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름 - samga goin-ui myeongbog-eul bibnida ileum

이 글에선 내 블로그의 모든 글이 그러하듯이,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작은따옴표 대신 <>을 사용하여 글을 작성하였음을 유념하여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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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오래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틀린 말이며, 마침표를 빼고, 띄어쓰기하지 않고 <삼가>라는 말도 빼고 <고인의명복을빕니다>라고 써야 맞는다는 글을 SNS에 올린 적이 있는가 보다. 그래서 실제로 <고인의명복을빕니다>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 글을 올린 사람이 꽤 영향력이 있는 사람 같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린 말인데, 그렇게 틀린 글이 아직도 자주 내 눈에 띄니, 매우 눈에 거슬리고 이젠 짜증까지 난다. 내 생각엔 그 글을 처음에 올린 사람은 아마도 <한자>는 많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한글>은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인의명복을빕니다>        : X (띄어쓰기 없고, 마침표 없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O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O

팩트 체크(fact check)를 원하는 사람은 아래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확인하면 된다.

<고인의명복을빕니다>가 틀린 이유를 내 짧은 국어 실력으로 좀 더 설명을 하자면,

1.    <고인의명복을빕니다>할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  <== X

<한글 맞춤법 제1장 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참고로 <단어>에는 9 품사가 있는데, 명사, 대명사, 수사, 조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가 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조사>도 단어라는 사실이다.

<한글 맞춤법 제5장 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즉, <한글 맞춤법 제1장 2항>과 <한글 맞춤법 제5장 41항>을 조합하면,

<문장에서 모든 단어는 띄어 쓰되, 다만 조사는 앞의 단어와 붙여 쓴다.>가 된다.

고인의(명사, 조사)

명복을(명사, 조사)

빕니다(동사)

이므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띄어 써야 한다.

물론, 한글에서 띄어쓰기란 것이 구한말 선교사들의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여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에, 한글 창제 당시 즉, 세종대왕 시절이라면 띄어쓰기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맞다. SNS에 이 글을 올린 사람이 조선 시대 글을 참조하여 쓴 것이라면, 그 당시 기준으로는 띄어쓰기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 당시엔 띄어쓰기라는 것 자체가 없었으므로….

2.    <고인의명복을빕니다> 할 때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 X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문장>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문장

3『언어』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고 있는 것이 원칙이나 때로 이런 것이 생략될 수도 있다. 글의 경우, 문장의 끝에 ‘.’, ‘?’, ‘!’ 따위의 문장 부호를 찍는다. ‘철수는 몇 살이니?’, ‘세 살.’, ‘정말?’ 따위이다. ≒문02(文)「2」ㆍ월01ㆍ통사06(統辭).

즉, 모든 문장은 <.>, <?>, <!> 따위의 문장 부호로 끝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문> 즉, 문장이 아니다. <문장이 아니다>라는 말은 많은 경우에 <틀린 문장>이 된다.

단, <표어>나 <표제어>의 경우 문장부호를 생략할 수 있으므로 책 제목이나 영화 제목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이 문장 부호를 생략할 수 있다. 따라서 책 제목이나 영화 제목 혹은 현수막 등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마침표(.)를 생략하고 쓰는 것은 허용된다.

문장부호 역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글 창제 당시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이전 우리가 한자를 사용할 때에는 문장부호라는 것이 없었다. 단 하나 <그림 1>에서 보듯이 문단이 바뀔 때 사용하는 동그라미(O) 표시가 전부였다. 따라서 이 말 역시 한글 창제 당시의 문장을 참조한 것이라면 그 당시 기준으로 맞을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명백하게 틀린 말이다.

3.    <삼가>를 붙이려면, 누구의 명복을 비는지 앞에 고인의 이름을 써야 합니다. <== X

물론 틀린 말이다. 비슷하지만 맞게 쓰려면, 고인의 이름이 아니라 명복을 비는 사람 즉,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맞다.

우리가 사극에서 자주 보는 대화 중에

<신, 좌의정 OOO, 삼가 아뢰옵니다.>

와 같이 신하가 임금 앞에서 <칭신>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문법>이라기 보다는 <궁중 예절>이다. 물론, 반드시 <칭신>하는 예에서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존대하는 경우에도 <삼가>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주어>나 <서술어>, <목적어>가 생략할 수 있다. 즉, 주어나 서술어 혹은 목적어가 생략되어도 틀린 문장이 아니다.

A : 어디 가?

B : 학교.

A, B 두 사람의 대화는 문법적으로 틀린 데가 없다.

원래의 뜻은 이렇지 않은가?

A : (너는) 어디 가?     <= 주어 생략.

B : (나는) 학교(에 가.)  <= 주어, 서술어 생략.

다른 예를 들면

A : 너, 짜장면 먹을래 말래?

B : 먹을래.

이것은

A : 너, 짜장면 먹을래 말래?

B : (나는 짜장면을) 먹을래.  <= 주어, 목적어 생략.

이 말 아닌가?

이렇듯 우리말에서는 주어나 서술어 혹은 목적어가 생략될 수 있다. 따라서 <OOO(자신의 이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 대신, <삼가>라는 부사 앞의 주어를 생략하고 그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해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삼가 XXX(고인의 이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은 문법적으로든, 예절로서든  아주 완전히 틀린 문장이다.

결론은 앞에서와 같이

<고인의명복을빕니다>        : X (띄어쓰기 없고, 마침표 없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O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