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 액션을 자랑하는 코에이테크모 시리즈 <진 삼국무쌍>은 중국 삼국 시대를 무대로 활약한 무장들의 이야기를 대규모 전투로 표현해 인기를 끌어왔다. 코에이테크모는 인기를 바탕으로 스핀 오프 시리즈를 출시했고 그중 <엠파이어즈> 시리지는 전략 게임 <삼국지> 시리즈 특징을 무쌍 시리즈에 더한 재미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대보다 부족한 전략 요소와 시대 이벤트, 주요 맵들이 재탕 등으로 혹평을 받게 된다. 이야기 전개가 뚜렷한 원작 시리즈의 아성에 기대어 가는 느낌이다. 〈진 삼국무쌍 8 엠파이어즈〉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시리즈 최신작이지만 판매량과 평가 모두 혹평을 받은 <진 삼국무쌍 8>을 소재로 개발됐다는 점과 방향성을 잃고 있던 <엠파이어즈> 최신작이라는 점 때문.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상이다. 이제야 시리즈의 방향성이 자리를 잡은 듯 다양한 전략, 정략의 재미와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벤트, 그리고 호쾌한 액션까지 더해져 높은 재미를 제공한다. 시대 별 선택은 그 시대에 맞는 여러 이벤트를 제공한다.게임은 '쟁패 모드'인 메인 모드 1개 만을 지원한다. 무장 편집이나 멀티 플레이 등의 부수적 요소는 없다. <진 삼국무쌍 8>의 오픈 월드 요소도 제외됐다. 대신 메인 모드의 접근을 다양화시켰다. 우선 시대별 이벤트를 강화했다. '황건적의 난'부터 '북벌'까지 시대상 큰 흐름을 7개의 단락으로 나눠 주요 전쟁과 이벤트, 인물 간의 드라마를 체험하게 만들었다. 정사에 맞춰 진행도 가능하고 그 반대도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적벽대전'에서는 촉 나라와 오 나라의 신경전 속에서 강대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들어오는 위 나라에 대항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제갈량과 주유, 방통 등 주요 인물들을 모으고 움직이는 과정을 쉽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놨다. 유저는 이를 이용해 적벽대전처럼 화계를 이용한 승리를 가져가도 되고 반대로 촉 나라 입장에서 오 나라가 위 나라와 대립하는 과정 속 실리를 찾을 수도 있다. 즉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만약에' 같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여포가 하비 전투에서 조조를 꺾는다면?관도대전에서 원소가 조조를 제압한 후 그 후 과정을 즐기는 재미나 삼국정립 과정에서 제갈량이나 방통, 서서 등 '삼고초려'의 발판이 되는 인물들을 위 나라가 차지하는 등의 변화도 줄 수 있다. '영웅집결'이라는 무작위성 시대 배경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시대와 상관없이 모든 무장들이 총출동해 대립한다. 주요 시대 이벤트를 즐긴 후 선택하면 더 많은 재미를 준다. 군사가 되면 더 많은 내정과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게임 진행은 나라의 정사를 결정하는 '정략'과 전쟁 콘텐츠인 침공과 방어전으로 나눠진다. 정략에서는 내정부터 인사, 외교, 군사 등 다양한 분야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시리즈의 정략의 문제는 단순하면 전개가 시시하고 선택 요소가 부족해졌다는 것과 반대로 복잡하면 너무 늘어지고 난도가 올라 액션 팬들에게는 즐기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여포가 부르면 왠지 무섭다.하지만 이번 〈진 삼국무쌍 8 엠파이어즈〉는 밸런스를 잘 잡은 것 같다. 정략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단순하지만도 않다. 초반 작은 국가에서는 선택의 폭을 적게 해 빠른 진행을, 위 나라 같은 대형 국가로 갈 경우 항목의 증가부터 지역 별 무장 배치, 시설 확대 등 더 많은 부분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도입된 산책은 이 과정 속 인물들을 다양한 이야기를 체험하게 만들어준다. 꼭 산책이 아니어도 이벤트는 자주 발생하며 시대별 주요 이벤트도 시기에 맞춰 체험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방문도 있다.무장 간의 결혼도 가능하다. 결혼은 다양한 비책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통일 이후 두 무장 간의 자녀를 선택해 오리지널 무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 무장은 일반 무장보다 높은 능력치를 가졌다. 전투는 다소 호불호가 강했던 <진 삼국무쌍 8>을 그대로 이용해 아쉬움을 준다. 하지만 최대 4개까지 선택 가능한 '비책'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짧은 사이 전투에 반전을 줄 수 있는 점은 매력이다. 비책은 짧은 시간 반전을 줄 수 있는 카드다.비책은 무장이 직접 사용하는 무장 비책과 전쟁의 흐름을 결정하는 작전 비책 2가지로 나눠진다. 무장 비책은 짧은 사이 효과를 내고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개인용 버프 같다. 작전 비책은 침공 또는 방어전 시작 시 1개만 선택할 수 있고 이는 무장의 능력 또는 관계 등 다양한 조건으로 만들어진다. 특정 무장만의 비책도 존재한다. 전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절대'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 예전에는 무장의 능력 하나로 승리가 불가능한 전투를 뒤집어 버리는 일이 가능했다. 병력과 무장이 어느 정도 이상은 분명히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국가 간의 병력과 사기에 따라 공격·방어력의 차이가 발생해 쉽게 뒤집을 수가 없다. 그리고 거점에 따라 적 무장들이 회복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서 승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쉬운 부분들은 조금 많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시리즈 중 가장 안정적인 재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단점들 때문에 가려지는 느낌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진행 사이 흐름을 깨는 연출과 로딩이다. 이 게임은 정말 많은 로딩이 나온다. 좋은 사양의 PC나 플레이스테이션 5 등 콘솔 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집 모드는 너무 불편하다.전작에서 문제가 됐던 무장 등장 연출도 그대로다. 적들과 교전하는 사이 무장 연출로 조작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과정은 이미 지적받았던 사항인데 신작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제공한다. 무장 편집도 문제다. 일일이 버튼을 눌러 '확인'을 해야 복장 등의 변경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실시간 변화를 보여주는 일반적 커스텀 마이즈 게임들과 다르게 꼭 변경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이건 고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여포야 미안!그래도 〈진 삼국무쌍 8 엠파이어즈〉 전작이나 기존 시리즈에 실망한 유저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이다. 역사적 이벤트부터 소소한 무장 간의 이벤트, 비책을 모으고 성장시키는 재미, 나라를 운영하는 맛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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