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살인마 - gomdol-i pu sal-inma

작품 발표 95년 지나 '곰돌이 푸' 저작권 만료
푸와 피글렛이 살인마로 나오는 공포영화 등장
누리꾼들 "영화가 나와도 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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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캐릭터(왼쪽)와 '곰돌이 푸: 피와 꿀'에 등장하는 캐릭터(오른쪽). 가디언(왼쪽)과 IMDB(오른쪽) 홈페이지 캡처

꿀을 좋아하는 노란 곰돌이 친구 '푸'가 슬래셔 영화(살인마가 등장하며 유혈 연출이 많은 영화) 주인공이 되었다. 해당 영화의 스틸컷에서 푸는 우리가 알던 푸근한 인상에 꿀단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아닌, 건장한 체격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이를 본 국내외 누리꾼은 "사진만 봐도 소름 돋는다", "영화가 나와도 절대 보지 않겠다", "차라리 만우절 농담이었으면 좋겠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 세기에 가까이 어린이들의 친구면서 어른들에게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었던 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작권 소멸된 푸, 상업화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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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가 그린 곰돌이 푸와 피글렛. 가디언

리스 프레이크 워터필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영화감독이다. 그는 올해 푸의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발 빠르게 상업화에 나섰다. 미국은 매년 1월 1일 '자유 이용 저작권의 날(퍼블릭 도메인 데이)'을 가진다. ①창작자가 사망한 후 70년 ②작품이 공표된 뒤 95년 ③작품이 창작된 후 120년의 세 가지 조건 중 가장 빠른 시기를 기준으로 한다.

이와 같은 규칙에 따라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과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가 1926년 발표한 '곰돌이 푸(Winnie-the-Pooh)'의 저작권이 2022년 1월 1일에 소멸된 것. 다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디즈니의 곰돌이 푸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워터필드 감독도 2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26년도 작품에만 기반하여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감독 "푸와 피글렛은 야생의 곰과 돼지로 변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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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푸와 피글렛이 목욕하는 여성에게 접근하고 있다. IMDB 홈페이지 캡처

워터필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푸는 영화의 주요 악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대학생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와 친구들을 버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크리스토퍼는 원작에서 푸의 인간 친구로 나오는 인물이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진 푸와 피글렛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친구인 '이요르'를 잡아먹기로 한다. 이후 그들은 여자 대학생들이 살고 있는 시골 오두막집으로 가서 그들을 살해한다.

감독은 "푸와 피글렛은 점차 동물 본연의 야생적 모습으로 변해간다"며 "먹잇감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사나운 곰과 돼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가) 무섭겠지만 한편으로 푸가 차에 타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을 것"이라며 "공포와 재미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살인마 푸는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을 죽이고 있다"

곰돌이 푸 살인마 - gomdol-i pu sal-inma

해외 누리꾼이 영화 개봉 소식에 분노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를 두고 슬래셔 영화 마니아들은 "저작권이 풀리니 공포영화에서 푸를 볼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리꾼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해외 누리꾼들은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푸를 보며 자란 사람으로서 순진한 캐릭터를 살인마로 만드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을 죽이는 짓"이라며 반발했다.

국내 누리꾼들도 "원작자가 실제 아들(크리스토퍼 로빈)의 이름을 써가며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이야기인데 성인들이 망쳤다", "저작권 소멸되자마자 동심 파괴한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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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프레이크 워터필드 감독이 누리꾼들의 비판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rhys_frake_official 캡처

그러나 워터필드 감독은 영화 제작을 걱정하는 기사들을 캡처해 조롱하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비웃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망칠 시간"이라고 하기도 했다. 분노하는 한 누리꾼의 메시지에는 "고맙다"고 답장한 뒤 이를 SNS에 공개했다.

한편 영화는 이달 초 촬영을 마쳤으며 개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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