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언의 어떻게 그런 - najieon-ui eotteohge geu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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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주세요!>는 <고등래퍼>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름난 사람들의 말을 그럴듯하게 편집한 여느 인터뷰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디터십’이 돋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GQ> 디지털 디렉터 나지언과 프리랜스 에디터 강예솔이다. 질문의 답은 <GQ> 디지털 디렉터 나지언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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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의 열렬한 시청자였던 게 이 책의 시작이었나? 맞다. 10대 고등학생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문화 현상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엠넷이 이런 서브 컬처를 목격하고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는 것에 놀랐다. 다만, 왜 그들이 이렇게 힙합에 열광하는지, 무슨 얘기를 그렇게 랩으로 쓰고 싶은지 궁금했고 그걸 좀 더 자세히 기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 현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좋아한 래퍼는 누구였나? 최하민을 응원했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힙합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 확신을 갖고 학교 교육을 포기할 수 있었는지. 그동안 함께 음악을 해온 친구들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것도 좋았다. 투팍의 쿠지 니트를 입은 이수린도 좋아했다. 이 책을 위한 인터뷰를 마친 이후에는 모두를 응원하게 됐다. 참고로, <고등래퍼 2>에서는 이병재를 좋아한다.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돈, 여자, 차 자랑하는 가사를 덜 들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진 게 없는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랩 스킬은 다소 서툴고 부족해도 가사는 더 절실하다. 친구, 가족, 돈, 꿈이 10대라는 세계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나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들렸던 것 같다. 언제쯤 돈을 모아서 슈프림 진품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그들이니까 ‘스왜그’를 내세워도 허세가 아니라 간절한 꿈으로 들렸다. 기성 래퍼들의 냉소가 없달까. <고등래퍼 2>까지 본 지금은, 그들이 서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성 래퍼보다 가사를 더 잘 쓰는 친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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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힙합’이라기보다 ‘청소년’이 보인다. 인터뷰어와 꽤나 먼 세대에게 가진 이 관심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나? 나이 든 사람이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힙알못’이라고 생각했는지 인터뷰 도중 켄드릭 라마와 사이퍼 문화를 설명해주려고 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하. 인터뷰 중간중간 조이 배드애스와 포스트 말론도 아는 사람이라고 계속 어필했다. 젊은이들이 언제나 시대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쪽으로 시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듣고 싶었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 제도권 교육의 허점 등에 대해 10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평어로 답하는 점이 탁월하다. 혹시 입으로 소리 내면서 다듬었나. 이 책을 출간해준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김광철 대표가 낸 아이디어였다. 지금껏 그는 많은 단행본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인터뷰 형식을 실험해왔다. 잡지와 달리 단행본에서는 인터뷰가 그다지 매력적인 형식이 아니다. 잘 읽히지도 않는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본 결과 질문을 평어체로 하고 대답을 평어체와 반말체로 섞는 게 제일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10대 독자들이 읽기도 쉽고.

서문에서 그들의 답변이 하나의 랩 가사라는 점을 은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기획이었나? 아니면 인터뷰 과정에서 그들에게서 받은 어떤 인상이 있었나. 인터뷰에서 받은 인상이 있었고, 편집 과정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인터뷰 도중 털어놓은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랩 가사에 반영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책의 주제와 형식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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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답을 싣지는 않은 듯하다. 어떤 기준으로 더할 것과 뺄 것을 나눴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문학성’이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잡지와 달리 단행본은 특정 시기를 타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나와 전혀 다른 상황의 전혀 다른 캐릭터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들의 인터뷰를 10년 뒤 40대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보통 이전 세대는, 과거의 젊은 세대에게 록이었던 것이 지금은 힙합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들을 만난 결과, 이것은 얼마나 타당한 비교라고 생각하나? 맞는 말 같다. 젊은 세대들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록 대신 힙합으로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록과 힙합은 기존의 생각을 욕하기도 좋고 새로운 생각을 담기도 좋은 장르다. 다만, 시대가 달라져서 밴드로 함께하지 않고 혼자 랩 가사를 쓰는 거다. 그럴 시간도 돈도 없으니까. 어쨌거나 어른들은 찢어진 스키니 진도 싫어하고 질질 끌리는 힙합 바지도 싫어하지 않나.

책의 디자인이든 편집이든 관점이든 상당히 중립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어떤 기록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맞다. 사실 저자라기보다 엮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있었고, 난 그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기록하는 역할이었다.

이 책을 완성하고 당신이 이 세대에게서 받은 이미지를 어떻게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든 지금의 어른보다 나은 세대.

<고등래퍼 2>처럼 <비트주세요! 2>도 나오나? 글쎄,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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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담빠담' 양강칠, 사실은 연애 고수

[엔터미디어=나지언의 어떻게 그런 말을] 여자라곤 구경도 제대로 못해본, 암튼 뭐 인간답게 살아본 적이라곤 한번도 없는 그런 남자를 하나 아는데, 그런 애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자랑 연애라는 걸 할 수 있을까요? –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중에서 양강칠(정우성)이 정지나(한지민)에게 한 질문.

올해 브라운관은 예의나 싸가지 같은 건 없지만 알고 보면 순수한 마음을 가진 본부장님들에게 점령당했었다. 그들과의 공통점이라면 ‘어긋난 부모 자식 관계’밖에 없는, 가진 거라곤 연애 스킬 밖에 없는 신선한 남자가 등장했다. 바로 노희경 작가가 각본을 쓴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양강칠(정우성)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노희경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고 그 솜씨가 가장 빛나는 부분은 바로 양강칠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할 때다. 만약 심리테스트를 하면 ‘당신은 감성적인 인물이군요’와 ‘무심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올 만큼 양강칠은 복합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양강칠, 원래 성격이 뭐지?’라고 의아할 수도 있을 거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하고 나온 그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친구 놈의 차를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떡볶이를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인생 어차피 ‘엿같다’며 오래 살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애증 관계에 있는 어머니에게 효도할만큼은 살고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사고 쳐서 아들을 낳을 정도로 조금 놀았지만(그가 정말 아들을 낳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다) 예쁜 여자 보면 모자란 사람처럼 헤벌쭉 웃기도 한다. 반듯하게 서서 멋진 말을 하기도 하지만 구부정한 몸을 하고 덜 떨어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이 남자에게 왜 정지나(한지민)가 빠지냐고? 사실 알고 보면 양강칠은 고수 중의 고수, 연애 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짝> ‘모태 솔로’ 특집 편에 나온 모든 남성 여성분들, 그리고 그 편을 보면서 ‘내 얘기다!’라고 찔끔했던 분들은 잘 들으시라. 우리 실정에도 맞지 않는 ‘연애의 정석’ ‘연애 특강’ 이런 책 읽을 필요 없다. 이 드라마 하나면 된다. 15년 간 감옥에 있으면서 여자 손 한번 만져본 적 없다고 했으니 고등학교 때 사귄 여자가 연애 경력의 전부일텐데, 양강칠은 천부적인 연애 감각을 지녔다. 물론 거기엔 마초 같은 면과 아이 같은 면, 어른처럼 자상하게 챙겨주는 모습과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할 정도로 세상사에 무지한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매력도 작용했다. 겉으로 보기에 양강칠은 순수한 모습 그 자체다. 동물원과 영화관 한번 못 가봤다는데 짠하지 않을 여자 없을 거다. 하지만 양강칠은 타고나길 수컷이었다. 자, 그의 수컷 본능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양강칠은 왜 굳이 땀 닦을 때 티셔츠 자락을 목까지 잡아 올려서 자신의 식스팩과 흉터를 드러낸걸까? 티셔츠 늘리려고? 양강칠은 왜 굳이 정지나가 발을 다쳤을 때 신발을 벗겨서 발을 씻겨준 걸까? 발 냄새 나서? 양강칠은 왜 굳이, 업는 게 더 편한데 정지나를 안고 한참을 걸었을까? 그녀가 자꾸 목을 짓눌러서? 양강칠은 왜 굳이 정지나의 입에 떡볶이를 먹여준 다음 입가에 묻은 떡볶이 소스를 닦아줬을까? 떡볶이 먹지 말라는 잔소리가 짜증나서? 양강칠의 대사를 잘 듣다 보면 ‘바로 이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정지나의 제안에 “그러다 내가 원하는 게 크면 어쩔려고…(가볍게 웃은 뒤) 겁먹었구나?”라고 말할 줄 알며, 정지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아, 이렇게 빤히 여자 보면 실례지?’라고 말할 줄 안다. 이건 뭐 누가 가르쳐서 되는 건 아닐 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자동차를 고치고 전기배선을 점검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는 테스토스테론이 줄줄 흐르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 중 최고는 정지나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여자라곤 구경도 제대로 못해본, 암튼 뭐 인간답게 살아본 적이라곤 한번도 없는 그런 남자를 하나 아는데, 그런 애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자랑 연애라는 걸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다. 여기서 이미 게임은 끝났다. 정지나는 양강칠에게 반했다. 물론 양강칠은 확인사살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 놈도 알고 있을 걸요. 지까짓 거한테 그런 거, 연애니 사랑이니 여자니 웃기지도 않다는 거, 내가 전해줄 거예요. 꿈 깨라고.” 이게 지금 자기랑 연애해달라는 거지 아님 뭘까? 이런 남자랑 사랑에 빠지지 않는 여자도 있을까?

양강칠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건 완벽하게 순수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이상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여자 손 한번 안 잡아봤다면 수의사 정지나에게 겁 먹고 다가가지도 못했을 거다. 잊지 말자. 그는 비 오는 날, 정지나의 가슴을 훔쳐봤다. 잊지 말자. 정지나에겐 “난 그냥 여자만 보면 웃겨요. 얼굴 하얀 것도 웃기고 머린 긴 것도 웃기고 목소리 가는 것도 웃기고. 그쪽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것도 웃기고. 손가락이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여리여리 한 것도 웃기고.”라고 말했지만 트럭 사준 효숙에게는 쌀쌀맞게 굴었다. 미묘한 감정과 믿을 수 없는 사건과 놀라운 인연이 겹쳐진 ‘인생’이란 것을 다루는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는 양강칠이라는 멋진 캐릭터 구축을 통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제 우리는 그와 정지나가 어떻게 밀고 당기며 연애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뒤죽박죽 엉키고 또 풀리는지 지켜보면 된다.

칼럼니스트 나지언 <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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