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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건, 그가 너에게 어떤 존재이건간에, 왕실에 소속된 너와 혼인하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다.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너는 일국의 공주이고, 그는 엘리트라곤 하나 아국도 아니고 타국의 중산층 집안 가정 출신. 우리 왕가와 혼인하기에는 신분적 격차가 너무도 크다. 애초에 기본전제조건이 맞지 않으니만큼, 지금의 그는 너와 혼인할 수 없다." 파인은 그 말을 듣고 깊게 침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간곡한 부탁이 이처럼 간단하게 거부당할 줄이야. "...그것이, 저와 저의 트레이너간의 혼인에 대한 아바마마의 대답이십니까." "내 대답이다. 하지만 내 대답의 끝은 아니지." "....?" 그 뜻 모를 말에, 파인은 일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무슨 말인가? 대답이면서도 대답의 끝은 아니라니. 아직 할 말이 남아있다는 것인가? 파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국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나 역시 네 트레이너가 얼마나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네 트레이너가 너를 위해 그 능력으로 얼마나 많은 고생해왔는지를 알고 있다. 네 트레이너가 너를 위해 얼마나 큰 헌신을 해왔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네 트레이너와 너의 관계가 어떠한 지를 알고 있다. 그를 만나보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니까. 좋은 남자더구나. 그 남자는. 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남자였어." 파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를... 이미 만나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6개월전에 있었던 그의 1달간의 트레이너 직무 연수. 사실 오사카가 아니라 아일랜드에서 이루어졌지. 너는 몰랐을 것이다. 정보가 원천차단되었으니까. 트레센 이사장과 너의 호위들이 잘 협조해줬지." "...!" 그 말을 들은 파인은 이 대담이 끝나면 자신의 SP 대원들과 대장을 가만 놔두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머금었다가, 곧 그 생각을 내려 놓았다. 자신의 부왕, 아일랜드의 국왕의 명령을 그녀들이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파인은 이 문제로 그녀들을 질책할 수 없었다. 그런 파인에게, 국왕이 계속해서 말한다. "그 결과로, 나는 너의 혼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 너는 '트레센의 파인 모션 담당 트레이너'와 혼인치 않는다. '아일랜드 왕국의 코르크 백작'과 혼인할 것이다." "... ...예?" 그녀가 알기로, 코르크 백작가는 이미 30년전에 후계가 끊겨 가문이 폐문되었다. 그런데 코르크 백작과 혼인을 하라는 것은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트레이너에 대한 칭찬을 한참 늘어 놓다가 갑자기 그런 결론을 내놓다니, 말이 앞뒤가 맞지가 않았다.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바마마." 국왕이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너를 도와 국위선양을 한 공로로, 너의 트레이너인 그에게 아일랜드 국적과 더불어 코르크 백작 작위를 내리고자 한다. 그로서 폐문된 코르크 백작가를 잇게끔 하려 한다. 그리 한다면 그는 너와 혼인할 수 있는 신분을 갖추게 된다." 그제서야, 파인은 자신의 부왕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다리로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왕에게 천천히 되물었다. "정말... 정말 그와의 혼인을 허락해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마지막 한 조각의 의심마저도 없애주기를 원하는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에, 그녀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래. 사랑하는 내 딸의 부탁인 것을. 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온 남자와의 혼인에 대한 부탁인 것을.... 내가 어찌 모질게 내치겠느냐. 허락하마." 그처럼 확언이 이루어지자, 파인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지금껏 참아온 눈물을 흘리며, 지금껏 억지로 유지해왔던 예의를 벗어던지며 자신의 부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 고마워요... 아바마마...!! 그와의 결혼을 허락해 주셔서... 그를 인정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런 파인을 마찬가지로 안아주면서, 그의 부왕이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린다. "...네 어머니도 이것을 원했을 테니까..." 그 목소리는, 자신의 딸로부터 감사를 받은데에 대한 기쁨과, 무언가에 대한 슬픔이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 --- 일단 국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파인 모션과 그녀의 트레이너간 혼인 준비는 일사천리의 속도로 진행되었다. 두 사람의 혼인은 왕실 인사의 혼인치고는 이례적이라 할 만한 속도로 모든 수속과 준비가 끝났다. 그러면서도 그 준비에 하자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빠르고도 치밀하게 결혼식이 준비된 데에는 트레이너의 본국 정부와 트레센의 협력 덕도 존재했다.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이유는 파인의 부왕인 현 아일랜드 왕국의 국왕이 이미 6개월 전여부터 자신의 딸의 트레이너를 부마로 맞이할 것을 결심하고 있던 탓이었다. 결혼식이 이루어지던 날, 국왕은 자신의 맞아들과 나란히 서서는 자신의 딸 파인 모션과 그녀의 남편될 이를 바라보았다. 화창한 봄하늘 아래, 화사한 빛깔의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로 자신의 남편될 이에게 "네 이놈~! 본인 덕분에 출세하게 되었으면 평생을 잘 떠받들거라!" 라며 장난을 치는 파인 모션과, 그런 파인 모션에게 웃는 얼굴로 "여부가 있겠습니까. 공주님."이라고 대답하며 장난을 받아주는 부마의 모습은, 무척이나 화목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파인이 행복해 보이네요. 이 결혼, 잘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장남이자 파인의 오라비인 왕세자의 말에, 국왕은 자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은 자신의 장남이 다른 용무로 인해 자신의 곁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의 딸과 부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로켓을 꺼내어 그 로켓에 끼워져 있는 한 우마무스메 여인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그 여인의 사진을 바라보던 국왕은, 마치 사진에 말을 걸듯이 이렇게 읊조렸다. "...저 둘 말이오. 꼭 옛날의 우리 같지요? 왕비..." 사진 속 왕비로부터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국왕은 마치 그 대답을 들은 듯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로켓의 덮개를 덮고, 본격적인 결혼식 의례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슬슬 결혼식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시간이 되었으니만큼, 신부측의 부친인 자신이 자리에 늦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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