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소비기한 차이 - yutong-gihan, sobigihan chai

식품 판매시 포장재에 찍혀있는 유통기한은 많이 알고 계시지만 소비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2023년 부터는 유통기한이 지나 식품이 폐기되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자 유통기한 대신 상대적으로 긴 소비기한을 표시하여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을 표시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와 각 식품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비교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유통기한, 소비기한 차이

 

1.1. 유통기한

-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 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된 기한을 말합니다. 즉, 소비자에게 판매가 가능한 기간입니다. 유통기한은 법적 기한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마트에 진열 또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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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소비기한

- 소비기한은 식품을 미개봉 상태에서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기한을 말합니다. 즉 소비자가 섭취 가능한 기간입니다. 소비기한은 식품 섭취시 소비자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유통기한보다는 기간이 깁니다. 


1.3. 보관

- 먹을 수 있는 식품과 먹을 수 없는 식품의 기준은 유통기한이 아닌 보관에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보관을 올바르게 잘 해서 식품에 이상이 없다면 섭취하셔도 무관하지만 유통기한이 많이 남았더라도 식품 보관법이 올바르지 못했다면 식품의 변질 우려가 있어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식품별 유통기한, 소비기한 비교 

 

- 몇몇 해외에서는 식품포장재에 소비기한을 표기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제조년월일이나 유통기한을 표기하고 있어 소비기한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소비기한 표기를 예정하고 있다고 하니, 아래 이미지를 통해 식품별 소비기한을 확인하시고 올바르게 보관하시어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유통기한, 소비기한 차이 - yutong-gihan, sobigihan chai

3. 나라별 해외 식품 기한표기제도

 

일본, 미국, 유럽등 해외의 경우 유통기한 보다는 소비기한을 일반적으로 표기하고 있고 제조일자 및 품질유지기한, 유통기한등은 자율적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식품 구입이 늘고 있는데요. 해외 기한표기제도를 참고하셔서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 일본 : 일본에서는 부패 진행 정도가 빠른 식품에는 소비기한(消費期限)을 표기하고, 식품의 상태가 가장 신선한 기간인 상미기간(賞味期間)을 표기합니다. 

- 미국 : 미국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의 최종시한인 소비기한(Use by Date)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 유럽 : 유럽의 경우 맛과 안전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기한인 최상품질 유지기한(Best before)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 소비기한 차이 - yutong-gihan, sobigihan chai


식품 섭취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보관입니다. 올바른 보관방법으로 보관하였다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건강하게 섭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을 잘지켜 섭취하더라도 보관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이미 변질 되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트에서 장을 볼때에는 찌그러진 통조림 식품이나 팽창된 우유 또는 물등 유통기한이 남았어도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식품은 구입하지 않고 아이스크림과 같이 유통기한이 생략되어 있는 빙과류의 경우 제조연월일을 확인하여 가장 최근에 제조된 제품을 구입하는것이 안전한 식품 구입방법입니다.

누구나 식품을 구매하고 섭취할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주부들은 유통기한이 되도록 길게 남은 소시지를 찾아 구매하고, 편의점 주인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삼각김밥을 폐기처분 바구니에 담는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치즈가 유통기한이 지나면 아무리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라해도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렇게 불가침의 존재로 여겨져왔던 유통기한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1985년 도입 후 38년만이다. 대신 소비기한이 도입된다. '팔아도 되는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이 판매자 중심의 개념인 반면, 소비기한은 '먹어도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하는 소비자 중심의 개념이다.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대략 20~50%가량 길다는 게 식품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식품폐기 등에 따른 비용이 연간 1조원 가량 줄고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통·식품업계에선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식품 표시 기한을 늘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38년만의 변화…유통기한→소비기한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 지난해 8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내용으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소비기한은 기존 유통기한이 적용된 모든 제품에 도입된다. 다만, 환경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흰 우유는 예외적으로 2031년부터 소비기한을 적용키로 했다.   당장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찍힌 포장을 바꾸기 어려운 업체들을 위해 1년의 계도기간은 주어졌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유예기간을 줄 수 없다'며 강공책을 폈지만, 기업들이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자 계도기간 도입으로 한 발 물러섰다.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3년까지 2년여에 걸쳐 대대적인 식품 포장 교체가 일어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 시행일에 맞춰 식품 포장지를 바꾸려면 기존 포장을 폐기해야 하고 비용 부담과 자원 낭비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와 1년의 계도기간을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계도기간을 마친 2024년부터는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을 표시하면 시정명령이 내려지게 된다. 소비기한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변조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제품 폐기, 영업 정지, 제조 정지 뿐 아니라 영업 허가·등록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식품 폐기 비용 1조 감축 효과그동안 환경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유통기한을 폐지하고 소비기한을 도입하자고 주장해 왔다.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줄고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섭취 가능한 기한으로 인식하고 있어,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먹어도 문제가 없는 멀쩡한 식품이 불필요하게 폐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량은 연간 548만t으로, 이는 축구장 100개 넓이의 면적을 덮는 규모다. 처리 비용은 매년 1조 960억원에 이른다.유럽연합(EU)은 연간 8800만t에 달하는 식품폐기물 중 약 10%가 식품의 기한표시의 혼란으로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0%는 기한표시에 따라 식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라고 EU는 추정했다.식약처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폐기가 줄어 소비자는 연간 8860억원, 기업은 연간 260억원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감소 등까지 고려하면 연간 약 1조원의 비용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7월 한국식품과학연구원 소비기한연구센터 개소식에서 "내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되면 식품폐기 감소로 인한 탄소 중립 실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국제적 추세에 맞추기 위해 소비기한을 도입한 측면도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모두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사업자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선택해 표시할 수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소비기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폐기시점으로 오인됐던 유통기한 지금까지 국내에선 식품에 세 가지 방법으로 기한을 표시해왔다. 우선, 설탕이나 빙과류, 얼음 등 잘 부패되지 않는 식품은 제조일자(Date of manufacture)만 표시하면 된다. 유통기한이 없는 식품들이다.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도 있다. 장기간 보관해도 급격한 품질변화 우려가 없는 장류나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에 적용한다. 품질유지기한은 1985년 도입된 유통기한보다 22년 뒤인 2007년에 시행됐다.끝으로 유통기한(Sell by date)이다. 가공식품의 90%이상은 유통기한을 표시한다. 심지어 품질유지기한 적용대상인 간장, 된장 뿐 아니라 제조일자만 표시해도 되는 설탕도 유통기한을 쓰는 경우가 많다. 식품업체들이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변질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판매기한이 더 짧더라도 유통기한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 유통을 허용하는 기한이다.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불문율처럼 이어져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식약처·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폐기한다"고 답했다.  ○유통기한보다 긴 소비기한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느슨한 제도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품질안전한계기간'이란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품질안전한계기간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켰다는 것을 전제로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최대 기한이다. "품질안전한계기간이 끝나면 변질이 시작돼 먹으면 안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제품별 실험을 통해 이 기간을 설정하게 된다.  각 사업자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정할때는 품질안전한계기간에 적절한 안전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보통 유통기한이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안전계수 0.6~0.7)로 잡는다면, 소비기한은 80∼90%로 정해진다. 부패 시점까지 유통기한은 30~40%, 소비기한은 10~20% 시간이 남겨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호두파이의 품질안전한계기간이 냉장상태에서 10일이라면, 같은 보관 조건에서 유통기한은 6~7일, 소비기한은 8~9일로 산출되는 식이다.  현행 식약처 고시에 명기된 권장 유통기간을 살펴보면, 상온(15~25도)에서 빵은 5일, 떡은 1일 유통이 가능하다. 냉장(10도 이하)상태에서 두부(살균제품)의 권장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5일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기한을 적용할 경우 식빵은 유통기한 보다 20일, 두부의 경우 무려 90일이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참치캔의 경우 현재 5~7년 정도 유통기한 설정 가능기간으로 보고 있는데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10년 더 늘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유통·보관 환경이 양호할 때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다. 최지연 한국식품연구원 식품분석센터 연구원은 "소비자원에서 실시한 실험은 모두 0~5도에 해당하는 냉장상태에서 실시해 유통, 판매 온도와 가정 보관온도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소비기한 도입과 함께 식품 관리 온도 기준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기한 늘려도 안전할까현행 규정상 식품 냉장보관기준은 0~10도다. 냉동온도는 영하 18도다. 상온은 15~25도, 실온은 1~30도로 규정돼있다. 한국은 해외 기준보다 온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냉장 보관온도를 5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실제 소비기한 도입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식품 보관 온도 기준을 낮추고 유통·보관 관리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회사가 아닌 골목 식료품 가게 등 영세업체의 경우 보관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판매 기간이 늘어날 수록 식품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냉장보관기준을 현재 10도에서 5도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냉장식품 콜드체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하고 오픈형 냉장고 문달기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제품 유형 별로 '권장 소비기한'을 마련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소비기한을 결정하는 것은 각 사업자이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한다는 차원이다. 특히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제품별 실험을 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4년간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권장 소비기한 설정을 위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빵, 떡 등 50개 유형에 대해 권장 소비기한을 설정해 공개하고, 향후 4년간 200개 유형까지 확대키로 했다.  ○유통·식품업계 혼란유통기한 폐지와 소비기한 도입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식품업계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기한을 크게 환영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내년에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당장 식품 기한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유통기한'이란 단어를 '소비기한'으로 바꿔 달 뿐 표기 날짜는 지금과 변함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의 권장 소비기한이 앞으로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나오는 마당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비기한을 미리 늘려놨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미리 소비기한을 도입한 식품업체들은 기존 유통기한과 동일하게 제품 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동원F&B는 이달부터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6종에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이 제품들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6일었고, 이달부터 적용한 소비기한도 동일한 16일이다. SPC삼립도 카스텔라, 식빵, 샌드위치, 호빵 등에 소비기한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유통기한보다 표시 기한을 늘리지 않았다. 선적용한 소비기한은 단팥호빵 6일, 피자호빵 5일로 예전과 같다.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의 기승도 기업들에겐 고민거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한 표시가 달라지는 것에 맞춰 소비자 민원도 급증할 수 있다"며 "식품 유통 보관 기한이 늘어날 수록 환경 변수가 다양해지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관련업계에선 식약처가 추진하는 냉장 시스템 개선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냉장온도를 낮출 수록 에너지 비용이 커지는데다 오픈형 냉장고에 문을 다는 것도 소비자의 접근성 측면에선 부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주들은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보다는 매출을 우선한다"며 "담배 광고물을 가리기 위한 시트지에 반발한 것과 같이 냉장고 문달기 역시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식품업체 연구소 관계자는 "현업에서조차 소비기한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더욱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 제도를 서둘러 도입했다"며 "식품 폐기율을 낮추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초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점차 소비기한 제도가 안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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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도는 쌀 사서 93% 폐기하는데…'혈세 퍼주기' 경쟁하는 정치권 [구민기의 농산물 경제학]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게 골자다. 법안 내용은 농가의 환호를 받았다. 올해 논 농사는 초과 생산량이 25만t에 이를 정도로 풍년이 예상됐고 쌀값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정부와 여당도 움직였다. 지난달 25일 당정협의를 거쳐 쌀 45만t 규모를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수확기 내 시장격리 중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쌀 시장격리란 쌀 수확기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쌀 가격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초과 공급량을 매입하는 제도로 비축미 정책의 일부다.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의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단독 개의하는 등 법안 통과에 다시 속도를 올리고 있다.‘농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쌀값 방어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다수 농민의 생계가 걸린 쌀값이 떨어지니 정부가 나서서 쌀을 매입해 가격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쌀 소비는 구조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선심성 쌀 매입이 농민들에게 당장의 혜택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실제 수요보다 쌀을 과도하게 생산하게 하고 또다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등 악순환을 낳고 있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쌀 시장 정부 개입의 오래된 역사정부의 쌀 시장 개입은 반복된 역사다. 1969년 도입된 추곡수매제도가 뿌리다. 정부가 직접 사들임으로써 농가의 쌀 생산을 독려한다는 게 취지다. 쌀 시장 수급 상황과는 관계없이 정부가 사들이고 소비자에겐 그 가격보다 값싸게 판매하는 게 특징. 매년 규모는 달라졌지만 보통 시중의 약 25% 규모를 정부가 사들였다.쌀 시장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해 추곡수매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때부터 쌀도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본래 의미의 ‘시장’ 영향권 아래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는 과도한 시장 가격 변동을 통제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장격리 제도를 도입했다. 쌀값 방어를 위해 시장에서 해당 연도 10~12월 산지 평균 가격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정부가 쌀 가격에 개입한다는 점에선 개념적으로 엇비슷해 보여도 정부가 시장을 통해 쌀을 사들인다는 점에서 직접 농가에서 쌀을 사들이는 추곡수매제와는 다르다. 간단하게 두 제도를 비교한다면 추곡수매제는 직접 가격을 설정해 가격 개입 강도가 크지만 시장격리제는 수급에 영향을 주기에 가격 개입 강도가 상대적으로 작다. 현재까지 정부는 2005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21년 등 총 9회, 298만2000t 분량의 쌀을 시장격리 형태로 사들였다. 과잉 공급을 일상으로 만든 정부 개입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에서의 정부 개입은 곧장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쌀 수급 상황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쌀 수요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1인당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56.9㎏으로 10년 새 18.4% 줄어들었다. 식문화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요 수요처인 학교, 군부대 등 단체 급식을 하고 있는 곳만 해도 쌀보다는 시리얼, 햄버거, 피자 등 밀가루 음식이 점점 쌀을 대체하고 있다.반면 쌀 공급 감소는 더디다. 쌀 재배 면적은 2012년 84.9만ha에서 지난해 73.2만ha로 13.7% 줄어들었다. 18.4% 줄어든 1인당 쌀 소비에 비하면 매우 작은 감소 폭이다. 시장격리제도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며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과거 추곡수매제와 최근 시장격리제도로 쌀값을 매년 방어해왔다. 과잉 공급에도 매년 쌀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농가로서도 매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쌀 농사가 다른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지타산에 맞을 뿐만 아니라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밀 가격 대비 쌀 가격은 150~200%에 달한다. 최근 30년간 밀이 쌀보다 비쌌던 적은 2002년 가을과 2007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그나마 농가 인구가 2012년 291.2만 명에서 지난해 221.5만 명으로 줄어들며 전체 쌀 생산량은 소폭 감소했다. 정부, 쌀값 방어에 ‘5조원’쌀값 개입에 들어간 돈도 막대하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격리제에 사용한 금액은 총 4조6780억원에 달했다. 총 9회 298만2000t 분량 쌀을 시장격리하는 데 쓰인 비용과 시장격리한 쌀을 보관하는 데 쓰인 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각각 4조4938억원과 1842억원이 소요됐다. 56만6000t 규모의 시장격리에 9299억원을 쓴 2009년이 가장 큰 규모의 시장격리를 한 해였다. 올해 시장격리에 투입될 쌀 45만t 매입 비용을 합산하면 이 비용은 총 6조원으로 늘어난다.더 큰 문제는 시장격리로 사들인 쌀이 대부분 폐기된다는 점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시장격리로 비축한 쌀은 제대로 되팔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장격리한 쌀을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되판다. 본지 계산대로라면 대부분의 쌀은 약 7%만 되팔고 93% 규모는 매몰된다.7%는 2017년 이후 5년간 시장격리 쌀 규모와 정부 비축미 판매 통계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쌀 시장격리 비용 4조4938억원 중 7%인 3145억원을 제외하고 4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양곡관리법 통과되면 소요 재정 연 1조원 넘어재정은 재정대로 사용하고 과잉 공급은 과잉 공급대로 해소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민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쌀 시장격리를 최대한 ‘즉각적으로’ 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시장개입은 10~12월 산지 가격 평균으로 쌀을 매입하는 등 본격적인 수확기 이후 진행된다. 쌀 가격이 이미 어느 정도는 하락하고 난 뒤 가격 방어에 나서는 것이기에 농가가 시장개입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단기적으로 농가 소득 안정성은 높일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증가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격리 소요 비용은 2030년 1조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보고서는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비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정부 개입도 없는 상황과 개정안이 통과돼 정부 개입이 상시화된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 벼 재배면적은 2022~2030년 기간 중 연평균 1.3%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 조정이다. 1인당 소비량은 매년 1.8% 감소하지만, 과잉 공급 현상은 지속돼 초과생산량은 연평균 약 20만1000t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없어 벼 재배면적이 감소해 결국 과잉 생산량은 적정선으로 수렴할 것이란 얘기다. 시장 효율의 작동이다.반면 개정안 통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벼 재배면적 감소폭은 둔화해 연평균 초과 생산량 규모가 같은 기간 연평균 46만8000t 규모로 확대된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개입이 없는 상황과 비교해 132.6% 많은 수준이다. 시장 개입은 지속되고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원은 2030년에 이르러서는 격리 규모도 64만1000t까지 늘어나 처리 비용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쌀 중심 벗어나 다른 작물로 다원화해야농식품의 ‘안보적’ 특성상 완전 자율시장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 식량 안보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밀, 기름 등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세계 식재료 물가는 줄줄이 상승했고 국내 민생 경제 참여자들도 ‘식용유 대란’, ‘밀가루 대란’ 등 여러 고초를 겪었다. 더욱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은 갈수록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 상황에서 농작물을 자율시장에만 맡긴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쌀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논경작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가꿔야 하는 경작지는 그 규모가 줄어든다면 농산물의 공급 탄력성이 매우 낮아진다. 경작지가 있어야 언제든 공급을 탄력적으로 늘릴 수 있다. 쌀 생산을 줄여도 경작지는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식량 안보와 농가 수익, 국가 재정의 안정을 동시에 잡는 해법으로 전문가들이 자주 거론하는 게 작물 다양성이다. 논에서 주식용 쌀 외에도 밀, 콩, 사료용 쌀 등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주장이다. 쌀 중심 소비에서 다양한 곡물 소비로 변화하는 수요 환경에 대응하는 성격이자 논 경작지를 보호하는 방안이다.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적극적인 다른 작물 지원책을 통해 2009~2021년 사이 논 면적은 유지하면서 주식용 쌀 재배면적을 2009년 159만ha에서 2021년 130만ha로 대폭 줄였다. 대신 가공용 쌀, 사료용 쌀, 전분용 쌀, 콩, 밀 등 전략작물 재배면적은 2009년 32만ha에서 2021년 51만2000ha로 크게 늘렸다.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콩·가루쌀(분말로 만들기 쉬운 쌀 품종)을 이모작할 경우 ha당 25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 직불제’를 시행한다. 벼 대신 콩이나 가루쌀을 단작하면 ha당 100만원, 밀이나 조사료 등을 벼와 함께 이어 지으면 ha당 50만원을 지원한다.하지만 업계에서 이 같은 대책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쌀값을 방어해 줄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수로 설치, 토질 변경, 재배 기술 습득 등의 작물 전환 비용과 리스크를 선뜻 감당할 만한 수준의 지원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기존에도 벼와 함께 밀을 재배하면 ha당 50만원 수준의 직불금은 존재했다. 경기도에서 10만㎡ 규모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는 “작물 전환에만 3억~4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이 정도 직불금이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는 ‘묻지마 쌀값 방어’는 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동시에 다른 작물 재배에 대한 더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격리는 단기적으로 농민을 위하는 정책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쌀 과잉 공급을 유도하고 쌀값이 항상 하락하게 해 농민들이 결국 피해를 보게 만든다”며 “쌀만이 아니라 다른 작물들로 정책 지원을 늘려 쌀 과잉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구민기 사회부 기자 [email protected]

    유통기한, 소비기한 차이 - yutong-gihan, sobigihan 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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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발 뗀 납품대금 연동제…강제 도입은 得보다 失 클 수도 [김병근의 남다른 中企]

    지난달 22일 서울 퇴계로에 자리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납품대금 연동제’ 설명회장은 수십 곳의 위탁기업 및 수탁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중기부 설명에 귀 기울여 듣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냈다. 연동제 시범운영의 구체적인 방식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진정한 상생 협력과 동반 성장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면 위 부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원자재값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첫발을 뗐다.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알리는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열었다. 시범운영에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KT 등 위탁기업 41곳과 수탁기업 294곳이 참여 신청을 했다. 중기부는 선정평가위원회를 열어 이들 모두를 참여 기업으로 선정했다.신청 기업 1호는 식품기업인 대상이 차지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가장 많은 수탁기업과 함께 시범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기업 29곳뿐 아니라 중견기업 7곳과 중소기업 5곳도 시범운영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납품대금 연동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자재값 상승으로 하도급 업체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중기업계 호소에 공감을 나타내며 납품대금 연동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연동제에 대한 비판 의견을 의식해 연동제 ‘법제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대신,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검토’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연동제가 이번 정부에서 처음 나온 화두는 아니다. 2008~2009년 이명박 정부 때도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납품대금 연동제를 1순위 과제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행은 불발됐다. 기업들이 정부가 납품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면서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합리인 선에서 반영하는 실효성 담보가 연동제 성공을 위한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기부를 비롯한 연동제 관련 부처가 시범운영에 안주하지 않고 과정 전반을 예의주시하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납품대금 연동제 왜 제기됐나납품대금 연동제의 시초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연동제의 법제화 촉구를 결의한 게 발단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연동제 도입에 관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연동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2009년 연동제를 법제화하는 대신 하도급대금 조정협의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됐다. 같은 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개정 이후에도 하도급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납품대금 연동제 등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놨다.그러나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제도는 협동조합이 개별 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지난해 협동조합이나 중기중앙회가 수탁기업을 대신해 협의를 대행한 실적은 0건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서 거래를 끊을까 봐 조정 신청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최근 연동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계기는 코로나19 확산이다. 공급망 차질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힘을 얻었다.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원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47.6% 오른 반면 납품대금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2.3% 포인트 감소했다.중기청이 중기부로 격상되고 하도급법뿐 아니라 상생협력법도 발의되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는 게 14년 전과 다른 점이다. 중기부는 올해 국내 글로벌 대기업의 구매 담당 임원, 중소기업 대표, 전문가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동제 도입에 총력을 다했다. TF는 지난 6월 이후 12차례 회의를 열고 합리적인 연동제 설계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미국, 호주 등 해외의 납품대금 연동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공정위와 조율을 거쳐 연동제에 필요한 특별약정서 및 시범운영 방안을 완성했다. 시범운영 어떻게 하나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은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수·위탁거래 계약을 맺고 특별약정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특별약정서는 연동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을 미리 협의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이를 기업 간 협의를 통해 기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시범운영은 6개월 동안 기업 간 자율협약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은 주요 내용이 동일한 중기부의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나 공정위의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 중 하나를 선택해 협약을 맺으면 된다. 기존 거래 계약에 추가로 연동제 관련 특별약정을 맺는 식이다. 특별약정서에 포함되는 △조정 대상 물품 △주요 원재료 △원재료 가격 기준 지표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 △조정 요건 △조정 주기 △조정일 △조정대금 반영 시점 △납품대금 연동 산식 등은 계약 주체인 기업이 정한다. 노형석 중기부 거래환경개선과장은 “중기부가 다양한 적용 예시를 담아 선보인 ‘특별약정서 가이드북’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중기부는 세 가지 원칙하에서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 등의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게 첫째다. 시범운영 참여 기업에 대한 정부 포상, 장관 표창 등 다양한 유인책(인센티브)을 제공하는 게 그다음이다. 연동제의 지속적인 확산이 마지막이다. 시범운영 기업 선정은 일단락됐지만 지난달 21일부터 상시 접수 체제로 전환해 누구든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이들 기업도 연동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장은 기대 반 우려 반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A사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제때 반영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얼마나 자주 또 어느 정도 가격이 변동할 경우 대금을 얼마나 조정하는 게 합리적인지를 정하는 게 어려운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대금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떨어지면 반대로 납품대금도 줄어들 것”이라며 “공급망 차질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이 이미 정점을 찍어 당분간 단가가 하향될 일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등 심경이 복잡하다”고 했다.현대두산인프라코어 수탁기업인 다보정밀의 문광식 대표는 긴 호흡으로 납품대금 연동제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표는 “3개월에 3% 변동하면 단가를 평균해 조정하고, 5% 변동하면 조정 단가를 즉각 적용하는 식으로 연동제를 운영해 코로나19 여파로 원자재값이 70% 급등하는 속에서도 큰 피해 없이 잘 넘겼다”며 “대기업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거래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금 조정에 생산성과 품질로 보답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사는 4년여 전부터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자체적인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해 왔다. 이번 시범운영에도 참여해 특별약정을 추가로 맺을 예정이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운 데다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스템화되기 때문에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며 “단가 상승 또는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같이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의 하나로 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제화 논란과 과제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10명 중 9명이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및 법제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8월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91.1%는 연동제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이유로 조사 대상의 88.7%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법제화 방향과 관련해선 과반이 ‘주요 조건만 법으로 정하고 세부 사항은 자율로 정해야 한다’(51.4%)고 답했다.경제단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범운영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란다”면서도 “강제로 하는 법제화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시장 원리와 계약의 자유 등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시범운영이 법제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사적(私的)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형태여서 민법 체계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법제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원가 상승분이 납품가에 반영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이영 중기부 장관은 “납품대금 연동제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볼 수는 없다”며 “납품대금 인상분을 시장에 내보낸다면 연동제가 정착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중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공정위도 법제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시장의 가격 기능을 법률로 통제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화령 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납품대금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를 통해 “납품대금을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위험을 분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으나 이를 의무화한다면 효율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계약 형태를 강제하기보다는 협상력 격차를 완화하고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결국 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은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며 “원청기업을 비롯한 참여 기업의 적극적인 의지와 열린 사고가 연동제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김 원장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 또는 하락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쟁력 향상 관점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중기과학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