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니어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생각할 것들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의 7화입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유명한 재즈클럽에서 공연하는 게 인생의 꿈이었다. 맨홀에 빠지는 사고로 죽었다가 사후세계에서 탈출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다. 마침내 재즈클럽에서 그 꿈을 이룬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밴드의 리더에게 묻는다. ⓒ 영화 <소울> "이제 다음은 뭐죠?" "집에 가서 쉬고 내일 또 공연해야지" "...." "왜? 문제 있어?" "이제까지 꿈꾸던 삶인데... 꿈을 이루면 뭔가 다를 줄 알았어요...." 꿈에 그리던 무대를 마치면 그는 삶이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여전히 집에 혼자 있고, 다음날이면 똑같은 무대를 반복해야 하는 삶이었다. 어른의 사춘기, 사십춘기가
왔다조 가드너가 그렇게 꿈꾸던 밴드 연주자가 됐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인식한 것처럼, 대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 또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없이 임원이 돼서는 존재감만 내세우려다,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분들도 봤다. 자연스럽게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마흔까지는 권위에 도전하고 정면교사, 반면교사 다 해 보세요. 그리고 마흔이 되면 그때 태도를 바꾸십시오. 그때는 말만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때입니다. 나이 마흔에도 말만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마흔에는 행동으로 옮겨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세요. [여덟 단어] 박웅현 이제까지의 회사 생활을 되돌아 봤다. 전사의 조직문화를 한순간에 바꾸긴 힘들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조직부터 좋은 문화를 만들 수는 있었다. 그 변화가 퍼지면 결국 더 나은 회사,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나아질 조직을 상상하니 즐거웠다. 그 과정에서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아서 임원이 된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았다. “저의 미션은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을 더 나은 조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미션을 정한 후 조직 구성원에게 나의 미션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미션에 맞는 행동과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했다. ‘더 나은 조직’이 되는 방향이라면 윗분들에게도 솔직한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사담당자, 리더들과 모임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나의 미션을 이야기해 나갔다. 마침 HR 리더가 필요했던 스타트업의 경영진이 불쑥 입사를 제안했다. “더 나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저희 회사에서 한번 실현해 보시겠어요? 원하는 대로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결정했다. 제안을 한 당사자도, 16년을 함께한 직장 동료들도 모두 놀랐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결정했는지 의아해했다. ‘더 나은 조직을 만들어 보겠다’는 미션을 건드렸고, 나도 더 생생하게 실현해 보고 싶은 내 욕망이 타올라서였다. 그렇게 1만 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 20명의 팀원을 이끄는 팀장에서, 전 직원 40명, 팀원 1명의 조직으로 이직했다. 그야말로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 Pixabay 그래서 작은 스타트업은 어때, 아쉽지는 않아?첫째, 대부분의 작은 스타트업은 기본적인 체계가 부족하다 “형, 명심해야 해요, 스타트업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먼저 프로세스와 체계가 없어요. 둘째, 상식이 없죠. 가끔 대기업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할 거예요. 셋째, 고용 안정을 장담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형도 포함이에요. 언제든지 떠날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 입사 직전, 스타트업으로 먼저 이직한 후배가 해 준 조언이었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하나하나가 살벌한 정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년이 지나, 되돌아 보니 대체로 맞았다. 우리 회사도 거의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둘째, 대기업의 다양하고 화려한 복리후생이 한 번씩 떠올랐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아... 이제 콘도 회원권이 없지.’ 인원 규모가 50명도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대기업처럼 다양하고 체계적인 제도를 세팅하기 어렵다. 부족함을 예상했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일상생활 중에 한 번씩 아쉬움이 찾아온다. 그래도 점점 적응이 된다. (정신 승리인가?) 셋째, 사람은 부족하고 일은 많고 다양하다 대기업에서의 팀장은 업무 조율과 지시를 위주로 한다. 실무를 깊게 관여하면 마이크로 매니징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스타트업의 팀장은 팀장이면서, 실무자이기도 하다. 혼자 의사결정하고 혼자 실행하는 일이 많다. 그래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해서 좋아첫째,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워낙 많고, 이직이 상대적으로 쉽다. 자기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대기업보다 훨씬 다양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대기업 구성원들이 느끼는 회사와의 거리감과는 다르다. 얼마 전 회사에서 조직문화 설문을 했다. 2년 연속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답변이 ‘나는 우리 회사가 사회에 유익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와 ‘나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느낀다’는 항목이었다. 우리 회사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차별 없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편안한 방법으로 일상에서 당뇨병을 관리하고, 어린 아토피 환자들이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부상 후 재활훈련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직은 사용자가 많거나 트렌디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휴레이 구성원들의 만족감이 높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누적 2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2022년 시리즈 C 투자 라운딩을 진행 중이다. 둘째, 해야 할 일만 해서 좋다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다. 해야 하는데 여건 상 못하고 있는 일이 워낙 많아서, 쓸데없는 일을 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셋째, 피드백과 실행의 속도가 빠르다 ‘사람이 적어서 혼자서 실무자 역할도 하고 리더 역할도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달리 말하자면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기에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설사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피드백도 빠르기에 바로 수긍하고 조치하면 된다. 방성환 팀장 대기업 시니어의 소규모
스타트업 이직 체크리스트
물론 모든 것에 확실하게 체크해야만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도 많다. 몇 가지가 불확실하더라도 한두 가지가 확실하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만에 하나 회사의 성장이 더디더라도 그 속에서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의 유명한 조언처럼. “로켓에 올라 타세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는 많은 충격이 있고 커리어는 알아서 성장하게 돼 있습니다. 일단 로켓에 자리가 나면 그 자리가 어디 위치했는지 따지지 마세요. 우선 올라타세요.” ▶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방성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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