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이 땅 을 사면 배가 아프다 - sachon i ttang eul samyeon baega apeuda

우리말과 한의학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속담 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전적 의미 외에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실제로 복통을 유발시킨다’는 의학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시험 시간에 정신적 긴장감과 압박감으로 인해 갑자기 복통이 생겨 시험을 망친 경험, 집에선 괜찮다가도 학교에만 가면 복통이 생긴다는 옆집 아이의 이야기,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복통이 생긴 친구의 경험담을 우리는 흔히 접하게 된다. 이런 경우 대체로 신경성 복통(기능성 복통)일 가능성이 크다.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이 가운데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복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주변 환경에서 오는 긴장,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을 칠정상(七情傷)이라고 한다. 칠정(七情)은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의 7가지 감정으로, 이러한 칠정에 의해 여러 가지 정신적·육체적 질환이 발생하고 있음을 기록해놓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게 됨으로써 시기, 질투 등의 감정이 유발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칠정상이 생기면, 오장육부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여러 가지 증상이 유발하는데, 특히 간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간은 우리 몸의 근육을 주관하며, 쓸개와 더불어 지방 등의 소화기능에 관여해 막힌 것들을 풀어주는 소설 작용을 한다. 간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근육의 경련, 떨림 증상이 발생하며, 근육 경련이나 떨림 증상이 우리 몸속 장 외벽을 구성하는 평활근에 발생하면 경련성 복통, 복부 팽만감, 변비, 설사,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한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을 상하게 하고, 근육과 소설 기능(풀어주는 기능)을 주관하는 간에 문제가 생겨 복통이 나타난다’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가벼운 운동, 음악감상,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노력도 적절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이 자주 발생하는 분이라면 모과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모과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강화시켜주며, 위장기능 개선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경련성 복통, 근육경련, 쥐가 나는 증상 등에 효과가 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모 공익광고의 문구처럼, 국민 모두가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마음껏 안식과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여정구/한의사·청년한의사회 학술국 차장


사촌 이 땅 을 사면 배가 아프다 - sachon i ttang eul samyeon baega apeuda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 형제의 아들딸과 나는 사촌이다. 비슷한 나이로 친구처럼 지내며 성장기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촌은 직계가족 외에 가장 가까운 관계이다. 그래서 사촌은 '가까운 이', '진정한 친구들'로 쓰이는데,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 '이웃사촌'이다. 이웃에 살면서 자주 보면 정도 많이 들고 도움을 주고받기도 쉬워 이웃이 곧 사촌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사촌을 가깝고 소중한 관계로 말하고 있을까? 우리가 쓰는 말을 잘 챙겨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가깝기만 하면 다 사촌을 가져다 붙이곤 한다. 통 씻지 못해 몰골이 말이 아닌 사람은 '까마귀 사촌', 극도로 가난해지면 결국은 얻어먹으러 나선다는 '가난과 거지는 사촌 간' 등에서 사촌은 부담 없이 붙는다. 또한, 사촌은 놀림조에 많이 등장한다. 술 취한 사람이 뒷감당도 못할 호언장담을 하면 '술을 먹으면 사촌한테 기와집도 사 준다'고 하고, 입을 잠시도 다물지 못하고 줄곧 떠드는 사람을 두고는 '장돌뱅이 사촌'이라 한다. 실천은 없이 그저 말로만 한다면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비유로, 사촌이란 편한 대상인 만큼 폄하되기도 쉬운 셈이다.

심지어 속담에서 사촌은 종종 방관자이다. '사정이 사촌보다 낫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억지로라도 자기 힘으로 하는 것이 낫다는 긍정적 말로도 읽히지만, 부당한 일이라도 고집을 부리거나 사정만 잘하면 웬만한 것은 통할 수 있다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여기서 사촌은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서지 않는 얄미운 사람이다. 게다가 사촌은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으로도 그려진다. 장사하는 사람은 인색하기 마련이라고 할 때 '참외 장수는 사촌이 지나가도 못 본 척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촌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이다. 나에게 사촌이 있다면, 그에게 나도 사촌이다. 사촌의 얄미운 점을 조목조목 빗대던 사람도 자신이 사촌이 되면 현실적인 행동을 한다. '사촌네 집도 부엌부터 들여다 본다'는 말은 얻어먹을 것만 바라며 남을 만나는 이를 말하는데, 자신도 사촌이 되면 사촌 덕을 보려 하고 있지 않는가? 사촌을 가깝다고 하면서도, '자식도 장가보내면 사촌 된다'라고 할 때는 직계가족보다는 먼 사람이라 경계를 긋는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사촌은 가깝고도 먼 애증의 관계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따져보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사촌 이 땅 을 사면 배가 아프다 - sachon i ttang eul samyeon baega apeuda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주기 보다는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말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적고 있으나 유래나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근래에 와서는 배 아픈 범위가 '사촌'에서 이웃·사돈·형제까지 범위가 확대되기도 한다. 왜 이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단순히 '우리 민족성 문제'라고 말하기에는 좋은 행태의 어감은 아니다. 그렇다고 선조들 때부터 유래된 속담인데 근거 없는 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자신이 잘되는 것에 다른 사람이 질투할 수도 있으니 언행을 조심하라'는 교훈으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한글소설 '흥부전'에서 놀부가 심술을 부리는 것을 보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백 번 이해가 간다. 성경 창세기편에 등장하는 '카인'이 시기와 질투심으로 동생 '아벨'을 죽인 범죄 또한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요즘 이 속담의 해석을 달리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말과 글의 유래는 객관적인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 민족성을 좋게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재해석 하고 있어 애교로 읽어 볼만하다는 평이다. 또한 주위와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재미있다고들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의 원래 속담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야 한다'로 좋은 의미에서 사용됐다고 한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은 없고, 땅에 거름이라도 보태주기 위해서 배가 아파 똥(거름)을 보태주기 위한 배려의 마음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 민족정신 말살정책으로 상대방이 잘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민족인양 의도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니 이를 바로 잡아 '본디 우리 민족은 상대방이 잘되면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SNS로 세상과 소통한다. 하지만 SNS 공간에 시기와 질투가 나쁜 뉴스와 가짜뉴스 형태로 나타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일부 관종(관심받은 싶어하는 종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국가적인 재난 위험방송을 하고 있는데도 흥미위주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미디어 소비자들의 비이성과 혐오·증오를 부추켜 감염시킨다. 이들의 숙주 노릇을 일부 언론들이 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눈꼴이 시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인간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을까? 특히 '언론'이라는 무기로 잔인한 학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 라면업계의 1위였던 '삼양라면'은 '공업용 소기름 파동'이라는 과장된 뉴스로 도산 위기까지 갔고, '음식물 쓰레기로 만두소를 만든다'는 보도로 이 회사 사장은 자살을 했다. 하지만 '만두소'는 무해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또 황토팩으로 성공했던 한 여배우는 '황토팩에 중금속이 함유됐다'는 근거 없는 의혹보도로 사업실패 후 이혼에 암까지 얻어 결국 사망했다. 황토팩에 중금속이 있다는 보도내용은 허위였다. 기자는 그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상황근거로 무죄를 받았다.

    우리 사회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눈꼴이 시려 못보는 인간들로 인해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특혜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기사내용은 별다른 사실과 특혜의 근거가 추측성 뿐인 기사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언론의 무기를 만나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의혹 보도는 남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 가짜언론, 나쁜 언론을 생산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가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야 할 텐데'로 변화되는 세상을 기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