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쌓는 행위 - dol-eul ssahneun haeng-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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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1.09.03 10:56
  • 호수 3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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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밸런싱

돌을 쌓는 행위 - dol-eul ssahneun haeng-wi
트래비스 러스커스 지음, 윤서인 옮김/ 문학수첩

돌 위에 돌을 쌓는 행위로 불리는 ‘스톤밸런싱(stone balancing)’은 고대의 안내 표지에서부터 종교적 상징물을 거쳐 오늘날의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구축물을 탄생시켰다. 미국 출신 스톤밸런싱 예술가이자 명상 지도자인 트래비스 러스커스는 최근 펴낸 ,스톤밸런싱>을 통해 마음챙김 명상의 하나로 돌을 쌓으며 마음의 균형을 잡고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톤밸런싱 명상법’을 다룬다. 저자는 보기만 해도 신기한 돌쌓기 비법과 비범한 스톤밸런스 사진들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몰아내고 두려움과 맞서며 마침내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하는 법을 전한다.

저자는 먼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돌쌓기의 7가지의 핵심 원칙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 원칙들은 성공적인 돌쌓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인생 전반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경험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한다. 그 원칙은 △호흡(사람은 호흡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에너지와 연결된다) △기회(두려움은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흔히 일어나는 감정이며 그 해결책은 두려움을 뛰어넘는 법과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믿음(돌을 집어 들기 전부터 스스로를 굳게 믿어야 한다) △균형(균형을 잡아가며 돌을 쌓기 시작할 때 우선 자신이 다루는 돌 하나하나의 무게중심을 찾아내야 한다) △한계(믿음이 흔들리고 의심이 커지는 순간은 매번 2가지 길을 제시하며 선택을 재촉한다. 하나는 두려움의 길로, 이전에 가봤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길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극단을 뛰어넘는 것이다) △내려놓기(사람은 변화를 막지 못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도움을 얻을 수는 있다) △진화(돌을 쌓을 때마다 우리는 진화하며 첫걸음이 가장 중요하다) 등 7가지다.

때문에 저자는 “하루하루는 인생이라는 모험길을 따라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며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한 걸음마다 계속 성장한다”면서 “그러려면 먼저 난관에 맞서고 흔쾌히 도전해야 하며 고통스러울수록 스스로를 믿고 한계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돌을 쌓는 단순한 행위에도 열정을 다하고 그 열정이 어떻게 기세를 뻗는지 지켜보라”면서 “뭔가를 굳게 믿는다면, 반드시 길을 발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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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옹기종기 쌓여 있는 돌탑들은 절이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사찰과 계곡, 사람과 돌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돌탑들. 돌탑은 자연석(막돌)을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말하는데 보통 마을입구나 사찰 주변에 있다. 돌산, 수구막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은 왜 돌을 쌓는 것일까.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독 돌탑을 쌓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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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년에 한 번 산 문을 개방하는 문경 봉암사 뒤 계곡에 쌓인 돌탑.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만 돌탑이 있는 것은 아니며 돌이 있는 곳은 어디나 탑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몽골과 티베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몽골과 티베트에도 돌을 쌓고 기도를 드리거나 향을 피우는 신앙 형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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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을 쌓는 전통은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 마을 입구에 세워 공동체 신앙으로 삼기도 하고, 재앙을 막는 주술적 의미와 풍수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향토예비군의 무기고처럼 마을을 지키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 세워지는 돌탑과 달리 사찰 입구에도 돌탑이 자주 등장한다. 사찰 주변에 돌을 쌓는 것은 부처님을 뵈러 가다 혹은 뵙고 오는 사람들의 작품이다.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부처님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게 발밑의 작은 돌들은 지나치는 돌멩이일 수도 있지만 조심조심 쌓는 그 마음은 부처님께 이르는 길이고 부처님께 올리는 소박한 공양인 것이다.

“돌 하나에 한 가지 원을 담아 쌓은 것이겠죠. 돌 하나로 바램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원이 모인 것이기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천성산 지프네 계곡 돌탑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사진설명>안동 봉정사 경내에서 한 소년이 탑을 쌓고 있다.

21세기에도 이어지는 돌탑

21세기에도 돌탑을 쌓기는 계속된다. 때로 ‘돌탑 쌓기’가 대중적인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그 학교 학생들의 소원을 담은 쪽지를 항아리에 담아 학생들과 선생님이 돌탑을 쌓아 뉴스가 된 적이 있고, 강원도 정선 항골계곡의 경우 면장의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돌탑을 쌓았다. 강원도 동해나 원주 치악산 등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과 함께 돌탑을 쌓기도 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탑을 쌓는다. 사람들마다 소원의 내용은 다르겠으나 큰 돌 위에 작은 돌을 얹으며 비는 마음만은 다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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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마다 담긴 기원은 제각각

대부분의 돌탑들이 소박하게 지어진 것들이지만 가끔 높고 웅장한 돌탑들은 누가, 언제, 왜 탑을 조성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사진설명>마이산 탑사 전경. 80여기의 돌탑이 장관을 이룬다.

돌탑이 장관을 이루는 마이산 탑사는 현재 80여기의 돌탑들이 남아있다. 원래 이곳에는 120여기의 돌탑들이 있었다는데 이 돌탑들은 100년 전 이갑룡이라는 한 재가자가 혼자 축조했다고 한다. 그가 왜 이곳에 수많은 탑을 쌓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탑군의 규모와 정교함에서 탑을 지은 사람이 수천, 수만개의 돌에 담았을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탑사의 돌탑들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데다가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은 탑들은 한국의 불가사의로 꼽힌다. 고깔 모양 혹은 외줄 모양의 탑들에는 천지탑, 월광탑, 오행탑 등 이름도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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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천성산에도 돌탑이 제법 여러 기 형성됐다. 천성산은 지반의 특성상 부서진 돌이 많다. 내원사 뒤쪽으로 난 지프네 계곡 곳곳에서 탑군을 볼 수 있다. 내원사 스님들도 지프네 계곡의 탑들이 언제쯤 조성됐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사진설명>천성산 내원사 뒤쳔 지프네 계곡 주변. 올해 8월에 찍은 사진이다. 내원사 인근은 산사태가 자주 나는 지형으로 잔돌이 자주 떨어져 나와 돌이 많다. 지율스님 사진 제공.

문경 봉암사에도 적석탑 군(群)이 조성돼있다. 문경 봉암사 경내를 지나면 낙락장송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한적한 오솔길,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은 천연림 속으로 봉암사 20리 계곡이 이어진다. 계곡 끝에는 마애보살좌상이 양각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에 크고 작은 돌탑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봉암사를 지나야만 계곡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문경 봉암사는 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1년에 1번 개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탑 쌓은 사람들의 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설악산 백담사 계곡과 대구 선본산 갓바위 길, 장흥 대덕읍 탑산사 길 등에도 돌탑들이 있다.

관광객 유치 위해 조성되기도

절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길이나 관광지에서도 쉽게 돌탑을 볼 수 있다. 제주도 석정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남한산성, 정선군 북평면 항골계곡 등지에도 돌탑군이 있다.

가끔 어떤 이들은 돌탑은 풍수적 의미에서 액막이의 의미로 조성하는 것이니 아무 곳에나 돌탑을 쌓으면 안 된다고도 한다. 돌탑 쌓는 것이 유행처럼 조성되면 의미 없는 조형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을 쌓은 정성은 마치 불탑의 사리처럼 돌속에 응축돼 탑 자체가 사리가 되지 않을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어머니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집나간 자식이 무탈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며 쌓은 돌탑들은 또 하나의 기도처가 되어 현대인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