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년 계약갱신청구권 - wolse 1nyeon gyeyaggaengsincheong-gugwon

한 달 전 다급한 목소리로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큰일 났어요. 작년에 산 집에 입주하려고 임차인이랑 통화했더니 글쎄 못 나가겠다며 배 째라는 거예요."

"응? 임대인이 입주하는 경우에는 계약갱신청구권 거절할 수 있는데?"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자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반드시 사용해야겠다면서, 전 주인이랑 전세 계약할 때 4년 살아도 된다고 약속했다는 거예요."

"그래? 전세 계약서 확인해 봤어? 특약사항에 그런 부분이 명시되어 있어?

"아, 한번 확인해 볼게요."

이 후배는 작년에 큰 맘 먹고 거주할 아파트를 매수했다. 내 집에 입주하기 위해 현재 거주 중인 전세의 만기일자도 이에 맞춰놨는데, 임차인이 못 나가겠다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어떻게 해야 하냐는 다급한 SOS 요청이었다.

여기서 잠깐 후배의 전후사정을 말해두자면, 이 후배는 2년 전 청약 당첨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연고도 없는 과천으로 과감히 이사를 왔었더란다. 당시에는 전입부터 1년이 지나야 당해(해당지역 주민)로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 당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과천시의 요청으로 국토부가 당해 기준을 2년으로 변경해버렸다. 그 사이 집값은 부지런히 올랐다. 후배는 1년을 더 채워 청약을 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작년 54만 명이 몰린 과천지식정보타운 결과를 보고 현타가 와버렸다. 2년을 살아도 내 조건으로 청약은 쉽지 않겠구나 깨달음을 얻고, 바로 그날 안양에서 학군 좋기로 유명한 동네의 구축 아파트에 전세 끼고 매수 계약을 했더란다. 다행스럽게도 계약하고 나니 갑자기 폭등장이 형성되어 잔금 치르기도 전에 수억 원이 올라버렸다는 행복한 결말. 그렇게 힘겹게 생애 첫 집을 마련하고 '드디어 내 집에 한번 살아보겠구나' 하고 입주를 학수고대하던 차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같은 분쟁은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본격 시행되면서 현장에선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갱신권 사용 여부를 가지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눈치 싸움을 할 때는 중개사도 중간에서 참 아슬아슬하고 곤란할 때가 많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점차 정착하고 있는, 이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된 사항들을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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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파사

계약갱신청구권이란 무엇인가?

기존 세입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전과 동일한 계약조건으로 임대인에게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전에는 임차인이 2년간 거주한 후 임대인이 재계약을 거절하거나 서로가 원하는 금액이 맞지 않으면 세입자는 무조건 이사를 가야 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에는 임차인이 2년 거주 후 추가 2년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당당하게(?)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 전월세 인상율 상한율이 적용되어 보증금 증액은 연 5%로 제한된다. 간혹 1년에 5%씩 올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임대인이 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2년 미만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임차기간을 2년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단, 임차인이 2년 미만의 계약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 2년 미만으로 본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4억 원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계약 갱신때는 5%인 2000만 원 한도 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이 증액금 또한 한도의 규정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어서 세입자가 협의를 거부하면, 보증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임대인에게 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간 전세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5%에 맞춰서 재계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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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파사

거주보장기간의 변천사는?

종전에 임차인이 한번의 계약으로 2년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계약갱신청구권 덕분에 2년을 더해 총 4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약 31년 만의 법 개정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최초로 신설한 1981년 당시 임차인의 거주보장기간은 1년이었다. 이후 1988년 올림픽 전후로 서울의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자 1989년 주임법 개정을 하여 1990년부터 거주보장기간을 2년으로 늘렸다. 이 규정이 2020년까지 이어지다가 이번에 갱신청구권 도입으로 4년까지 연장되었다. 거주보장기간이 1년에서 4년까지 늘어나는 데 만 30년이 걸린 셈이니 그동안 세입자가 권리를 많이 보호받지 못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렇게 보장기간이 늘어나면 임차인은 좋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역사상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해가 1년에서 2년으로 거주보장기간 개정이 예고되었던 1989년이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한해 29.6%가 올랐고,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일가족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한다. 정부의 2년 연장에 맞서 시장에서는 임대인이 2년치를 한 번에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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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세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도 역사에 비춰보면 그 단초가 보이는 것 같다. 갱신청구권은 2020년 7월 시행되었으니 이때 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의 만기가 내년 7월 이후부터 도래하기 시작한다. 계약갱신권 사용으로 2년은 5%만 증액할 수 있겠지만, 내년 7월 이후 새롭게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는 임대인이 한 번에 4년치를 올리려고 하지 않을까? 신규 공급물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한 번의 전세 파동이 있진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

주임법에 의하면 임대인은 임대차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2020년 6월 9일 법 개정으로 만기 1개월 전 통보에서 만기 2개월 전 통보로 변경이 되었으며, 시행일인 2020년 12월 9일 이전에 임대차계약서를 썼다면 종전 규정에 따라 만기 1개월 전까지 갱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임대인이 이 기간 내 임차인에게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아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2년 연장된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에는 임대차와 관련된 여러 이슈로 인해서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조용히 묵시적 갱신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임대인이 만기 4~5개월 남았을 때 임차인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 이때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원하면 임대인은 무조건 연장을 해줘야 한다. 단, 갱신권을 거절할 수 있는 9가지 사유인 경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거부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9가지 사유는?

주임법에서 규정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9가지 사유는 아래와 같다.

1. 임차인이 2번의 월세 상당 금액을 연체했을 경우

월세는 반드시 2회 연속 연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연체 총액을 합해 2기 분에 도달하면 된다. 예를 들어 1~2월 연속으로 월세를 연체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1월 연체후 2~3월 정상 지급했다가 4월에 다시 연체한 경우도 거절 사유에 포함된다.

2. 임차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임차인이 허위 신분으로 계약을 했거나 주택으로 쓰지 않고 사업장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차인에게 이사비 등 소정의 보상을 실제 제공한 경우만 해당이 되며, 실제 제공하지 않거나 쌍방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보상은 거절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4. 임대인의 동의없이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임대인 동의없이 3자에게 주택을 재임대한 경우에는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5.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임대인의 동의없이 무단 개조하거나 임차인의 중과실로 화재가 나는 경우 등을 말한다.

6.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주거기능의 상실로 임대가 어려워진 경우

7. 재건축을 하거나 노후되어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 / 직계비속을 포함)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직계존속은 임대인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며, 직계비속은 아들, 딸, 손자, 손녀 등을 말한다. 즉, 소유자가 아닌 소유자의 부모나 자녀가 직접 거주하려는 경우에도 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9. 그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는 8번 임대인의 직접 거주다. 보증금을 5%만 올리길 원하는 임차인과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임차를 줄 바엔 차라리 직접 입주하겠다는 임대인 간에 한바탕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물론 작년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례처럼 임대인이 매매를 하고자 하는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 실입주를 원하는 매수인에게 집을 제 값 받고 팔 수 없으니 임차인에게 이주비 상당 등의 보상을 제공(3번 사유)하고 갱신권 사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임차인에게 보상을 해주면서까지 매매를 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임대인이 많아 빈번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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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사용시 임차기간은?

임차인이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 임차기간은 2년으로 본다. 다만 이때 반드시 2년을 거주할 필요는 없다. 갱신권 사용시 임대차계약의 해지는 묵시적 갱신 규정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연장 계약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계약기간 중 임대인에게 해지 통보를 한다면 통지일로부터 3개월 뒤에 계약은 자동 해지가 된다.

일반적인 전월세에서는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다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 임대인 측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이 부담하고 있는데,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에는 3개월 뒤 임대차계약이 자동 해지되기 때문에 임대인 측 중개수수료 또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위반하면?

만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고 임차인에게 통보한 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때는 임차인이 보장받을 수 있었던 기간, 즉 2년 이내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준다면 원칙적으로 임대인은 종전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물론 임대인이 자진해서 보상을 해주는 경우는 없으므로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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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인정보 이슈로 기존 세입자는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 내역을 발급받을 수 없고 새롭게 확정일자를 받았는지만 알 수 있다. 즉, 본인의 이주 이후 새로운 확정일자를 받은 내역이 있다는 것으로 신규 임대차계약이 있음을 추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증여 이슈로 자녀가 들어와서 살지만 부모와 자녀 간에 전세계약서를 쓰고서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전입만 하고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확정일자 정보만으로는 실제 갱신청구권 거절 사유를 충족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법과 실무상 괴리가 있으므로 추후 입법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음이 입증된다면 임대인은 임차인과 합의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주임법상 아래 중 큰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하게 되어 있다.

1. 갱신 거절 당시 월세(보증금은 월세로 환산)의 3개월치

만약 갱신거절 당시 보증금 5억 원, 월세 30만 원에 살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환산월차임의 3개월치는 434만 원이다.
*환산월차임 114만 원 (=보증금 5억 x [0.75%(현재 기준금리)+ 2%] / 12개월) + 월세 30만원 = 143만 원

2.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과 신규 환산월차임의 2년치

보증금 5억 원, 월세 30만 원을 거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증금 6억 원, 월세 50만 원에 신규 임차를 줬다면 환산월차임의 2년치 차액 1068만 원 (44.5만 원 x 24개월)이 된다. 

*종전 환산월차임 114만 원 + 30만 원 = 143만원

*신규 환산월차임 137.5만 원 (=보증금 6억 x [0.75%(현재 기준금리)+ 2%] / 12개월) + 월세 50만 원 = 187.5만 원

3. 갱신 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

이때는 실제 임차인의 손해액을 추산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신규로 얻은 전세 중개수수료 200만 원 + 이사비 200만 원 + 도배장판비 200만 원 = 600만 원 이런 식이다.

참고로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지 않고 해당 주택을 2년간 공실로 비워두는 경우에는 주임법상 손해배상 대상은 아니다. 다만, 법무부 측 주임법 해설자료에 의하면 민법 750조 일반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질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자.

서두에서 언급한 필자의 후배는 전 주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전세계약서에 거주기간 연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임대인의 직접 입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음에도 임차인 측의 태도가 완강해서 결국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명도소송까지 준비했고, 변호사의 내용증명을 받은 임차인이 꼬리를 내려 다행히 생애 첫 집에 무사히 입주했다.

법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계약갱신청구권도 어느새 도입 2년차가 되었다. 갱신청구권이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시켰고 임대인과의 전월세 연장 협상에서 임차인에게 강력한 카드가 됐음에는 이견이 없다. 내년 7월 이후 도래할 임대보증금 상승 분이 걱정되긴 하지만 임차인에게 4년의 거주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해당 규정을 꼼꼼하게 파악해 주거 안정과 마음의 안정을 충분히 누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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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주는 회계사 / 현직 공인회계사(KICPA) 겸 공인중개사

국내 빅펌 회계법인과 NPL(부실채권) 전문자산운용사를 거쳐 현재 경기도 과천에서 부동산중개 + 세무회계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증시와 금리에 주목하는 광의의 전문가보다 매일 접하는 우리네 전월세, 우리 집 세금, 아파트 청약 등 리얼 부동산을 다루는 협의의 전문가를 표방합니다. 가깝고도 먼 부동산과 세금을 주제로, 국내 유일 부동산 중개가 주업인 회계사의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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