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한달 살기 비용 - sigol handal salgi biyong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일을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기간 한 도시에서 머물게 되었고, 그렇게 오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한달살기 여행을 하게 됐는데요.

한국에서는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어디서나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없죠.

무엇보다 여행지를 꼭 가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일상이 여행 같았던 해외에서의 한달살기와 국내 한달살기는 다른 것도 많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어요.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했던 것처럼 어딘가 동떨어진 느낌을 받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순 없을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고 싶은데...'

그러다 생각한 것이 시골 한달살기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면서, 너무 관광지 느낌이 나지 않는 곳? 심심하면 에어비앤비를 켜고는 일정도 정하지 않고 시골집을 찾기 시작했죠.

* 국내에서 한달살기가 아닌 일주일살기를 하게 된 배경 집필 예정

그렇게 찾아낸 곳이 장흥의 소박한 시골집이었어요.

시골 한달살기 일주일살기 숙소

별이 보이는 작은 시골집

시골 한달 살기 비용 - sigol handal salgi biyong

시골 일주일 살기는 내 생각보다 더 단순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어떻게 나의 시간을 가질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 한달살기를 하지 않고도 삶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를 알게 해주는 여행이기도 했다.

장흥 시내를 지나, 가로수길을 지나, 논과 소농장이 있는 정장 마을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이곳이 얼마나 시골 깊숙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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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이 있는 좁은 길을 무사히 지나고 도착한 숙소는 생각한 그대로였다.

시골 살기 숙소는 어떤 기준으로 했을까. 온전한 시골집을 선택하면 생활 속 불편함이 올라갔고, 겉은 시골집인데 방 안 인테리어가 정갈할수록 금액대가 부담스러워졌다.

이곳은 그 사이 어딘가쯤에 있는 선택이었다.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려도 부담스럽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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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일주일살기 숙소는 단독 주택은 아니었다. 독립적인 공간으로 되어 있지만 벽 하나를 두고 호스트가 머물고 있었다. 아쉬울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골은 밤이 되면 더 어두워지는 법이니까.

단단한 문도 아니고, 번호키도 아니고, 다른 집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오버해서 숲 한가운데 집 한 채가 있는 느낌이라 이곳을 혼자 사용했다면 밤에 꽤나 불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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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주방이었다.

이곳은 참 특이했다. 뭔가 꾸민 것 같기도 하고 안 꾸민 것 같기도 한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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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들어오는 창문도,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도 좋았다.

1구 인덕션으로 요리를 하려니 몸이 바빠졌지만 이런 불편함도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쓸데없이 캠핑 용품들을 들고 왔나 싶었는데 나무 도마며, 수저, 구이바다 등 모두 유용하게 쓰고 왔다.

위생 상태는 그리 좋진 않았다. 환풍구를 타고 거미줄이 만들어져 있는 걸 손수 청소했다. 먼지가 날릴 것 같아 환풍기는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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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 안에는 수저, 컵, 프라이팬 등 식기도구들이 있었다.

따로 가져온 것이 있어서 자주 사용하진 않았지만 찬장을 열고 닫는 게 재밌어서 쓸 것도 없으면서 열어보곤 했다. 나중에는 내 물건과 뒤섞여서 결국에는 나무 수저를 하나 놓고 오기도 했다.

커튼 안에는 별건 없다. 휴지, 쓰레기통과 같은 소모품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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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에 양념 종류를 가져와야 하는지를 물었는데 기본적인 게 있긴 하지만 들고 가는 게 낫다.

아마도 잘 관리가 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시국이라 그냥 가져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챙긴 미숫가루는 일주일 동안 배를 잘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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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 위의 타일 디자인은 꽤나 좋았다. 물기도 잘 닦이고, 요리를 할 때 위생 면에서도 깨끗해 보였다. 찬장 속에서 찾아낸 그릇들 중 자주 쓰는 것은 보이는 곳에 올려놨다.

좁은 공간의 주방에서 집 밖을 구경하기도 하고, 미숫가루를 타면서 나무 흔들리는 것도 멍하니 구경했다.

이 조용함이 그리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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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아주 작다.

혼자였던 나에게는 잘 맞았지만 커플이 온다면 불편하겠지. 아니면 이곳은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오는 것일까.

나가기도 귀찮아서 집에서 요리를 해 먹었다. 삼시세끼 다 챙겨 먹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가볍게 챙겨 먹을 수 있었다.

발리 한달살기를 하면서 자주 요리를 해먹어서인지 그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반찬은 많아봤자 2개, 대게는 단순하게 한 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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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물 세기 괜찮고, 샴푸 바디샤워가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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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 여유 공간이 다행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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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정말 동남아 한달살기 온 줄 알았다(웃음). 켠 후 특정 온도로 올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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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과 휴지 여분이 있다. 수건은 거칠었다.

욕실에서 온수 기계를 본 순간 치앙마이가 생각났다. 한달살기 숙소 발품을 하면서 많이 봤었는데 장흥 시골에서 이것을 볼 줄이야.

화장실 창문 틀에 휴대폰을 놓을 수 있어서, 샤워할 때 영상을 보거나 음악 틀어놓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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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짐을 옮기고 자리에 앉아서야 방 안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망에 이르렀다. 대게 밤에 도착한 후 숙소를 구경하면 신나기보다는 덤덤한 편에 가까운데 문제는 생각보다 먼지가 많았다. 먼지뿐만 아니라 거미줄부터 침대 위 창문에 담배꽁초 하나까지 놓여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안 하는 건가?'

나무로 된 물건이 있어서 먼지가 쌓일 수도 있고 벌레가 있을 수도 있긴 한데 너무 눈에 보이는 곳이 치워져 있지 않아서 영 못마땅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장흥 시골 일주일살기 첫날은, 걸레질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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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은 순식간이었고 이튿날부터는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긴 테이블은 안성맞춤이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거울 앞에 화장품을 두고, 매트리스 밑에는 캠핑용 폴딩 박스를 두고, 옷은 다 꺼내지도 않았고, 캐리어는 대충 던져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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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소품 : 거울, 쓰레기통, 의자, 옷걸이, 전기채, 멀티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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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까 봐 가져갔던 전기요는 요긴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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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대나무 커튼 발과 옷걸이 @ 시골 한달살기, 일주일살기

방 안에 있는 창 하나가 모든 것을 다했다.

침대에 누워 나무 흔들리는 걸 구경하거나, 의자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일상이었다.

침대가 있어서 게으름을 피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부지런히 일도 잘 됐다. 간혹 지친다 싶으면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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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문제를 인지한 것은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하면서부터였다.

'뭐지, 인터넷이 왜 이렇게 느려. 끊긴 건가?'

호스트에게 문의를 했더니 방 특성상 와이파이를 잘 못 잡는다고 한다. 그때부터 약간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 온 건데 일을 못하면 여길 왜 온 것인가. 와이파이가 간혹 잡혀도 1Mbps도 안 나오는 속도를 보고는 화가 나기도 했다.

결국은 핫스팟으로 연결해서 진행을 했지만 순식간에 몇만 원의 사용료가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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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가 잘되지 않는단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안 터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골이래도 어느 정도 속도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걸까. 그냥 다시 광주로 돌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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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한달살기 일주일살기를 하는 여행가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여행이나 쉼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일을 집중하고 싶은 게 컸다. 그래서 숙소를 구할 때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간과했다.

그럼 일주일 내내 시골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 속에서 일을 했다. 급한 협업은 휴대폰으로 처리하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충분한 일들을 우선 처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바쁜 현대인처럼 굴었는지 알게 되었다. SNS에 대한 의존도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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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가 안됐기에 일이 더 잘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잊고 있었던 '고립된 환경'이 생각났다. 해외에서의 한달살기가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고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우연찮게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내가 그동안 이 환경에 목말랐던 거구나를 알게 되었다.

업무뿐만 아니라, 복잡했던 생각들도 시골 한달살기를 하면서 정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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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일주일살기를 하는 동안 집에만 있었다. 시장을 보러 가거나, 캠핑을 하려고 나갔던 외에는 시골집 근처에서만 맴돌았다.

해 지는 걸 보고, 별구경을 하고, 고양이를 구경하고, 나무 흔들리는 걸 보고, 자연 소리를 듣고, 산책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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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시골 일주일살기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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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한달살기 일주일살기 숙소

(with 에어비앤비)

비용 : 589,000원 (6박 7일)

위치 : 장흥 작은 마을

숙소 링크 : 좋아요, 비공개 댓글

* 내부 인테리어 현대식으로 변경됨

(2021년 11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