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작은남자 벌크업 - kijag-eunnamja beolkeueob

현대에 운동을 하는 분들 중 상당수는 몸을 강하기 하기보다는 신체적인 컴플렉스를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셨을 겁니다. 그 목적이 단순히 살을 빼거나 몸을 키우려는 것일 수도 있고, 키가 너무 작거나, 다리가 짧거나, 어깨가 좁거나 한 좀 더 구체적인 컴플렉스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목적에 맞게 운동한다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고, 자칫 잘못된 운동은 컴플렉스를 더 강화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컴플렉스를 가지고 운동하시는 분들, 특히 키가 작은 분들을 위한 내용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청소년기엔 닥치고 뜀뛰기나....

일단 이 글을 진지하게 보고 계신 분이 20세가 안 된 청소년이시라면 따로 생각하지 말고 밥 잘 먹고 농구나 배구, 달리기 열심히 하세요. 그 이상은 다른 것 없습니다. 다이어트 따위는 집어치세요. 살은 고도비만까지만 가지 않으면 나이들어서도 충분히 뺄 수 있지만 키 안 큰 건 고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성인이 다 될 때까지 키가 만족할만큼 안 큰 분들께선 유전자신의 축복을 못 받은 셈이지만 실망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키가 작은 분들은 대체로 근육은 좋거든요. 키가 작은 사람이 근육이 좋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남녀 공히 성호르몬 농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성장이 중단되는데, 때문에 성호르몬이 일찍 활동을 시작한 분들은 성장 후엔 또래보다 더 작은 키로 남게 됩니다. 대신 근육은 더 빨리 자라고, 학창시절엔 키에 비해 운동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2. 빌더들이 단신이 많은 이유

그런데 키도 작은데 그렇다고 근육도 남보다 그리 좋지 않다고요? 그렇다고 실망할 것만도 없습니다.

실제 서양에서도 보디빌더들은 대개 일반인보다 키가 작은 걸 아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키가 작은 분들은 사실 같은 운동으로도 근육 성장이 시각적으로 훨씬 두드러집니다. 왜냐하면 키가 큰 분이나 작은 분이나 특정 근육(ex. 이두근, 광배근 등등...) 에 포함된 근섬유의 개수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몸이 작은 분들이 근섬유의 밀도가 더 높습니다. 

성인기의 근성장은 근섬유 개수의 증가가 아니고 이런 개별 근섬유의 굵기가 굵어지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키가 크고 전반적으로 몸이 크면 근섬유의 굵기 성장도 상대적으로 약간 더 크지만 길이(키) 비례만큼은 못됩니다. 즉 키가 10% 크다 해도 근섬유 굵기는 5% 정도 굵어지거나 하는 꼴입니다. 

그 차이가 누적되면 시각적으로 꽤 크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길이가 10짜리 근육이 1만큼 굵어지는 것보다 길이 8짜리 근육이 0.9만큼 굵어지는 쪽이 발달한 후에 보면 더 많이 굵어졌다고 느끼겠죠?

비슷한 이유로 키 168에 팔굵기 41인 사람과 그보다 10%가 큰 키 185에 팔굵기 44인 사람이 함께 있으면 키 168에 41의 팔이 더 굵어 보일 겁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키가 제아무리 커도 팔굵기 3 만큼 굵게 만드는 쪽이 훨씬 더 힘들거든요.

(게다가 실제로는 비슷한 운동을 시키면 키 차이가 어지간이 크지 않은 한 굵기 발달 절대수치는 키에 무관하게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결론은 키가 작고 팔다리가 짧은 분들은 키가 큰 분들에 비해 같은 운동으로도 비례상 근육을 더 굵게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3. 집중이 쉽다.

기초 역학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모멘트', '토션(비틀림)'이라는 개념을 아실 겁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집중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역학과 동일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은 인장력/압축력에 저항해 근육이 뼈를 당겨주는 모멘트 운동이 기본이 됩니다. 그런데 모멘트나 토션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에 강해집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니 말이 조금 어려워졌는데요 ^^;;; .....간단히 말해 팔다리의 길이가 길면 그 제곱만큼 힘이 더 든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셉트 컬을 할 때도 팔이 10%가 길면 팔꿈치에 걸리는 모멘트(실제로 이두근이 당겨야 하는 힘)는 팔길이 차 10%의 제곱인 21%가 더 커집니다. 중량운동에서 21%면 어마어마한 차이지요.

그리고 길이(키)가 길어지면 모멘트에 의해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쉬운데, 스쿼트에서도 키 168인 사람과 그보다 키가 10% 큰 185인 사람이 같은 무게로 스쿼트를 해도 키가 큰 쪽이 21%나 앞뒤 좌우로 흔들리는 힘을 더 받는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키가 큰 사람은 같은 무게를 다룰 때도 훨씬 더 많은 힘이 필요해 집중이 어렵고, 같은 중량에서도 사고나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장신의 빌더들은 부상을 피하기 위해 고중량의 프리웨이트를 기피하고 부상이 적은 머신류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슷한 원리가 벤치를 할 때도, 데드리프트를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결국 키가 작은 사람이 리프팅을 할 때 흔들리는 힘이 적어서 집중도 쉽고 같은 무게를 드는 데 쓰는 힘도 적습니다. 그래서 같은 중량을 갖고 수치적으로 겨루는 역도 같은 경우는 같은 체중에 같은 힘이라면 키가 작은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4. 다 집어치고, 난 커 보이고 싶거든???

위의 말들이 작은 분들께 그리 위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

어쨌든 위에서 작은 분들이 일단 근육을 만드는 조건이 유리하다는 건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작은 키의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살기는 세상이 참 팍팍합니다. 그래서 키가 작은 분들이 키높이 신발이라도 신고, 아니면 무시당하기 싫어서 운동을 해서 등빨이라도 커 보여서 남들에게 꿀리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사실 등빨 잘못 키우는 게 자칫 작은 키를 더 작아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5. 사람이 상대방의 몸 크기를 인식하는 메커니즘

사실 이건 굳이 키 작은 분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동물은 같은 종을 만났을 때 상대방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대강의 몸 크기와 특징, 심지어 얼마나 힘이 센지, 혹은 건강한지, 병이 들었는지,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성격 혹은 경제력 같은 것도 포함이 되죠. 이것들은 자연계에서의 경쟁과 짝짓기를 위해 기본적으로 입력된 소프트웨어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계에서 처음 만난 숫사자들은 멀찍이서 보아 몸 크기의 차이가 크다면 아예 싸움도 하기 전에 약한 쪽이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방법으로 쓸데없는 싸움을 피합니다. 비슷해서 서로서로 '싸워볼만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서로 발톱을 세우지요. 암컷 새들은 구애하는 수컷의 몸놀림과 털 색깔을 보고 건강과 능력을 판단해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고 말이죠.

비슷하게 우리 사람도 실물이 아닌 사진만 보고서 그 사람에 대한 대강의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몸의 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앞에 있다면 당연히 눈으로 알겠지만 딱히 비교할 대상 없이 혼자 서 있거나 멀리서 실루엣만 보아도 키가 큰지 아닌지, 날씬한지 아닌지 대충 감을 잡습니다. 우리는 실제 크기가 아닌 시각적인 '비례'를 통해 본능적으로 상대의 크기를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거든요.

전신을 볼 때는 상하체, 팔의 비례로 키를 판단하고, 상체만 볼 때는 얼굴과 목의 비례로 키를 판단합니다. 어깨와 가슴, 허리, 엉덩이의 비례로 날씬한지를 판단하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비례로 다리 길이를 판단합니다. 이건 딱히 배우는 게 아니고 본능+성장하면서 보고 자란 사람들의 신체 비례에 관한 통계가 머릿속에서 정리된 결과입니다.

결론적으로 비례만 적당하다면 꼭 키가 정말로 크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는 커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거꾸로 생각하면 실제 키가 커도 비례가 안 맞으면 남에겐 작아보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6. 키가 커 보이기

1) 다리가 길어보이기

키거 커 보이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키에 비례해 다리가 길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타고나지 않은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그래서 차선책은 다리가 길어보이게 하는 겁니다. 

우리 눈은 같은 다리 길이에선 허벅지보다는 종아리가 길수록 다리가 더 긴 것으로 인식하는데, 서양인은 종아리가 길고 동양인은 허벅지가 긴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동양인은 실제 허리높이가 같다 해도 시각적으로는 다리가 더 짧아보입니다. (동양인이 풀스쿼트 자세가 잘 안 나오는 것도 종아리에 비해 허벅지가 길어 엉덩이가 뒤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하이힐이나 높은 굽을 신어 종아리를 길어보이게 하면 실제 굽 높이로 올라간 키보다 시각적으로는 더 많이 커져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글을 보는 남자분들이 하이힐을 신을 수도 없고요....^^;;;

현실적으로 변화 가능한 유일한 건 하체의 굵기 비례입니다. 우리 눈은 허벅지:종아리 굵기 비율에 따라 다리가 긴지 짧은지를 판단하는데, 보통 최적의 비율을 남녀 공히 5:3으로 잡습니다. 그런데 몸을 키우려는 많은 분들이 우람한 허벅지의 빌더들 사진만 보고 대퇴사두운동에만 집착한 나머지 허벅지 비율이 과도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키가 원래 커서 굳이 시각적인 비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키가 작아서 커 보이려는 분이 허벅지만 수박만하게 키우는 건 한마디로 자살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허벅지 둘레를 의식하면서 하체운동과 유산소를 실시하고, 전력달리기나 점프처럼 종아리를 단련하는 운동을 함께 실시해서 비례에서 벗어나지 않게 키우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2) 허리가 가늘어보이기

키가 커 보이는 또 한가지 요인은 허리굵기입니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상대를 인식할 때, 대체로 몸의 굴곡이 분명할수록 상대방의 키를 더 크게, 그리고 건강하고 날씬하게 인식합니다.

몸이 작은 많은 분들이 어깨와 갑빠(?)를 키우겠다며 어깨운동과 벤치, 혹은 등만 죽어라고 하는데, 문제는 우리 눈은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비례로 상대방을 평가한다는 것이지요. 즉 어깨와 등판을 아무리 키워도 밑의 허리가 드럼통이면 어깨가 넓어보이기는 고사하고 '짜리몽땅 근육덩이'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허리가 가늘어보이기 위해선 물론 유산소운동과 식단조절로 살을 빼는 게 최우선이겠죠? 그리고 여기에 허리 위의 등근육이 넓고(가슴은 사실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동시에 허리 아래 골반 주변의 엉덩이 근육이 잘 발달해야 중간에 끼어있는 허리가 더 가늘어 보입니다.

혹여 등근육 발달이 부족해 소위 말하는 '롱허리'가 되거나, 반대로 아래의 엉덩이 발달이 부족하면 둘 다 키가 작아보입니다. 또한 반대로 살을 아무리 열심히 빼서 허리를 개미허리를 만들어도 등판과 엉덩이가 빈약하면 허리가 실제보다 굵어보이고 어렵게 살뺀 효과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허리 라인은 선명하게! ............. ) (     <== 요로코롬 쏙 들어가야 합니다.

대개 단신인 빌더들이 시즌기에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는 것도 잘록하게 쏙~ 들어간 허리라인 때문입니다.

즉 어깨 키우고 갑빠 키우는 것 다 좋은데.....제일 중요한 살을 안 빼면 앙꼬빠진 찐빵이 됩니다.

3) 목이 가늘어보이기

위의 두 가지는 몸 전체를 볼 때인데, 가까이서 마주보고 있는 사람의 키를 판단하는 기준은 목의 길이와 얼굴, 어깨의 비례입니다.  목이 길어보이는 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살만 빼고, 자세만 곧게 하면 됩니다. 이 둘만으로도 마주앉은 여성에게 키가 5센티는 커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목 굵기에 비해 어깨선이 넓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등과 어깨운동이 이 순간에 필요하지요. 

키 작은 분들이 몸이라도 키우고 싶은 맘에 무리한 벌크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들이 얼굴에 살이 덕지덕지 붙으면 턱선이 무너지고 목 주변에 군살이 붙으면서 목이 훨씬 짧아보입니다.

위의 챕터 2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키가 작고 전반적으로 짧은 사람은 근육을 키웠을 때 시각적으로 더 발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관리 잘못했을 때 과도하게 굵어보이기도 훨씬 더 쉽습니다. 키 작은 분들이 몸 잘못 키웠을 때는 키 큰 사람들이 벌크업하며 감내해야 하는 시각적인 손해(?)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니 키 작은 분들은 정말로 벌크업을 할 때는 몇 배는 더 심각하게 고려를 한 후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