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크루즈 ltz - swebole keulujeu ltz

쉐보레 크루즈 ltz - swebole keulujeu ltz

2015년형 쉐보레 크루즈.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이 쉐보레 패밀리룩인 듀얼 포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준중형 모델 쉐보레 크루즈는 2008년 11월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래 세계 시장에서 300만대 이상 팔린 차다. 쉐보레와 홀덴 브랜드로 판매되지만 이름은 크루즈로 동일하다.

쉐보레 브랜드를 달지만 한국지엠 디자인팀과 연구진이 주도해 만든 모델인 점이 특기할 만하다. 한국인의 운전 특성을 설계에 반영한 때문인지 국산차를 타온 사람들은 운전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계기판은 단순하고, 센터페시아내 버튼이나 조작 스위치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올초 출시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쉐보레의 얼굴인 ‘듀얼 포트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으로 장식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14년 신차안전도 평가에서 정면 및 측면 충돌 만점을 받았고, 국내 준중형차로는 최초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ZA)도 적용했다.

종전에는 1.6ℓ 가솔린 엔진 모델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1.8ℓ 가솔린 엔진이 대신한다. 디젤 모델은 중형차급인 2.0ℓ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한국지엠 대리점에는 얼마 전부터 1.8ℓ 가솔린 엔진 모델 구매를 타진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디젤 수입차들이 확대 보급되면서 디젤엔진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알게 된 국내 소비자들이 소음과 진동이 덜한 가솔린 엔진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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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의 1.8ℓ 직렬 4기통 엔진과 6단 변속기는 부드럽고 매끄럽게 가속된다.

크루즈 1.8 LTZ는 1796㏄ 가솔린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142마력(6300rpm), 최대토크는 18.0㎏·m(3800rpm)가 나온다. 토크만 따진다면 최근 나오는 수입차나 국산차 디젤엔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준중형 세단의 심장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출력이다.

수입산 준중형 디젤엔진 차를 타다 가솔린엔진 차를 타면 하이브리드차를 탄 듯 엔진소음에서 자유로워진다. 크루즈 1.8ℓ 엔진도 실내에서는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속페달의 초기 반응은 예민하지도, 둔하지도 않은 중간 수준이다. 굼뜨지 않고 부드럽게 차체를 움직여준다. 시속 130㎞ 안팎까지는 경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매끄럽게 변속되고 변속 시간도 짧다. 킥다운을 해도 플레어(엔진 회전수가 먼저 치솟고 잠시 후에 차에 속도가 붙는 현상)가 심하지 않고 빠른 시간에 저단으로 시프트 다운된다.

수동 모드로 운전하면 좀더 다이나믹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다 시프트다운하면 5단으로 바뀐다. 엔진회전수가 1000rpm 정도 올라가는데, 여기서 한차례 더 기어단수를 낮추면 엔진 회전수는 4000rpm 이상으로 치솟으며 차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좀더 밟으면 레드존이 시작되는 6500rpm까지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된다. 크루즈가 스포츠카나 고성능차는 아니지만 4500~5000rpm 근처에서 레드존이 시작되는 디젤엔진보다는 한결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핸들링은 빠릿빠릿하다. 전륜구동이지만 언더스티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앞바퀴가 조타한 라인을 잘 따라 간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적절히 사용하면 경기 용인 에버랜드 주변 S자 도로같은 와인딩로드를 즐겁게 감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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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아랫쪽에 장식된 브라운톤 인조가죽, 좌우측 원형 통풍구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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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의 계기판은 복잡하지 않다. 타코미터와 스피도미터 사이에 수온계와 연료게이지, 속도와 연비 등을 표시하는 정보창이 배치돼 있다.

다만 크루즈의 스티어링 휠은 가벼운 편이다. 주차를 하거나 아파트, 골목길 같은 곳에서 저속 주행을 할 때는 여성 운전자들도 손쉽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하지만 시속 90~100㎞, 그 이상의 고속에서도 묵직하지 않고 가벼움이 느껴진다.

고속에서는 스티어링 휠 감각이 운전자가 느끼는 안정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적극적으로 조작하기 전까지는 조타한 상태 그대로 듬직하게, 자잘한 흔들림없이 제자리를 지켜주는 운전대가 바람직하다.

서스펜션은 준중형 승용차에 많이 사용되는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 빔을 앞뒤 바퀴에 채택했다. 크루즈의 서스펜션 세팅은 딱딱한 편은 아니지만 코너링 때 롤링이 많지 않다. 하지만 패인 도로나 홈 같은 곳을 지날 때는 하체가 긴밀하게 충격을 흡수해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는 느낌은 적었다. 이보다는 패인 노면 쪽으로 한쪽 차체가 하강하는 듯한 느낌이 때때로 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스펜션 세팅은 물론 차체 강성과도 관련있을 것이다.

시승차는 브레이크를 밟는 초기에 즉답적으로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어느 정도 페달이 내려간 뒤 제동이 강하게 걸리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차에 따라 발이 닫기만 해도 제동이 되거나, 제법 깊이 밟아야 제동이 되는 브레이크가 있는데, 페달을 밟은 만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지속적으로 제동이 되는 브레이크가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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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노면을 잘 잡고 달린다.

크루즈의 복합연비는 ℓ당 11.3㎞다. 시승 때는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비율이 7대3 에 가까웠는데, ℓ당 10.9㎞가 나왔다. 에어컨을 켜놓은 데다 주행 중 40㎞ 가량을 3~4단에서 4000rpm 이상을 유지하며 달린 것이 연비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13~14㎞는 족이 나온다.

시속 130㎞ 안팎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실내로 제법 들어온다. 수입산 고급차들은 시속 160㎞ 안팎에 이르러야 귀에 거슬리는 풍절음이 들려온다. 가격이 몇배나 되는 프리미엄 수입차와 크루즈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풍절음은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