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손녀는 엄마 방에서 옛날 일기장을 찾는다. 그렇게 세대가 거슬러 올라간다. 손녀의 세대에서 딸의 세대로. 이 감상을 쓰고 찾아보던 중 tvN 드라마 sns에 공개된 드라마 관전 포인트를 봤다. “우리 엄마, 엄마의 엄마, 그리고 나” (드라마 1화에서 자연스럽게 관전 포인트를 느끼게 한건 정말이지 연출과 필력, 연기 세 박자의 힘이겠지!! ) 손녀가 사는 세대는 꿈이 없는 건 용납을 못 하는데 그 꿈이란 게 취업과 연관되어 있어야 하는, 제한된 꿈을 강요받는 세대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뭐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안심되는, 벌써 달리는데 익숙해진 세대다. 엄마는 시대가 꿈을 뺏는 세대였다. IMF 국가부도 앞에 하루아침에 인생에서 꿈을 돈을 가족을, 그 셋을 한꺼번에 빼앗아가던 세대. 그러나 꿈이란 게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던 세대.
잃을 수 없는 것으로 희도는 꿈과 동경을 말했다. 꿈과 동경은 어쩐지 연장선상에 있는 단어들 같다. 꿈이 있기에 동경하는 대상이 생기거나, 동경하는 대상이 있어 꿈이 생기거나.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은 서른에도, 마흔에도, 쉰에도 생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잘하지 못한다고 무쓸모의 인간으로 자신을 몰아갈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맡은 바 일을 잘하기 위해 이진이 한 것 처럼 한 시간을 일찍 시작하거나 남들보다 늦은 퇴근을 하기도 하며 최선이란 것을 이미, 하고 있을 테니까.
찐 덕후의 마음. 만화 속 한 장면 같았던 희도와 유림의 첫 만남. 이후 덕후가 맘고생할 줄 몰랐지만, 갈등이 있어 더 찐하게 느낄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였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상상력 차이라.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이 있었다. 이런 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작가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로. 희도는 펜싱부가 있는 태양고로 전학을 가기 위해 자신의 펜싱을 지지하지 않는 엄마를 설득하는 것보다 강제전학을 당하는 게 더 빠르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여러 꾀를 쓰고 급기야 나이트클럽까지 왔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이진을 만나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지만 희도는 강제전학이 가로막혔다고만 생각해서 이진의 도움을 방해로 여겼다. 강제전학이 어떤 건지 알지 못했기에 생긴 해프닝이라기에 이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희도가 겪었을 일은 웃음으로 넘길 수 없었을지 모른다. 미성년의 아이들이 소위 말해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게, 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부족한 상상력과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주는 어른이 부족하기에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진을 통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특혜인지 알게 된 희도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무사히, 태양고로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 펜싱 국가대표가 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도움을 청할 대가 있다는 건 비단 미성년자에게만 주어진 특혜는 아니겠다.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가 있다. 다만 나는 이즘 되면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의식이 도움을 청하기 주저하게 되고, 도움을 줄 사람이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아 손을 들기 어려웠던 것 같다. 도움이라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혼자 애쓰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그렇게 해봐야겠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유약한 것도 아니다.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는 건 언제나 누려도 되는 특혜일 뿐. (확장된 글 <도움을 청하는 특혜> : 바로가기) 솔직 담백의 인간화, 나희도. 화도 많고 흥도 많고 에너지도 가득한 당신은 무조건 E일 거야. 그런데 그 에너지가 부담스럽지 않아. 담백하다는 거지. 심지어 이진과 첫 만남에서 화를 내고 싶어 화를 내고 있다는 이진이 어이없지 밉진 않더라. 감정만 담백하게 표현하는 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건 타고나는 것 같기도 한다마는 … “못 들었냐? 그래도 괜찮아, 오늘은 다 용서할 수 있어~ “라고 말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때 나도 행복해지더라. 아무 데서나 울고, 함부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더라. 코너를 돌기전에 멈춰 서서 희도의 목소리를 듣고, 축하해라고 말하는 이진의 목소리에 담긴 세 음절의 각기 다른 높낮이에도 마음을 흔들 정도로, 청량한 태양고인간들� 티키타카 속에 급고백. 저렇게 아무 감정 없이, 좋다는 말하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데 … 이런 무심한 표현이 이진의 전매특허였던 거지....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 고유림. 이 말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펜싱은 그녀가 1등이란 뜻이다. 하지만 오늘 연습경기에서 희도에게 졌다. 졌다는 사실이 분해서, 자존심 상해서 희도에게 까칠하게 구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희도에게 곁을 주지 않았다. 희도의 이름도 모른다고 했지만 유림은 희도가 자신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희도를 알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펜싱 신동 나희도를.
어디서든 우는 애, 희도.
드라마에 인소 재질이 있는데 거기 딱 맞는 남조네. 그런데 자네 이름도 지웅이라고? 껄껄껄 웅, 웅, 웅자로 끝나는 말은 최웅, 김지웅, 문지웅 7반 이쁜이� 유림은 펜싱 국대가 맞는구나, 아주 팩트로 훅 찌르는데, 지웅이 타격감 없고. 유명한 이쁜이의 등장 코치님이 후려치지 말라는데 네? 저한테 하시는 이야기세요?
대사가 간결한데 빠르게 침투해 옆구리를 쿡 찌르거나 머리를 퉁-하고 치고 간다.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 펜싱 킬이 상처도 남길 정도라는데 … 이 드라마 대사가 꼭 그렇다. 계속 남아.. 맴돌아. 무언가 잘하는 하나가 있겠지, 스스로를 너무 후려치지 말자. 자괴감이 들고 질투심이 폭발하는 요즘 코치님의 대사는 나를 인간답게,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거라고는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나 몸무게 뭐 그 정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늘어나면서 예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현실적인 고민들이 하나씩 쌓이자 거대한 탑이 되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안 나오나 했는데 찬란하게 푸르스름한 청춘이 느껴지는 대목에서 김윤아 님의 목소리가 흐르니, 아쉽고 아쉬워진 순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 날의 기억이 두 사람에게도 그런 감정으로 떠오를까. 행복하게 보는데 마음 한 구석이 저릿했다.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
희도한테 국사 책 던지고 갈 때 � 이쁜이, 닉값하러 가는구나 했는데, 지웅아 넌 크게 될 거 같아�
희도는 IMF로 펜싱부가 해체되면서 강제전학을 당해서라도 국대가 있어 절대 없어지질 않은 펜싱부가 있는 태양고로의 전학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은 24위라는 순위에서 국가대표 선발전 일등을 꿈꾼다. 이를 이루기 위해 희도는 양찬 미 코치를 찾아가 번번이 괴롭혔다. 문을 두드렸다. 시대는 분명 희도에게서 꿈을 빼앗았다. 하지만 이번엔 시대가 희도를 돕는다. 이 놈의 시대는 왜 이러는 걸까? 이럴 거면 처음부터 뺏지 않았으면 되는 거 아닌가.
위로하는 법, 응원하는 법 스물하나스물다섯에서 느끼는 다정함은 두 사람이 쓰는 마음에 있다. 길게 늘어트리지 않은 단정한 문장은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진심의 늘 이렇다.
이진을 걱정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걱정하던 이진. 이진을 걱정하는 희도, 그런 희도를 걱정하는 이진. 걱정하는 마음이 근심이 될 수도 있지만, 애정 하는 마음이 베이스라면 애틋함에 가깝겠지. 나의 걱정이 모두 이런 애틋함이 묻어나면 좋겠다. 근심 말고� 널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웠어….. 하 ….. 이들은 이런 대사를 참 아무 감정 없이 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설레게 만들어� 엎어주는 줄 알았지… 나도 참 식상한 사람이었어 � 진짜 내 겨드랑이 찢어져도 되는데!! 설레는 키 차이 �� 웃다가 또 웃었 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