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모전 수상작 - dosi gongmojeon susangjag

전남 광주 북구에는 식민시대의 아픔이 녹아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전남, 일신방직 공장’이다. 1920~30년대 무렵 일제는 수탈의 한 수단으로 방직산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고, 그로 인해 한반도 곳곳에는 방직공장들이 들어서게 됐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면화 생산과 노동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특히나 방직공장의 적지로 꼽혔다. 무려 4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주야 12시간 2교대로 조업을 했을 정도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실제로 10만평에 달하는 부지에는 공장 뿐 아니라 기숙사, 사택, 교육시설, 의료시설, 교회 등, 산업공동체라 할 만큼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듯 높은 생산성과 시설 덕분에 해방 이후에는 광주 전남지역 산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곳은 일제 치하의 고단했던 삶이 녹아있는 아픈 손가락이다.

이러한 애증의 공간을 도시·건축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한 공모전이 개최됐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회장 안창모경기대학교)와 새건축사협의회(회장 박인수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가 공동 주최하는 ‘근대건축공모전’으로, 매년 학생과 젊은 건축인을 대상으로, 근대건축자산의 보존과 활용 방법, 나아가 최근의 사회적 화두인 도시재생에 관한 실천적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시작된 올해의 공모 주제는 ‘전남, 일신방직 부지의 근대적 가치와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향’. 도심과 광주천 인근에 위치한 거대한 시설군의 도시적 맥락과,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1930년대 산업시설의 건축적 가치에 주목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자는 것이다.

올해 공모에도 100여 팀의 학생 및 젊은 건축가들이 공모에 참여하여,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였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산의 의미를 되짚었다. 7인의 심사진(조병수BCHO건축, 유나경PMA도시환경연구소, 김정수런던시티대학 도시건축정책연구소, 조재원공일스튜디오, 조정구구가건축, 이현조리가온건축, 국토부건축문화경관과장)은 6월 12일 열린 심사를 통해 대상 2작, 특별상 1작, 우수상 2작, 특선 8작, 입선 19작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은 김병수, 이민혁, 이준희 팀의 ‘흔적을 관하여 통하다’와 장영준, 이태룡, 조명훈 팀의 ‘실을만들던공장에서문화를만드는광장으로=일신방직광장’에 돌아갔다. 김병수 팀은 도시적 차원에서 재생과 활성화에 대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여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장영준 팀은 건축물의 역사적 유산적 가치 보존을 위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여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병참기지화의 현장, 부평 미쓰비시 사택지의 실천척 재생’을 주제로 열린 ‘2020 근대 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결과가 발표됐다. 140여 개의 참여작들 가운데, 대상 2팀, 우수상 2팀, 특별상 2팀을 포함해 총 51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시간이 압축된 근대 도시공간을 보존하고, 나아가 그에 대한 창의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매년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도시공간을 주제로 삼아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대상지는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땅, 인천 부평의 ‘미쓰비시 사택지’다. 1940년대 초, 일본은 한반도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부평 일대의 민가를 강제 철거하고 군수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공장을 신설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 노동자들의 합숙소도 함께 건설했는데, 그곳이 바로 ‘미쓰비시 사택지’다. 협소한 주택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독특한 경관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는 ‘미쓰비시 줄사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던 곳이다.

이러한 미쓰비시 사택지는 일제 말 한인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이자 6·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의 배후지로 기능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기억을 그대로 품은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문제는 지난 80여 년간, 이곳의 역사적 교훈이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어떤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낙후된 주거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낙인찍혀, 2015년부터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다수의 줄사택이 철거되고 있는 실정. 최근 부평 미군기지가 8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근현대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미쓰비시 사택지도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과 보존, 그 상반된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이에 올해 근대 도시건축 공모전에서는 그 갈등의 현장을 대상으로, 사택지의 역사적 가치와 교훈은 남기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5개월 여 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139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제안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이 지역의 공장과 구사택, 신사택을 보행체계로 연결하며 마을 규모의 제안을 하고 있는 ‘도시재생적 제안’, 둘째는 신사택지를 중심으로 기존 줄사택의 구조와 특성을 반영하고 선택적 신축을 혼합한 ‘건축적 제안’이다.
6인의 심사진(이민아, 강예린, 손진, 정현아, 한광야, 김태경)은 논리적 연계, 창의적 해석, 작업의 성실성과 더불어 ‘그래서 제안자는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
대상
 ‘회고의 공간, 회복의 거리’_ 고용준, 김하경

도시 공모전 수상작 - dosi gongmojeon susangjag

대상으로 선정된 고용준, 김하경 팀의 ‘회고의 공간, 회복의 거리’는 기존의 구사택과 신사택, 인접한 부평공원을 하나의 보행체계로 묶어 마을 전체의 새로운 변화를 제안한 안이다. 밀도를 부여한 수직형 공동주택을 끼워 넣어 줄사택 보존과 대조하는 전략이 돋보이며, 특히 줄사택을 고층주거의 저층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 땅에서 적정 밀도와 보존을 병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모에서 기대했던 제안범위의 확장을 신중하게 시도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설득력도 갖춘 수작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높은 지지를 받아 대상으로 선정됐다.

.
대상 ‘시간마당’_ 김하빈

도시 공모전 수상작 - dosi gongmojeon susangjag

또 다른 대상작인 김하빈의 ‘시간마당’은 ‘시간’, ‘벽’, ‘구조’를, 줄사택을 이루었고 이루어갈 탐구대상으로 놓고 리서치와 디자인의 균형을 유지하며 명쾌한 프로세스로 완성시킨 제안이다. 특히 사용자가 덧붙여간 증축 부분 까지 역사적 가치로 인정하여 ’시간‘이 만들어 놓는 구조를 언급하면서 ’원형‘의 시점을 되묻게 하는 고민의 출발이 진지하다. 존치와 재구성의 전략을 통해 세대를 한정했던 벽을 커뮤니티를 끌어안는 벽으로 확장-변형함으로써 새로운 도시공간을 개입하는 전략이 충분한 논리를 갖추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
우수상 ‘매듭짓기’ _ 김석현, 박정홍

도시 공모전 수상작 - dosi gongmojeon susangjag

.
우수상 ‘삼릉을 걷다’ _ 정재민, 이우성, 전용재

도시 공모전 수상작 - dosi gongmojeon susangjag

우수상으로는 김석현, 박정홍 팀의 ‘매듭짓기’와 정재민, 이우성, 전용재 팀의 ‘삼릉을 걷다’가 선정됐다.
전작은 ‘왜 줄인가’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을 던지며 근대 생산성에 대한 은유적 해석과 일방향적 삶으로 고정시킨 줄 사택 구조의 단절감에 대한 문제의식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점, 후작은 노동자주택과 병참공장기지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를 중심으로 경계 없이 엮으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