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여행 전 가방을 꾸리는 일 만큼 설레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여행 가방을 챙길 때 드는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현지 날씨는 어떨까? 어떤 옷을 준비해야 할까일텐데요. Vespa B&B에 머무시는 분들이야 투숙객 찬스를 이용해서 궁금한 게 있으실 때마다 저에게 문의하시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라 예상됩니다. 가끔 온라인 게시판에 시칠리아 날씨 문의하시는 분을 보게 되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여기 한번 다녀간 여행자들이 해주시다 보니 답변을 듣고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혹은, 애초에 시칠리아의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도 어떤 계절에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행에 있어서 날씨만큼 영향을 주는 요인도 없으므로 여행 전 시칠리아의 계절별 기후 특성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요?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Weather of Palermo on 27th March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Weather of Sicily on 27th March

처음 시칠리아 왔을 때 겨울철 가장 낮은 기온이 10도라는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막상 겨울을 세 차례 나고 나니까 왜 동남에서 14도의 기온에 얼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는지 공감을 하겠더군요. 더운 날씨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에게 10도라는 기온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추운 기온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겨울철 거리에 나가보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는 관광객 옆에 밍크코트를 껴입은 현지인 할머니가 지나가는 해괴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행 초보자라도 누가 관광객인지 누가 현지인이 옷차림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데요. 지나치게 껴입은 사람이 현지인이고 다소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이 관광객입니다. 시칠리아 주요 관광객이 춥고 우중충한 날씨에서 벗어나 따스한 햇볕을 찾아온 북유럽 혹은 동유럽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People at Ballaro Market

그런데 시칠리아의 겨울이 더욱 춥게만 느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지리적인 특성 때문인데요. 지중해성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습하기 때문에 겨울철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 낮고 여름철에는 낮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가 높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전체로 보면 한국과 같은 반도국에 속하기 때문에 그 유사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제주도의 14배)이고 섬 전체가 하나의 리전인 만큼 본토와는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가 일교차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간 일교차 평균이 5~7 정도로 온화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후 현상은 시로코입니다. 시로코는 사하라 사막지대에서 불어오는 온난 습윤한 바람으로서 이 때문에 한겨울에도 30도가량 되는 날씨가 수일간 지속하기도 합니다. 여름철에도 시로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연중 최고 기온이 보통 35도임에도 어쩌다 비정상적으로 37~38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한 날씨가 지속할 때가 있습니다. 이후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먼지들이 한 번에 씻겨 내립니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Vespa B&B의 테라스 바닥이 황적색 먼지로 뒤덮일 만큼 입자가 큰 모래바람입니다.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Weather of Italy on 27th March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Map of Sirocco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Screen shot of Sirocco

날씨를 기준으로 해서 시칠리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5~6월과 9월~10월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시칠리아에서 수영 가능한 기간을 5월~9월로 보는데 몬델로 비치에 프라이빗 비치(선베드와 케빈 대여)를 운영하는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유럽인들의 경우 4월이나 10월에 수영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사실상 극성수기인 7~8월을 베스트 시즌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33~35도 육박하는 무더위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체감온도는 더 낮을 수 있으며 도착 후 며칠 후면 더위에 적응하게 되기 때문에 그다지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시칠리아의 관광시즌은 섬이라는 특성상 수영이 가능한 기간을 기준으로 비수기와 성수기로 극명히 나뉩니다. 시칠리아에서 호스텔 갑으로 불리는 시라쿠사의 LOL 호스텔도 11월~3월부터 아예 문을 닫습니다. 겨울철에도 충분히 관광하기에 좋은 날씨기 때문에 수영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겨울 여행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해수욕할 수 없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목표했던 관광은 거의 이루고 갈 수 있습니다. 여름철 몬델로와 한번 사랑에 빠지고 나면 나머지 일정은 젖히고 몬델로로 출근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꽤 많답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가 겨울철 우기에 속하기 때문에 비가 자주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일정을 유동적으로 계획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Yearly Weather of Sicily

출발 전에 인터넷으로 대강의 날씨 예보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 번 언급한 대로 겨울철에는 높은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고 여름철에는 오히려 습도가 낮아 반대급부로 체감온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봄과 가을에는 예보된 온도와 체감온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예상하시면 되지만 시칠리아의 태양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응달과 양달의 체감온도 차이가 다소 큽니다. 이런 경우 가벼운 재킷, 스카프, 레이어드 룩으로 준비하셔서 상황에 따라 옷차림을 조절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5월~10월까지는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기상예보 상 비 예보가 상당히 자주 뜹니다. 비가 오는 시간이 1시간 남짓 아주 소량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예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딱히 겨울철이 아니라면 비 예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름철 장맛비 같은 폭우가 내리는 경우는 연중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올겨울 기상이변으로 시칠리아에 눈과 우박이 내렸습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유럽 전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까지 여행을 미쳐 튀니지에도 눈이 내렸을 정도입니다. 2015년 여름에는 80년 만의 무더위로 파리 및 유럽 각지의 여행지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발생했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가능한 여행 시점에 근접한 기상예보 및 기후 특색을 참고해서 여행 가방을 가볍게 꾸리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시칠리아 여행 적기 - sichillia yeohaeng jeoggi

Palermo with snow

☆포스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댓글 클릭은 매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