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생명과학 플라스틱 - cheomdan saengmyeong-gwahag peullaseutig

이상엽 교수(한국과학기술원·생명화학공학)의 실험실엔 ‘빨간 대장균’이 산다.

결코 실험실이 더러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빨간 대장균은 다른 세균의 침입을 막는 배양액과 냉동보관소에 산다. 붉은빛을 내는 ‘라이코펜’이라는 화합물을 몸 안에서 다량으로 만드는 대장균이다. “라이코펜은 식품·의약품 등의 원료로 쓰이는데, 대장균의 대사과정을 개량하면 이런 신물질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빨간 대장균뿐 아니다. 이 교수는 1999년 대장균을 이용해 ‘생분해성 플라스틱’까지 만들어내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는 “우리 실험실에선 대장균으로 비만치료 단백질,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는 물론 수중 접착 단백질, 거미의 실크 단백질까지 만드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대장균은 친환경의 생산공장이자 자원의 보고”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장균이 전통적 생물실험 대상이나 위생검사 표지생물의 구실에서 벗어나 당당한 첨단 생명과학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도 대장균 연구팀이 따로 있다. 대장균만 10년 넘게 연구한 권오석 박사(대사공학연구실 책임연구원)는 “대장균은 1885년 사람의 변에서 처음 분리 배양된 이래 100년 넘게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각종 실험실의 주요 연구수단이었다”며 “이런 대장균이 유전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그 내부의 생명 설계도를 낱낱이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젠 신물질 생산 세포공장으로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대장균의 유전자 4400여개 가운데 절반 가까운 2000여개가 자세히 파악됐고 무수한 실험을 통해 다른 어떤 생물보다도 현대 과학이 가장 잘 아는 생물체로 생물학 교과서에 자리잡았다. 자기 몸의 비밀을 드러낸 대장균이 사람 손에 의해 여러 쓰임새로 활용되는 건 이런 대장균의 이력 덕분이다.

권 박사는 “최신의 대장균 연구는 세 갈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장균의 내부 유전자를 개량하거나 외부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 신물질을 생산하는 ‘세포공장’으로 활용하거나, 과학자들이 찾아낸 다른 유전자를 보관하는 ‘유전자 보관은행’으로도 활용한다”며 “이에 더해 생물체의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가상세포의 모델생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 연구팀도 ‘비타민 케이’ 등 물질을 생산하는 대장균을 개발 중이며, 대장균을 통해 생물의 신호전달 과정을 규명하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권 박사는 산소가 있거나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는 대장균이 산소의 존재 여부에 따라 자신의 에너지 생산과정을 몽땅 바꾸는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을 밝혀낸 바 있다.

식품·제약사들도 대장균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씨제이(CJ)는 오래전부터 대장균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장균을 이용해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레오닌’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씨제이 바이오연구소의 임상조 수석연구원은 “대장균은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일부 아미노산·비타민을 포함해 무려 2천여종의 대사물질을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는데, 아마도 악조건의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미생물의 생명력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화학공장을 세포공장으로 대체하는 ‘녹색화학’ 방식으로 친환경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대장균의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제약사인 대웅제약도 대장균을 이용해 의료용 단백질 생산에 나서는 등 ‘대장균 세포공장’은 국내에서도 점차 느는 추세다.

권 박사는 “일본에선 대장균 연구만을 위한 국책연구지원이 이뤄질 정도로 대장균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크다”며 “국내에서도 대장균을 오래된 실험대상으로만 이해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상엽 교수는 “지난해 대장균을 이용해 생명현상의 시스템을 연구하는 ‘시스템 생물학’의 국제학술기구(IECA)가 구성될 정도로 대장균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대장균이 19세기뿐 아니라 21세기 생물학에서도 여전히 생물학자들을 연결하는 ‘공통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철우 기자

■대장균의 자기소개서

병원성 적고 대부분 일반균 /몸에 해롭다는 건 오해예요

나는 대장균입니다. 기껏해야 1000분의 2㎜(=2㎛) 크기죠. 그렇지만 갖가지 아미노산·비타민·단백질 등 2천여 가지나 되는 대사물질을 포도당 먹이 하나로 생산할 줄 압니다. 먹이만 잘 주면 개체수가 20~30분에 2배씩 늘어나니까 몸은 아주 작지만 우리가 배출한 물질을 다 모으면 상당량이죠. 사람들은 대장균이 비위생적이고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걸로만 생각하는데, 오해입니다. 극소수의 병원성 대장균인 O157과, 다수인 우리(K-12)는 같은 대장균이긴 하지만 유전체 염기서열이 25%나 다르답니다. 사람과 침팬지가 1% 차이라 하니, 병원성 대장균과 일반 대장균의 차이를 짐작하시겠죠? 우리는 아주 오랜 동안 사람의 대장에 살며 진화해 사람 몸에도 거의 해롭지 않고요. 대장균을 연구한 과학자 가운데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12명이나 된답니다.

도움말=권오석 생명공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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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균류(곰팡이)자원은행 연구진이 곰팡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제공

몸의 절반 이상을 알로 채우는 도루묵은 초겨울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동해 해안가에 알을 대량으로 낳는다. 산란처는 해조류다. 그런데 해양오염이 심해지면서 해조류가 줄고, 이에 따라 그대로 방사돼 떠돌던 도루묵 알이 해안가에 무더기로 쌓여 썩어가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바다 쓰레기’를 뒤져 연구해 천연 항암제 등 유용한 성분을 확보했다.

임영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동·서·남해에서 산업적, 의학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해양균류(해양 곰팡이) 150여 종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해양 곰팡이는 해양 플랑크톤이나 해양 세균(박테리아)과 다른 성장형 생물군이다.

연구팀은 제주도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페니실륨 제주엔세’를 비롯해 52종의 새로운 해양 곰팡이와 100여 종의 미기록종(다른 나라에서 발표됐으나 국내에선 처음 발견된 종)을 찾아냈다. 동·서·남해를 대표하는 우점종은 페니실륨(푸른곰팡이), 클라도스포륨, 트리코데르마, 아스페르길루스 등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동·서·남해와 제주 해역의 해수, 갯벌, 해변, 해조류 및 기타 여러 해양생물로부터 해양 곰팡이 581종(2만6321개 세부 균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알려진 해양 곰팡이가 1500여 종임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을 확보한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서해와 남해 갯벌에서는 페니실륨이 다량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니실륨은 천연 항생물질(페니실린) 원료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자원이다.

연구팀은 해안에 쌓인 바다 쓰레기에서 플라스틱 등 난분해성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곰팡이를 확보한 것을 또 다른 성과로 꼽았다. 부패한 도루묵 알, 중국에서 밀려와 해변에 쌓인 불청객 해조류 ‘괭생이모자반’ 등에서 유용한 곰팡이를 추출했다. 도루묵 알에선 페니실륨을 비롯해 파라덴드리피엘라, 클라도스포륨, 푸사륨 등 184종을 분리했다. 이들은 대체로 셀룰로스 분해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셀룰로스는 목재, 의류, 필름, 종이 등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다. 바다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에선 곰팡이 123종을 분리해냈다. 이 중 절반가량은 플라스틱 분해 활성이 높았다.

임 교수는 “해파리, 녹조류 등에서 분리한 해양 곰팡이로부터 암,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항산화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많이 보고됐으나, 한국에선 그동안 연구가 미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고야의정서 등의 영향으로 각국 글로벌 제약, 농업, 화학 업체들은 배타적인 생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에 확보한 곰팡이들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은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균류자원은행(MFRB: 해양균류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으로 7년 전 지정됐다. 대학, 연구소와 기업 연구자들은 MFRB가 보유한 곰팡이를 신청만 하면 쉽게 분양받을 수 있다. 김재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임 교수가 처음 발견한 ‘아스리니움 코리아눔’에서 난소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겐티실알코올’을 추출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MFRB에서 분양받은 균주를 토대로 유기농 친환경 농약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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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류, 원생생물, 세균 등은 첨단 생명 과학에 활용됩니다. 세균을 자라지                               지도상의 유의점
                                                                                           • 첨단 생명 과학을 다룬 책을 준비할 때에는
                 못하게 하는 곰팡이가 있어 그 특성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5학년 학생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
                                                                                          준으로 선택하며, 직접 학생들과 함께 관련
                 만들기도 합니다. 또, 원생생물을 이용해 오염 물질이 덜 나오는 연료를                                  도서를 도서관에서 탐색하는 것도 좋다.
                                                                                           • 첨단 생명 과학은 비교적 추상적이고 어려
                 만들기도 하고, 세균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기도 합니다.                                        운 학습 소재이므로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균류, 원
                                                                                          생생물, 세균의 활용을 중심으로 다룬다.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이용된 예


















                                                                                원생생물을 활용해
                                                                               연료를 만듭니다.


                                                                                                       328`배

                             균류인 곰팡이를 활용해 질병을            375`배
                           치료하는 약을 만듭니다.

                   도움 영상   첨단 생명 과학에 활용된 곰팡이
                          푸른곰팡이를 활용해 페니실린
                          이라는 약을 만든 플레밍에 대한
                          영상이다.
                                                                                      2295`배
                   평가 기준 예시 _ 관찰 평가(모둠 평가)
                  •  [태도]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이용된
                   예를 조사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                                                     세균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  [태도]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이용된                                             분해합니다.
                   예를 조사할 때 모둠원과 협력했는가?
                  •  [탐구]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이용된
                   예를 조사했는가?
                  •  [지식]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개념 영상
                   이용되는지 설명했는가?

                            확인 해요


                    1   첨단 생명 과학은 동물과 식물의 특성만 연구합니다. ( ◯,   )


                    2   의사소통 능력  첨단 생명 과학이 발전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이야기해 봅시다.


                       [지도 방향] 첨단 생명 과학이 우리 생활에 이용되는 예를 되짚어 보고, 그를 통해 유추해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 수 있다. 친환경 연료를 만들 수 있다.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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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  첨단 생명 과학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환경 오염을 줄이는 등 우리 생활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