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티커 주는 이유 - aepeul seutikeo juneun i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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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사 제품에 애플 스티커를 끼워 주는 것은 유명하다. 그리고 Apple sticker라는 단어가 구글에서 자동완성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것을 어디에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유명한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사고 스티커를 어디에 써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검색을 좀 해보니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애플 스티커를 자동차 유리에 붙이고 있다는 모양이다. 대문에 붙이는 사람도 있다는데, 애플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렇게 애플 유저 인증을 하면 애플사 직원들은 돌아다니면서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군’ 하고 흐뭇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집에 비싼 애플 컴퓨터’가 있다고 대놓고 광고해서 도둑을 초대하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그 말도 제법 일리가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케이스는 컴퓨터에 붙이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성 컴퓨터의 노트북이 큰 인기를 끌어 그 제품을 사다  전면에 애플 스티커를 붙이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그 기회에 애플 스티커를 팔아치우는 사람까지 등장했는데… 이쯤 되면 애플을 좋아하는 나조차 놀랄만하다.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티커 한두 장쯤은 있는 게 보통이고, 애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돈을 써서까지 애플 스티커를 사다 붙이려 하지 않을 테니까. 애플을 좋아하지만 애플 제품을 산 적이 없거나 스티커를 어딘가에 다 써버린 사람들이 사는 것일까? 아무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애플 아닌 델이나 삼성 노트북에다 애플 스티커를 붙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데, 그 노트북 제조사로서는 통탄할 일이고 애플은 로고를 예쁘게 만든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정말 뭐든 예쁘고 볼 일이다. LG 로고도 꽤 재미난 모양이지만 스티커로 나와봤자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실은 나도 애플 스티커를 어디에 붙일지 꽤나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게, 아무 데나 붙이자니 스티커가 이상할 정도로 귀하게 느껴지고, 그대로 상자 안에 고스란히 넣어두자니 영 아까운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 고민 끝에 두 군데에 붙였으니, 한 군데는 맥북 아랫면이고, 한 군데는 방 창문이다. 

맥북에 스티커를 붙인 이유는 꽤 합리적이다. 맥북을 접어서 손에 들 때 스티커 부분이 알루미늄판보다 덜 미끄럽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맥북을 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활용이다. 뒤집어놔도 맥북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한편 애플 스티커를 창문에 붙인 것은 순전히 배트맨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고담시에서 배트맨을 불러낼 때는 배트맨 로고가 붙은 서치 라이트를 어쩐지 그때마다 형편 좋게 구름 낀 하늘에 비추곤 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박쥐 모양 그림자는 옛날부터 뭇 남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보고 그 어릴 적의 감성이 되살아난 나는,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다 창문에 애플 스티커를 붙이면 그 그림자가 블라인드에 비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이다. 블라인드에 비친 애플의 그림자를 보고 잡스가 나타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스티커 소비였다. 

그나저나 애플은 대체 왜 애플 스티커를 동봉하는 걸까? 애플도 나름대로 생각이 많은 기업이니까 남아서 그냥 주는 거라는 식으로 끼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애플의 팬으로 하여금 그 팬심을 드러내도록 독려하고, 동시에 광고 효과도 거두려는 목적 때문이 아닐까? 개중에는 ‘내 돈 내고 제품을 샀는데 거기다 광고까지 해 주고 싶지는 않다’고 애플 스티커를 받는 족족 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스티커를 어떻게든 재미나게 써보려는 사람도 많으니 이건 꽤 영리한 전략 같다.  

사실 예전에 ‘스타더스트 임페리엄’이라는 카드게임을 자체 제작했을 때 나도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박스 전면에 붙일 스티커의 주문 단위가 최소 1000장이라 필요한 것을 빼고도 880장 가량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스티커를 최대한 예쁘게 만들어서 몇 장 더 끼워준 다음 아무 데나 붙일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모든 디자인을 직접하던 그때는 충분히 예쁜 스티커를 만들 수도 없었고, 아무리 예쁜 스티커를 만들어서 끼워준다 해도 사람들이 그걸 어디에도 붙이지 않을 게 뻔했다. 그리하여 제품에 쓰이고 남은 스티커들은 모조리 내 방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아직 박스 안에 몇 장이나 남아있는 애플 스티커와는 그 처지가 상당히 다른 셈이다. 나는 그것들을 볼 때마다 역시 뭐든 예쁜 게 최고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포스트 메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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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죄송해요... 프사랑 닉은 외국인 외국어신데 한글 지키미 같은 느낌이 드세요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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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Hadid

:)감사합니당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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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곡객님

BellaHadid에게
한국어 공부하신 외국인 이세요??

9개월 전

• • •

BellaHadid

고고곡객님에게
ᕦ( ᐛ )ᕡ 이땅에서 나고자란 한국인.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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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한국산외노자

웃어서 죄송합니다 ㅋㅋ쿸쿠쿠ㅜㅠㅠ 말씀하시는게 재밌으세요 ㅋㅋㅋㅋㅋ 혹시 글자를 이해하시는데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하시는데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 도움말서비스 같은 느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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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Hadid

ᕦ( ᐛ )ᕡ 당신에게 웃음을 주었다면 만족.
9개월 전

tykoh70

IP 116.♡.191.64

10-10-27 2010-10-27 11:20:08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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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가 언젠가 있겠지...라고 위안하면서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무려 10장이나... ~_~;

IP 118.♡.20.83

10-10-27 2010-10-27 11:20:11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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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트북에 붙여서 썼어요.

결국 지금은 맥북쓰고 있구요....

스티커 하나로 이렇게 까지 인도하다니 ㅜㅜ

마이크를주세요

IP 211.♡.107.62

10-10-27 2010-10-27 11:20:22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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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되었습니다.

IP 125.♡.126.74

10-10-27 2010-10-27 11:20:57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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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상하게 스티커는 꼬박꼬박 주더라구요 ㅎㅎㅎㅎ

노트북 포장도 옛날에 비하면 엄청 간소화되고 원가 절감 엄청했는데..

스티커는 꼭들어있단말이죠..- _-...

IP 66.♡.149.81

10-10-27 2010-10-27 11:21:02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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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자동차 유리창에 붙이더라구요. 은근 괜찮던데..

친절한쿠키씨

IP 116.♡.89.124

10-10-27 2010-10-27 11:21:08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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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74.♡.4.33

10-10-27 2010-10-27 11:21:14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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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용도가 궁금합니다.
대체 어디에 써야 하는지...
이미 한장은 아이폰 케이스에 붙어있긴 하지만...

IP 61.♡.125.147

10-10-27 2010-10-27 11:21:27 / 수정일: 2017-04-30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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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사장님 노트북에 떡하니 붙어 있더군요

삼성로고 위에;;

아키

IP 112.♡.43.115

10-10-27 2010-10-27 11:21:49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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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티커 모인게 크기별로 두개씩 붙어있는게 10장은 넘어가는군요;; 모아서 팔아볼까;

IP 182.♡.28.72

10-10-27 2010-10-27 11:22:16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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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별님은 맥북을 못쓰시겠군요 -_-;;; 점등 되는 큰 사과 마크

qoreks0

IP 119.♡.10.110

10-10-27 2010-10-27 11:22:32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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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1.♡.56.5

10-10-27 2010-10-27 11:22:34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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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붙여뒀습니다. 나 아이폰 씀! 이라고 ㅎㅎ

뽀삐

IP 121.♡.173.141

10-10-27 2010-10-27 11:22:54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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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애플제품 안쓰는 사람들이 하나씩 달라고 합니다. ㅋㅋㅋ

HAPPYnCO

IP 210.♡.54.82

10-10-27 2010-10-27 11:23:31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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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셔플을 구매했을때도 그 작은박스만한 스티커가 들어있더군요

일렌군

IP 220.♡.161.104

10-10-27 2010-10-27 11:24:17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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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궁금하더군요. 크기도 생각보다 커서 뭔가 쓰기도 애매하고..

인텔이나 AMD스티커처럼 작은거 여러장 들어있으면 좋았을텐데요ㅎㅎ ⓑ

blankbrain

IP 180.♡.130.120

10-10-27 2010-10-27 11:25:24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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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트랙패드에는 안들어있습니다.
섭섭했습니다.ㅜㅠ

miriet

IP 121.♡.172.227

10-10-27 2010-10-27 11:27:01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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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키보드, 트랙패드에는 안들어있더군요.
섭섭했습니다. ㅜㅠ(2)

IP 59.♡.193.147

10-10-27 2010-10-27 11:30:36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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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쓸모도 없고 타사 제품에 붙이기도 이상하고 이미 로고 붙어있는 애플 제품에 또 붙이기도 그런 것 같고
도대체 어디에 쓰라고 넣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여기저기 붙여서 나 애플 제품 쓰는 사람이야~ 하라는 것인지?;;-ㅅ-;;

chroma

IP 121.♡.4.57

10-10-27 2010-10-27 11:36:24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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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in9344

IP 211.♡.194.4

10-10-27 2010-10-27 11:37:46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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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mmilk

IP 59.♡.57.200

10-10-27 2010-10-27 11:41:02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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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샀던 아이맥에는 두꺼운 플라스틱? 비닐? 같은 스티커가 있었는데,
색색별로요~~
아이패드에 왠 흰종이가 있어서 깜놀했네요.
옛날거처럼 이쁘게 챙겨줄것이지...

최태석

IP 203.♡.236.1

10-10-27 2010-10-27 11:41:11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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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ebay 발 싸구려 케이스에 붙였습니다.

IP 220.♡.161.104

10-10-27 2010-10-27 11:46:45 / 수정일: 2017-04-30 0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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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산 애플제품에 붙이라도 주는건 절대 아닌거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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