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행성이 어떻게 지구보다 수십배 중력을 갖는가 - jag-eunhaengseong-i eotteohge jiguboda susibbae junglyeog-eul gajneunga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바로 지구! 인류는 항상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궁금해 하다. 그래서 네모난 지구, 코끼리가 떠받들고 있는 지구 등 다양한 지구의 모양을 추측했다. 그리고 왜 그러한 모양이 생겼는지 우리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다양한 신화로 그것들을 설명하려고 했다. 기원전부터 이어온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신화를 거쳐 운석연구, 지구의 나이 연구 및 여러 관측 등을 통해 90 년대에 충분히 해결 된 듯하다. 먼저 이때까지 알려진 태양계 형성 이론을 알아보자.

태양계 그 시작
우리 태양계는 거대한 가스구름 즉 성운이 뭉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성운이 뭉치기 시작하면 무작정 동그랗게 뭉쳐지는 것이 아니라 원반을 만든다. 피자 도우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보자. 회전을 하여 원심력이 생기면 도우가 점점 판판해져 원반을 만들듯이 중력에 의해 중심으로 떨어지는 힘과 원심력이 서로 합쳐지면 평평한 원반을 만드는 힘이 된다. 이 때 가스 구름 입자들은 원반 위에서 전체적으로 한 방향으로 회전한다. 물론 처음에는 각각의 입자들이 가지는 고유한 마이웨이가 있다. 하지만 입자 주변에 비교적 질량이 큰 입자가 지나가면 만유인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큰 입자와 비슷한 방향으로 끌려간다. 이처럼 성운을 이루는 작은 가스 분자 하나하나의 운동성분이 만류인력에 의해 한 방향을 이루게 되고 한 방향으로 회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우주의 가스 구름이 중력으로 모여 거대한 원반을 만들면 그 원반 위의 먼지들이 뭉쳐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위한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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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원심력이 합쳐진 합력방향으로 물질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원반을 형성한다.

원시 행성의 탄생
원반의 중심에서 열심히 태양이 만들어 지고 있을 때 원반 바깥쪽에서는 우주 먼지들이 뭉치면서 행성들이 만들어질 준비를 하게 된다. 우주 먼지들이 어떻게 뭉치게 되었을까?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눈송이가 커지는 것처럼 먼지들끼리 서로 충돌하면서 엉겨붙은 것일까? 아니다. 여기서는 먼지라고 부르지만, 우주 먼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그 먼지가 아닌 규소, 철 등의 무거운 원소가 꽤 많이 포함된 고체이다. 마치 철가루와 철가루를 양쪽에서 던진다고 가루들끼리 서로 뭉쳐지지는 않는 것처럼, 우주 먼지끼리의 접착력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커다란 행성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원반 위에서 우주 먼지가 뭉치는 과정은 먼지들끼리 중력적으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에 의해 먼지의 도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먼지덩어리들을 ‘원시 행성’이라 부르며 과거 태양계 원반 위에는 수십~수백 개의 원시 행성이 공전하고 있었다.

지구형 행성의 탄생
달 크기(1000~3000km)정도의 작은 원시행성들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원에 가까운 궤도를 돌면서 안정적으로 공전을 한다. 이때 이 원시행성들은 성운의 가스들로 포근히 싸여있다. 그런데 이 가스들이 사라진다. 이 시기 중심부에서 완전하게 태어난 아기 태양이 격하게 울어서 태양풍으로 가스들을 날려 보내거나,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가스들이 사라지면 원시행성들은 중력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아름다운 원 궤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원시행성들끼리 서로 잡아당겨 찌그러진 타원궤도가 된다. 타원궤도를 도는 원시 행성들끼리는 서로 충돌하기도 쉬워서, 이때의 태양계는 원시 행성들끼리 부딪히고 부서지고 합쳐지고 튕겨나가고 아무튼 혼돈의 카오스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엄마가 있을 때는 얌전히 있다가 엄마가 사라지니 치고 박고 싸우는 그런 형상이다. 그런데 역시 어린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맞다. 작은 원시행성들이 서로 부딪히면 점차 크기가 커지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다.

목성형 행성의 탄생
목성형 행성의 형성을 논하기 전에, 다시 원반 이야기로 돌아가자. 원심력에 의해 원반모양을 만든다 해도 중력은 중심을 향하기 때문에 공중의 가스와 먼지들은 중심으로 갈수록 많다. 따라서 행성의 재료가 되는 먼지가 많이 존재하는 원반 중심으로 갈수록 크기가 큰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지구형, 목성형 행성의 크기와 위치를 떠올려보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작은 지구형 행성이 중심 쪽에, 큰 목성형 행성이 바깥쪽에 있지 않은가? 이를 설명해 줄 그래프가 있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대체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먼지의 양이 줄어드는 경향을 따르지만 중간에 원반상에 먼지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지점(점선)이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설선(雪線F, rost line)이다. 이 지점보다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온도가 충분히 낮아 물 분자가 물이 아닌 얼음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고, 그 향으로 먼지의 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우리 태양계에서 설선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한다.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나눠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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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점선이 실선(frost line)이고 그 실선 이후로 먼지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https://ay201b.wordpress.com/the-snow-line-in-protoplanetary-disks/

목성형 행성은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과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우선 목성형 행성들은 얼음이 존재할 수 있는 설선 뒤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원시행성의 재료인 먼지가 더욱 풍부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원시행성 덩어리 자체도 지구형 행성의 원시행성보다 크다. 이렇게 큰 원시행성은 그 자체가 목성형 행성들의 핵이 되고, 주변 가스들을 중력으로 묶어 두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역시 어린 태양의 항성풍에 의해 서서히 가스의 소실이 일어난다. 여기서 목성이 목성형 행성 중 제일 큰 이유가 설명이 된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원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핵의 크기가 커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행성이 가스를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리와 상관없이 모두가 비슷하다. 따라서 목성형 행성 중 그나마 태양과 가까운 목성이 같은 시간 내에 핵을 가장 크게 키우고 가스를 많이 잡아두게 돼서 크기가 커지게 된다.

우리가 모르던 태양계
여기까지가 교과서적으로 알려진 이론이다. 이와 같은 행성 형성 이론에도 몇 가지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행성계라곤 태양계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충분히 탐사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그러한 부분쯤은 어물쩍 넘어가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부를 만 했다. 하지만 2009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간 이후 수많은 외계행성계가 발견되어 태양계 외에도 행성의 형성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샘플이 많아졌다. 이로써 완성된 줄 알았던 이 이론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점 1. 관측되는 천왕성과 해왕성의 크기가 모델에서 예측된 값보다 크다!
문제점 2. 달에서 발견되는 크레이터 자국이 특정한 시기에 집중해서 만들어졌다!
문제점 3. 목성형 행성들이 가지는 수많은 위성들의 출처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천왕성과 해왕성 출생의 비을 파헤친다.

천왕성과 해왕성, 출생의 비밀
문제점 1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천왕성과 해왕성이 자리 잡고 있는 19au, 30au의 위치에는 우주 먼지가 충분하지 않아 애초에 이만큼 큰 행성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1au 이다.) 이들이 지금의 크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현재 위치보다 더 태양에 가까운, 즉 행성의 재료 먼지가 많은 곳에서 만들어졌어야 한다. 천문학자들이 밝힌 이들의 출생의 비은, 지금보다 더 안쪽 궤도에서 만들어져 몸집을 키우고 현재의 자리를 옮겨갔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자리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장기나 체스의 말들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으로 평생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았던 행성이 자리를 바꾸는 일이라니! 조금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황당한 이론이 앞서 제시한 세 가지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한다면 믿어주겠는가? 이 이야기는 실제로 ‘Nice Model‘이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 모델의 결과인데, 태양계 형성과 진화 과정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 멋진(Nice) 모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멋진 모델에 따르면 목성의 경우 과거 5.45au에서 현재 5.2au의 위치로 이동했고, 토성의 경우 8.45au에서 9.5au로, 천왕성의 경우 14-17au에서 19.6au, 해왕성의 경우 11-13au에서 30au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보이듯 과거 천왕성과 해왕성은 지금의 위치보다 상당히 태양에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고, 이정도 위치라면 현재 그들의 크기와 질량에 맞게 만들어질 수 있는 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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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 목성, 황토색 : 토성, 하늘색 : 해왕성, 남색 : 천왕성, abcd순서로 시간이 흐름 / R,Gomes, H. F. Levison, K. Tsiganis & A. Morbidelli, Origin of the cataclysmic Late Heavy Bombardment period of the terrestrial planets. Nature doi:10.1038/nature03676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듯 이렇게 천왕성과 해왕성이 궤도를 크게 이동하는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 바로 그들보다 큰 형님들인 목성과 토성이다. 옛날 옛적에 목성과 토성은 그들의 자리(움직이기 이전)에서 평온하게 공전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상이 잘 먹고 잘사는 목성과 토성을 가만히 놔두겠는가? 태양의 강력한 중력과 주변의 작은 소천체, 행성들이 그들의 공전주기를 점차 바꿔놓았다. 그들의 공전속도가 바뀌던 중, 마침 목성과 토성의 공전주기의 비율이 1:2가 되는 순간이 왔다. 행성과 행성의 공전주기 비율이 간단한 정수배가 되는 일은 주변에 큰 향을 끼친다. 이때부터 태양-목성-토성이 일직선 상에 놓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는 다른 행성들에게 더 강한 중력의 향을 준다. 목성과 토성의 중력에 의해 천왕성과 해왕성 그리고 주변의 작은 소행성들의 궤도가 뒤틀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천왕성과 해왕성이 결국 바깥으로 튕겨 나가게 되었고 동시에 많은 소행성과 소천체들이 태양 쪽으로 던져 넣어지거나 또는 아예 바깥쪽으로 려나갔다.

1석 N조
소천체들은 태양 쪽으로 날아가는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구형 행성들 쪽으로 향했고 특히 그 흔적을 달에 많이 남겨 놓았다. 달은 조산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옛날의 크레이터들도 잘 보존하고 있다. 각각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진 시기를 확인해보면, 특별히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가 바뀌던 시점과 상당히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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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에 존재하는 큰 크레이터들의 연령이 비슷함을 볼 수 있다.(1Gyr는 10억년이다) / APOD, April19, 1999

기존의 태양계 모델에서는 목성형 행성들이 지금과 같이 많은 수의 불규칙한 모양의 위성을 가지기 어렵다.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이 궤도를 옮기는 과정에서 떠돌고 있던 불규칙한 모양의 천체들을 많이 포획하고 그들 중 일부가 위성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전에 제기되었던 의문점이 해결된다. 이외에도 수정된 태양계 모델에 따르면 카이퍼 벨트의 형성, 소행성대의 형성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만고불변의 진리?
한순간에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새로운 태양계 형성 모델은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준 진리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우주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라는 말처럼, 2000년 전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의 천동설, 500년 전 티코 브라헤의 수정 천동설 같이 그 시대에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지식들이 지금은 쇠퇴하고 없어졌듯이 이 새롭게 제시된 태양계 형성 모델도 언젠가는 수정되고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는 인간의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인간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