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 시 정철 - seba si jeongcheol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 카피라이터 정철 (세바시 641회)

카피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되시죠? 카피라이터 정철 선생님이 딱 두 가지만 기억하고 연습해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 해 주십니다.

소소한 SNS 글쓰기든, 상업적 카피든 도움이 되는 훌륭한 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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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평가할 때 무엇을 보고 평가를 했을까요?

     그 사람의 외모, 말이나 말투, 명함 등 이런 것을 가지고 평가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SNS 소통이 늘어나면서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인 그러한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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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보고서, 기획서, 자기소개서뿐만 아니라  카톡에 나누는 이야기까지 모든 글이 저는 카피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카피를 쓰는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되는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딱 한글자로 대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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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쓰는 겁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쓰는 겁니다.

연필을 들고 종이에 무조건 갔다 대고 끼적거리는 게 글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잘 쓰기 위해서는 ‘잘’이라는 글자를 걷어 차버리라는 거죠.

     잘 쓰려고 하니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글이 잘 안 되는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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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시간 관계상 두 가지 정도만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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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이야기인데요. 매봉터널을 이렇게 북쪽에서 남쪽으로 통과하면 바로 오른쪽에 한 동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거기서 제가 살았는데요. 햇볕이 잘 들어서 살기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모 대기업에서 아파트 앞에 고층 스포츠 센터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주민들이 난리가 났겠죠?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세입자였기 때문이었죠.

     ‘이사 가면 되지’ 이러면서 그냥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무슨 대책회의를 한다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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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순전히 카피라이터라는 이유로 그 대책회의에 끌려 나간 적이 있었어요.

     갔더니 술도 주고 떡도 주니, 막 받아먹고 마셨지요. 한참 마시다보니까 그 카피를 내가 쓰는 걸로 돼 버렸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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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것을 어떻하죠? 하는 수 없이 써야 했어요.’

     어떤 카피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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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현수막이 붙으면 이러한 투쟁적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카피들이 붙습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그러한 카피는 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의 집단 이기주의로 보이기 쉬울 것이니 때문에 호응을 얻기 힘들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조금 엉뚱하게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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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카피가 아파트에 길게 붙었습니다.

     매봉터널을 지나서 출퇴근하는 모든 사람들이 카피를 봤고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좀 화제가 됐어요.

     그러자 모 방송 TV 뉴스에 이 현수막이 소개가 됩니다.

     이게 막 호응이 좋으니까 그 기업이 조금 쫄았겠죠?

     얼마 후에 정말로 햇볕을 가리지 않을 만큼 한 뼘 비켜서 빌딩이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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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대결, 투쟁 등 이러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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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게 공감이 가고 울림이 컸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먼저다.’입니다.

글에 있어서 사람이 가장 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가장 울림이 큰 테마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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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능하면 글을 쓸 때 ‘사람을 가지고 써봐라’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제가 말씀 드리는 팁인데요.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사람의 성분을 좀 알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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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의 성분이 뭘까요? 물, 칼슘 등 이런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람의 성분은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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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등’ 이런 것들이 원래 우리 몸의 성분이라는 거죠.

이러한 성분들을 가지고 글을 쓰면 울림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어때요? 좀 위축이 되어있죠?

     ‘돈, 출세, 명예, 개발, 효율 등’ 이러한 가치들이 득세를 하면서 세상을 지배하다보니까 이러한 따뜻한 가치들이 점점 더 기를 못 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원래 사람들의 성분이 이러한 것들이라면 얼마 안 가서 다시 이러한 것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러한 따뜻한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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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을 쓸 때도 가능하면 긍정이나 위로나 감상 이러한 것들을 붙들고 글을 쓰면 울림이 굉장히 커지겠지요?

     왜? 내 몸에 들어있는 성분을 툭~ 툭~ 건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울림이 커지는 거죠.

     사람 이야기를 한 카피를 하나 더 볼까요?

     얼마 전에 복어를 먹으러 강남의 모 빌딩에 갔다가 잠깐 화장실엘 들렀더니 이런 카피가 붙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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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피를 딱 보는 순간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아, 반성해야지’ 이런 반응이 나올까요? ‘아, 지금까지 난 너무 막 사용했어. 이제부터 내 집 화장실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사용해야지’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올까요?

     아무 생각 안 들겠죠? 그냥 조용히 볼 일 보고 지퍼 올리고 자리를 뜰 겁니다.

     만약에 저한테 화장실 카피를 쓰라고 했더라면 저 카피 아래 한 줄을 더 썼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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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울림이 있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거죠.

     왜? 사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울림이 크다는 겁니다.

다음은 카피작법 제 1조 1항입니다.
‘글자로 그림을 그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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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구체성 이야기입니다.

     제가 카피라이터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세 글자가 바로 이 ‘구체성’입니다.

     구체성, 구체적인 카피는 머릿속에 쉽게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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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아주머니의 관절이 너무 힘들어요. 그림이 그려져요.

     관절도 좋지 않은 아주머니가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공초를 줍는 모습, 가래  침을 닦는 모습. 그녀의 힘든 표정이 눈에 보입니다. 한 숨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아요.

     왜? 구체적인 카피이니 때문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카피에서 자꾸 벗어나서 구체적인 카피를 쓰려고 노력을 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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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카피가 머리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한 장을 찰칵 찍어가지고 그것을 머릿속에 배달해주는 그러한 효과가 있다는 거죠.

     훨씬 더 메시지를 생생하게, 더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인가? 추상적인가?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이 차이를 카피라이터의 실력 차이라고 말해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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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능하면 ‘잘생겼다’라고 하지 말고 ‘장동건 동생일거야’하는 것이 훨씬 더 그림이 잘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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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고 하지 말고 ‘김태희 스무살 때’

     ‘많다’라고 이야기 하지 말고 ‘삼십육만칠천팔백 개’

     ‘꼼꼼하다’ 보다는 ‘손톱 열 개 깎는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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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굉장히 쉽게 그려져요. 왜?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자꾸 이렇게 구체적인 묘사를 하려고 노력하면 카피에 엄청난 힘이 붙습니다.

     자, 카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용인에 무슨 아파트가 분양 광고를 합니다. 서울보다 분양가가 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한 오천만원 정도 싸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떤 카피를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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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박정희 시대, 전두환 시대의 카피입니다. 머릿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지고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울림도 없어요.

     제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려고 신경 써서 썼던 카피를 보여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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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쉽게 그려집니다. 그렇죠? 그리고 건물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입니다. 훨씬 울림이 크죠? 가능하면 자꾸 이쪽으로 카피를 쓰라는 겁니다.
자 누굴까요? 이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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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입니다.

     전어라는 생선은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굉장히 천대받는 생선이었어요.

     포장마차 가서 꼼장어 한 마리 안주로 시키면 전어 서너 마리는 공짜로 구워줬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날부터 이 전어가 각광받기 시작하는 거 에요.

     ‘가을전어’라는 말이 생겨서 입에서 입으로 막 돌아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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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전어가 지난날을 반성하고 ‘내가 이제부터 맛있어져야지’라는 결심을 했을까요?

     전어가 이렇게 각광받기 시작한데는 이 카피 한 줄이 엄청난 일을 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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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이 있었으면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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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봇짐 가슴에 안고 사립문을 이렇게 들어오는 며느리의 그림이 그냥 보입니다.

     자, 옛날에 제 대학 때는 전어를 어떻게 설명을 했냐면 ‘가시 많고 기름기 자르르한 생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생선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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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생선. 이것은 사람 이야기입니다.

     전어에게 사람 이야기를 입혔더니 정말로 굴비 부럽지 않은 생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에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들었을 거예요. 알 것도 같고, 잘 모를 것도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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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토리텔링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외워 버리세요.

전어에 며느리 이야기를 입히듯이 따라하는 게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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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말씀을 드렸는데 당장 오늘부터 글을 쓸 때 내가 글자로 그림을 그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써 보세요.

     사람을 치열하게 관찰해서 사람한테서 글감을 끄집어 내 가지고 글을 한번 써 보세요.

     한 일주일만 지나도 ‘어, 네 글이 달라진 것 같아. 뭔지 모르지만 힘이 붙었어.’ 이런 반응이 아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요.

내 글이 내 말을 바꾸고, 내 태도를 바꾸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주고, 궁극적으로 내 인생을 바꿔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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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쓰기 훈련이야 말로 ‘진짜 공부’ 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쓰십시오. 쓰지 않으면 결코 잘 쓸 수가 없습니다. 쓰다 보면 굉장히 힘들다, 혹은 지루하다, 진도가 잘 안 나간다고 느끼는 때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계속 쓰다보면 분명히 잘 쓴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강의를 마칠까 하는데요.

     글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는 오징어를 떠 올리세요.

     이 오징어라는 놈이 ‘불가능은 없다’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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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물에 젖어 살아 온 오징어가 마른안주의 대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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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래는 세바시 강연 동영상이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