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가 없다 시간 - bisang-guga eobsda si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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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비운의 한국영화로 남은 [비상구가 없다]에서 박상민이 연기한 압구정동 락카페 종업원인 준표의 드라마를 따라가 보겠다. 준표는 시골 출신의 휴학생으로 아직 순박함이 남아 있는 압구정동 신세대. 준표는 막 재오픈 한 압구정동 101 락카페에서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웨이터이다. 영화의 주 배경이 락카페인만큼 박상민은 극 내내 하우스 댄스를 신나게 춘다. 제법 춤도 잘 춘 23살 박상민의 모습들.

김영빈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비상구가 없다]. 이순원이 1992년 4월 발표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각색했다. 영화는 원작에서 테러리스트의 연쇄 살인에 희생되는 피해자의 간략한 배경과 기본 설정만 따왔고 주요 인물, 전개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살인범의 정체와 신분이 드러나며 박상민이 연기한 준표는 나오지도 않는다.

이순원은 원작을 토대로 완전히 재구성한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듬해 영화에서처럼 방역원이 등장하는 [압구정동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를 발표했고 1편에서 9년 뒤인 2001년엔 현재를 배경으로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내놓으며 압구정동 3부작을 완성했다. 연작으로 구성된 3부작 중 절판되지 않고 신판을 거듭하며 살아남은 작품은 1편인 [압구정엔 비상구가 없다] 밖에 없다.

영화사 모가드코리아와 스타맥스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는 1993년 처음으로 크랭크 인에 들어간 한국영화였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당시 오렌지족 풍토를 파격적 시선으로 신랄하게 해부한 화제의 동명 원작, 그 무렵 주연급으로 선호된 문성근, 심혜진, 박상민으로 구성한 화려한 출연진 등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상당히 주목받은 작품이었지만 촬영 내내 제작비 조달 문제로 말썽을 빚었고 1993년 5월 초에 간신히 크랭크 업을 한 뒤에는 영화사 부도로 2년 동안 창고 영화로 전락하는 불운을 맞았다.

크랭크 업 뒤 후반 작업할 제작비도 없어서 배우와 제작진의 각출로 겨우 완성을 봤고 문성근, 심혜진, 박상민의 기금으로 1993년 6월 14일에 시사회까지 마쳤으나 홍보비 문제로 1993년 개봉이 끝내 좌초되고 말았다. 원래는 1993년 7월에 국도극장에서 선보일 계획이었다. 금세 식어버린 1990년대 초반의 오렌지족 향락과 풍토를 그린 작품이라 1993년에는 개봉했어야 했던 작품인데 개봉이 2년이나 밀리면서 시의성이 썰렁하게 굳어버렸다.

1995년 6월 17일에 개봉했을 땐 이미 지존파 사건이 사회를 휩쓴 뒤였고 사회적 병폐로 지적됐던 오렌지족 문화도 빠르게 휘발되어 극단적 시선으로 불쾌하게 인도한 원작의 자극적인 요소나 파격성을 살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1995년에 [비상구가 없다]로 대변되는 압구정동의 타락과 부패, 모순적인 대립구도와 분노의 시선은 너무 낡은 것이었다.

그래도 비겁한 분노와 응징으로 점철되어 공감하기 힘든 편협한 원작보다는 비교적 중립적 시선으로 오렌지족 문화를 비판한 영화가 훨씬 성숙하고 안정적이다. 제작비 부족으로 촬영부터 개봉까지 고난을 겪은 작품이라 편집도 끊어지고 전개도 후반으로 갈수록 엉성하지만 객관적 시선으로 원작의 극단적인 시선을 통제하고 걸러내어 1990년대 초반의 오렌지족 문화에 접근했다.

원작은 오렌지족 처단의 이유가 너무 궁색하고 계도적이라 받아들이기 거북하다. 섣부른 시선과 모순적인 합리화와 위험한 판단으로 지면을 낭비했다. 분노만 앞선 고지식한 작가의 일차원적 시선이라 세월을 이겨내기 힘든 작품인데 이게 현대 명작이랍시고 몇 번이고 신판이 기획되고 속편들까지 나와서 의외로 오래가는 생명력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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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 역은 박상민 이전에 이경영이 거론되었다. 실제로 이경영 출연 소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차기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박상민의 연기는 귀여운 매력이 있다.

락카페에서 분위기 띄우는 바람잡이 종업원으로 등장한 박상민은 100분의 상영 시간 내내 열심히 춤을 춘다. 복부인이자 마담뚜인 가죽치마(유연실)가 상호를 101로 바꾸고 재개장한 락카페의 실세다. 가죽치마 앞에서 재롱떠는 준표의 건강한 매력.

가죽치마 앞에서 바람잡이에 자신 있다며 즉석에서 춤을 선보이는 준표(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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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락카페의 흥을 띄우기 위해 준표 등장

다양한 동작의 하우스 댄스를 시범 삼아 선보이자

머뭇거리던 압구정 오렌지족 청춘들이 하나 둘 일어서고

101 락카페는 춤의 열기로 뒤덮인다. 준표의 바람잡이 역할은 성공적.

그런 준표에게 반한 혜지/영숙(심혜진). 모델로 활동하다 가죽치마에게 발탁된 혜지의 본명은 영숙이다. 무명 모델이었던 그녀는 가죽치마의 알선으로 광고 모델로 선발되고 몸을 판 대가로 101 락카페의 바지사장으로 임명된다.

준표의 현란한 춤사위는 101 락카페에 모인 오렌지족들의 흥을 깨운다. 테러리스트의 세 번째 희생양이 될 대학 1학년생인 은지(전미선)도 제대로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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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락카페 입구에서 춤을 추며 입장하는 손님의 물관리도 도맡는 준표. 101 락카페에서 준표는 귀엽고 멋있고 세련된 웨이터 오빠 정도로 통하는 분위기. 웨이터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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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영숙은 업무의 절반이 춤추는 일인 준표의 일하는 모습에 수시로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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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잔치를 하는 오렌지족들도 신났다. 오렌지족 승미(신은경)의 기분을 제대로 살려주는 준표의 응대

옷을 집어던지고 탁자 위에 기어 올라가더니

야한 자세로 온몸을 비비 꼬다가 들고 있던 술을 은지 애인에게 뿌리며 유혹한다.

승미의 도발적인 동작으로 101 락카페 오렌지족들은 춤의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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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카페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준표를 찾아온 동오(문성근)도 준표의 춤사위에 전염되고

준표의 재간은 일이 끝난 뒤 멀티비전 앞에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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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누비며 손님들 비위를 맞춰주는 준표

그런 준표에게 또 반한 영숙의 흐뭇한 미소

영숙이 볼 때마다 반하는 준표의 귀여운 춤동작

연쇄살인이 발생한 압구정동의 락카페 단속으로 단체로 춤을 추는 것은 눈치를 봐야 한다. 춤추다 경찰 단속 소식에 동작을 멈추고 평범하게 손님 응대를 하는 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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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카페 단속이 있던 날 바지사장을 그만두고 준표에게 이별을 고하는 영숙

위선과 허영으로 가득 찬 압구정동에서 유일하게 진실로 대했던 영숙에 대한 감정을 눈물로 추스르는 준표. 영숙은 떠나고 그의 춤도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