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발생시기 - dwaejiyeolbyeong balsaengsi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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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질병 유입(발생) 이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국가 간 전파가 진행되어 온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국내 발생 이후 벌써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위험 속에서 지내고 있다. 

ASF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이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영국의 병리학자인 Robert Eustace Montgomery 박사가 최초로 발생 보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한 세기를 넘는 역사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이나 치료 방법(치료제)이 없어 많은 부분 차단방역과 감염 개체(농장) 제거(살처분) 방법에 기대어 질병 확산과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과연 현재의 ASF 대응 방법이 최선의 방법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것인지, ASF 질병 자체의 특성과 근절에 이르는 과거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의 상황을 조금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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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는 DNA바이러스가 원인체인 질병 중 유일한 매개체성 질병(vector-borne disease)으로 매개체는 새물렁진드기속(Ornithodoros genus)으로 분류하는 물렁진드기(soft tick, 국내에는 서남해 도서지역에 Ornithodoros sawaii 서식이 확인되었으나, 이 종이 ASF바이러스를 매개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이다.

아프리카 동·남부 지역의 경우 ASF바이러스 매개체인 물렁진드기 종이 서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인 풍부한 강우량과 안정적 기후조건에 따른 밀림이 조성된 곳이다. 이 지역은 ASF바이러스가 진드기-야생멧돼지 사이 자연순환감염(sylvatic infection cycle)에 따라 지금까지 24가지 유전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으로 드물게 사육돼지로 전파되어 문제가 되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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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ASF 발생 현황.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이 ASF 상재 발생지역으로 지역적으로 서부는 주로 유전형 I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반면, ASF바이러스 매개체인 물렁진드기 서식지인 동남부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24종 유전형 바이러스가 순환 감염되며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자연계에 머물다 간혹 사육돼지에서 발생하던 ASF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양돈산업의 발전에 따른 사육규모 증가에 따라 1950년대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 서부지역까지 발생 범위가 확대되었다. 아프리카 서부지역의 경우 ASFV 매개 진드기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는 주로 유전형 I형 바이러스가 사육돼지 간 전파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그림 1).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던 ASF는 1957년과 1960년 두 차례에 걸쳐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으로 발생 범위를 확장한다. 이 시기 유럽으로 전파된 ASF바이러스는 유전형 I형으로 아프리카대륙 서부 앙골라에서 생산된 바이러스 감염 돼지고기가 항공기 내 음식물쓰레기 상태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 공항 인근 사육돼지의 사료로 제공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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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대륙 간 전파 경로. 1900년대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남동부지역에서 야생멧돼지-물렁진드기 순환감염 고리를 유지하던 ASFV가 1920년대 케냐의 사육돼지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1950년대 사하라 이남 대부분 국가로 전파. 이후 1957년 및 1960년도에 아프리카발 항공기 내 음식물쓰레기를 통해 포르투갈로 전파(1번 경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1990년대까지 지속 발생하며, 인근 국가(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등) 및 중남미 국가(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등)로 전파(2번 경로). 2007년 아프리카 동부지역발 선박의 음식물 찌꺼기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유럽 조지아 ASF 발생(3번 경로)은 유럽지역 사육돼지 및 야생멧돼지에 전파되었으며(4번 경로)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 등 아시아, 오세아니아 및 최근 중미 지역까지 전파(5번 경로)되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출처 : Dixon et al., Antiviral Res, 2019)

이후 1990년대까지 포르투갈(~1999)과 스페인(~1995)에서 상재화되어 프랑스, 사르디니아, 몰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의 인근 국가와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로까지 전파되어 많은 피해를 입혔다(그림 2). 이 당시 관련 모든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근절되었으나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의 경우 자국 내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이후에야 질병을 근절할 수 있었으며, 유럽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섬의 경우 상재화 상태로 현재까지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2007년 유럽의 조지아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발생이 확인된 유전형 II형 ASF바이러스 전파에서 기인한다. 역학조사 결과 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던 선박 유래의 음식물 찌꺼기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파원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감염된 돼지고기가 포함된 음식물 찌꺼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태로 야생멧돼지나 방목 중인 돼지가 노출되었고, 진단이 늦어져 야생멧돼지를 통해 사육돼지 농장 발생으로까지 이어진 경우이다.

질병 발생 초기 야생멧돼지 이동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같은 해 코카서스 지역 및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러시아 남부지역으로까지 발생이 확대되었으며, 발생 범위가 북동진하여 2014년 이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까지, 2017년도에는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2018년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까지 이르렀다.

유럽 국가 간 확산 원인은 초기의 질병 진단 지연 및 살처분 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경제적 손해 회피를 위한 감염 돼지의 무분별한 출하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광범위한 확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차량 이동, 오염된 돼지 유래 축산물 유통 등 사회적 요인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의 지역 간, 국가 간 이동에 따라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2). 

중국의 경우 2018년 3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의 선양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공식 보고되고 있으나, 이미 유사한 질병이 2개월 전부터 발생하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어 질병 발생 미신고(불투명성) 또는 지연, 신고에 따른 보상체계 미비 등에 따른 초동대응 실패가 짧은 기간 광범위한 지역으로 전파된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같은 해 말까지 23개 성에서 100건 이상의 ASF 발생 결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시기 중국 정부의 ASF 전파 경로 분석자료에 따르면 질병 전파 원인으로 지역 간 살아있는 돼지 및 돼지가공품 이동(19%), 음식물 찌꺼기 급여(34%), 차량 및 사람 이동(46%) 등 자연적 원인보다는 대부분 사회경제적(인위적) 이유로 인한 질병 발생 양상을 띠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ASF 상재지인 아프리카대륙으로부터 두 번의 세계적 유행(1960년대 유전형 I형 및 2007년 이래 유전형 II형 바이러스의 광범위 전파)을 겪으며 근절에 성공한 국가의 ASF 발생 상황과 대응 상황을 (표 1)에 요약해 보았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Danzetta et al.,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2020, 7:296, doi:10.3389/fvets.2020.00296.을 확인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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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근절까지 소요된 기간은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질병 조기 검출 및 초동대응 성공 여부가 근절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 ASF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역적 대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염성 질병 발생 대응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점이 바로 신속한 감염원 확인 및 격리(제거)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 투명한 질병 발생 정보 공유와 적절한 피해보상 보장 등 공공분야의 역할과 무엇보다 농장 단위 철저한 차단방역이 질병 발생 및 전파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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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육돼지에서 ASF 발생은 2019년 최초 발생 이후 총 21건으로 2021년 10월 발생이 마지막이다. 양돈산업 관련 생산자, 산업계 등의 각고의 노력으로 사육돼지 ASF 발생은 그나마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야생멧돼지의 경우 관련 부처의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강원 북부지역에서 점차 남하(최근 충북 보은 및 경북 상주지역 발생)하며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만큼 농장 방역을 위한 주의와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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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구 수의연구관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문의사항
상기 원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글쓴이 메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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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그앤포크한돈 2022년 5월호 264~2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