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 야콥센 에그체어 - aleune yakobsen egeuche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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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 | No copyright, Arne Jacobsen 1961.

덴마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가 누군지 묻는다면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덴마크 모더니즘의 선구자', '디자인계의 반항아', '산업을 바꾼 혁명가' 등 많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전후 덴마크 디자인사에 독보적인 영향을 끼친 그는 건축뿐만 아니라 조명, 가구, 텍스타일, 벽지, 금속공예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토털디자이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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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안 양식의 벽지 | Copyright 1875. Blue Mountain Library, all rights reserved.

아르네 야콥센은 1902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중산층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 일반적이던 화려한 빅토리안 양식의 자기 방 벽지를 새하얗게 칠해버릴 정도로 시대를 앞선 감각이 있던 아이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냉철한 사업가 아버지와 은행원 어머니는 직업적으로 안정된 건축가가 되기를 원했고, 어머니의 긴 설득 끝에 예술가의 꿈을 접고 덴마크 왕립예술대학 건축과에 진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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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꼬르뷔제의 L'Esprit Nouveau Pavilion | Copyright 2016. SiefkinDR, all rights reserved.

건축학도가 된 아르네 야콥센은 수업시간에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를 프랑스 아르데코 페어에 출품했는데 덜컥 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페어에 참석하기 위해 코펜하겐에서 파리로 가던 중 우연히 르꼬르뷔제의 L'Esprit Nouveau Pavilion을 보고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생경한 경험을 시작으로 그는 대학 졸업 전까지 프랑스와 독일을 여행하며 르꼬르뷔제, 발터그로피우스, 미스반데로에의 다른 작품을 찾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야콥센의 초기 작품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모더니즘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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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미래의 집"(1929년 ) | Copyright 2017, Danish Design Review,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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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라비스타 주택단지(1934년 ) | Copyright 2005. Hans Andersen, all rights reserved.

1929년 출품해 덴마크 건축가 연맹 그랑프리를 받게 된 "미래의 집"은 나선형의 평면 지붕과 유리와 콘크리트를 전면에 내세운 모더니즘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후에도 하얀 큐빅형태의 벨라비스타 주택단지나 스코프쇼브드 주유소, 아르후스 시청사 같은 건축에도 그러한 심미적인 특징들이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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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쇼코프 쇼브드 주유소(1938년) | Copyright 2014. News Oresund, all rights reserved.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중반까지는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건축 물자가 부족해지고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까지 더해져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스웨덴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가 전쟁이 끝나고 다시 덴마크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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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SAS 로열호텔(1960년 ) | Copyright 1961. SAS Royal Hotel, all rights reserved.

전쟁은 끝났지만 물자는 여전히 부족했던 당시 덴마크 사회상은 기능주의와 결합한 합리적인 모더니즘의 발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야콥센은 이때 자신의 활동범위를 넓혀서 토털디자이너의 면모를 보여주게 됩니다. 세계 첫 "디자이너 호텔"로 불리는 스칸디나비아항공사(SAS) 로열호텔을 맡아서는 건축뿐만 아니라 가구, 공항버스, 심지어 커트러리와 재떨이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디자인을 하게 됩니다. SAS 로열호텔 이후에도 그는 뢰도브레 시청, 덴마크 국립은행 등 덴마크의 굵직한 프로젝트와 함께 파키스탄의 의회당, 영국의 덴마크 대사관과 성캐서린 대학, 독일의 마인츠 시청 등 국외에서도 활동을 이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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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 로열호텔 룸 606(에그체어 좌, 드롭체어 우) | Copyright 2006. Richard Moro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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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AJ Eklipta(1959년) | untypik 소장

건축 프로젝트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건물 내에 있던 그의 가구와 제품디자인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Egg Chair와 Swan Chair는 SAS 호텔의 리셉션공간과 로비를 위한 의자였고, Ant Chair는 덴마크 제약회사인 노보 노르디스크의 식당에서 쓰이던 의자였습니다. 저희집 거실을 밝혀주는 루이스폴센의 AJ Eklipta는 뢰도브레 시청을 위해 디자인된 조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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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센의 국립은행 시계 Bankers Clock (1971년) | Copyright 2012. David Kasparek,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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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로열호텔 벽조명 AJ wall lamp (1960년) | Copyright 2012. David Kasparek, all rights reserved.

다수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중이던 1971년 야콥센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진행중이던 건축 프로젝트는 그의 핵심 직원인 Hans Dissing과 Otto Weitling에 의해서 완성되었고, 가구와 제품디자인은 프리츠 한센, 루이스 폴센 등에서 현재까지 생산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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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가구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유의 아름다움과 덴마크식 ‘휘게(hygge·따스하며 안락함)’ 감성이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행의 중심에는 150년 전통의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이 있다. 덴마크식 디자인과 북유럽의 가족 중심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 브랜드는 1872년 가구 제작 장인 프리츠 한센이 코펜하겐에서 무역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시작됐다. 이후 그의 아들인 크리스티안 한센이 전문적인 가구 제조회사로 성장시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30~1950년대에는 아르네 야콥센, 한스 웨그너, 포울 키에르홀름과 협업하며 스칸디나비아 가구산업에 활화산과도 같은 혁명을 일으켰다.

특히 덴마크 건축가이자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르네 야콥센과는 1934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71년까지 지속적인 공동 작업을 했다. 그와 프리츠 한센은 무겁고 값비싼 나무 프레임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덴마크 가구 양식에서 벗어나 값싸고 변형이 자유로운 합판 및 크롬 도금 강철관을 주요 소재로 썼다. 그 결과 1952년 잘록한 개미 허리를 닮은 간결한 라인의 ‘앤트 체어(Ant chair)’를, 1955년에는 겹쳐 쌓아 올리거나 분해하는 게 가능한 ‘시리즈 세븐 체어(Series 7 chair)’를 연달아 선보였다. 두 의자가 크게 성공하며 프리츠 한센은 글로벌 가구 회사로 올라섰다. 지금도 이 두 의자는 가구업계에서 스칸디나비안 모던 디자인의 상징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아르네 야콥센은 이후 이름만으로도 그 형태를 상상할 수 있는 매끈한 곡선의 ‘에그 체어(Egg chair·사진)’, 우아한 백조를 닮은 ‘스완 체어(Swan chair)’를 공개했다. 1960년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코펜하겐 중앙역 바로 옆에 준공한 SAS 로열 호텔의 로비·라운지에 두기 위해 디자인한 것들이다. 곡선의 우아함을 살리되 회전 의자로서의 편리함까지 갖춘, 당시로선 매우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Timeless design)’을 추구하는 프리츠 한센의 제품 라인은 포울 키에르홀름과 함께 만든 간결한 스틸·가죽 소재의 PK22 체어 및 PK80 데이베드 등을 포함한 ‘클래식 컬렉션’, 현대의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세실리에 만 등과 협업한 ‘컨템퍼러리 컬렉션’으로 나눠 전개된다. 가구 외에 조명과 액세서리 등도 다양하게 갖춰 아늑한 북유럽풍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들의 ‘최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선숙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