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생명공학 - 3D peulinteo saengmyeong-gonghag

3D 프린터는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입체 설계도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기계를 말한다. 이런 3D 프린터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프린팅 기술을 통해 최근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필요한 여분의 부품에서부터 시작하여 식탁에 올라오는 쇠고기를 인공적으로 배양하는 작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생물공학 기술을 적용해 실제와 같은 장기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인간배아줄기세포(hESCs, human embryonic stem cells)를 이용한 3D 프린트 기술이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이 기술은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차원 구조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

학술 전문지인 ‘바이오파브리케이션(Biofabrication)’은 최근호를 통해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 대학(Heriot-Watt University)의 연구진이 바이오엔지니어링 개념의 세포 프린터(cell printer)를 가지고 회전 타원체(spheroid) 모양의 3차원 구조인 인간배아줄기세포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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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원 구조의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Fotolia

바이오 분야로 까지 확대된 3D 기술에 대해 ‘바이오파브리케이션’지는 이번 기술이 이를테면 아주 작은 3D 세포 프린팅 기술이라 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러한 바이오 분야의 3D 기술 발전은 약품 시험 프로세스를 가속화시켜 결국에는 수요 중심의 이식형 기관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인 윌 웬미아오 슈(Will Wenmiao Shu) 박사는 “인간배아줄기세포(hESCs)에서 3D 구조체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우리가 더 정확한 인간 조직 모델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슈 박사는 “3D 프린팅 기술은 체외에서 진행되는(in vitro) 약물 개발과 독성 시험에 필수적”이라며 “대부분의 약품 개발이 사람의 질병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람의 조직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병장수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 또 한 단계 전진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역할을 하는 세포의 기질

벽돌이 모여 있다고 해서 건물이 되는 것이 아니듯 세포가 뭉쳐있다고 해서 조직(Tissue) 이나 장기(Organ)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를 그 자체만으로 조직이나 장기로 볼 수는 없다.

규모가 거대하고 복잡한 빌딩에는 상하수도 배관부터 시작하여 냉난방과 환기, 그리고 재난안전 장비와 편의 장비, 방범장비 등 다양한 자재와 부품들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마치 생물체가 다양한 세포들로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벽돌 그 자체만으로는 벽을 구성하지 못하고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필요하듯 세포와 세포 사이에도 다양한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이 존재하며 이들의 존재가 세포 만큼이나 조직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세포외 기질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며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는데, 우선 줄기세포의 섬세함이 문제였다. 지나치게 민감해서 3D 프린트 과정에 파괴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밸브로 제어하는 특수 3D 프린터

3D 프린트 과정에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특수한 3D 프린터를 준비했는데, 공기압으로 노즐을 열고 닫으며 입구를 세밀한 밸브로 제어했다. 그리고 이렇게 노즐을 여는 방법과 입구의 공기압이나 밸브를 여는 시간을 조정하여 3D 프린트할 세포의 양과 위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인간배아줄기세포는 프린터 내의 2개의 분리된 용기에 올려진 다음, 미리 프로그래밍이 된 플레이트 위에 균일한 패턴으로 놓이는데, 일단 인간배아줄기세포가 프린팅되면 그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테스트가 뒤따랐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프린팅된 이후에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살아있는 채로 유지되고 있는지와 그리고 다른 형태의 세포와 구별하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진행했다. 또한, 연구진은 밸브에 기반을 둔 방법의 정확성을 평가하기 위해 프린팅 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밀도와 특성화 정도 그리고 분산 정도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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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액적 ⓒRoslin Cellab

이와 관련하여 슈 박사는 “밸브에 기반을 둔 방법을 사용하여 프린팅 된 세포는 유압에 의해 움직이고 마이크로 밸브의 개폐에 의해 제어된다”며 “생성된 세포의 양은 노즐 지름과 입력되는 압력, 그리고 밸브의 개방시간 변화 등을 통해 정밀하게 제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 박사는 “우리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밸브에 기반을 둔 방법이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크게 유지할 만큼 정교하고, 균일한 크기의 회전 타원체를 생산할 만큼 정확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슈 박사는 이번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과로 프린팅 된 인간배아줄기세포가 다른 세포 형태와 차별화되는 능력인 그들의 다능성(pluripotency)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점을 들었다. 여기서 다능성이란 배가 발생하는 도중에 그 일부가 다른 형태로도 형성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편, 지금까지는 인간배아줄기세포를 프린트 기술에 접목하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줄기세포 기술 관련 회사인 로슬린 셀랩(Roslin Cellab)의 과학자들은 인간배아줄기세포가 다른 형태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실험 과정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정한 크기의 액적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슬린 셀랩의 개발 책임자인 제이슨 킹(Jason King) 이사는 “3D 프린팅 기술은 신뢰성 있고 동물이 불필요한 약품 시험에 적용될 수 있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더 장기적으로는 면역 억제기능(immune suppression)과 기관의 거부 가능성 문제와 기증의 필요성도 없이 기관의 이식을 가능케 할 것으로 우리가 믿고 바라는 과학적인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슈 박사도 “장기간에 걸쳐, 우리는 환자 자신의 세포로 의학적 임플란트가 될 수 있는 3D 기관을 창조하기 위해 이 기술들이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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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7 09:01
수정 2021.05.17 09:01 생글생글 707호

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49) 실험실 안에서 만들어지는 '미니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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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CJ ENM 제공

2009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에서는 골수암에 걸린 첫째 아이의 치료와 장기 이식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설계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 '서복' 역시 인간의 불로장생을 위해 개발된 복제인간이 겪는 딜레마를 다루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골수, 줄기세포, 장기 등 신체 일부를 환자에게 기증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

아직까지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갈등이지만, 생명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일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 이식의 딜레마를 해결할 인공 장기 개발이런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는 인체 일부나 장기를 축소한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 개발이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가 합쳐진 단어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이 미니 장기 개발을 위해 과학자들은 줄기세포(stem cell)를 활용해 3차원 세포 집합체를 만든다. 이 집합체에 장기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 신호 전달 물질, 성장인자 등을 공급하면 세포 스스로 장기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며 자라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니 뇌’를 만들고 싶다면, 줄기세포를 뇌 신경세포로 자라게끔 유도한 다음 우리 뇌와 유사하게 3차원 구(球) 형태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짧게는 8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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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 출처:싱가포르게놈연구소

보다 완벽한 ‘미니 장기’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그러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구 형태로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표면에 세포를 한 겹으로 붙여 배양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효율적인 양분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오가노이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변형돼 실제 장기와 동일한 모양으로 자라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많은 공학자는 장기를 이루는 조직이나 그와 유사한 생체 고분자를 3차원 틀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 안에 오가노이드를 키워 효율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는 세포를 바이오잉크 안에 섞어서 장기 모양대로 인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2018년 영국 대학교 연구진은 각막 줄기세포와 천연 고분자를 섞어 잉크를 만든 후, 이를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해 인공 각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인공 귀나 미니 심장을 인쇄하는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배양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 오가노이드가 실제 우리 몸의 장기와 동일하게 동작할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개발된 오가노이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실제 신체 장기처럼 잘 동작하는지 추적 및 관찰하는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발표된 방법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뇌 오가노이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뇌 오가노이드 내에 형성된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탐침 형태의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전과 윤리 문제로 사람의 뇌를 직접 실험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연구는 의학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양한 약물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우리 뇌가 받는 영향을 보다 쉽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신경계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발표한 바 있다. 유전자 변형된 영화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은 올까?오가노이드의 제작과 활용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많은 과학자는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돼 장기를 이식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주인공 ‘서복’은 원작과는 달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가노이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윤리 문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 미숙하긴 하지만, 오가노이드 또한 신체의 일부로서 스스로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몇 개월에 걸쳐 자란 뇌 오가노이드는 여러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개체이므로, 우리 신체에 있는 뇌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미니 뇌’를 배아와 같은 존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먼 미래에 개봉할 새로운 영화의 주인공은 ‘서복’이 아니라 ‘미니 뇌’가 될 수도 있겠다. 줄기세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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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줄기세포(stem cell)는 자가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뜻한다.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와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로 구분된다. 성체줄기세포는 우리 인체 내 모든 장기에 존재하며, 특정한 조직으로만 분화하는 줄기세포다. 우리 몸의 뼈가 자라는 데는 뼈 줄기세포가, 상처가 치유되고 새 살이 돋는 데는 피부 줄기세포가 쓰이는 등 우리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다. 반면 만능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ESC: embryonic stem cell)와 역분화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가 이에 해당한다. 배아줄기세포는 태아가 되는 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대신 환자의 체세포를 유전자 변형해 제작한 역분화만능줄기세포가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