 구씨의 환한 웃음과 이어진 대화는 설렘을 선사했다. 처음 시작하는 연인처럼 이름을 묻고, 소개하는 모습은 추앙커플만이 그려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시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끝을 향해 달려갈까. 두 사람은 과연 함께 ‘해방’을 맞을 수 있을지, 염미정과 구씨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나의 해방일지’ 15회는 오는 28일(토)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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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때로 어떤 드라마들은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 JTBC '나의 해방일지'가 최근 작품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매회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데 이 울림은 단순히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간의 심연과 우울을 들여다보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특히 7회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시청층이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동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tvN '우리들의 블루스',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비교했을 땐 높지 않은 성적이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자신만의 템포로 서서히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 남매의 행복소생기를 그린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김석윤 감독과 박해영 작가가 10여 년 만에 다시 뭉쳤다.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를 써 내려온 두 사람이 만나면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예고했던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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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극중 대다수의 캐릭터는 청춘의 다양한 표상을 대변한다. 청춘이라고 쉽게들 부르지만 사실 청춘의 모양은 비슷하지 않다. 각자의 사연을 품고 또 각자의 아픔을 겪는 중이다. 누군가는 뾰족한 가시에 찔려 아파하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절벽 위에 내몰린 심정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2030세대의 아픔을 '청춘'의 성장통이라 정의 내려 버리는 것은 기성세대의 오만이 섞인 표현이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그 점을 정확하게 노렸다. 힐링을 밖에서 찾아야 하는 2030세대의 면모를 여러 인물에 투영시키면서 광범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주인공은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 이 세 남매로 세 남매가 세상에 부딪히면서 안게 되는 생채기들을 조명한다. 이들의 사연은 너무 뜨악스럽지도 또 자극적이지도 않다. 큰 사건 하나 없지만 인물들은 세상에서 자꾸 뒤로 밀려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이 과정은 낫지 않고 자꾸 벌어지는 상처처럼 표현된다.

최근 성격유형검사, 이른바 MBTI 검사가 젊은 세대에게 유행을 끌었다. 과거 혈액형, 별자리 등으로 구분됐던 성격들은 더 세분화됐고 으레 외향형은 '인싸', 내향형은 '아싸'로 구분됐다. 극중 염미정이 겪는 상황도 비슷하다. 외향적인 동료들은 사내 동아리를 즐기지만 염미정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겉돈다. 잘못이 아닌데도 사내 복지팀에 불려가 사회성 결여를 지적받기에 이른다.

결국 염미정은 '해방클럽'이라는 대내적 동아리를 꾸려서 사내 문화의 일환으로 들어가게 됐지만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곳곳에 존재한다. 사회에 소속된다는 건 많은 피로감을 수반하는 일이라는 심경에 직장인들은 크게 공감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라는 염미정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보는 이들에겐 큰 위로이자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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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1회 2.941%로 시작했다가 7회 3.876%으로 상승했다. JTBC 제공

그 외의 인물들도 각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삼 남매의 동네 친구로 등장하는 지현아(전혜진)은 연애와 일상에 있어서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외롭고 또 고독하다. 군중 속의 고독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인물의 적적한 마음을 누군가는 깊게 이해할 수 있겠다.

염미정은 구씨에게 "나를 추앙해요"라고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구원서사가 아니다. 외지인 구씨(손석구)가 염미정을 구원할 수 없고 염미정이 구씨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시청자들 모두가 안다. 하지만 발버둥 치는 몸짓이 자아내는 애처로움은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이제는 너무 흔한 단어가 된 '썸'이나 연애는 두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 흔히 볼 수 없는 단어지만 '추앙'이 갖고 있는 뜻의 깊이는 삶의 진흙탕에 빠진 두 사람에게 꽤 잘 어울리는 어휘다. 상대방이 나의 공백을 채우면서 온전한 내가 되길 바라는 염미정과 구씨의 진심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누군가가 내 삶의 이유가 되길 바라는 공허함이 묻어나는 이 단어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화제성까지 견인했다.

최근 TV 화제성 분석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2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손석구와 김지원은 지난 4월 4주차(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나란히 1위와 2위에 오르면서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입증된 작품성은 대작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많은 시청자들이 보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못해도 어떠랴. 누군가에겐 분명히 삶의 의미를 되새겼고 또 위로가 됐다. '나의 해방일지'가 특별한 작품인 이유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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