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암컷 수컷 - badageobug amkeos sukeos

◀ 앵커 ▶

최근 아열대 해역에서 태어난 바다거북 중에 수컷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태어난 바다거북이 100% 전부 암컷이라는 건데, 이게 다름 아닌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다거북의 번식과 생존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현인아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호주 북동부 레인 섬에 수많은 바다거북이 몰려왔습니다.

촬영된 바다거북의 수를 하나하나 세 보니 6만 4천여 마리.

이 많은 바다거북이 여기로 온 이유는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해안으로 올라온 바다거북이 모래를 파고 알을 낳습니다.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어나 모래를 헤치고 나와 힘차게 바다로 갑니다.

그러나 바다거북의 번식과 생존에 어둠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베티 커키바크 / 미국 마이애미 거북병원]
"(플로리다에서) 과학자들은 수컷 바다거북이 한 마리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오직 암컷 바다거북만 태어났습니다."

호주 연구진은 이에 앞서, 최근 호주에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은 99% 암컷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수컷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암컷만 100퍼센트 가까이 태어나는 것은 극단적인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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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성을 결정하는 건 X나 Y염색체처럼 성염색체가 아닙니다.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할 때 주변 온도에 따라 암수가 정해집니다.

미국 해양대기국은 주변 온도가 27.7도보다 낮으면 수컷이 되고, 31도가 넘으면 암컷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 사이 온도에서는 암컷과 수컷 모두 나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화할 때 온도가 높을수록 암컷이 태어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바다거북의 대표적인 산란지인 호주 레인 섬의 모래 온도입니다.

약 29도를 기준으로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1980년대부터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90년대가 되면 평균온도가 0.5도에서 1도나 높아졌습니다.

1도 차이는 바다거북의 알이 암컷이 될지 수컷이 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온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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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로드리게스 / 미국 마이애미 거북병원]
"바다거북의 암수 성비가 무너지면서 성공적으로 알을 낳고 번식을 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에 기후변화까지 겹쳐 현재 모든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바다거북은 급격한 환경 변화로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수많은 생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화면제공: Great Barrier Reef Foundation, W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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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포란시기 기온 높으면 갓난 거북 암컷 많아져
현상황 유지돼도 세기말 수컷 부화 1% 안돼
온도 더 상승하면 암컷만 태어나 번식 불가능

알을 품은 시기의 온도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결정되는 붉은바다거북이 온난화로 수컷 부화가 사라져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이번 세기 말께면 붉은바다거북의 주요 번식지에서 수컷 부화가 끊겨 멸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2100년까지 아프리카 서안에서 500㎞ 떨어진 북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에 있는 붉은바다거북 둥지의 90% 이상이 ‘살인적인 고온’ 속에서 알을 품어 부화하기도 전에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 논문은 <해양생태학저널>(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7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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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다거북 갓난쟁이의 성별은 포란 시기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팀은 현재 온도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예측 시나리오를 연계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실행돼 배출 농도가 낮고 온난화가 덜 진행된 상태에서도 2100년이면 갓난 거북의 단 0.14%만이 수컷으로 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농도 시나리오에서는 붉은바다거북이 수컷으로 부화하는 경우는 전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엑서터대의 루시 호크스 교수는 “카페베르데는 붉은바다거북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전세계 붉은바다거북의 15% 이상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며 “현재도 갓난 거북의 84%가 암컷으로 추정되며 기온이 상승하면 비율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근거하면 2100년까지 갓난 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부화할 것이다. 특히 저농도 시나리오를 제외한 두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한 마리도 수컷으로 부화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엑시터대 대학원생인 논문 제1저자 클레어 태너는 “가장 낮은 농도의 시나리오에서조차 붉은바다거북의 개체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돼 놀랐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당장 나서지 않으면 논문에서 제시된 불행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전망은 붉은바다거북의 현 서식 활동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연구팀은 붉은바다거북이 다소 기온이 낮은 연초로 부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호크스 교수는 “자연은 이런 방식에 적응한 붉은바다거북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붉은바다거북의 긴 수명과 기후변화의 빠른 속도를 고려하면 붉은바다거북이 이를 극복할 만큼 빨리 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르데의 붉은바다거북 둥지의 85%는 보아비스타 섬에 있는데, 이곳의 부화 온도는 주변에서 가장 낮아 붉은바다거북이 기온이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연구팀은 나무 그늘 등 지형적 가림막으로 좀더 온도가 낮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레퓨지아’(refugia)를 제공하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레퓨지아는 빙하기와 같은 대륙 전체의 기후 변화기에 비교적 기후 변화가 적어 다른 곳에서는 멸종된 것이 살아 있는 지역을 말한다.

물론 갓난 수컷 부화가 끊기더라도 늙은 수컷이 한동안 후손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붉은바다거북 수컷의 재생산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아 현재로서 갓난 수컷 부화가 사라질 경우 멸종이 얼마나 걸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스페인의 국립과학연구특별위원회(CSIC)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IPCC 세 가지 시나리오는 이번 세기말 전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8도 상승, 2.8도 상승, 3.4도 상승 등을 전제로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어린 바다거북, 암컷일까 수컷일까?

어린 바다거북, 암컷일까 수컷일까
성별 구분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

바다거북 암컷 수컷 - badageobug amkeos sukeos

필자가 어렸던 1960년대에는 병아리 감별사가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병아리를 손에 쥐고 엉덩이 쪽을 보면서 총배설강에 생식돌기가 튀어나와 있으면 수컷, 없으면 암컷으로 판별합니다. (참고로 총배설강은 소화기, 비뇨기, 생식기의 기능을 다하는 기관으로, 조류들은 똥과 오줌, 알과 정자를 모두 같은 통로를 이용해 배출합니다.)

그런데 새끼 바다거북의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암컷인지 수컷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바다거북 암컷 수컷 - badageobug amkeos sukeos

바다거북의 부화(에노시마수족관 모형). ⓒ 김웅서

더운 아프리카에서는 여자아이만 태어나고, 추운 북유럽에서는 남자아이만 태어난다고 한다면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성별은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로부터 성염색체 X를 받으면 딸, Y를 받으면 아들이 됩니다.

그러나 거북은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됩니다. 바다거북의 알은 온도가 25~33℃일 때 부화가 잘됩니다. 그리고 알 주변 온도가 28℃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수컷이, 높으면 암컷이 훨씬 많이 태어나납니다. 최근에는 암컷 바다거북이 더 많이 태어납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바다거북의 성비에 불균형이 일어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바다거북을 과학적으로 보호 관리하려면 성비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부화한지 1개월이 채 안된 새끼 바다거북의 성별을 확인할 때 복강경을 이용합니다. 이때 바다거북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바다거북은 종류에 따라 조직학적, 해부학적으로 성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암수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2017년 3월 30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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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민물 거북의 성 판별에 사용되는 면역조직화학염색법(immunohistochemical; IHC)을 바다에 사는 붉은바다거북과 장수거북에 적용시켜, 갓 부화한 새끼 거북들의 성별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검증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른 어떤 방법보다 IHC 방법으로 새끼 장수거북의 성판별을 더욱 정확하게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는데요. IHC는 어떤 조직에 특정 단백질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험 방법 가운데 한가지입니다.

연구팀은 새끼 바다거북의 성이 이미 결정되었거나 아직 결정되지 않았거나 간에 새끼 바다거북의 유전자 발현에 저온유도RNA결합단백질(CIRBP; cold-inducible RNA-binding protein)이 온도에 따라 차별화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CIRBP는 낮은 온도와 같은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해서 세포가 반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갓 부화한 붉은바다거북과 어린 붉은바다거북에게 IHC 방법을 적용하여 얻은 결과와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으로 얻은 결과는 93%가 일치하였습니다.

한편 이 방법을 장수거북에게 적용하였더니 결과가 기존 방법 결과와 100% 일치하였습니다. IHC 방법은 성 성숙이 다른 종보다 느린 장수거북의 경우 기존 방법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갓 부화했거나 어린 바다거북의 발달하고 있는 난소에서 CIRPB의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바다거북의 성 분화 과정에서 이 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가설을 뒷받침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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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비를 추정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부화 장소의 온도를 재고, 실험실에서 얻은 온도에 따른 성비의 관계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으로 자연 서식지에서 성비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플로리다 바닷가에서 10년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실제 붉은바다거북의 성비는 편차가 심합니다. 온도가 조절되는 실험실에서 얻은 값보다 온도 변화 폭이 큰 자연 상태에서 암컷 비율이 훨씬 높게 나옵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온도를 고려하여 예상한 수컷 비율보다 숫자가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개발된 새로운 방법은 바다거북 개체수 관리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멸종 위기로 치닫던 바다거북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
김웅서 한국해양학회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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