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부 시작 - 30dae gongbu sijag

30대에 다시 공부 시작하면서 느낀 좋은 점과 힘든 점(feat. 세무사 종합반 학원 1주 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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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 후 약 한 달 정도는 놀았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세무사 종합반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딱 1주일 차가 되었네요. 오늘은 나이 먹을 만큼 먹어놓고 다시 공부 시작한 후기, 혹은 느낀 점을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30대, 40대에 인생을 바꿔보려고 공부를 다시 시작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좋은 점 첫 번째 : 내돈내산,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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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이번 공부를 직장에서 모은 돈으로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제가 번 돈으로 공부를 시작하니 오히려 조급함은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훨씬 덜하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서 공부를 했다면, 왠지 모르게 죄짓는 느낌,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학 시절, 저는 그런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려 왔습니다.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 불안정에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아왔고, 대학교 성적 1,2점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나는 불완전한 존재다 라는 스트레스를 늘 안고 살아갔던 것입니다. 예전에 부모님 지원 하에 공부하던 때에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에 투자하는 거조차도 매우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풍족하게 공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저희 집이 그렇게 못 사는 편은 아니라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반면, 현재에는 비록 수입은 끊겼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압박감과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제 자신의 후원자가 되었다는 느낌으로 심리적 안정을 갖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혼에 연애도 못하고 있는 저는 몇 년 간 수험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금도 충분하고요. 또한 지금은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들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종합반 이론 수업을 들으면서 객관식 수업 시 필요한 교재를 미리 사서 풀어본다던지(개정되면 어떡하냐고요? 다시 하나 더 사면됩니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 했을 마음가짐입니다) 100만 원짜리 노트북을 산다던지 말이죠. 사소하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공부에만 집중하는데, 멘탈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아 이걸 사야 돼 말아야 돼, 어떡하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은 안 해도 되니까요. 

2. 좋은 점 두 번째 : 5년 간의 직장 생활, 헛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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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좋은 점 두 번째는 의외로 직장 생활이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생활 습관 측면과 학습 이해도 측면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생활 습관적인 면입니다. 수험 생활에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가질수록 유리합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약 5년 간 하면서 출퇴근 편도가 1시간 반, 8시 출근이었기 때문에 매일 5시 30분~6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직장 생활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직장인은 안 규칙적일래야 안 규칙적일 수가 없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는 매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심지어 재수할 때도 그랬습니다) 이 부분이 퇴사 후 전문직 준비를 시작하는데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5년 간의 습관은 잘 변하지 않더라고요. 퇴사 2달 차에도 여전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습관은 아침에 수업을 듣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생각하기에 직장 생활이 공부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학습 이해도입니다. 이건 세무사, 회계사 시험 한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직장에서 '경영관리'와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일을 더럽게 못했었고, 물 경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자체도 세무사 시험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매월 말 마감업무를 밤새면서 하며 제조원가 명세서를 만들고, 보고자료를 만들었었습니다. 이 경험은 원가회계의 제조원가의 흐름 부분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 파트를 공부하면서 공장의 원, 부, 포들의 움직임이 대략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해당 업무를 해본 것이 세무사 시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대학생 때 느꼈던 회계에 대한 이해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고 느끼는 수준이니까요.

 아침형 인간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 그리고 해당 직무 경험이 세무사 시험공부 이해도를 높여줬다는 점에서 직장생활이 헛된 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3. 힘든 점 첫 번째 : 체력이 떨어진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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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나이 먹고 공부할 때 머리가 굳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 그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체력이 떨어졌다' 고는 느껴집니다.

 세무사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공인 영어점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종합반 학원이 개강하기 전에 미리 토익 시험을 응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시험에 집중할 체력이 도저히 안되었습니다. 시험에 응시하고 마지막 대략 30분 정도는 머리가 멍해서 그냥 푸는 둥 마는 둥 찍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근데 왜 점수는 5년 전보다 더 잘 나왔지?). 또 학원에서 오전, 오후 수업이 있는 날에는(오전 9시~오후 6시) 거의 실신 상태가 됩니다. 다음 주 시간표를 보고 오전, 오후 수업이 있는 날은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분명 대학생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체력이 떨어진 것은 확실하게 느끼고, 그것이 30대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첫 번째 힘든 점입니다. 

4. 두 번째 힘든 점 : 밥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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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먹고 다시 공부하려니 가장 고민되는 것은 점심, 저녁은 뭐 먹지입니다 ㅠㅠ 원래 혼자 밥을 잘 먹는 편이고, 딱히 먹을 장소를 가리는 편은 아닌데도 늘 고민이 되더라고요. 직장을 다닐 때는 공장에서는 사내 식당을 이용했고, 서울 근무를 할 때는 무지성으로 여직원분들이 먹자고 하는 거 따라가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혼밥 먹으려니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원래 남의 시선을 엄청 신경 쓰는 성격인 데다가 학원은 직장 사무실들이 몰려있는 을지로, 나는 대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존재... 매일 뭐 먹어야 할지 엄청난 고민 하다가 큰 용기 내서 김밥천국 가서 밥 먹고 오는 편입니다. 학원에 저보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두 분 정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점심, 저녁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하네요. 어쨌든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해야 되고 남의 시선이 많이 신경 쓰인다는 것이 나이 먹고 다시 공부하는데 두 번째 힘든 점입니다 ㅠ


 딱 일주일 세무사 종합반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포스팅하여 보았습니다. 아직까지 제가 한 건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합격을 해야 하는 것이겠죠. 꼭 합격해서 남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포스팅을 마치고, 30대 이상에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라고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