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높이는 법 - gong-gamneunglyeog nop-ineun b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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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능력인 공감하는 능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며, 따듯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타인의 감정과 행동, 의도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남을 위로하거나 보살필 줄도 압니다. 반면, 공감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 고통, 느낌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거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 함께 있고 싶고, 함께 일하고 싶고, 힘들 때 찾아가고 싶은 사람은 바로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의 도래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에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 중의 하나인 공감 능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감 능력의 결핍으로 인해 빚어지는 많은 폭력적이고 안타까운 기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준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런 현실을 더욱 악화시켜 왔습니다. 이제 2년에 걸친 오랜 시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그동안 물리적 정서적 상호작용의 결핍으로 발달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어려웠던 공감 능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감이란

《가만히 들어주었어》 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있습니다.

공감능력 높이는 법 - gong-gamneunglyeog nop-ineun beob

(코리 도어펠드 글, 그림. 북뱅크)

이 책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주인공 테일러가 나무 블록을 하나 하나 정성껏 쌓아서 아주 멋진 성을 완성합니다. 그리고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새 떼들이 날아와서 그 성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지나갑니다. 자신이 열심히 쌓아올렸던 성이 완전히 망가진 것을 보는 테일러는 얼마나 속상하고 좌절스러웠을까요? 그렇게 속상해 의기소침해 있는 테일러의 곁에, 동물 친구들이 하나씩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대로 슬픔에 빠져있는 테일러에게 조언을 하며, 자신들이 말한 대로 해 보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테일러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그 친구들은 화를 내며 떠나가 버립니다. 반면, 마지막으로 다가온 토끼는 아무런 말 없이 테일러의 옆에 가만히 앉아 있어 줍니다. 어떤 조언이나 재촉도 하지 않고…

그렇게 말없이 등을 기대고 가만히 앉아 있은 후, 주인공 테일러는 마침내 토끼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 화나는 마음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그런 테일러의 이야기를 토끼는 귀를 쫑긋 세우고 가만히 들어줍니다. 그리고 나자, 테일러는 이제 마음이 진정되고 회복되어, 다시 멋진 성을 만들어 보려는 의욕이 생기고, 토끼에게 자신의 계획을 신나서 이야기해 주며 둘은 함께 기뻐하는 것으로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감에 대한 큰 울림과 메시지를 줍니다. 필자가 이 책을 강의에서 읽어주었을 때,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자녀나 학생들을 대할 때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아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기보다는,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공감 능력과 거울 뉴런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우리 대부분은 어떻게 이러한 능력이 발달하는 것인지, 또한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하는 지에 대해서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달리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위해서뿐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학생 또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보다 정서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공감 능력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공감 능력은,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타고나기도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게 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공감 능력은 전체의 1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 90퍼센트는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합니다(크리스털 랭 & 그레고르 랭, 2020).

여러분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인물이 슬피 우는 장면에서 따라서 같이 울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인간에게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불리는 뇌세포가 뇌의 여러 영역에 퍼져 있다고 합니다. 이 거울 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마치 거울에 그대로 비추는 것처럼 자신이 직접 행동하거나 경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거울뉴런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발견된 것은 1996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인 리조라티 교수 연구팀이, 원숭이의 동작과 뇌의 활동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에, 우연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Rizzorati & Craighero, 2005). 한 원숭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뇌에서는 움직임과 관련된 뇌세포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나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만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실제 자신이 그 행동을 하거나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세포들이 활발히 작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서 거울 뉴런의 존재가 처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인간과 매우 가까운 영장류인 원숭이들에게 있는 이 거울 뉴런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 영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에 반해, 인간의 뇌에는 이 거울 뉴런들이 운동 영역뿐 아니라, 감각, 추상적 사고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 등 여러 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통해, 리조라티 교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말, 행동 등을 그대로 따라 하는 신경세포인 거울 뉴런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우리가 슬퍼서 우는 사람을 보면 같이 슬퍼 눈물을 흘리고, 기뻐서 웃는 모습을 보면 같이 따라 웃고, 무서워 공포나 불안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함께 불안을 느끼는 것들이 거울 뉴런의 역할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거울 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며 단순히 그 행동을 모방할 뿐 아니라, 모방을 하면서 학습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폭력적인 장면을 많이 본 사람은, 실제로 자신이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느낄 수도 있고, 또한 그 행동을 모방해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그럼 반대로, 다른 사람의 선한 행동을 많이 본 사람은 그런 이타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지요? 이런 이유로도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폭력적인 장면을 보는 것을 피하고, 아름답고 선한 행동이나 장면을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대인관계를 효과적으로 잘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공감 능력은 이게 전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울 뉴런이 가능하게 하는 공감은 유아기 수준의 공감입니다. 점점 자라면서 후천적으로 다양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하며 공감 능력은 성숙되어 갑니다.

공감의 유형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과 폴 에크먼 박사는 공감 능력을 세분화해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크리스털 랭 & 그레고르 랭, 2020).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인지적인 공감(Cognitive Empathy)’이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며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지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인지적인 공감입니다. 두 번째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능력인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이 있습니다. 친구가 슬퍼할 때, 함께 그 슬퍼하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정서적 공감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고통이나 아픔을 느끼는 상대방을 돕고자 하는 마음인 ‘연민적 공감(Compassionate Empathy)’이 있습니다.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다가가서 도와주려는 행동으로 나아가는 마음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 인지적 공감 :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
• 정서적 공감 :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능력
• 연민적 공감 :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돕고자 하는 마음

어떤 사람은 이성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인지적 공감 능력은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려는 정서적 공감 능력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협상하는 목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느끼거나 배려를 하며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지 않은 예로는, 고객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끄집어내는 방법을 아는 판매원은 인지적 공감 능력이 탁월할 수는 있지만, 정서적 공감이나 연민적 공감은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지적 공감과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 이 두 가지를 다 가졌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며 돕고자 실천하는 마음까지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높은 성숙한 단계의 공감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이 세 가지 유형의 공감능력이 점점 더 골고루 갖추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공감 능력 기르기

그럼, 이제는 공감 능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볼까요? 먼저, 앞에서 소개한 《가만히 들어주었어》의 토끼처럼, 공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곁에서 그 사람에게 집중하며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몸짓, 표정, 말투 등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온전히 집중해서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내 생각과 기준을 내려놓고 판단하지 않고 들으며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는 연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로, 문학 작품이나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경험과 연습을 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감정을 추측해 보는 활동들을 많이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감정 이입을 해 보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은 공감 능력, 특히 조망 수용 능력(perspective taking)을 키우는 데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역할극의 효과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뿐 아니라, 심리 치료에 있어서도 그 효과가 검증되어 정신과 치료나 집단 상담에서 많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다른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 활동, 봉사 활동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이전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Krznaric, 2015).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 활동, 봉사 활동을 통해 늘 익숙한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예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문화나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느끼는 것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반려 동물이나 식물을 돌보는 것 또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 뿐 아니라 배려와 책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 하기
• 그림책/책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감정 느껴보기
•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 다양한 사람, 경험, 환경 접하기
• 자연과 교감하기, 동·식물 돌보기

여기에서 소개한 방법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 자연 속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우리 자신과 자녀,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감정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공감 능력을 키워 나가며 인간 고유의 능력을 회복하며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코리 도어펠드 (2019). 가만히 들어주었어. 북뱅크
• 크리스털 랭 & 그렉고르 랭 (2020). 휴먼스킬. 니들북.
• Krznaric, R. (2015). Empathy: Why it matters and how to get it. New York: Perigee.
• Rizzolatti G., Craighero L. (2005) Mirror neuron: a neurological approach to empathy. In: Changeux JP., Damasio A.R., Singer W., Christen Y. (eds) Neurobiology of Human Values. Research and Perspectives in Neurosciences. Heidelberg, Berlin: Spr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