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이력서 샘플 - wontideu ilyeogseo saempeul

대기업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관리자급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이력서를 보고 평가할 기회가 잘 없다.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내 이력서를 보여주는 것은 부끄럽다고 생각하므로 친구와 동료의 이력서를 볼 기회도 흔치 않다.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많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이력서를 작성하면 무엇이 더 좋은 이력서인지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좋은 이력서는 존재한다.

이력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이력서를 쓸 수 있을까?

사람마다 이력서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다양하겠지만, 나는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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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나 자신에 대한 사실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쌓아온 경력, 학력이나 역량 혹은 스킬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C)는 어떤 직무 경험 혹은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는지에 대한 기업의 요구 사항이다. 채용 공고를 보면 보통 자격 요건이나 우대 사항 등으로 적혀있다.

(A)와 (C)를 연결해주는 (B)가 바로 이력서이다. 나 자신에 대한 내용(A)을 잘 정리하고 포장하여 기업의 요구 사항(C)에 맞는 인재임을 어필하는 문서인 것이다.

(A)와 (C)는 개인이 바꿀 수 없다. 나 자신에 대한 사실인 (A)를 바꾸는 것은 거짓말이자 위조이다. 기업의 요구 사항인 (C)는 지원자인 개인이 정할 수 없다. 하지만 (B)는 내 의도에 맞추어서,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서 조금씩 바꾸어 쓸 수 있다.

내 이력과 경력을 바꿀 수 없다고 가정했을 때, 즉 새로운 경력과 이력을 쌓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직을 생각할 때 (A)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력서도 지원할 때마다 매번 달라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요구 사항 (C)가 달라진다면 조금씩 의도를 가지고 이력서를 고쳐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두산중공업에서 7년간 근무를 하면서 4.5년은 재무 업무를 하였고, 3.5년은 전략 업무를 하였다. 만약 내가 지망하는 포지션이 재무 직무라면 4.5년의 재무 경험을 더 상세하게 적고 재무 직무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갖춘 것으로 스스로를 포장해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필자와 같이 경력 내에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명확히 다른 경우에 동일한 이력서를 가지고 재무 포지션이나 전략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하지만 7년 내내 재무 직무를 해오다가 재무 포지션에 지원한다면 굳이 지원할 때마다 이력서를 다시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이력서 쓰기,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이력서가 무엇인지를 이해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써야 할 순서이다. 하지만 막상 쓰고자 하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럴 때 많이 권하는 방법이 이력서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내용 (A)부터 적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 나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지 말고, FACT에 해당하는 것부터 적기 시작하라. 양식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보통 EXCEL을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본인은 이것을 Fact Sheet라고 부른다.

필자의 Fact Sheet 중 일부를 캡처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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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캡처하다 보니 위에 생략된 정보도 많고, 실제로는 저것의 2배 이상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최대한 많이 상세한 내용을 준비해놓고 있어야 잊어버릴 염려도 없고, Fact Sheet에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다.

팀을 옮기거나 담당업무가 바뀌고, 이직을 하면 과거에 했던 업무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언젠가 필요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상세히 기록해놓기를 권한다. 보통은 몇 달에 한 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고 권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몇 달에 한 번씩 Fact Sheet만 업데이트하는 편이다.

Fact Sheet과 이력서가 무슨 차이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 Fact Sheet은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고 이력서를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미즈 앙 플라스(mise en place)”라는 말이 있는데,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요리 직전의 상태까지 미리 준비해놓는 것을 의미한다. Fact Sheet 역시가 이력서라는 요리에 있어서 “미즈 앙 플라스”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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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Sheet는 이력서라는 요리에 있어서 “미즈 앙 플라스”다.

Fact Sheet가 완성되었다면 이제 자세히 적혀진 Fact 위주의 정보를 잘 선별하고 포장하여 이력서의 형태로 만들어 나갈 차례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대한 정보, 내가 어필하고 싶은 정보 위주로 고르고 순서를 조정하고 더 좋은 표현을 찾아서 이력서 양식에 기입해나가면 된다.


◆ 이력서 양식은 뭐가 좋을까?

아무리 나 자신(A)에 해당하는 사실들을 잘 정리해놓았다고 해도 이력서 양식에서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양식을 정해주었다면 거기에 맞추어서 하나씩 채워나가면 되니 오히려 쉽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력직 이직은 양식의 제한이 없는데,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양식이 좋은 양식이지?

자신만의 이력서 양식을 창조한다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험이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이 방법은 권해드리고 싶진 않다. 다른 이력서를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간도 아끼고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이력서 양식”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결과가 나온다. 사람인, 잡코리아 같은 채용 플랫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필자가 근무하는 원티드에서도 좋은 양식을 제공한다. (원티드 이력서)

조금 더 추천드리는 방법은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 이직한 친한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친구한테 부탁을 하여 그 친구의 이력서를 받아보았다. 친한 사이니까 달라는데 부담도 없고, 최근에 가장 똑똑한 친구가 쓴 양식이라 템플릿이 엉망일 염려도 없었다. 필자가 그렇게 해서 받은 양식은 외국계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1 page의 영문 이력서 양식이었는데,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필요도 없고 영어 실력도 자신이 없기에 이것을 한글로 바꾸어서 1 page 짜리 한글 이력서 양식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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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훌륭한 예술가는 훔친다.

이력서 양식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조언하고 싶은 것은 그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에게 맞추어서 양식을 수정하는 것이 무조건 필요한 작업이다.

가장 먼저 기업에서 궁금해하지 않거나 내가 관련하여 적을 만한 정보가 없거나 어필할 만한 정보가 아닐 경우에는 과감히 삭제하자. 예를 들어 가족사항이나 결혼 여부 등 개인 정보를 묻는 항목들을 삭제하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의 회사는 그런 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병역 및 보훈 사항’이라는 항목도 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면 역시 삭제하자. 반면, 주어진 양식에 없더라도 반드시 기업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이를 양식에 추가하자.

해당 사항이 없으면 적지 않으면 되는데 왜 굳이 양식을 수정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성의’에 대한 문제인데, 이력서를 작성함에 있어 단순히 내용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템플릿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가자의 입장에서 이력서를 보면 내용보다도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력서 양식이므로, 이런 것까지 신경 써주는 것이 좋다.

사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주목도’이다. 앞서 거듭 언급했듯이 이력서에서는 내가 어필하고 싶은 강점들이 최대한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불필요한 정보들이 가득 차 있는 양식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내 경력과 역량적인 장점들이 묻혀버리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