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팬 스텐 팬 - musoe paen seuten paen

그냥 글 하단의 결론 부분만 보셔도 됩니다.

아래 글은 몇년 간의 자취생활을 통해 여러 조리기구를 써본 경험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제가 아래 팬들을 사서 써볼 때는 이렇게 정리된 글을 안 보고 그냥 막 사서 썼어요. 그냥 주방기구가 좋아서 여러개 써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고생을 좀 했었고, 뒤늦게 사용방법이나 특징을 주변 아주머니들과 인터넷을 통해 전수받아서 잘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저 처럼 자취생활 하시는 분이나 새 팬을 사려는 분들도 어떤 프라이팬을 사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 되라고 글을 써 봤습니다.

코팅팬

코팅팬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프라이팬이죠. 코팅팬을 안 쓰는 집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만약 코팅팬을 전혀 안 쓰는 사람이 있다면 딱 둘 중 하나에요. 요리사거나, 힙스터거나. 전 힙스터입니다...

코팅팬의 가장 큰 장점은 조리 중 재료가 눌러붙을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프라이팬에 코팅된 소재가 재료가 눌러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지요. '눌러붙지 않는다'라는 장점 하나로 인해서 또 다른 여러개의 장점이 생깁니다. 첫째로, 재료가 눌러붙을 일이 별로 없으므로 설거지가 매우 쉽지요. 다른 종류의 프라이팬에 재료가 눌러붙으면 빡빡 밀거나 물로 불리거나 해야되는 생고생을 해야하지만, 코팅팬은 그럴 일이 없습니다. 스폰지로 슥 닦으면 깨끗해져요. 둘째로, 다른 프라이팬들이 조리 전 예열과정을 거쳐야되는 것에 비해 코팅팬은 예열을 오래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열이라는 것이 재료가 팬에 눌러붙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인데, 상기했듯이 눌러붙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예열을 짧게 해도 되는거죠. 그러므로 자연히 조리 시간이 매우 단축됩니다. 셋째로 양념이 들어간 조리에 강합니다. 아무리 예열을 잘 하려고 해도 양념이 많이 들어간 요리는 양념이 눌러붙게 되는데 코팅팬은 당연히 그런 염려가 없지요. 넷째로, 기름을 적게 써도 됩니다. 역시 눌러붙지 않으니까요.

코팅팬이 이렇게 편리한데, 여기엔 결정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팅된 소재의 내구도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즉 코팅이 잘 벗겨져요. 강불에 좀 쐬기만 해도 코팅이 벗겨지고, 설거지를 강하게 해도 코팅이 벗겨지고. 심지어 정상적으로 잘 사용하더라도 코팅은 저절로 벗겨집니다. 이렇게 벗겨진 코팅은 물론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죠.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자체의 성능도 크게 낮아져 새로 사야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소비자보호원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테팔 사의 코팅팬이 그나마 내구도가 '조금 더'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팔 건 다른 회사들 것보다 비싸지요. 결국 어느 제품을 사나 코팅팬은 소모품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코팅이 그냥 없어지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인데, 이렇게 없어진 코팅이 사람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또다른 큰 문제입니다. 코팅에 사용되는 테플론이라는 재료는 발암물질이거든요. 테플론은 기형아, 암, 유산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한국사람들은 혈중 테플론 농도가 유럽사람들이 비해 높다고도 하지요. 약 10년 전 부터 지금까지 언론에 의해 꾸준히 이런 테플론의 위해성이 제기되어왔고, 이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코팅팬을 기피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주방기구업체들 역시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인지하고 테플론이 아닌 다른 신소재를 이용한 코팅팬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소재들 역시 안정성이 제대로 검증된 바 없다는 거지요... 


코팅팬의 유해성에 관해 다룬 티비 프로그램입니다. 이것은 몇년 전 영상이에요. 현재는 '마블코팅'의 위험성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대거 이탈이 벌어졌고, 현재 시중에는 마블코팅팬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또 다른 정체불명의 소재로 이루어진 코팅팬들이 난립하게 되었죠. 다이아몬드코팅, 티타늄코팅, 세라믹코팅, 게르마늄코팅 등등... 심지어 테플론을 주력으로 삼던 테팔마저도 테플론을 포기할 정도지요. 하지만 이러한 신공정, 신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의 안정성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스텐팬

스테인레스 프라이팬입니다. 이름 그대로 스테인레스강을 이용해 제조한 프라이팬이며, 보통 코팅이 전혀 되어있지 않지요(공장 출하 시에 보호용 코팅이 되어있기도 한데 이건 벗기고 쓰세요). 코팅팬의 편리함에 밀려 가정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요즘 코팅팬의 위해성 논란으로 인해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는 프라이팬입니다.

스텐팬은 별도의 조리용 코팅이 되어있지 않으므로 코팅팬에 비해 쓰기가 불편합니다. 예열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재료가 쉽게 눌러붙기 때문이지요. 대신 코팅으로 인한 유해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스텐팬은 코팅이 벗겨질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에 강불에 조리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설거지 역시 수세미질을 거의 못하는 코팅팬과는 다르게 수세미질을 해도 괜찮구요.

상술했다시피 위해성이 낮지만 그만큼 불편해요. 조리 전에 필수적으로 예열과정을 거쳐야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예열에만 3~5분이 걸리더군요. 준비과정이 필요한 조리라면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예열을 하면 되겠죠. 하지만 별도의 준비과정이 필요없는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하는데에도 수 분의 예열과정을 거쳐야된다는 것은 조금 답답한 일입니다. 스텐팬에는 코팅이 없으므로 소스나 양념이 잘 눌러붙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건 예열이고 뭐고 어쩔 도리가 없더라구요. 소스가 그냥 쫄아서 눌러붙어버리니... 

스텐팬은 예열에 실패하면 이렇게 눌러붙어 분노를 주체할 수 없게 됩니다.

스텐팬은 코팅이 벗겨질 일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설거지를 맘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스텐팬이 절대적인 내구도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눌러붙은 것을 없애겠다고 철수세미로 스텐팬을 박박 긁다간 여기저기 흠집이 가지요. 이렇게 흠집이 간 프라이팬은 외관상 보기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흠집이 난 부위에 재료가 더 잘 눌러붙게 됩니다. 이론상 스텐팬은 쓰면 쓸 수록 흡집이 점점 늘어나기에, 스텐팬은 쓰면 쓸 수록 설거지 시간도 점점 늘어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고 살살 설거지를 하려다보니 설거지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되요. 안 그래도 조리하는데에도 시간이 더 걸리는데 말이죠... 이렇게 아껴 쓰더라도 스텐팬의 미세한 틈새로 조금씩 이물질이 낍니다 -_-;; 가끔 식초물로 팔팔 끓여서 이 이물질을 벗겨내야되요. 

그리고 이건 제가 경험한 게 아니라 이론상으로 떠도는 이야기인데, 스텐팬에는 되도록 강불로 조리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스텐팬도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너무 강한 불을 쬐면 그 겹이 틀어진대나?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쇠팬

무쇠팬은 주물팬이라고도 불리는 거 같고, 영미권에서는 cast iron이라고 부르더군요. 무쇠팬은 말 그대로 오직 무쇠로만 구성된 프라이팬을 말합니다. 손잡이조차도 무쇠로 되어 있고요. 말 그대로 통 무쇠이기 때문에 험하게 다루어도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코팅팬은 험하게 다루면 코팅이 벗겨지고, 스텐팬을 험하게 다루면 흠집이 생기거나 심지어 스테인레스강이 한꺼풀 벗겨지는(저도 말로만 들었습니다)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는데, 무쇠팬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는거죠. 때문에 오븐에 넣는 용기로도 쓰이고 캠핑장에서 조리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무쇠팬은 스텐팬 처럼 유해물질에 대한 위험성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무쇠팬에서 철분이 나오므로 몸에 좋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내구도는 절대적이며, 설거지를 강하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있는 스텐팬은 강불조리 시에 내구도 저하 문제가 있다지만, 무쇠팬은 무쇠 단 1겹으로 되어 있어 내구도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강한 불로 조리해도 팬이 상할 염려가 없지요. 강불에 강하다는 것은 불맛을 잘 낼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무쇠팬은 기름이 비교적 많이 들어갑니다. 조리 시에 코팅팬보다도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험상 스텐팬 보다도 더 많은 기름을 요하더군요. 설거지를 하고 나서는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름칠을 해야되요. 또 무쇠팬에는 시즈닝이라는 별도의 보관 절차가 필요하지요. 무쇠팬의 시즈닝은 팬에 기름칠을 한 후 오븐에 1시간 정도 굽는 과정을 말하는 건데요, 다른 팬에는 전혀 필요없는 번거로운 일이죠. 기름칠이나 시즈닝을 게을리 하면 재료가 잘눌러붙기도 하고, 무쇠팬에 쉽게 녹이습니다. 무쇠팬에는 별다른 녹 방지 장치가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가만 냅두기만 해도 저절로 녹이 스는게 무쇠팬이고 그래서 사용자가 관리에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거기에 무쇠팬은 무게가 꽤나 나갑니다. 작은 20cm무쇠팬이 28cm 코팅팬 만큼이나 무겁더군요. 스텐팬과 마찬가지로 코팅이 없으므로 예열에 신경을 써야하며 예열에 실패하면 재료가 그대로 눌러붙습니다. 제 경험상 예열 문제는 스텐팬보다 무쇠팬이 더 까다롭더군요. 무쇠팬은 대개 두께가 두꺼워서 약불로는 열 전달이 잘 안 되거든요... 그래서 무쇠팬은 약불로 조리하는 것도 스텐팬보다 쪼금 더 힘들어요.

양념이 아닙니다. 녹입니다.

무쇠팬의 내구도는 절대적이므로 녹을 제거해서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무쇠팬은 매우 자유롭게 설거지 할 수 있습니다. 흠집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재료가 눌러붙어도, 녹이 슬어도(!) 철수세미를 동원해서 박박 설거지 할 수 있는 건 장점이네요. 하지만 설거지를 너무 세게 하면 시즈닝으로 씌운 기름칠이 벗겨져 시즈닝을 다시 해야됩니다. 물론 코팅팬과 스텐팬은 애초부터 이런 설거지를 하지도 못하지요.

시즈닝을 통한 기름칠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무쇠팬에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자는 말이 있어요. 일단 롯지 같은 무쇠팬 제조업체에서는 '필요하면 세제를 써라'라고 합니다. 근데 세제가 필요한 설거지라는게 뭐죠? 모든 설거지는 기본적으로 세제를 쓰는 거 아닌가?-_-;; 이런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인해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세제사용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습니다. 여기 관련 영상이 있습니다. 영어 되시는 분은 참고 바랍니다... https://youtu.be/8gI3cSxmdzc?t=142

결론

코팅팬, 스텐팬, 무쇠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상술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가장 편리한 조리기구 : 코팅팬>스텐팬>무쇠팬

코팅팬은 코팅손상을 피하는 것 빼곤 신경쓸게 별로 없죠. 스텐팬과 무쇠팬은 둘다 예열을 좀 신경써야 하는데, 거기에 더해 무쇠팬은 무겁기까지 합니다.

가장 유해물질이 많은 조리기구 : 코팅팬>스텐팬=무쇠팬

코팅팬의 코팅은 대개 유해물질입니다. 세라믹 코팅은 그나마 안전하려나...? 스텐팬과 무쇠팬에는 별다른 코팅이 없지요. 아, 스텐팬에는 가끔 공장출하할 때 보호용 코팅이 되어서 나오는데, 이거는 벗기고 쓰면 되요.

가장 설거지가 편한 조리기구 : 코팅팬>무쇠팬>스텐팬

코팅팬은 애초에 설거지 박박 할 일이 없죠. 무쇠팬은 설거지를 박박할 일이 있으면 박박 하면 되죠. 스텐팬은 설거지를 박박할 일이 생겨도 기스날까봐 박박하지 못하죠.

약불로 조리하기 좋은 조리기구 : 코팅팬>스텐팬>무쇠팬

스텐팬은 예열때문에 약불조리가 까다로워요. 무쇠팬은 스텐팬보다도 약불조리가 더 어렵습니다. 코팅팬은 약불조리가 편해요. 그래서 스크램블 에그 같은 거 하려면 코팅팬이 편하더라구요.

강불로 조리하기 좋은 조리기구 : 무쇠팬>스텐팬>>>>>>>>>코팅팬(절대 비추)

무쇠팬은 강불조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스텐팬도 무쇠팬보다는 아니지만 쓸만하구요. 코팅팬은 강불조리 하지 마세요. 불가능한 건 아닌데 코팅 벗겨져요. 그럼 괜시리 기분 나빠요.

본인에게 잘 맞는 프라이팬 구매 바랍니다.

그러니까 자취생들은 주방기구를 멀리하고 

김밥천국이나 가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