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마침내 개봉했습니다. 샹치라는, 한 때 마블 코믹스에서 유명했던, 과거의 아시안 히어로를, 인피니티 사가 이후의 MCU에 소개해야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은 이 영화는 설상가상 코로나19와 반중정서라는 난관까지 맞닥트리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저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직접 두 눈으로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언론시사회 후기를 저는 "걱정할 필요는 없다."로 썼는데요.
좀 더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기대할 필요도 없다." 이긴 합니다. 많은 팬들이 우려하던, 중국몽스러운 맥락은 없어서 좋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MCU 영화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못 만들지도 않았고요. 한 번은 재밌게 볼만한 MCU 영화였습니다. 재미는 덜했지만 잘만들었던 [블랙 위도우]의 반대 케이스랄까요. 다음은 두 쿠키 영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
1차 쿠키 영상이 정말 모처럼 역대급인 쿠키 영상이었는데요. 웡이 샹치와 케이티를 데려간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샹치와 케이티는 각 분야의 권위자인 헐크와 캡틴 마블을 만나며 텐 링즈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요. 웡은 마스터즈 오브 미스틱 아츠의 고문서에도 없는 무기라며 놀라워하고, 헐크는 열광학적으로 천년이 넘은 무기라며 놀라워합니다. 캡틴 마블 역시, 많은 문명을 돌아다녀봤지만 이런 무기는 처음이라고 말하죠. 치타우리 기술, 비브라늄 등이 언급되지만 아닌 것으로 판정됩니다. 그리고 웡은 이 10개의 링들이 우주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알리며 속편이나 향후 샹치 이야기의 방향성을 전했습니다.
과연 이 반지는 무엇일까요? 영화/MCU에서 이 반지는 진짜 만다린인 웬우가 아주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고, 누군가에게서 훔치거나, 얻은 것으로 설명이 되었습니다. 그 수상한 정체가 1차 쿠키 영상에서 다시 한 번 더 강조된 것인데요. 아마도 샹치의 속편이나, 다른 MCU 영화들에서 그 반지의 정체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원작에서 만다린의 10개의 반지는 마클루안(Makluan)의 네 번째 행성인 카카라나사라(Kakaranthara)의 종족들, 마클루안(Makluans)들이 지구로 올 때 탄 우주선의 동력원이었습니다. 마클루안들은 변신을 할 수 있는 우주 용으로, 중국 지역에 오게 되었는데요. 상당 수가 도망쳐서 인류 속에 숨어 살았고, 이 일행의 보디가드, 일종의 보안책임자만이 우주선에 계속 용으로 남아 잠을 자고 있는데, 그 용이 바로 핀 팡 품(Fin Fang Foom)이라는 설정입니다. 중국에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즈음, 부모와 재산을 잃은 젊은 만다린은 모두가 경고하는 용의 계곡으로 도망치다가 그 곳에서 마클루안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안에 반지처럼 보이는 것들을 훔치면서 사용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작가 맷 프랙션의 아이언맨 코믹스 연재에서, 그 반지들 안에 10개의 우주적인 전사들의 영혼이 있음이 밝혀지는데요. 이 전사들이 무슨 존재인지에 대해 한 번도 정확하게 설명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맷 프랙션은 만다린이 그 반지들에 영향을 받아서 그 동안 악당으로 지내왔다고 설정을 바꿨고, 만다린이 반지들 각각에게 새로운 육신을 주기로 했는데, 그게 바로 거대한 로봇 '티타노메크'라고 설정해서, 연재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죠.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영화 속 스텝 롤인데요. 어느 MCU 영화처럼 스텝 롤에 캐릭터들과 관련된 작가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는데, 맷 프랙션만 마지막에 Special Thanks To 부분에 따로 있었습니다.
이는 맷 프랙션의 아이언맨 연재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반지가 보내는 신호들이 반지의 각각의 10명의 우주적인 전사 주인들에게 향하고 있고, 이들이 속편에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이 10명이 MCU 적으로 재해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에고가 셀레스티얼 중 하나로 재해석된 것처럼요. 특히 [이터널스]가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고, 지구에 오래전에 셀레스티얼이 다녀갔다는 설정이 [이터널스]에 나올 것인만큼, 이 10개의 반지는 셀레스티얼의 흔적이거나, 이터널들이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터널스]에 나오는 지구의 이터널들이 총
10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들 각각이 반지의 주인공일수도요? 그렇다면 마스터즈 오브 미스틱 아츠도, 헐크도, 캡틴 마블도 알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고요. 이렇게 되면 이터널스와 샹치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페이즈 4,5를 더 유기적으로 만들 수 있겠죠.
크리 제국의 수도 '할라'
네가 밴드
스크럴 전함
잔다르
노바 군단
소버린의 아담
아스가르드
니다벨리르
캡틴 마블이 모르는 거면, 자연스럽게 크리와 스크럴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특히 크리의 경우, 원작에서 수프림 인텔리전스가 만든 네가 밴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요. 네가 밴드는 우주에서 초인적인 전투를 가능하게 해주는 브래슬렛이라, 텐 링즈와 연결시킨다면 시킬 수 있지만, 크리 출신인 캡틴 마블이 모르니 이 경우는 낮겠죠. 잔다르와 노바 군단, 혹은 소버린일 확률도 낮고요. 헐크와 웡이 모른다고 한 것으로
보아, 어벤져스 기지와 카마르 타지에 아스가르드와 니다벨리르 기록이 있을테니, 아스가르드나 니다벨리르일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크리나 스크럴이나 잔다르나 소버린이나 아스가르드가 아주 극비리에 만든 무기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에게 색다른 기대감을 주는 것이 쿠키 영상의 목적이니만큼 뭔가 색다른 존재가 연결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고르
네이머
인휴먼즈
[토르 4 러브 앤 썬더]가 준비되어 있는 만큼, 크리스찬 베일이 맡을 악당, 신 도살자 '고르'의 무기일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고르가 등장한 이유가 반지의 신호를 받아서 지구로 향하는 중이었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미 가오갤과 레이디 토르, 발키리가 모두 나오는 영화인데 굳이 샹치의 세계관까지 설명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블랙 팬서 2 와칸다 포에버]에 아틀란티스 루머가 있고, 계속해서
MCU에 아틀란티스의 왕 네이머를 등장시키려는 루머가 있으니 아틀란티스 기술일 수도 있겠지만, 반지가 "우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인휴먼스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인휴먼즈]가 망한 상태에서 굳이... 어쩌면 인휴먼스를 리부트할지도요? 하지만 굳이...
또 다른 가능성은 [로키]에 나온 TVA나 캉의 기술입니다. 특히 캉의 경우, 시간여행자인 캉이 벌써부터 MCU를 뒤흔들고, [앤트맨과 와스프 : 퀀터매니아]에 나오는 것이 확정된 만큼, 텐 링즈가 그의 무기이며, 이게 다 그의 비범한 계획일 수도 있겠죠. 시간 테러리스트인 캉은 원작에서 미리 아주 거대한 전략을 세워놓고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진행해서 어벤져스를 수세로 모는 최고의 악당입니다. 캉이 무슨 이유에선지 웬우에게 이 무기를 주어서 지구 역사에 개입했던 것일 수도 있겠죠. 캉이 새로운 MCU 사가의 메인 빌런으로 여겨지는만큼, 그의 빅 픽쳐 중 하나가, 인피니티 사가 이후를 다루는 첫 페이즈 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부터 나온 거라면 팬들의 감동은 엄청날 것입니다.
텐 링즈가 사실 퀀텀 밴드일 수 있습니다. 크리가 네가 밴드를 만들 때 참고한 것이 바로 퀀텀 밴드인데요. 퀀텀 밴드는 이온이라는 우주적인 존재가, 우주의 수호자 '프로텍터 오브 유니버스'에게 주는 특별한 무기로, 프로텍터들에게 있어 상징이자 로고이며, 강력한 힘의 근원입니다. 일종의 웜홀을 만들어 퀀텀 점프할 수도 있을 정도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인데, 정작 퀀텀 밴드를 누가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온이 누군가에게 전해 받아서 프로텍터에게 전해준 것이라는 설도 있고, 이온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설도 있죠. 이온은 마블 유니버스의 시간 그 자체인 이터니티의 아들로, 시간과 관련된 우주적인 존재입니다.
제임스 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 퀘이사의 등장을 예고한 바 있죠.
아니면 정말 원작 반영으로, 마클루안(변신 능력을 지닌 우주 용)들이 이 반지들의 주인으로 속편에 나올 수도 있겠죠. 만다린의 고전 중 하나인 드래곤 시드 사가에서, 만다린은 지구 곳곳에 인간으로 변한 용들이 있으며, 그 용들이 자기가 발견한 우주선의 주인들이고, 이들이 자신을 속여서, 자신이 그들로부터 훔친 10개의 반지를 회수하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때 만다린은 폭주하면서 용들과 맞서 싸웠는데요. 아이언맨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게 되죠. 이런 비슷한 내용이 속편에 나와서, 샹치가 10개의 반지의 주인들인 마클루안 종족들, 즉 용들과 싸우는 내용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1차 쿠키 영상은 MCU의 주역들이 샹치와 만나는, 정말 멋진 쿠키 영상이었는데요. 속편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그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도 참신해서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는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는 웡, 케이티, 샹치를 볼 수 있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고요.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쿠키 영상이었는데요. 과연 샹치의 속편, 혹은 다른 MCU 영화들에게 이 쿠키 영상이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집니다. 이후 샤링이 나오는 2차 쿠키 영상이 나왔는데요. 다른 MCU 영화들처럼, 1차 쿠키가 좀
더 포괄적으로 중요하고, 2차 쿠키가 좀 더 세부적인 경향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습니다.
2차 쿠키 영상은 샹치의 동생 샤링이 웬우의 뒤를 이어 텐 링즈를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예고였습니다. 그녀가 텐 링즈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서, 텐 링즈도 새롭게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샤링이 예술을 좋아하는 것에 맞춰서, 훨씬 더 다채로운 외벽을 갖게 되었고, 샤링의 뜻대로, 남녀 모두 강력한 훈련을 받는 것으로 나왔죠. 샤링이 골든 대거 클럽을 운영하는만큼, 골든 대거 클럽도 더욱 규모가 거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골든 대거 클럽의 MC 역으로 나온, 로니 쳉의 '존 존'이 샤링 옆에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골든 대거 클럽이 다른 MCU 작품들에 나올 수도요?
또한 샹치는 샤링이 텐 링즈 조직을 와해시킨다고 말했는데요. 샤링이 비록 샹치를 도왔지만, 텐 링즈라는 권력을 얻게 된 것은 다른 이야기이므로, 이 쿠키 영상에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경우는, 샤링이 샹치를 속이고 텐 링즈를 자신의 뜻대로 이어가는 것으로, 샤링이 샹치의 적, MCU의 적으로 나올 수 있음에 대한 암시입니다. 다른 경우는, 샹치가 아는 것과 유사하게, 기존의 텐 링즈는 와해되었고, 샤링의 새로운, 정의로운 텐 링즈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죠. 이 경우 샤링과 텐 링즈가 앞으로 샹치, MCU의 영웅들의 조력자로 나올 것이고요.
후자의 경우 최근의 원작과 비슷한 맥락이 있는데요. 우선 원작에서도 샹치의 아버지는 대표적인 중국 악당들 중 하나입니다. 마블에는 만다린과 비슷한 중국인 악당으로 옐로우클로와 푸 만추가 있는데요. 아이언맨의 숙적이 만다린이고 지미 우의 숙적이 옐로우클로라면, 샹치의 숙적이자 아버지가 바로 푸 만추입니다. MCU는 웬우라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서 샹치의 아버지 역할을 부여하고 그가 진짜 만다린이라고 설명해서, 푸 만추와 만다린을 동시에 해결했죠. 푸 만추는 원래 펄프 픽션의 인기 악당이었는데요. 1970년대에 쿵푸와 중국 무협 영화 붐이 일자, 마블 코믹스는 그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푸 만추의 판권을 사고, 그의 정의로운
아들로 샹치를 만들어서, 샹치와 푸 만추의 대결을 샹치 코믹스에서 그렸습니다.
그러나 푸 만추에 대한 오리엔탈리즘 논쟁이 생기고, 그 판권도 끝나자, 마블 코믹스는 2010년대에 들어서 푸 만추의 설정을 바꿨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작가 에드 브루베이커가 있었는데요. 에드 브루베이커는 시크릿 어벤져스 집필 당시, 악의 조직 쉐도우 카운슬이, 오래 전에 죽은 푸 만추를 다시 부활시키려고 한다는 스토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푸 만추에게 많은 이름이 있어왔으며, 그의 진짜 정체는 18세기 중국 마법사 정 주(Zheng Zu)였다고 설명하면서 샹치의 아버지 설정을 바꿉니다.
정주와 그의 다섯 제자들
정 주는 다섯 제자들과 같이 중국을 외세로 지키기 위해 오병회(Five Weapons Society)를 만들었는데, 이 조직과 정 주 모두 타락해서 악당이 되었다고 설정이 변경됩니다. 그리고 제한적으로 부활했던 정 주가 시크릿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확실히 죽으면서, 정 주의 아들들과 샹치가 오병회 주도권을 두고 경쟁했는데요. 간신히 오병회의 리더가 된 샹치는 오병회를 선한 조직으로 바꿔서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고자 했습니다. 현재 마블 코믹스에서 진행 중인 "샹치 VS 마블 유니버스"는 오병회의 리더가 된 샹치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MCU에서 샤링이 텐 링즈를 이끄는 모습은 마치 원작에서 샹치가 오병회를 이끄는 모습과 겹쳐보이는데요. 그녀는 과연 원작의 샹치처럼 텐 링즈를 선한 조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혹은 그녀의 선의가 다른 영웅들의 선의와 충돌하면서 갈등이 일어날 수도요? 아니면 아예 샤링이 전형적인 악당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샤링이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인만큼, 샤링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며, 원작의 샹치 VS 마블 유니버스처럼, 샤링과 텐 링즈를 막으려는 히어로들과, 그럼에도 샤링을 지켜야한다는 샹치간의 갈등을 추후 MCU에서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