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부작용 - yeoseonghaldangje bujag-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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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드디어 내가 이런 날도 보는구나!’

여성운동 필요 없는 사회 만드는 게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 #투명 평등 사회 만드는 기본 이념인 #성별다양화 정책 가치 여전히 유효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며 대표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냥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국내 최대 야당 대표가 공식적 어젠더로 이 주제를 제기한 걸 놓고, 일각에선 그를 ‘안티 페미니스트’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나 메시지를 보면, 그는 ‘페미니스트’도 ‘안티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그저 할당제 같은 머릿수 늘리기 경쟁, 양으로 균형과 공정을 논하는 걸 촌스럽고 낡은 ‘꼰대 가치’로 치부하는 거로 보였다는 말이다.

인간을 성별에 따라 강자와 약자로 나누는 걸 낡고 한심하게 보는 인류가 나타난 건 신선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페미니즘의 최종 목적지는 ‘여성 운동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내가 2030을 났던 시절은 좀 험했다. 한 예로, 그 당시 신호 대기로 차를 정지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차도로 뛰어와 “건방지게 여자가 차를 모느냐”고 소리치며, 내 차 문을 발로 찬 일도 있다. 그는 일행의 박수를 받으며 인도로 돌아갔다. 이 정도는 그저 사소한 해프닝이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절을 극복할 페미니즘 가치마저 없었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지금 ‘여성이 왜 마이너리티냐’고 되묻는 광경이 펼쳐지니 개인적으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마침 지난주에 한국여성재단에서 열린 ‘한국30%클럽’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어 세미나 원고를 준비하면서 젊은 여성 후배 몇 명과 취재 겸 얘기를 나눴다. 그들도 ‘여성할당제 폐지’ 주장에 쿨했다. 사회생활에 여성할당제 혜택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오히려 여성할당제의 혜택은 여성 정치인이나 고위직에나 돌아가는데, 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행태는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피해호소인’으로 여론몰이하는 데에 앞장섰던 일을 모두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이는 아주 나쁜 선례로 각인된 것으로 보였다.

또 할당제의 혜택으로 각종 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의 ‘낙수효과’가 없음도 지적했다. 게다가 채용에서 특정 성이 선발 예정 인원의 30% 이상이 되도록 ‘양성평등 채용’을 도입한 공공 부분의 경우 2015년 이후에는 남성 합격자 수를 30% 이상으로 맞추기 위해 남성을 추가 합격시키는 수가 더 많을 만큼 남성 진입 장벽 해소 용도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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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칼럼 6/26

이처럼 시대가 달라졌다. 사실 ‘여성할당제’라는 말은 ‘성별다양성 정책’을 정치적이고 선동적으로 부르는 용어다. 현재는 특정한 성이 각 조직에서 70%가 넘지 않도록 성별의 균형을 이루자는 게 주 내용이다. 최소한의 물리적 균형을 통해 질적 균형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얘기. 이번 세미나에선 ‘공공부문 성별 다양성 현황과 추세’를 검토했다.

이날 발표된 350개 공공 기관의 여성임원 현황 전수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임원은 전체의 22.1%다. 상임이사는 6.2%이고, 비상임이사가 27.2%라는 점에서 질적인 문제는 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가 물리적 균형을 향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여성 고위직 할당 형식이 의구심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여성 고위직 30% 운동을 여성계가 지속할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사회적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독하게 공고한 공공기관의 ‘엘리트 카르텔’을 깨기 위해 꼭 필요하다.” 실제로 공공기관 이사회는 관료·정치인·공공기관 출신이 포진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이사회 안건 의결 결과를 보면, 원안 의결이 92.4%에 이른다. 그들만의 카르텔을 통해 이견 없는 이사회를 만든 것이다. 여성은 이런 카르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성별다양성 운동은 여성 할당제만 지향하지 않는다. 고위직 여성 할당제는 우리 사회가 마치 성평등 사회인 것처럼 분식하는 데에 가장 눈에 띄기 때문에 이에 치중한 측면도 있다. 실제 성별다양성의 바탕이 되는 생각은 ‘동일 직무, 동일 임금, 근무 환경의 유연화’이다. 그런데 영국 경제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임금은 남성 대비 34.6%가 낮다. 세계 최하위다. 물론 과거 호봉제처럼 눈에 띄는 성차별 급여 제도는 없다. 그런데도 격차는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공고하다.

요즘은 ‘동일 직무 다양한 채용 제도’를 통해 애당초 연봉 격차가 전제된 상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남의 연봉은 알 수도 없는 연봉제 미명 아래 스펙 높은 여성 인력을 저임으로 채용하는 정책을 구사하는 기업들도 있다. 너무 세련되고, 교묘하고, 다양해 꼬투리 잡기도 힘들다. 남성들에겐 기회가 없고 여성들은 저임의 굴레에 빠지는 악순환. 한국이 여성 자살 세계 1위를 달리는 것이 이렇게 미래도 비전도 없는 생활고 때문은 아닌지 이젠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페미니즘이 추구한 원시적 가치는 균형과 평등의 휴머니즘이다. 지금은 여성도 남성도 좌절감이 큰 시대다. 이런 때엔 성 대결이 아니라 젊은이를  좌절시키는 ‘구조적 악덕’을 찾아내 함께 대응하는 사회적 연대에 나서는 게 그나마 나은 길이 아닐까.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일부 남성 "역차별" 주장 vs "사실상 없는 제도" 반박

주요 대기업 "성별 고려 안 해"…일부 공기업도 "최종 당락 무관"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수혜는 최근 8년 남성이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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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대상 취업 상담

[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임순현 기자 김예정 인턴기자 =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 이른바 '여성 할당제'를 둘러싸고 사회 곳곳에서 성별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성의 교육·사회적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여성에 대한 사회 관습·제도적 차별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를 유지한다면 남성의 취업기회가 박탈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부 남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기업에서 사람 채용할 자유도 사라지고 있다",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전체 50% 이상을 여성 후보자로 추천해야 하는 정당 비례대표 선거를 제외하면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에 할당제가 있기는 하느냐"며 "사기업 채용 과정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고,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오히려 남성할당제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국내 주요 기업·공기업과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에 일정 인원을 할당하는 제도나 가점제를 적용하는지 확인했다.

◇ 대기업 "할당제 없다"·일부 공기업 목표제 있으나 최종 합격엔 영향 無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집계한 지난해 매출액 상위 20대 대기업과 잡코리아·알바몬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취업 선호 상위 기업 등 21개 주요 민간 기업 가운데 제도적으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취재 대상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기아, 포스코, 현대모비스, 하나은행, 삼성생명, 한국산업은행,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LG화학, 우리은행, 한화생명, 신한은행, 국민은행, CJ제일제당, LG디스플레이, 네이버, 카카오였다.

이들 기업 관계자 중에는 오히려 '그러한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가 존재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도 "저희 공고 자료에 따르면 기업 채용 공고에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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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박람회

[연합뉴스자료사진]

공기업 중에는 채용 과정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려는 제도를 적용하는 곳이 있었다. 공기업의 여성 비율은 2019년 기준 16.7%다.

지난 4월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 취업 선호도가 높은 공기업으로 꼽힌 10개 사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사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운영하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최종 합격자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여성에게 배정하는 게 아니라는 게 이들 기업의 설명이다.

서류나 필기 전형에서 남성 혹은 여성 합격자가 목표한 비율에 미달하는 경우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성비를 조정한다. 즉, 성별로 인한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서류전형 합격자가 특정 성별이 20% 미만이 되지 않도록 해 성별 균형을 유지한다.

한국조폐공사는 특정 성별 기준의 하한선이 행정직 40%, 기술통합직 25%, 한국수자원공사 35%, 한국마사회 30%, 한국토지주택공사 25%다. 이후 전형에서는 최종 단계까지 성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라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을 우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성별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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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추가합격자 수 변화

[출처: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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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연도별 추가합격자

[출처: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

◇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수혜자 최근 8년간 남성이 더 많아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특정 성별이 전체 합격자의 30%가 되어야 한다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가 적용된다.

이 제도는 1996년 시작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가 2003년부터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전환된 것으로, 서류·필기 등 특정 전형 단계에서가 아니라 최종 합격자 수에 성비 목표제를 적용한다.

최종 합격자 중 어느 한쪽이 30%에 미치지 못하면 고득점순으로 '추가 합격자'를 선발해 성비를 맞춘다. 즉, 공무원 시험에서 성별 때문에 추가 합격할 수는 있어도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불이익을 당하진 않는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3∼2011년까지는 이 제도에 따른 여성 추가합격자가 더 많았으나, 2012년부터는 남성이 여성 추가합격자 수보다 많았다.

2003∼2011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적용해 추가 합격한 인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통틀어 여성이 1천125명, 남성이 636명이었다.

2012년부터는 여성이 43명인데 비해 남성이 78명으로 남성 추가합격자가 더 많아졌으며, 이러한 추세는 2019년까지 계속됐다. 2019년 추가합격자는 남성이 235명, 여성이 74명으로 남성이 3배 정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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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연합뉴스자료사진]

◇ 창업학교 여성 가점은 서류심사에만 적용 뒤 '리셋'…"임시적 조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주관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도 남성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 사업은 합격 시 지원금 최대 1억원과 사무공간·장비, 판로개척, 해외 진출 컨설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청년 창업자에게 인기가 높다.

서류·발표·심층면접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데, 서류심사 과정에서 여성에게 가점을 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중진공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도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 모집공고'에 따르면 여성 지원자에게는 서류심사에서 100점 만점 중 0.5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류심사에서는 고득점자순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1.5∼2배수가 다음 단계인 발표심사 대상자로 선정되기 때문에, 여성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하는 중진공은 여성 가점 부여는 여성 지원자의 참여 독려를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2011년부터 여성 가점을 부여하지만, 창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성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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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21 청년창업사관학교 여성 지원자·합격자 비율

[출처: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실제로 중진공이 연합뉴스에 제공한 최근 11년간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2011년 14.6%에서 증감을 반복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엔 이 비율이 25.7%, 올해엔 28.8%였다.

최종 합격자 중 여성 비율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1년 9.1%, 2012년은 12.2%였고 2020년 21.4%, 2020년 28.5%를 기록했다.

여성 가점은 서류 심사에만 적용되고, 발표 심사엔 서류 심사 점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단계부터는 성별에 따른 가점이 없다.

중진공은 2019년부터 전역했거나 전역 예정인 장병 중 국방부 장관 추천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면제해 곧바로 발표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를 통해 서류심사 면제 특혜를 받은 지원자는 2019년 2명, 2021년 3명이었으며 모두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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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7/03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