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체크리스트 - jungdaejaehae chekeuliseut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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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수에 따른 산업재해현황(단위: 명, %). 그래픽=데이터포털

서울시가 법 시행에 따른 의무사항 이행을 위해 중대재해 점검대상 시설 총 2493개(중대시민재해 966개소, 중대산업재해 1527개소)에 대한 상반기 안전의무 이행실태 점검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산업현장 종사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이 지났다.

중대시민재해 점검대상시설 966개소는 시 모든 지하역사, 일정 규모 이상 여객터미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의료기관 등 공중이용시설(913개소), 공중교통수단(지하철 9호선 시 소유 객차 9대), 원료·제조물(44개소) 등이며 중대산업재해 점검대상 사업장 1527개소는 서울시 본청 등 40개소와 시 도급·용역·위탁사업 1487개소로 이루어져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및 제9조, 같은법 시행령 제4조~제11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사항을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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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산업재해율(단위: 명, %). 그래픽=데이터포털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시민재해시설 966개소에 대한 이번 점검은 안전관리계획 수립, 위탁기관 안전관리능력 평가 등 법에서 정한 의무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시설물 소관부서가 자체 점검 후 이를 안전총괄과에서 다시 확인·점검하는 방식으로 두 달(6~7월)간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점검 결과,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안전보건교육 시행 등 중대재해처벌법 상 의무사항 대부분은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민재해 대상시설 조정에 따른 안전계획 변경수립 ▲안전 관련 예산 집행률 ▲도급·용역·위탁 평가 기준 수립 등 개선이 필요한 93건에 대해서는 신속히 보완 조치할 계획이다.

시 종사자 안전과 관련된 중대산업재해 안전보건 의무이행 대상시설 1527개소에 대해서는 두 번에 걸쳐 점검하게 된다. 1차 체크리스트를 통한 사업장별 자체점검은 6월 말 완료했으며, 2차 현장점검이 진행 중이다.

점검에 앞서 시는 각 사업장에서 자체평가 시 활용하도록 체크리스트를 제작하고 6월 초 사전 교육도 실시하였다. 체크리스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모호하게 규정된 중대산업재해 관련 9가지 점검 의무사항을 56개 항목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자체 점검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일부 해소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사업장별 자체 점검에 대해서는 2차로 적절성 평가 및 컨설팅을 실시하게 된다. 현재 시 노동정책담당관과 전문기관(안전보건진흥원) 합동으로 현장방문 평가와 컨설팅을 진행 중으로 8월 초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사업장에 통보하고 부족한 부분은 신속히 보완 조치한다.

시는 점검과정에서 살펴본 결과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성과 세부지침 부재로 현장에서 법정의무사항 이행에 혼선이 있고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을 다시 한번 촉구하였다. 시는 지난 2월에도 중대재해처벌법령 불명확성 해소 및 세부지침 마련을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에 건의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9호 및 제10조 제8호에 따른 도급·용역·위탁기관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 안전관리능력평가등 기준 마련,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비용 및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비용에 관한 기준 마련에 대한 자체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현장의 대표적인 어려움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중대재해처벌법령이 정한 안전의무사항 이행의 연장선에서 추가적인 시책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가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공중이용시설, 공공 공사장, 시 사업장 유해·위험요인 발굴·조치 활성화를 위한 직원 신고·포상제다. 올해 상반기 유해·위험요인 발굴에 기여한 직원 6명을 선정·표창했으며, 앞으로도 이 제도를 적극 장려하여 중대재해 예방을 생활화하도록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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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지수(단위: %). 그래픽=데이터포털

또한 시는 중대재해 대상 시설물 현황과 법적 의무이행 사항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체계 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도급·용역·위탁사업 등의 사고 등 이력이 축적되면 문제 있는 업체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일헌 서울시 안전총괄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점검을 통해 발굴된 개선 필요사항은 빠른 시일 안에 조치하고, 앞으로 전담부서도 만들어지는 만큼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정밀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현장 어려움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가 이달 초 발표한 민선8기 서울시정 조직개편(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그동안 나눠져 있던 산업현장 안전을 담당하던 부서와 시민안전 관리부서가 하나의 조직으로 일원화돼 중대재해 전담조직인 중대재해예방과(안전총괄실 내)가 신설된다.

안전총괄과 중대시민재해 업무와 노동정책담당관 중대산업재해 예방 업무가 중대재해예방과로 일원화된다. 안전사고 예방 강화를 위해 안전감찰(안전총괄과), 시설물 안전점검(시설안전과) 기능은 통합한다. 전담부서가 신설되면 업무 일원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중대재해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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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성 산업재해 사망자수 현황. 그래픽=데이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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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각종 사고발생 건수 추이. 그래픽=데이터포털

이은실 데이터월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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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고양시의 건설 현장. 기업은 ‘1호’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부터 설 연휴까지 경비원 말고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습니다.”

27일 한 건설사 직원 이모씨의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첫날인 이날, 전국 곳곳엔 잠시 멈춘 건설·제조업 현장이 많았다. ‘중처법 적용 대상 1호’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우건설은 이날부터 설 연휴까지 공사를 중단한다. 포스코건설도 사업장에 27일부터 이틀간 휴무를 권장하는 지침을 보냈다. 일부 기업은 협력업체 안전관리 강화 방침도 내놓았다.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대가(임금)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면 중처법이 적용되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건설·철강 분야 협력업체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올해 87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5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부터 공사금액 100억원 이상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자 선임 인건비를 추가로 지원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안전 예방을 위한 점검조차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이대로 하면 면책이 되는지 힘겨워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중기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체크 리스트를 배포했다. 중기 공통 점검표와 창고·운수업, 폐기물처리업, 도·소매업, 음식점업 등 업종별로 순차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고용부가 내놓은 자율점검표를 보고 더 혼란에 빠졌다. 점검 항목이 40페이지, 400여 개에 달한다. 진단 항목 80개, 분야별 위험요인 파악 277개 등 공통 체크 리스트만 357개다. 익명을 요구한 울산의 화학업종 중기 경영진은 “이 점검 리스트로 회의도 하고, 현장도 돌아봤다. 결론은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렵다’였다”고 호소했다. “해당 법령의 각 조항에 맞게 조치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난수표 같다”(인천 남동공단 기업 경영진)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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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둔 현장 기업인들 말말말 그래픽=김주원 기자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상 분야별 위험요인 점검 항목이 280여 개다. 사다리(22개), 통로(15개), 기계·기구 일반(12개), 지게차(14개), 리프트(15개), 컨베이어(23개) 등이다. 이중 상당수는 기술적인 사항에 해당한다. 전문 기술의 영역이어서 점검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법 규정과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사항까지 점검 항목으로 나열했다. ‘재해 요인 파악 여부’ ‘사고 발생 시 초래 결과 예측 여부’ 등이다. 인천의 중기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초래될 결과 예측이라니, 뻔하지 않은가. 공장 문을 닫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산업 안전과 관련 있음 직한 사항을 마구잡이로 몽땅 집어넣은 체크 리스트를 만들고, 그걸 경영 책임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만이다.

보다 못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초 중기를 위한 자율 진단 점검표를 내놨다. 진단 항목이 25개다. 고용부의 80개에 비하면 31%다. 또 점검 항목에 따라 개선·보완해야 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체크 리스트에 너무 많은 조항을 넣으면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돼 오히려 포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 시행 초기에는 각 업종별 특성에 맞게 핵심 기본사항을 중심으로 가이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누가 낸 점검 항목이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다. 글로벌 로펌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전운배 고문은 “법이 시행된 이상 중기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핵심 안전조치는 반드시 개선하려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정부도 경영계도 딱 부러지게 기준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조치의 적정성을 따지는 기준점은 사안별 수사와 처벌, 판례에 따라 형성될 것이고, 그때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백일현 기자