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드래그 온 드라군 1에 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트라우마 게임 トラウマ ゲーム' 을 주제로 말 그대로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게임이나, 뒷맛이 나쁘고 찝찝한 게임을 선정하는 것이 유행한 적 있다. 지금까지도 계속 트라우마 게임을 선정하여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는 유튜버가 있을 정도로 꽤 인기 있는 토픽이다.

이 주제는みんなのトラウマ (모두의 트라우마)라는 밈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주로 일본인들이 게임뿐만 아니라 TV,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에 대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밈이었다. 여기서 게임만 추려서 나온 영상이 큰 인기를 얻게 되어서 트라우마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트라우마 게임으로 선정되는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게임에 등장하는 충격적인 장면, 연출, 엔딩이나 극히 어려운 난이도, 숨겨진 이스터에그, 세이브를 다 날리거나 게임 파일이 파괴되는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 등이 그 사유이다. 쉽게 말해서 게임의 어떠한 부분이 트라우마를 심어줄 정도로 악질이라면 트라우마 게임으로 선정된다.

트라우마 게임 중에서도 임팩트가 강해서 유독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게임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국내에서도 꽤 유명하고, 동서양 막론하고 대표적인 트라우마 게임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마더 2 (mother 2)의 기가스(giygas)다.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마더2의 최종 보스 기가스

그리고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인지도는 적지만, 그래도 트라우마 게임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오늘 다뤄볼 '드래그 온 드라군 (drakengard)'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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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온 드라군 1

드래그 온 드라군 (영문판 Drakengard) 시리즈는 JRPG 장르로, 다른 JRPG 들과 다르게 게임 내내 일본 특유의 불쾌하고 다소 파격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진득하게 묻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관 자체가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게 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이며, 주인공을 포함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이상의 정신적 혹은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물론이고, 매우 충격적인 장면도 많고, 엔딩들도 거의 다 배드 엔딩이거나 뒷맛이 구린 내용들이기 때문에 트라우마 게임으로 선정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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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온 드라군과 니어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는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니어 오토마타'의 니어 시리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드래그 온 드라군은 총 3편의 게임이 제작되었다. 이 중 트라우마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1편이다.

1편이 트라우마 게임으로 선정되도록 한 악명 높은 장면들을 살펴보자.

1. 교로아에

통칭 교로아에 (ギョロアエ) 는 B 엔딩에서 등장하는 장면으로, 주인공의 여동생이자 봉인을 수호하는 여신인 '프리아에'가 메인인 장면이다. 프리아에가 사망한 후 그녀의 약혼자인 유발트가 미쳐버리게 되고, 그녀를 '재생의 알'에 넣어 부활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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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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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생의 알은 애초에 인류의 멸망을 바라는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 알에 들어간 프리아에는 끔찍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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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프리아에

위 장면이 그 유명한 '교로아에' 장면이다. 대체 어디서 나온 얘긴지는 모르겠으나, 국내에 떠도는 말로는 프리아에가 지르는 비명소리가 '교로아에!!' 하는 발음이라서 교로아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원래 어원은 프리아에의 두 눈알이 '교로교로 ギョロギョロ' (눈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성어) 돌아가기 때문에 교로+프리'아에'로 교로아에가 된 것이다.

[엔딩 B 풀영상]

2. 아기 엔딩

갑자기 웬 아기가 나오냐며 의아할 수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아기가 등장하는 엔딩이다. 근데 보통 아기가 아니라 세계를 붕괴시키는 괴물인 거대한 식인 아기다.

엔딩 D에 등장하며, 이 아기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기괴한 장면 때문에 역시나 트라우마 유발 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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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오슈

이 게임에는 '아리오슈'라는 이름의 여성 엘프가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과거 제국군에 의해 남편과 아이를 잃게 되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아기를 먹어 치우는 식인종이 되었다는 잔혹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아기를 먹는 이유는 그녀가 아기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기를 먹어서 뱃속에 넣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이 인물은 아기에 관한 대단한 집착과 광기를 지닌 인물인데, 이 '아기 엔딩'에서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는 아기들에 의해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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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오슈의 최후

아리오슈는 거대한 아기들에게 잡아먹혀 죽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평소 행적과 아이들을 향해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그녀 자신은 사랑하는 아이들에 의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엔딩 D 풀영상]

3. 모체

'모체'는 이 게임의 최종 보스 격인 괴물로, 아기 엔딩의 아기처럼 거대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기와 같이 나체의 석상 같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모체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설정이다.

모체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니어'의 시리즈의 스토리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존재다.

모체는 엔딩 D와 엔딩 E에서 등장하며, 각각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모체의 등장

우선 엔딩 D에서의 모체는, 아기들과 함께 등장하여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다. 그러나 등장인물 중 '시간을 잃어버렸다'라는 설정을 가진 세에레의 희생으로 멸망 직전인 세계와 함께 봉인된다.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봉인되는 모체. 동그란 건 모체의 배다;

엔딩 E는 모체가 봉인되기 직전에서 이어진다.

모체를 봉인하는 것 대신, 주인공인 카임과 그의 드래곤인 앙헬이 모체과 함께 다른 차원으로 동귀어진 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한다.

주인공 일행이 모체와 함께 빨려간 차원은 다름 아닌 도쿄의 신주쿠로, 이곳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게 된다.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기다란 혓바닥을 내민 채 멸망의 노래를 부르는 모체, 그 모습마저 기괴하기 짝이 없다.

플레이어는 이 노래를 똑같이 따라내어서 방어해야 한다.

이 모체를 쓰러뜨린 후에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릴까?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모체는 파괴되어 가루가 되어 전세계로 흩어진다. 그러나 이 가루에 닿은 생명체들은 '백염화'라는 신체가 소금이 되어 사라지게 되는 병에 걸려 죽거나 레기온이라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이 배경을 토대로 '니어'시리즈가 전개된다.

드래그 온 드라군 모체 - deulaegeu on deulagun moche

카임과 앙헬은 모체를 쓰러뜨린 직후, 일본의 전투기에 의해 미확인 비행물체로 간주되어 격추당한 후 도쿄타워 꼭대기에 관통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엔딩이 사실상 진엔딩인데도 불구하고 허무하고 비참한 내용 때문에 게임 개발진이 욕을 바가지로 처먹고 한동안 숨어 다녔다고 한다.

[엔딩 E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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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드래그 온 드라군 1을 살펴봤는데, 이후 나온 2편과 3편 또한 1편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어두운 내용들이다. 그러나 1편만큼 매운맛은 아니고 특히 3편은 메인 캐릭터가 전부 씹덕화 되어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그래도 시리즈 자체가 세계관이 깊고, 2편과 3편도 스토리가 굉장히 풍부하고 잘 짜여 있기 때문에 아주 다크하고 찝찝한 JRPG를 파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하는 게임이다. 근데 사실 스토리 빼면 똥겜이다.

나온 지 오래된 게임이라 다른 게임들처럼 대부분의 플레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유튜브와 나무 위키를 찾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