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마법사 디시 - muhan-ui mabeobsa disi

김치우 작가의 초도작. 약칭 무마.

장마갤에서 볼만한 마법, 아카데미물 물어보면 추천하는 빌런들이 꼭 있는 소설이다.

호불호가 참 심하던데 장마갤러들은 극히 혐오하니 안볼까 생각하다가 설정딸 소설이라기에 한 번 맛보러 갔다가 1년에 걸쳐 완독함.

누렁이 된 기념으로 장문 주관적 후기 남김.

<긍정적 요소>

* 설정과 세계관

이 소설 호평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요소.

제목부터 마법이 들어가니 마법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마법 체계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음.

지금은 안보이지만 예전 한국판소에 거의 무조건 나왔던 서클 마법 체계는 확장성이 끽해야 추가 서클이었음.

주인공이 강해지는 건 경지니 지식이니 뭐니해도 결국 서클의 강화로 귀결되었단 거임.(그게 서클 추가이던 형태 변화이던 간에)

근데 무마는 처음부터 다름.

가장 자주 나오는 이능인 마법은 이해와 경험(전지), 극한의 정신(전능)을 이용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시작해, 여기에 율법이라는 주관적 의지, 더 나아가 무의식과 세계의 상관관계까지 이어지며 다듬어지는 동시에 확장됨. 심지어 확장된 설정이 초기 설정과 충돌이 없음.

개개인마다 세계를 느끼는 주관이 다를 것이고 각자의 정신상태도 개성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교집합이 마법이라는 설정은 마법의 다양성에 설득력을 부여함. 정신상태에 따라 전능이 달라지기에 마법사들의 정신나갈 거 같은 사고방식도 이해가 됨.

지금이야 서클 마법체계가 거의 사라졌고 이 스피릿 존 체계도 그냥 그럴 수 있지만, 이 소설 처음 나오던 14년 땐 나름 참신한 마법 체계였을 거고, 지금 봐도 준수한 고유성이 보이기에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은 호평을 줘도 모나지 않다고 생각함.

추가로 과학적 마법이라며 무지성 찬양하는 것들 있는데 자세히 보면 유사 과학+공상과학임. 진짜 과학이 활용되는 요소는 다른 판소들과 별 다를 게 없음. 애초에 환상이기 때문에 과학 따지는 순간 까이지 않을 판타지는 존재치 않음.

이 소설에서 과학은 소설에 상상력의 살을 붙이기 위한 도구이며 현실 물리와 좀 괴리까지 있기 때문에(여러 현실 개념들을 소설 속 개념으로 치환)진지하게 과학적이라며 빨 필요는 없음. 그냥 얼마나 참신하게 과학을 끼워 넣었는지를 보는 걸 추천함.

검사 같은 육체파도 마나, 오러 등을 활용해 강해지는 소드맛스타가 아니라 육체에 극도로 집중해 인체의 도식을 그리고(현실의 스키마를 인체에 적용한 거)이 인체 도식을 활용하여 육체의 특정 부위에 힘을 주거나 근력을 강화하거나, 심지어는 관성을 조절하기까지 함.

개인적으론 마법보다 이 스키마가 마음에 들었음.

정통 판타지에서 총이라는 원거리 무기가 있는데도 검을 사용할 수 있는 묘한 현실적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봤기 때문임.

여기 스키마 유저들은 스키마 도식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효율을 증진시키거나 신경계나 근육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육체의 스팩을 키우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식들을 쌓고 접거나 교체하거나 심지어는 구기고 찢기도하는 식으로 컨트롤해 인체를 초인의 수준으로 다룸.

감각, 신경, 미토콘드리아, 근력빌드 그 외 등등 특화체계로 다듬어진 스키마 빌드로 각자의 육체를 강화하며 (겜판등의 상태창, 스탯과 흡사하다.)나아가 외중력으로 대표되는 관성 조절까지 가능하니 정말 인간의 몸으론 결코 못 낼 기예급 움직임이 나오고 그게 실전성이 있음. 여기에 칼질이나 총질을 추가하면 무마판 입체 기동이 탄생함.

마법, 오러 애로우, 오러 탄환 같은 밸붕 원거리 공격수단이 나오면 검든 근거리 전사들은 오러로 막든가 엄청 빠르든가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그런 일차원적 강함이 아님.

마법도 스키마도 율법도 화신술도 작가의 글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독자의 상상에 따라 활용성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음. 체계를 갖추면서 한계가 보이지 않는 설정을 구상했다는 건 엄청 고평가 해줄만한 건 아닐지 몰라도 초도작인걸 생각하면 결코 저평가할 요소가 아님.

그 상상의 나래를 더 크게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게 광자계(현실), 이면 세계(지옥), 드리모, 언더 코더, 디 어비스라는 5개의 세계관임.

세계 하나하나가 웬만한 작가라면 작품 하나 빚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만듦새가 좋음. 그게 5개가 뭉쳐서 별 어색함도 없이 돌아감.

수많은 엑스트라 세계들도 에피소드 하나 뚝딱일 정도로 참신한 것들이 많음.

여기에 작가가 종교랑 이념, 철학까지 작품 내의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이것까지 끄적이진 않겠음.

설정딸치는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취향만 맞는다면 이 장점이 크게 다가올 것임. 후술할 부정적 요소들을 감내할 수도 있을만큼.

* 복선회수

맛보기만 끄적이자면

- 주인공이 호구급으로 착한데 이거 떡밥임. 심지어 26, 39권 두 차례에 걸쳐 밝혀지는

- 1권에 흘러가듯 나온 내용이 34권에서 등장

- 3권에 나온 요소가 46권부터 가서 큰 역할을 함.

이런 식으로 떡밥들을 수십 권에 걸쳐서 아무렇지 않게 회수함. 저것들도 떡밥 회수 중 일부 케이스.

좀 있다가 전개와 갈등의 엉성함을 깔건데 이 소설은 서사 자체는 제법 튼튼함. 수십 권을 넘어 떡밥회수가 가능할 정도로.

개별 가지가 엉성한데 큰 줄기가 튼튼하다는 건 이미 플롯이 다 짜여져인물들의 행적과 그로 인한 영향 등이 다 명확히 잡혀있다는거임 무려 40권 단위로.

플롯 구성을 착실하게 했다는 건 부정적으로 볼 수 없고 이게 초도작인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함.

물론 플롯 구상 잘한 거랑 입맛에 맞을지는 별개임.

<부정적 요소>

* 캐릭터

주인공 시로네가 너무 착해빠진 호구라 암에 걸리고 그런 주인공을 창관에 팔려고 했던 년 에이미가 히로인임. 후하기로 유명한 카카페에서조차 1권을 못 넘기고 하차한 독자평이 태반일 정도.

이 주인공 캐릭터는 참 한결같아서 가끔 나오는 사이다빼면 늘 고구마를 먹여줌. 물론 이런 정박아스런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긴 하는데 그건 그거고 ㅈ같은건 ㅈ같은거라 딱히 실드는 못됨. 심지어 중후반에야 풀리는 떡밥이라 더욱 꼴받음.

히로인 에이미의 경우 장마갤러들이 좋아하는 히로인 상이랑은 차이가 심함. 스트레오타입의 츤데레인데 일단 시작부터 비호감이고 그 외에 딱히 어필할만한 매력이 없음.

카즈라 왕국 편부터 나오는 우오린이라는 매력적인 여캐를 만든 걸 보면 히로인 못 만드는 것도 아닌데 왜 여주를 저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음.

그리고 이 소설을 까는데 빠지지 않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BL 드리프트만큼, 사람에 따라 더 역겨울 수 있는 개과천선 드리프트임.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enrenovel&no=145487 <--- 이 글에서 잘 까뒀으니 이걸 읽어보도록 하자.

이 개연성x 개과천선 드리프트는 7권을 넘기기 전까진 나아지질 않음. 저 념글도 7권을 넘기지 못한거.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천국 2편부터 등장하기 시작함. 또는 그 후부터 캐릭터들의 매력이 생김. 무마 빌런들이 말하는 포텐 터지기 시작하는 구간이 주로 여기임.

문제는 저 천국 2편은 18권부터임. 18권이면 웬만한 웹소 결말나고도 남을 분량인데 이 소설은 그때쯤에서야 진가가 나옴 ㅋㅋ 심지어 그 진가도 개성이 좀 쌔서 취향에 안 맞으면 그냥 돈 날린거임.

무마 특유의 지나치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프롤로그가 끝나면 (이 소설은 30권부터 본편임. 그 전까진 프롤로그.)나름 작품 고유의 매력이 될 수 있음. 이건 캐릭터들 자체가 매력적이기보단 그냥 익숙해진 거라고 생각하지만.

* 전개

무마 빌런들은 초반 버티면 재밌다고 하는데 초반을 못 버티고 내상 입는 독자들부터 중반, 후반부 개똥철학이라며 각혈하는 독자까지 있는 걸 보면 그냥 서사 전체가 골고루 호불호가 갈린다.

일본의 소년만화랑 전개가 비슷함. 남간피셜 그냥 글로 쓴 소년만화임. 심지어 연출법도 묘하게 만화를 떠올리게 함.

그리고 장마갤러들이 싫어하는 감정과잉도 그대로 가져왔다.

천둥패기부터 리안의 기사 서약, 지식의 척추, 급회개, 순간이동 시험. 2권까지만 봐도 오글거리는 장면이 많고, 캐릭터 빌드업의 나사가 빠져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음.

쉽게 말해 갈등의 발생과 해결이 애같음.

물론 캐릭터들이 어린 시점이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애같음.

이 주연들의 치기어림은 소설이 진행되며 나아지긴 하지만 없어지진 않음.

작가 필력이 권을 거듭할수록 늘어나긴 함. 근데 치기어림이 사라지지 않은걸 보면 처음부터 의도했다는 소리밖엔 안됨. 그러니 더 뭣같은 거고.

중반부에는 천국 2, 졸업시험, 무한의 마법사와 별 이라는 수작 에피소드들이 섞여있어서 재밌는 편이다.

후반부는 작가가 폭주해서 판을 키움. 본인이 쓰고 싶었던 주제라 썼다곤 하는데 좋게 말하면 난해하고 나쁘게 말하면 뇌절임. 특히 후반부는 클라이막스 빼곤 설정을 위해 캐릭터들이 존재함.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어떻게든 결말 꼬라박진 않은게 놀라움. 거기서 어떻게 뇌절엔딩이 안난거지.

저 위에서 설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나쁘게 평가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점 때문임. 이 소설은 이야기를 위해 설정과 배경을 쓰는게 아니라 그 반대임.

무마가 개똥철학으로 보이는 이유가 이거라 생각함. 철학을 받쳐줄 서사가 강한 캐릭터들 자체가 손에 꼽음. 당연하겠지 오히려 설정이 주력이니까. 작가 본인부터가 설정딸러인데 전개에서 설득력이 느껴지기 힘들지.

사랑 관련 감정선 표현도 참으로 미숙하다. 대체 얘가 왜 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건지 이해가 1도 안가는 경우가 많을 것임. 이 작품에서 그나마 구색이 갖춰진 러브라인은 2개뿐임. 2개도 사실 수십 권의 빌드업을 쌓아서 이해가 되는 거라 작가가 그냥 이런 쪽에 약하다고 본다.

* 파워 밸런스

여타 소년만화가 파워밸런스 논란에 쉽게 휩싸이듯이 글로 쓴 소년만화인 무마도 논쟁을 피해갈 수 없다.

댓글창을 보면 밸붕이다 vs 아니다로 나뉘어 있는데 아마 오늘도 키배가 벌어지고 있을 거다.

일단 밸붕 논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정이랑 캐릭터 파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리 심한 '밸런스 붕괴'는 없음. 파워 인플레는 꽤 있지만 이건 50권짜리 소년만화라 생각하면 피하기 힘든 문제기도 하고.

그런데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설정의 복잡함 + 긴장감 조성을 위한 과장적 표현 + 불친절한 설명이 콜라보를 이뤄 밸붕이 아닌 경우라도 밸붕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임.

마법 체계와 설정, 캐릭터들의 장기를 하나하나 톺아보면 그리 밸붕이라 까이는 단테 전투씬, 천국과 지국의 밸런스, 졸업반 파워 인플레는 엔간해선 다 설명할 수 있다.

근데 그런 걸 따지며 읽는 사람 많지도 않고 애초에 작가가 파워 밸런스를 납득시켰으면 될 일을 그런 거 없이 새로운 요소 중심으로 전개하니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건 작가가 자초한 면도 있기에 실드는 '밸붕은 없거나 적고 파워 인플레가 좀 있다.' 정도만 침.

다 떠나서 장르 소설에 몰입을 깰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건 좋게 보기 어려움.

* 극빠, 극까

본인은 카카페로 읽었는데, 댓글창 보면 극빠와 극까로 난장판이다. 둘 다 역겨우니웬만해선 댓글창 보지 마라.

* 총평

소재랑 설정 세계관 다 좋은데 필력이 안 좋던 때부터 써온 작품이라 그런지 어디선가 잘못되어있음. 심지어 엉성하지만 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플롯이라 건들기도 애매함.

습작이라도 써보지 이 소재를 왜 바로 꼬라박은 건지 모르겠음.

개인적으론 무난하게 읽었지만 명작은 아니니까 함부로 추천하지 마라.

이걸 읽어볼 거라면 무작정 결제하지 말고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 조아라, 카카페등 다 동원해서 최대한 기다무로 읽어라. 이걸 굳이 정주행해보고 싶다면 카카페 추천.

방금 카카페 댓글이 뭣같다고 했다만 그래도 굳이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댓글이 많고, 간혹 괜찮은 분석 댓글들도 존재하기 때문임. 다른 플랫폼들의 댓글은 그냥 비판뿐이고 그 비판도 어설픈 것들 뿐이라 오히려 불쾌함을 증폭시킬 수 있음.

취향에 맞는 것 같아도 기다무로 봐라, 확실히 재밌을 때나 지르고.

세 줄 요약.

1. 설정과 세계관이 특색이 있어 취향 맞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음

2. 그거 빼면 단점뿐임.

3. 이거 함부로 추천하지 마라 사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