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 이유 - tal-wonjeon bandae iyu

현안과정책 329호

글/안도현 (제주대학교 교수)

탈원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원자력의 위험은 대처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설령 원전 격납건물이 붕괴하는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대피해야 할 정도의 재난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당시 가장 심각하게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받은 일본 토미오카에서 주민을 대피시키지 않았을 경우, 이 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이 두달반 단축된다. 런던에서 대기오염으로 단축되는 기대수명이 넉달반이다. 일본정부가 16만명이나 강제 이주시킨 결과 첫 3년간 1,121명이 신체적 정신적 고갈로 사망했다. 방사선 자체로 인한 사망은 1명도 없는데, 방사선 공포가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원전이 지난 30여년간 화석연료를 대체함으로써 구한 생명이 180만명이다. 배출을 줄인 온실가스가 1976년이래 64기가톤이나 된다. 원자력을 포기하면 화석연료인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취약해친다. 탈원전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제기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해를 피하려다 더 큰 화를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루를 피하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避獐逢虎(피장봉호)도 마찬가지다. 원전(원자력발전소)사고가 여우나 노루이고,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호랑이다. 대한민국의 탈원전 정책에 꼭 들어맞는 속담이다.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발전소의 신규건설을 중지하고, 기존 원자력 발전소도 순차적으로 폐쇄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하고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다만,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2017년 10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건설을 재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탈원전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선언1)을 환영했다. 원자력은 한번 사고가 나면 수습할 수 없으니, 도저히 해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좀 더 깊이 자료를 살펴보던 중 혹시 내가 뭔가 잘못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쿨츠게작(Kurzgesagt)의 핵에너지(원자력) 찬반 설명 3부작 동영상에 접하면서다. 쿨츠게작은 독일어로 ‘간단한 요약’이란 뜻인데, 어렵고 복잡한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쉽고 명확한 동영상으로 풀어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핵에너지에 대해서도 원리를 설명하는 발제 동영상 및 반대와 찬성 동영상을 3편으로 만들어 제시했다.

원자력이 위험한 이유

원자력이 위험한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2) 첫째, 핵확산 가능성이다.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기술과 재료를 원전 건설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구할수 있게 된다. 둘째, 핵폐기물과 오염문제다. 원전을 가동하면 사용후 핵연료가 생긴다. 비록 사용을 마친 연료지만, 충분히 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나온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연료로 다시 쓸수 있지만,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원료가 확보되기 때문에 재처리가 허용된 나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셋째, 원전사고로 인한 재난 가능성이다.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가 발생해 격납건물이 폭발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지면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누출된다. 1987년 구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는 3가지가 있다.3) 첫째, 원자력이 생명을 구한다. 미국 NASA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원자력이 1976년부터 2009년까지 33년간 약 180만명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구했다.4)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포함한 수이다. 원전이 생명을 구하는 주된 이유는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대기에 배출하는 가스나 석탄 등과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오직 원자력만 폐기물을 격리된 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둘째,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원전을 가동해 배출을 줄일 수 있었던 온실가스의 양은 1976년 이래 약 64기가톤이나 된다. 21세기 중반이면 원전이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추가로 80~240 기가톤이 될 전망이다. 셋째, 신기술의 개발이다. 원전사고나 핵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개발이 진행중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차세대 원전을 가동할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수십년 늦어도 수백년 내에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핵폐기물을 수만년이나 보관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류다.

재생에너지가 대안일수 없는 이유

태양광이나 풍력같은 재생에너지를 원자력 대안으로 삼으려하지만, 간헐성과 낮은 에너지밀도 때문에 원자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간헐성이란 에너지를 24시간 안정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흐린날에는 태양광발전이 안된다. 바람이 안불거나 너무 센 날에는 풍력발전이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이미 지난 2020년 7월과 8월 장마기간에 50일내내 비가오고 흐려 태양광발전이 무용지물이 됐던 경험이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수소가 유력한 저장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생산비용이 너무 비싸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은 원자력뿐이다. 리튬전지와 같은 배터리에 저장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배터리 가격이 고가일 뿐 아니라, 국가단위의 전기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배터리 재료(희귀금속)를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재생에너지는 화력이나 원자력처럼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을 선택한다면 재생에너지의 사용은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탈원전을 선택한 나라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지 않고 있다. 가스의존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스도 화석연료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특히, 가스는 채굴과 이송과정에서 메탄이 누설돼 기후변화에 석탄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의 보조수단으로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 오염물질이 더 많이 배출된다. 미국의 전력회사 듀크에너지(Duke Energy)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증가가 대기오염을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5) 듀크 에너지는 태양광발전이 의도대로 대기오염을 줄여주는지 파악하기 위해 7개월간 발전소 운영과 대기오염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는 태양광발전이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많이 만드는 한낮에도 오염물질이 증가했다. 이유는 태양광의 전기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변화에 맞춰 화력발전소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 열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거액을 투자해 대기오염을 악화시킨 셈이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오히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취약하게 만드는 현상은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늘린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국가별 탄소발자국(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하는 정도)을 보면, 탈원전을 선택한 독일이 원전중심인 프랑스의 10배나 된다. 전기생산 배출요인(Grid Electricity Emission Factors; KgCO2e per kWh)이 프랑스는 0.047에 불과한데, 독일은 0.469나 된다.6) 재생에너지 투자로 석탄의존은 줄였지만, 화석연료인 가스 의존도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7) 온실가스 배출정도를 지도에 시각화해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그림1). 녹색이 짙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갈색이 짙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데,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인 독일, 덴마크, 스페인은 갈색이고, 원전중심인 프랑스는 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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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유럽 주요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정도 www.electricitymap.org/zone/DE

프랑스와 독일의 에너지원 구성을 1969년부터 2018년까지 비교해보면 프랑스는 원전의존도가 가장 높은데, 독일은 상위 3위가 석유, 석탄, 가스 등 모두 화석연료다 (그림2). 재생에너지에 거액을 투자했는데도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도가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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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프랑스와 독일의 1969년부터 2018년까지의 에너지원 https://www.visualcapitalist.com/energy-consumption-by-source-and-country-1969-2018/

낮은 에너지밀도도 재생에너지의 근본적인 한계다. 에너지밀도란 단위 부피당 저장 혹은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에너지밀도는 원자력이 가장 높다.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 1그램이면 석탄 3톤을 태워 나오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원자력은 에너지밀도가 높은 만큼 배출하는 폐기물의 양도 적다. 원전 1기가 수십년간 배출하는 폐기물은 실내체육관 정도의 공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밀도가 낮기 때문에 산업공단 등에 공급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를 매우 많이 건설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토지를 소모해야 한다. 에너지밀도가 낮은데다 하루 4시간밖에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태양광으로 원전2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태양광패널(330W)이 1억장 이상 필요하다. 태양광패널의 두께가 4cm라면 두께만 계산해도 4,000km나 된다. 부산부터 시베리아 땅 끝까지 거리가 4,000km다. 토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간헐성과 낮은 에너지밀도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매우 비싸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전문가들이 계산한 에너지투자수익률(EROI: Energy Return on Investment)은 태양광이 가장 낮고, 원자력이 가장 높다.8) 미국 시카고대학의 에너지연구소(EPIC)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비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너지비용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LCOE(Levelized Cost of Energy)는 간헐성비용(백업 용량 비용), 막대한 물리공간 비용(태양광 및 풍력발전부지 및 송전비용) 및 기저발전 조기퇴출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비용을 제대로 산출할수 없다고 지적한다.9)

원전사고가 치명적이지 않은 이유

“그래도 원전 격납건물이 붕괴하는 초대형 사고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정당한 질문이다. 원전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99.99% 안전해도 사고가능성이 0%인것은 아니다. 만일 후쿠시마원전 사고같은 일이 산업시설 밀집지대인 남동해안에서 발생하면, 인근 산업공단을 비워야 할까? 원전중대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하면 국가경제의 붕괴로 이어질까? 과연 원전중대사고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건일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그 판단기준이 J값(the Judgement or J-value)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필립 토마스 교수가 2012년부터 영국과 인도정부의 지원을 받아 NREFS (Management of Nuclear Risk Issues: Environmental, Financial and Safety)프로젝트로 개발한 지표다.10)

J값은 삶의 질 지표(Life Quality Index)를 이용해 어느 안전조치가 안전의 이익이란 측면에서 비용대비 가치가 가장 뛰어난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위험노출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윤리적인지 판단하는 경제지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봉쇄조치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사용한 도구다.

J값을 이용하면 원전 중대사고 발생시 대규모 주민이동조치가 과연 정당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소련과 일본정부는 5~10배나 많은 인원을 불필요하게 강제 이주시켰다.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의 경우, 33만명을 강제 이주시켰는데, J값을 적용하면 3만명으로 국한했어야 했다. 후쿠시마는 16만명을 강제이주시켰는데, 전적으로 불필요한 조치였다(지진과 해일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일본 토미오카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을 경우, 주민의 기대수명이 두달반 단축된다. 영국 런던에서 대기오염으로 단축되는 기대수명이 넉달반이다. 후쿠시마의 기준을 적용하면 런던시민들도 모두 강제이주 대상이 된다. 지구상의 모든 대도시 주민이 강제이주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정부가 16만명이나 불필요하게 강제 이주시킨 결과 첫 3년간 1,121명이 신체적 정신적 고갈로 사망했다는데 있다. 즉, 방사선 자체로 인한 사망은 1명도 없는데, 방사선 공포가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결어

탈원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국민을 위협하는 요인은 원전이 아니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다. 탈원전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 탈원전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을 잘못 알면, 누구라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면, 그 결정을 바꿔야 한다. 사실이 바뀌면 마음을 바꿔야지, 마음은 안바꾸고 사실을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여우(원전사고)를 피하려고 굳이 호랑이(기후변화와 대기오염)와 마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참고문헌>

  • 1) 연합뉴스 (2017.6.19.). [전문] 文대통령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 https://www.yna.co.kr/view/AKR20170619071500001
  • 2) Kurzgesagt – In a Nutshell. (2015.4.1.). 원자력이 끔찍한 세 가지 이유! (2/3). https://www.youtube.com/watch?v=HEYbgyL5n1g
  • 3) Kurzgesagt – In a Nutshell. (2015.4.1.). 원자력이 멋진 세 가지 이유! (3/3). https://www.youtube.com/watch?v=pVbLlnmxIbY
  • 4) Kharecha, P. A., & Hansen, J. E. (2013). Prevented mortality and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historical and projected nuclear power.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47(9), 4889-4895. https://pubs.acs.org/doi/abs/10.1021/es3051197
  • 5)North State Journal. (2019.8.14). Duke Energy application points finger at solar for increased pollution. https://nsjonline.com/article/2019/08/duke-energy-application-points-finger-at-solar-for-increased-pollution
  • 6)Carbon footprint. (2019). Country specific electricity grid greenhouse gas emission factors. https://www.carbonfootprint.com/docs/2019_06_emissions_factors_sources_for_2019_electricity.pdf
  • 7) Bloomberg. (2018.8.15). Germany’s Failed Climate Goals A Wake-Up Call for Governments Everywhere.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germany-emissions
  • 8) Global Energiewende. (2014.9.4). EROI ranking of different power sources. https://energytransition.org/eroiranking/
  • 9) Greenstone & Nath. (2019). Do 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Deliver? https://epic.uchicago.edu/wp-content/uploads/2019/07/Do-Renewable-Portfolio-Standards-Deliver.pdf
  • 10) Watson. (2019.4.12). For The First Time, World Learns Truth About Risk Of Nuclear. https://medium.com/generation-atomic/for-the-first-time-world-learns-truth-about-risk-of-nuclear-6b7e97d435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